이번 콘솔 세대에서 처음 시작하여 성공한 타이틀 중 하나인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최신작,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 후드는 시리즈 세 번째로 등장한 작품입니다. 많은 게임이 본편의 스토리에서 떨어진 외전에는 부제를 붙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 역시 얼핏 본편과 관계 없는 외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1편과 2편 사이에는 알타이어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인 어쌔신 크리드: 블러드 라인이 PSP용으로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본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 후드(이하 브라더 후드)는 외전이 아니라 시리즈의 스토리를 당당히 잇는 본편이었습니다.
정식 넘버링 대신 부제가 사용된 이유에는 2편의 주인공인 에지오가 여전히 주인공이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현실 배경의 주인공인 데스몬드는 애니머스를 통해 그의 조상인 암살자 에지오의 기억을 탐험합니다. 전편과 달리 게임 도중 원하는 때에 애니머스에서 나와 현실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으며, 2편에서 에지오의 거점이었던 몬테리지오니 빌라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전편을 플레이해봤던 유저라면 현대화된 빌라의 모습에 감회가 새로울 것이며, 조상 잘 만나 점점 슈퍼맨이 되어가는 데스몬드의 모습에 분노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빌라의 성소가 거점. |
현대화된 빌라의 모습이 새롭다. |
그래픽은 훌륭했지만 게임 내용이 뭔가 부실했던 1편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던 2편에 이은 이번 작품은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 시스템의 발전과 안정화, 플레이의 다채로움을 추구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전작에서 불편하거나 아쉬웠던 부분은 대부분 수정됐지만 전작을 플레이한 유저에게 시스템의 신선함은 그리 느껴지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재미는 탄탄한 구성의 게임 플레이와 함께 실제 역사, 인물들을 바탕으로 짜인 시나리오가 양분하고 있는 만큼 큰 단점이 되진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맵 안에서 목표물을 살해하는 다른 암살 게임들과 다르게 본 작품은 오픈 월드 형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픈 월드 게임이라 생각하기 힘든 높은 퀄리티의 맵 디자인은 다양한 암살 방법을 시도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번 브라더후드에서는 맵의 로딩 방식이 약간 달라졌는데, 전작들은 거점에서 일정 크기의 마을(=목표물이 있는 지점)로 이동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에 배경이 되는 로마에서는 GTA와 같이 하나의 커다란 맵 안에서 움직입니다. 게임 도중 지도를 열면 전작의 마을 네 개 이상을 붙여놓은 듯한 지도의 크기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다만, 통짜맵 방식이라 그런지 아니면 게임 내 디테일이 올라가서 그런지 몰라도 로마 안에서 이동할 때는 전작까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프레임 드랍이 간간이 발생합니다. 주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로마 시내에서 발생하며, 게임에 심각한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입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펼치고 있는데 프레임 드랍이 일어날 때의 짜증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따로 이동해야 하는 맵 또한 존재하는데, 이는 마을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하나의 장소이며 주로 서브 퀘스트를 진행할 때 사용됩니다.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는 어쌔신 크리드 : 브라더 후드. |
전작에서는 잠입이 아닌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가 그 안의 적들을 혼자서 전멸시키는 플레이를 어느 정도 묵인했지만, 브라더 후드에서는 임무 수행에 제한을 두었습니다. 특정 인물을 암살할 때 반드시 암살검을 사용하거나, 시간 내에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등 다양한 난이도의 조건이 존재합니다. 적들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연속 집행이란 기술이 생긴 만큼 이런 조건은 필요하다고 보이며, 게임 내 달성도라 할 수 있는 동기화 수치를 높이는 데도 필요한 이 조건 덕분에 무턱대고 돌진하는 플레이는 의식적으로 피하게 됩니다. 몇몇 임무는 이러한 조건과 상관 없이 발각당하면 미션의 처음, 혹은 체크 포인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에 브라더 후드의 플레이는 전작까지는 옅었던 잠입 시의 긴장감이 짙어졌습니다.
때문에 전작까지는 사용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은신 방법들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고, 이는 본 시리즈의 테마인 암살과도 어울리는 플레이 방향이기도 합니다. 은신 방법 중 가장 유용한 것은 군중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면 자연스럽게 은신할 수 있고, 무리가 움직이는 도중이라면 조작을 하지 않아도 에지오가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함께 이동합니다. 이외에도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 앉거나, 짚더미 속이나 우물 안에 숨거나 물 속으로 잠수하는 방법으로도 은신할 수 있습니다. 1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자 게임 중 필수 요소였던(그리고 후반으로 가게 되면 지겨워졌던) 뷰 포인트 동기화는 이제 지도를 넓혀주는 보조 요소가 되었습니다. 본 게임에서는 각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보르지아 탑을 불 지를 때 자연스럽게 지도도 열려서 뷰 포인트 동기화는 실질적으로 몇 차례 진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완전 동기화 조건이 게임의 질을 높여주었다. |
뷰 포인트 동기화와 같이 진행되는 보르지아의 탑 불 지르기. |
보르지아의 탑은 게임 내에서 로마를 장악하고 있는 보르지아 가문의 힘의 상징입니다. 이 탑을 장악하려면 먼저 탑 근처에 있는 보르지아 대장을 암살해야 합니다. 몇몇 대장들은 에지오를 발견하면 칼을 들고 응전하지만, 대부분은 부리나케 도망갑니다. 도망가는 대장을 잡지 못하면 다음 근무 교대 시간에 대장이 다시 나올 때까지 탑을 장악하지 못하게 되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대부분 대장은 호위 병사들을 바로 옆에 두고, 암살이 쉽지 않은 곳에 있어서 스토리 미션과는 사뭇 다른 공략 방법이 요구됩니다. 대장을 암살하고 탑에 올라 불을 지르면 근처의 보르지아 영향권이 사라집니다. 이때, 보르지아 탑은 암살자 탑으로 바뀌게 되며, 탑의 영향권 안에 있어 개조 할 수 없었던 건물들을 개조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브라더 후드에서는 20분마다 일정 수준의 돈이 은행에 들어오는데, 건물을 많이 개조하고 구입할수록 획득할 수 있는 돈의 양이 많아집니다. 이 중에는 맵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터널과 고대 로마 건축물도 포함됩니다. 브라더 후드에서는 게임 도중 암살 도구와 돈뿐만 아니라 반지나 특산물 같은 아이템도 얻을 수 있습니다. 획득한 아이템은 판매하거나 상점 퀘스트를 통해 특수한 도구를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도구는 게임의 진행을 원활하게 해주는 일등공신이므로 돈이 급하더라도 되도록 획득한 아이템은 팔지 말고 상점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이 크게 보면 이득이긴 합니다. 하지만, 상점 퀘스트에 필요한 아이템이 따로 표시되는 등의 편의성이 없어 오히려 아이템 판매에 발목을 잡는 부분도 있습니다.
보르지아의 탑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면 상점을 구입/사용할 수 있다. |
상위 도구를 얻을 수 있는 상점 퀘스트. |
저렇게 눈에 띄는 장소에 서 있는 것은. |
나 잡아줍쇼~ 하는 꼴이죠. |
이제는 맨손으로도 암살 가능. |
보르지아 탑을 불태우면 에지오가 고용할 수 있는 신입 암살자의 숫자도 늘어납니다. 신입 암살자들은 에지오가 신호를 하면 순식간에 나타나 목표를 암살하거나 전투에 합류해 에지오와 함께 적과 싸우며, 6명 이상의 암살자가 대기 상태일 때는 화살을 발사해 주변의 적들을 순식간에 전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신입 암살자의 위력은 워낙 뛰어나서 에지오가 직접 움직이는 것보다 편할 때가 잦습니다. 그 때문인지 몇몇 미션에서는 신입 암살자를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을 두기도 합니다. 전작보다 훨씬 많아진 전투 모션과 함께 다수의 적과도 손쉽게 싸울 수 있는 신입 암살자들의 존재는 게임 플레이 도중 번번이 발생하는 전투를 지겹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신입 암살자들은 신호로 불러서 함께 전투를 치르는 것뿐만 아니라 암살단에 들어온 의뢰를 맡길 수도 있습니다. 한 의뢰에 최대 5명까지 배정할 수 있으며, 작전에 들어가는 암살자는 몇 분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전에 성공하면 돈과 경험치를 얻을 수 있고, 실패했을 때는 신입 암살자가 사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쌓은 신입 암살자의 레벨이 최고에 달하면 정식 암살자로 진급하는 의식을 치를 수 있으며, 암살자의 복장을 입고 신뢰의 도약을 배우게 되면서 어엿한 정식 암살단의 일원이 됩니다.
신입 암살자들은 최대 12명까지 모을 수 있다. |
암살자들에게 임무를 맡기자. |
그 남자가 왼손을 들면. |
암살자들이 나타나 적들을 처리한다. |
이제는 오픈 월드 게임에서 주 스토리 이외에도 여러 가지 즐길 거리와 서브 퀘스트를 제공하는 것은 보편화되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맵에 뿌려진 깃털과 보르지아의 깃발 모으기,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 같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소를 탐험하는 로물루스의 소굴과 템플 기사단 임무, 레오나르도가 만든 살인 기계와 설계도를 부수는 레오나르도의 임무, 로마의 악당들을 처리하는 앱스테르고 임무, 매춘부, 도둑, 용병 길드에서 받는 임무, 에지오의 사랑인 크리스티나와 관련된 스토리, 시리즈 전체에 걸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실험체 16의 수수께끼를 진행하는 서브 미션까지, 브라더후드는 나열하기만 해도 벅찰 정도로 다양한 서브 퀘스트 종류를 자랑합니다.
다양한 오픈 월드 게임이 존재하는 현 시점에서는 서브 퀘스트의 종류뿐 아니라 깊이 또한 하나의 차별성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 작품의 즐길거리는 충분히 합격점입니다. 서브 퀘스트의 반절 이상이 메인 미션에 필적할 정도의 깊이와 완성도를 자랑하며, 메인 미션에선 볼 수 없는 특수 효과와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레오나르도의 임무에서는 쫓아오는 적을 기관총으로 공격하고, 장갑차를 타고 적의 기지를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하늘을 나는 폭격기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추격전을 펼치고, 과거의 피렌체와 베네치아를 다시 여행하는 것은 서브 퀘스트에서만 가능합니다. 이런 다양한 서브 퀘스트는 메인 미션을 모두 클리어하더라도 게임을 그만둘 수 없게 합니다. 하지만 서브 퀘스트는 메인 스토리와 병행하며 플레이하기를 추천합니다. 서브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하면 진행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미션을 플레이할 수 있는 서브 퀘스트. |
서브 퀘스트는 그 수도 방대할뿐만 아니라 본편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
시리즈 최초로 도입된 멀티 플레이 모드도 브라더후드를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최대 8명이 모여 벌이는 멀티 플레이 모드는 간단히 말하자면 숨바꼭질입니다. 하나의 맵 안에서 각 플레이어에게 추격자와 목표물이 설정되고, 자신의 목표물을 찾아내 죽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때 추격자는 죽이는 것이 불가능하며 기절만 시킬 수 있습니다. 목표물을 찾기 위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는 화면 아래에 표시되는 레이더입니다. 원 모양의 레이더가 목표물의 방향을 가르쳐주고 가까울수록 수치가 커집니다. 기본적인 게임에서는 현재 플레이어의 위치에 따른 목표물의 높낮이도 가르쳐주는 큰 역할을 합니다.
맵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NPC와 유저의 모습이 같기 때문에 겉모습만으로는 NPC와 유저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멀티 플레이 모드에서도 본편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그대로 사용 가능하지만, NPC는 싱글 모드의 NPC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행동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건물을 오른다거나 뛰어다니는 행동은 적에게 자신을 노출시키는 행동입니다. 목표물을 암살할 때도 눈에 띄는 암살(예: 뛰어가면서 암살)을 하면 기본적인 점수만 받게 되지만, 최대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고 조용히 암살하면 보너스가 붙어 기본 점수의 배 이상 되는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대 8명의 사람이 한 방에서 서로를 암살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지만, 다른 게임의 멀티 플레이 모드와 비교해서 브라더 후드의 멀티 플레이 모드는 조용한 편입니다. 하나는 위에서도 썼듯이 눈에 띄는 행동은 이득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자신의 목표물이 아닌 유저는 암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여유롭게 걷고 있어도 속으로는 목표물의 위치를 알기 위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봐야 하는 멀티 플레이 모드는 다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으로 가득합니다.
멀티 플레이 모드의 기본은 바로 얼마나 잘 숨느냐. |
이 맛은 거짓말을 하는 맛이구나. |
레벨이 올라갈수록 다양한 능력을 사용 가능. |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막 한글화로 발매되어 시리즈의 멋진 시나리오를 유감없이 즐길 수 있는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 후드입니다만, 몇몇 부분에선 게임 내 조건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원래 뜻과는 다르게 엉뚱하게 번역되는 등, 마무리에서 아쉬운 모습이 보입니다. 시리즈 전통의 중간에 잘라먹는 듯한 엔딩도 여전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전작들보다 훨씬 많은 보상과 특전이 존재하며,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의 VR 스테이지가 생각나는 훈련 모드는 참신하진 않지만 소소한 도전거리를 제공합니다.
시리즈가 발매될수록 눈에 띄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이번 작품을 통해 오픈 월드 게임뿐만 아니라 잠입 액션 게임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오픈 월드 게임 특유의 게임 플레이 중 오는 가벼운 느낌을 본 작품에서는 받기 어려운 점이 이러한 평가에 한몫 합니다. 게임의 스토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1편부터 차근히 즐겨봐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 후드는 놓치게 되면 아쉬운 타이틀 중 하나로, 본 작품 하나만 두고 보았을 때도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탈 기어? |
여긴 어디? 난 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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