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 | 출시일 | 2019년 12월 29일 |
개발사 | 돈노드 엔터테인먼트 | 장르 | 어드벤처 |
기종 | PC, PS4, XONE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비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형제들, 내 형제를 볼 수 있다면 참을 수 있어
내 형제랑 춤추고 있을 때는 넌 그냥 뒤로 물러나도록 해
형제들, 내 형제들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치겠어
늦은 시각 운전할 때, 내 형제가 옆에 앉아있었고
형제를 향해 느껴지는 거친 사랑, 사랑
-Hot Chip, 'Brothers' 중
돈노드가 부릅니다: "I Know It's Over"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작지만 큰 파급력을 남긴 게임이었다. 디자인 자체는 텔테일 식에피소드식 선택지 중심 어드벤처 게임이었지만, 그동안 게임이 다루지 않았던 캐릭터와 소재, 섬세한 감정 묘사가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이하 1)는 지금까지 게임 업계가 다루려고 하지 않았던 소재들 (10대 여성, 레즈비언, 힙스터 문화)을 가지고도 훌륭하게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리멤버 미]라는 어정쩡한 실패작만 만들었던 돈노드 인터랙티브의 출세작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스퀘어 에닉스에겐 큰 돈 안 들이고도 꽤 쏠쏠하게 인기를 얻은 IP가 생겼으니 Life is Valuable 혹은 Life is Profitable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덱나인이 클로이를 주인공으로 한 프리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 (이하 비포 더 스톰)을 만드는 동안, 돈노드 인터랙티브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동안 돈노드 인터랙티브는 [뱀파이어]라는 흡혈귀를 소재로 RPG와 어드벤처 그 사이에 있는 게임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렇게까지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에, 돈노드는 내심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 (이하 2)에 기대를 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가 처음 공개했을 때 반응은 생각보다 부정적이었다. 팬들은 왜 맥스와 클로이가 아닌지, 하다못해 왜 10대 남성이 주인공인지 불만을 표했다. 전자는 애당초 돈노드의 상정 범위가 아니었던게 분명하다. [비포 더 스톰]이 최대한 서사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빈칸 채우기를 했던 걸 보면 돈노드는 맥스와 클로이의 이야기가 1에서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자는 좀 더 복잡하다. 10대와 남성 사이에 히스패닉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3년 만에 돌아온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를 규정하는 테마 역시 이 '히스패닉'에 집중해있다.
내 곁에 누워, 사랑하는 나의 형제여. 폭풍우 치는 이 밤. 아무도 모르게 내 곁에 누워
이 '히스패닉'에 대한 얘기는 길어질 테니, 우선 게임 디자인을 정리하고 넘어가 보자. 솔직히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크게 할 말이 없는 게임이다. 누누히 얘기했지만, 돈노드 인터랙티브는 혁신가가 아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도 텔테일식 선택형 어드벤처에서 크게 벗어난 게임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변경점이 있다. 1에 있었던 시간 되돌리기를 위시한 초능력이 빠졌다. 본작 주인공인 션 디아즈는 맥스랑 달리 평범한 일반인이다. 반대로 동생 다니엘이 초능력을 쓴다. 클로이가 주인공이고, 맥스가 상대역인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초능력의 삭제로 퍼즐을 비롯한 몇몇 디자인 대폭 변경되었다. 그나마 있는 퍼즐 역시 얻은 아이템 가져다 쓰기 정도로 평범한 수준이다. 분기점 역시 시간 되돌리기가 막혀버렸기 때문에, 체크 포인트 식으로 변경되었다. 전반적으로 [비포 더 스톰]하고 방향성이 유사해졌다고 보면 좋다. 퍼즐이 약화된 대신 다니엘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요소가 새로이 추가되었다. 2에서는 상호작용 버튼 도중 푸른색 버튼이 뜨면 옆에 있는 동료랑 대화하거나, 초능력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몇몇 상호작용은 분기점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쓸 필요가 있다.
하지만 [비포 더 스톰]에선 말대꾸Backtalk 시스템이 있었던 것과 달리, 션에게는 말대꾸 시스템조차 없다. 가끔 가다가 시간제한이 걸린 선택지가 등장하는 정도다. 대신 돈노드 인터랙티브는 분기점 시스템을 깊게 파고든다. 전작이 선택지를 통한 변화를 내세웠으면서 마지막 선택지에서만 결말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많은 평자에게 지적을 받았다. 솔직히 로맨스 노선이나 사소한 반응을 제외하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업'이라는 개념이 그리 와닿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시리즈 종결 후 퀀틱 드림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발매했기 때문에, 돈노드 인터랙티브로도 어느 정도 시대에 발맞출 필요가 있었다.
이를 반영했는지 2는 분기점 디자인이라는 지점에서 좀 더 과감해졌다. 2의 분기점 시스템은 선택지 이외에도 다니엘의 도덕성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 도덕성 시스템 자체는 선택지 시스템의 파생에 가깝다. 대화 도중 다니엘에게 규칙을 중시했는지 아니면 무시했는지부터, 초능력을 얼마나 자제했는지 같은 여부에서 도덕성이 쌓인다. 도덕성뿐만 아니라, 다니엘에게 얼마나 진심으로 대해줬는지 역시 도덕성만큼은 아니지만, 꽤 큰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선택지가 쌓이는 동안 다니엘의 행동이 조금씩 달라지고, 에피소드 5에서는 확연하게 달라질 정도로 변한다. 1보다 대담하게 분기점 시스템을 게임 전체에 심어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반적인 방향성은 큰 분기점을 통해 결정되지만, 전반적으로 2는 1보다 엔딩 보는 게 복잡해졌다. 다른 엔딩을 보려면 이전 에피소드를 다시 플레이해서 다니엘의 도덕성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다음 의외로 돈이 중요해졌다. 적어도 에피소드 1에서 돈을 두둑하게 챙겨오지 않았다면, 2, 3에서 상당히 쩔쩔맬 가능성이 높다.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사소한 부분을 시작해 합법적인 선에서 도덕적으로 행동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딜레마가 잘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외 에피소드 3에서는 얼마나 QTE에 성공했느냐에 따라 사장의 평판이 결정되는 그럴싸한 아이디어의 디자인도 있다. 다만 QTE 자체는 타이밍이 빠른 데다 중간에 재정비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좀 귀찮다.
여러모로 게임 디자인이라는 지점에서는 고심한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남아있는 약점도 있다. 에피소드 4부터는 다니엘의 도덕성부터 시작해 상호작용 선택지와 분기점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일단 에피소드 4에서 다니엘은 모종의 이유로 션을 거부하는 상황이라서 플레이어랑 접점이 그리 많지 않다. 에피소드 5 역시 공통된 대단원에 도달하기 위해서 전개가 튀는 걸 억제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선택보다는 에피소드 3까지 해왔던 결과를 보는 느낌이 강하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다니엘의 도덕성을 선하게 쌓는데 주력해왔다면, 에피소드 5에서 션 형제를 공격한 레드넥 부녀에게 복수하는건 불가능하다. 다니엘이 옳지 않다고 거부하기 때문이다. 한번 굳어진 도덕성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크게 허용치 않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그 점에서 발전하긴 했지만, 시네마틱 어드벤처의 정해진 플롯이란 강한 족쇄에서 완전한 벗어난 게임은 아니다. 그 점에서 좀 아쉽기도 하고, 자유로운 롤 플레잉이 차단된 장르라 어쩔 수 없겠다 싶기도 하다.
그래픽 같은 부분은 확실히 1보다 좋다. 특유의 수채화 빛 색감을 띈 아트 디렉션은 여전하지만, 셰이더나 텍스처 같은 질감부터 시작해, 표정 묘사나 모션까지 전반적인 인물 그래픽이 훨씬 좋아졌다. 특히 2는 1보다도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하는데, 게임이 원하는 시적인 감수성을 무리 없이 전달해주고 있다. 1이 그래픽 콘셉트를 만드는 데 치중해 실 구현 자체는 다소 저예산 티가 났다면, 2는 확실히 익숙해진 모습을 보인다. 변함없이 좋은 부분도 있는데, 3년만에 돌아온 시드 매터의 음악과 삽입곡 선정은 여전히 우수하다.
The Hate U Give Little Infants F**ks Everybody
올랜도: 에바, 당신은 어디서 왔죠?
에바: 카토비체. (*폴란드의 도시)
올랜도: 여기 미국에서 바라는 게 있나요?
에바: 행복해지고 싶어요.
-제임스 그레이, [이민자] (2013) 중
'히스패닉' 얘기로 돌아오자. 여기서부터는 사회 정치적인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전작보다 날이 서 있는 게임이다. 경찰의 실수로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시작하는 2의 도입부는 "Hands Up, Don't Shoot"이라는 미국의 사회적 구호와 관련이 있다. 미국발 뉴스 읽다 보면, 경찰이 총을 쏘거나 과잉 대응하면서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찰, 나아가 미국 사법체계의 과잉 대응은 비백인 인종에게 특히 가혹하다는 비판이 많으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Hands Up, Don't Shoot"은 그런 비판 의식에서 나온 구호다.
자연히 이를 고발하는 작품들도 미국에서 제법 나왔다. 후일 [블랙 팬서]를 감독하게 되는 라이언 쿠글러의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라던가 앤지 토마스의 소설 [The Hate U Give](와 이를 각색한 동명의 영화)가 대표적이다. 특히 후자에서는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경찰이 널 수색할 땐 반항하지 말고 비굴할 정도로 복종해야 한다"라며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까지 훈육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미국 비백인이 공권력에 겪는 수난과 공포가 결코 '장난'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흑인'인 에릭 킬몽거가 서아프리카에 있는 왕국 와칸다를 향해 불태우는 애증은, 노예로써 아프리카에 버림받았으며, 출신 국가가 없다는 정체성과 연계되어 있다. (왼쪽은 [블랙 팬서], 오른쪽은 [뿌리])
반대로 히스패닉은 기본적으로 명확한 출신이 있다. 이는 본작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왼쪽은 아마트 에스칼란테의 [나쁜 놈들], 오른쪽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바벨])
다만 2는 상술한 두 작품과 방향성이 다르다. 왜냐하면 디아즈 형제는 흑인이 아닌 히스패닉이고, 고향인 푸에르토 로보스로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왜 흑인이 아닌 히스패닉이 수난당하고 도망가야 하는가? 이 설정은 인종적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Hands Up, Don't Shoot"를 주도하는 현대 미국 흑인들은 명확한 출신 국가가 없다. 백인들 손에 노예로 강제 이주한 데다, 뿌리를 찾으려고 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실제 부족과 상관없이 식민지 시절 백인들 손에 강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미국 흑인과 아프리카 간의 관계를 다루는 [블랙 팬서]나 [뿌리]에서 드러나는 감수성 역시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진 데다 낙후해버린 아프리카에 대한 상실감과 애증, 그럼에도 근원을 찾으려는 절박한 심정이다. 이민자지만 더 이상 이민자가 아니게 되버린 상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히스패닉은 사정이 다르다. 히스패닉들은 흑인들과 달리 근대에 형성된 명확한 국가와 뿌리가 있다. 멕시코를 위시한 히스패닉 국가들은 국가로서 역사가 미국하고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히스패닉이 미국에 이주하는 이유 역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라는 주체적인 욕망에 기반해 있다. 보편적인 '이민자' 정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인종들과 달리 히스패닉은 자신의 뿌리가 되는 국가가, 미국 근처에 있다는 것이다. 멀리는 남미서부터, 가까이는 바로 옆 멕시코까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멕시코 장벽은 그런 미국 내 히스패닉의 정체성이 어떤 상태인지 드러내는 어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게임의 여정과 결말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당연하겠지만 멕시코 장벽 역시 작중에서 중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전반적으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즈 2]는 1과 다른 방향성을 지닌 게임이다. 일단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로드무비다. 아카디아 베이에 머무르며 마을 주변의 사건을 파헤쳤던 맥스와 클로이랑 달리,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의 션과 다니엘은 고향인 멕시코에 있는 도시 푸에르토 로보스로 향하는 여정을 떠난다. 여정 도중 션과 다니엘은 많은 사람의 도움을 얻거나 위협받는다.
그 때문에 인용하고 있는 작품 역시 달라졌다.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나 [트윈 픽스] 같은 교외를 배경으로 하는 위어드 픽션 장르는 사라졌고, 대신 미국 로드 무비의 전통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2가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작품은 션 펜의 [인 투 더 와일드]와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사람]이다. [인 투 더 와일드]가 배경이나 전체적인 톤에 영향을 미쳤다면 소수자들의 유대와 씁쓸한 사회비판이라는 점에서는 [생쥐와 사람]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여기다 영향을 미친 작품을 더 꼽아보자. 우선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들의 가망없고 우울한 여정이라는 점에서 아서 펜의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나 프리츠 랑의 [단 한번뿐인 삶], 라울 월시의 [하이 시에라] 같은 필름 느와르풍 로드무비들도 언급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초능력을 지닌 소년과 보호자 간의 가족애와 여정, 초능력을 숭상하는 컬트 집단을 다룬다는 점에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제프 니콜스의 [미드나잇 스페셜]하고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모텔방에서 다니엘의 능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은 [미드나잇 스페셜]의 알튼이 능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장면을 오마주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공권력에 쫓기는 이민자와 초능력을 연계해 사회의 명암을 관찰한다는 점에서는 코르넬 문드럭초의 [주피터스 문]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1과 달리 반전은 그렇게 중요한 게임은 아니다. 초능력의 정체는 1처럼 밝혀지지 않는 맥거핀이고, 에피소드 3 결말의 비틀기 역시 해당 에피소드를 하다 보면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심지어 후반부에 등장하는 디아즈 형제의 어머니 카렌도 그렇게까지 놀라운 반전을 품고 있지 않다. 딱히 미 1의 미스터리를 좋아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전작과 달리 로맨스 비중이 작아졌다. 일단 스토리에서 션이 로맨스를 할 여유가 별로 없다. 설정상 서로 호감이 있는 라일라 박은 에피소드 1 이후로는 목소리로만 등장하고 에피소드 3에서 등장하는 로맨스 상대 둘은 (1을 한 사람이라면 예상했겠지만 동성애도 가능하다) 한 결말에서만 결실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대신 형제인 션과 다니엘의 관계로 대표되는 가족애가 서사의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술한 게임 디자인 역시 이 형제애랑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족 관계 역시 비중 있게 다뤄진다. 에피소드 2에 등장하는 홀아비 찰스도 좋은 캐릭터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형제의 어머니인 카렌은 상당히 놀랍다. 얼핏 보면 자식을 버린 막장 어머니처럼 보이는 카렌은, 실은 불편하게 도발적이면서도 '모성애가 무엇인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플레이어에게 던지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게임을 플레이할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션, 경계를 늦춰선 안 돼. 물론 아무 일도 없을 거지만.... 사랑해, 나의 형제여
그렇다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무엇에 대한 우화입니까?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트럼프 시대를 살아가는 이민자에 대한 우화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이 사실을 딱히 숨기지도 않는다. 작중 날짜를 보면 알겠지만 2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 대통령 선거 전날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에 대접으로 넘어가면 명백해진다. 1의 등장인물들은 기본적으로 '백인'이라서 기초적인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따돌림당하다가 자살 시도를 하는 케이트라던가 레즈비언으로 비난받고 겉도는 클로이 같은 힘들게 살아가는 소수자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국경 밖으로 쫓겨나가거나 경찰에게 사격당하거나 감옥에 가진 않았다. 악당 역시 은밀하게 사회 속에 숨어있었다.
하지만 2의 션과 다니엘은 그렇지 않다. 시작부터 아버지가 총에 맞는 걸 본데다, 언제든지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갈까 봐 전전긍긍해야 한다. 게다가 다니엘의 초능력은 맥스랑 달리 매우 외향적이라 종종 들통나기 일쑤다. 그들이 이런 기초적인 생존마저 위협받는 이유는, '히스패닉'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그렇다. 디아즈 형제뿐만이 아니라, 한국계 이민자인 라일라 박이 사건 이후 겪는 악플도 작지만 분명하게 게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와중에 서부극이 꿈꿨던 이상적인 공동체가 잠시 등장하긴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형제는 머물지 못한다. 어떤 공동체는 이상적이지만 위협에 취약하고, 어떤 공동체는 불안하고 위태하다. 더 나쁘게도 착취적인 공동체를 만나기까지 한다. 심지어 본작의 악당들은 최소한 매혹 따윈 없는, 자신의 악함조차 인식하지도 못하는 하찮고 얇은 인간들이다. 가장 세련된 악당조차도 광신도일 정도니 말 다 했을 정도다.
2의 진짜 비극은 "애당초 이런 고난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본작의 기폭제가 되는 사건은 범죄가 아닌 사고였다. 션이나 다니엘에게 미국 백인 시민에게 주어지는 공정한 법적 절차를 줬다면, 다니엘이 초능력으로 탄압받을 가능성이 없었다면 후폭풍이 있었을지언정 조사를 받고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디아즈 형제는 막연하게 푸에르토 로보스로 도망가려고 한다. '정당한 판결을 기대할 수 없기에 고향이 그나마 나을 것이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디아즈 형제가 이 문제를 얼마나 막연하게 생각하는지는 에피소드 5에 등장하는 미국으로 불법 이주하려는 멕시코인 커플에서 잘 드러난다. 이 커플을 통해 션은 자신의 정체성이 다른 이에게는 그토록 바라던 '무언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이 시점에 이르면 디아즈 형제는 진짜로 범죄자가 돼버렸다는 점이다. 심지어 디아즈 형제는 진짜 정체성인 '미국인'이 아닌 편견에 기반한 '불법 이주한 멕시코인'으로 오인당하게 된다. 가히 앨프리드 히치콕의 [오인]을 연상케 하는 끔찍한 부조리의 연쇄라 할 수 있는데, 이 연쇄야말로 게임이 진짜로 숨겨둔 정치성이라 할 수 있다. 본작의 결말이 지나치게 가혹하게 다가온다면, 이 부조리의 연쇄가 전혀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타당한 방향 설정이고, 특유의 섬세하고도 몽환적인 연출과 곁들어지면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션은 충분히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좋은 주인공 캐릭터고, 에피소드 5 마지막에선 눈물샘이 터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생인 다니엘은 그보다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플래그 테일즈: 이노센스]의 동생 휴고랑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좋다. 한마디로 천방치축 철부지 어린아이다. 있을법한 캐릭터성이긴 하고, 관계 묘사는 [플래그 테일즈]보다 한 수 위긴 하다. 다만 션의 고생이 필요 이상으로 가혹한 부분이 있어서 되려 다니엘이 좀 손해를 보지 않았나 싶은 부분이 있다. 좀 더 강약을 조절했으면 다니엘에 대한 인상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이겠지만 주인공을 쫓는 경찰 세력에 대한 묘사도 아쉽다. 주제를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묘사되긴 힘들겠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FBI 요원 플로렌스 활용방식이 아쉽다. 이 캐릭터는 인간적인 편린이 드러나긴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형제를 몰아세우는 기능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잘 활용했다면 비판 의식을 거두지 않으면서도 경찰, 나아가 공권력과 사법 제도의 부조리함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캐릭터였기에 그렇다.
다니엘의 초능력이 외향적으로 설정되는 바람에 생긴 구멍도 좀 걸린다. 1의 맥스의 초능력은 시간 조작이라 알아차린 사람도 적었다. 하지만 다니엘의 초능력은 매우 물리적이라 눈치채기 딱 좋다. 특히 에피소드 3을 기점으로 숨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스케일이 커지고 얽힌 사람들도 많아진다. 하지만 그런 묘사랑 반대로 본작의 경찰들은 제대로 일은 하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나마 의심하는 묘사가 막판에 등장하는데, 상식적인 지능을 지닌 경찰이라면 상세한 증거로 들이대며 추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전반적으로 2의 단점이라면 1과 달리 정해진 전제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거나 대충 넘겨서 생긴 구멍이 보이는 게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전편보다도 지나치게 주인공 편의적인 전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완결된 시점에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한 편이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1과 많이 다른 게임이다. [울펜슈타인: 뉴 콜로서스]가 그랬듯이 지금 이 현실에 분노하고 달려드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1도 그런 경향이 있긴 했지만, 본작은 그 강도가 세졌다. 그렇다고 [뉴 콜로서스] 같은 카타르시스는 전혀 없는 서사라, 대다수의 플레이어는 하면서 우울해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너무 주인공 위주로만 서사를 짜다가 생긴 무시할 수 없는 구멍이 보인다는 것도 아쉽다. 그렇다고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가 이뤄낸 성취가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과 다르지만 날카로운 문제 의식과, 씁쓸함과 서정미 속에 녹여낸 메시지가 잘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여러모로 지금 이 시대를 사는 게 어떤 것인지, 고민케하는 힘이 있는 게임이다.
46."And Spaceboy I've Missed you. Spinning round my head. And any way you choose me. You'll Break Instead."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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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스퀘어 에닉스에겐 큰 돈 안 들이고도 꽤 쏠쏠하게 인기를 얻은 IP가 생겼으니 Life is Valuable 혹은 Life is Profitable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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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가 나쁜게아니라 PC때문에 게임을 재미없게 만드는게 나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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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반응하는것도 병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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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 그 요소가 있다는 건가요? 아니면 게임에 있다는건가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제대로 이야기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공감할 수 있게 조금만 더 명확히 써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튼 PC에 대해 논하기보다,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돌려서 이야기로, 게임으로 풀어낸 것일 뿐이고... 미국에서 히스패닉으로 살고 있지 않기에 공감하기 힘들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을 공감하기 위해 나온 게임이니, 한번즈음 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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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때문에 암걸릴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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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스퀘어 에닉스에겐 큰 돈 안 들이고도 꽤 쏠쏠하게 인기를 얻은 IP가 생겼으니 Life is Valuable 혹은 Life is Profitable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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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뮤
PC가 나쁜게아니라 PC때문에 게임을 재미없게 만드는게 나쁜거죠 | 20.01.06 2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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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뮤
이런식으로 반응하는것도 병인듯 | 20.01.07 22: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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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뮤
리뷰에 그 요소가 있다는 건가요? 아니면 게임에 있다는건가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제대로 이야기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공감할 수 있게 조금만 더 명확히 써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튼 PC에 대해 논하기보다,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돌려서 이야기로, 게임으로 풀어낸 것일 뿐이고... 미국에서 히스패닉으로 살고 있지 않기에 공감하기 힘들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을 공감하기 위해 나온 게임이니, 한번즈음 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 20.01.08 14: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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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때문에 암걸릴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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