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제작사들이 PSP라는 기기에 적응해서인지 발매 초창기와는 다르게 PSP로도 거치형 콘솔에 육박하는 멋진 그래픽을 자랑하는 타이틀을 곧잘 만들곤 합니다. 갓 오브 워나 크라이시스 코어, 몬스터 헌터 포터블, 무쌍 오로치, 사일런트 힐 오리진 등 많은 게임들이 몇 년 전에는 그저 상상으로만 가능할 것 같았던 수준의 그래픽으로 등장해서 PSP의 성능을 과시했으며, 휴대용 게임 역시 거치형 콘솔 게임처럼 더욱 수준 높은 그래픽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그래픽과 멋진 동영상으로 중무장한 타이틀 속에서 평범한 2차원적 진행 방식과 깔끔하다 못해 한적해 보이기까지 한 화면 구성, 엽기적인 눈알 디자인의 캐릭터들이 게임 내내 조잘거리며 활약하는 극히 이질적인 게임 하나가 PSP로 발매되어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 ROLITO의 캐릭터와 비주얼을 바탕으로 독특하면서도 귀여운 세계를 만들어냈으며, 로코로코의 사운드 크리에이터 KEMMEI ADACHI가 사운드 연출에 참가해서 플레이어의 귀를 잡아끄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인상 깊은 사운드를 자랑하는 게임 파타퐁이 바로 그 자그마한 화제의 주인공입니다.
자막 한글화를 거쳐 발매된 파타퐁. |
마찬가지로 PSP로 등장했었던 로코로코. |
파타퐁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처음부터 수많은 시스템을 게이머에게 강요하지 않으며 복잡한 조작을 요구하지도 않는, 쉽고 간단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파타퐁의 시스템에 대해 차근차근 가르쳐주기 때문에 복잡한 게임을 꺼리는 게이머들은 물론 게임을 거의 해보지 않은 사람들까지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었습니다. 플레이어는 단 하나만 유의하면 됩니다. 상황에 맞게 박자에 맞게 버튼을 누르는 것뿐. 과도한 압박 속에 손이 부르트도록 버튼을 정신없이 누르는 것도 아니기에 어떤 면으로는 다른 리듬 게임보다 느긋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장르는 일단 리듬을 활용한 액션 게임. |
간단한 화면 구성만큼이나 플레이 방법도 간단. |
솔직히 게임에 대한 첫인상은 눈알처럼 생긴 하찮은 생물들이 나와서 재롱떠는 게임이었으나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영화 300에 버금가는 비장미가 넘치는 게임입니다(-_-).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는 신적인 존재로 받들어지며, 북을 이용해서 파타퐁을 이끄는 것이 게임의 주요 골자입니다. 스토리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데, 세상의 끝에 가면 그것이 있고 그것을 보면 행복해집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보러 간다는 것이 게임의 스토리 전부를 설명해줍니다. 간단한 조작체계와 일직선으로 그어지는 스토리, 순박하기까지 한 화면 구성을 내세우는 파타퐁은 그 심플한 외관과는 달리 무척 흥미로운 요소로 가득 찬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를 신이라 믿고 따르는 파타퐁들을 북소리로 이끌며 적들과 전투를 치르고, 장애물을 부수거나 수송차를 보호하기도 하며 포로로 잡힌 파타퐁을 구출해내면서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는 것이 스테이지 기본적인 진행 방식이며,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전에는 보유하고 있는 파타퐁 부대를 정비할 수 있는데, 파타퐁들의 무기나 방어구 등을 바꿔줄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파타퐁 세계의 화폐 단위인 차링을 획득할 수 있으며, 생명의 나무에서 차링을 소비해 부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창퐁, 방패퐁, 활퐁, 기마퐁, 거대퐁, 메가퐁 등의 파타퐁들이 존재하며 특수한 재료를 사용해서 레어퐁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상황이 파타퐁을 기다리고 있다. |
다양한 종류의 파타퐁이 존재. |
파타퐁의 장르는 일반적인 리듬 액션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파타퐁들이 대면한 상황에 따라 박자에 맞추어 버튼을 누르고, 이동과 공격, 회피, 방어, 기적 등의 액션을 통해 그 상황을 돌파하면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방식입니다. 파타퐁들을 조작하기 위해서 방향키를 입력한다거나 버튼 한 번 누르면 끝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액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정한 네 박자나 다섯 박자 커맨드의 버튼을 입력해야 한다는 것이 파타퐁의 가장 독특한 조작체계입니다. 누르는 버튼마다 북소리가 달라지는데, △ 버튼은 차카, □ 버튼은 파타, ○ 버튼은 퐁, × 버튼은 동 소리로 할당되어 있습니다.
기본 네 박자 버튼 입력으로 파타퐁들의 액션을 이끌어낸다. |
틀리지 않고 타이밍에 맞춰 북을 쳐서 콤보를 기록하다 보면 피버 모드가 되며, 피버 모드로 돌입하면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공격이 화려해지고 공격력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피버 모드 돌입은 보통 10 콤보 성공 시에 이루어지지만 완벽한 타이밍에 북을 치면 좀 더 빨리 피버 모드로 돌입하기도 합니다. 또한 피버 상태에서 기적을 발동시켜서 더욱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기적은 게임 진행을 통해 키 아이템을 획득한 후 사용할 수 있으며, 키 아이템의 종류에 따라 비의 기적, 바람의 기적, 지진의 기적, 폭풍의 기적 등의 다양한 효과로 나누어져 있어서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파타퐁은 따로 조작법을 신경 써서 배우거나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익혀지는, 그런 게임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게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게임이 요구하는 액션이 많아지고, 피버 상태에 돌입해서는 음이 달라지고 여기저기 재잘거리는 소리에 박자를 쉽게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임입니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요구하는 액션을 시의적절하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버튼을 연타하는 게임으로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정신없는 게임 진행이 이어진다. |
장르는 리듬 액션 게임이지만 리듬 패턴을 모두 익히고 상황에 맞게 게임을 진행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타퐁 부대를 꾸며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리듬 게임으로 남는 것을 거부함과 동시에 오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부대 편성에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게임임에도 편성 조작 체계가 그리 편리하지 않고 무의미한 조작을 거듭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편성을 손쉽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또한 부대별로 조합하는 방식이라 다양한 성격을 지닌 유닛을 게이머가 자유롭게 조합하기에도 제한이 있으며 유닛 조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지 않는 것도 유저 편의적인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에 힘들어 보입니다.
초반부에는 창을 던지는 창퐁 위주로 전투를 진행하지만 플레이를 이어갈수록 다양한 파타퐁이 등장하며, 파타퐁을 생성해내기 위해서 반복 플레이가 꽤 많이 이어집니다. 사냥을 할 때 편한 부대 편성과 보스전에서 유용한 부대 편성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부대 편성을 하는 것이 편리하며, 한 번 플레이한 스테이지를 다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를 통해 소지금을 모으고 부대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모아서 좀 더 강한 부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성장 개념이 있지만 파타퐁의 능력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아이템을 착용해서 능력치를 올리는 방식입니다.
화면 자체를 깔끔하고 귀엽게 꾸몄으며, 꼬물꼬물 움직이는 파타퐁들의 모습과 함께 버튼을 누를 때마다 재잘재잘 흘러나오는 귀여운 사운드 효과로 게임의 연출은 극대화됩니다. 과거 로코로코로 묘하게 중독성 있는 사운드 연출을 보여준 팀 답게 파타퐁 역시 사운드 연출은 너무나 귀여우면서도 독특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일반적인 리듬 게임과는 달리 리듬 요소가 간단하긴 해도 액션 요소와 유기적으로 얽혀 있으며, 게임의 인상을 강하게 부각시켜주는 것이 파타퐁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특한 화면을 보여주는 게임이지만 비주얼적으로 크게 화려거나 다양한 연출을 보여주는 게임이 아니다 보니 광디스크 매체를 사용하면서도 로딩 속도는 무척 빠른 편입니다.
독특하면서도 귀여운 화면 구성. |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
게임기의 성능이 날이 갈수록 고사양화되고 PSP 또한 휴대용 기기치고는 성능이 꽤 좋은 편인데다 저장매체의 용량 또한 큰 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게임 위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지만 눈을 돌려보면 간단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자랑하는 작은 게임들도 많으며, 유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개구진 캐릭터들의 모습, 흥겨운 게임 진행과 더불어 한 번 플레이하면 오랜 시간 붙들고 하게 되는 끈끈한 중독성은 최근 나온 타이틀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한글화가 되어 있어 플레이를 편하게 할 수 있으며 딱딱한 문체가 아닌 받아들이기 편한 문체로 번역되었고 폰트 또한 평범한 폰트가 아니라 독특한 느낌을 주는 반면에 폰트가 너무 작고 알아보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또한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부대 편성에 대한 정보에 조금 인색한 것도 처음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헛갈리게 합니다. 플레이 시간은 대부분의 요소를 모두 플레이하고 부대를 모았을 때 15~20시간 정도 걸리는데, 생각한 것보다는 볼륨이 큰 게임이고 집중도 또한 대단한 게임이지만 클리어한 후에도 여러 번 오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구성입니다. 엔딩에서 2편에 대한 강한 암시를 던져주니 후속작에서는 이러한 부분은 보완해서 유저들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폰트는 이색적이지만 가끔 읽기 힘든 부분도 있다. |
시장 반응도 좋은데다 후속작에 대한 떡밥도 충분하니 다음 작품을 기다려도 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