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둠 이터널 | 출시일 | 2020년 3월 20일 |
개발사 | 이드 소프트웨어 | 장르 | FPS |
기종 | PC, PS4, XONE, 스위치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Sawual |
※ 루리웹은 ‘둠 이터널’ 에 대해 필진 리뷰에 더하여 인하우스 리뷰도 함께 준비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시각의 두 리뷰가 부디 재미있는 경험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편의를 위해 2016년 작 ‘둠’ 을 본문에서는 ‘둠 리부트’로 지칭합니다.
역사적인 '둠 리부트' 의 첫 공개 순간
2015년, E3 2015에서 최초로 E3 컨퍼런스를 연 베데스다는 ‘둠 리부트’ 를 들고 나왔다. 필자는 그 극장의 발표 현장에 직접 있었다. 마티 스트래튼이 나와 “Big Fxxking Gun” 드립을 칠 때 현장에서 환호하고 소리를 지르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때 우리가 마지막 둠 게임을 본 지는 너무 시간이 오래 흘렀고, 우리 모두는 둠이란 그저 추억 속의 고전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 나온 ‘둠’ 은 전통적이면서 동시에 세련된, 클래식 둠의 환생이었고, 그 이후 어느 게임도 대체하지 못했던 그 독보적인 면모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고전 환생의 게임계 최고의 사례로 남을 '둠' 리부트
그래서 그 다음 후속작인 ‘둠 이터널’ 이 공개되었을 때, 게이머들, 그리고 관계자들의 기대치는 아주 명확했다. 사실상 오랜 전통을 다시 살려낸 게임인 만큼, 그 전통을 지키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가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둠 이터널’ 을 열어 본 반응을 보면, 기본적으로 당황이 짙게 배어있다. 분명한 건, ‘둠 리부트’ 가 클래식 둠에서 지켜낸 것들 만큼이나 ‘둠 이터널’ 이 리부트로부터 바꾸어버린 혹은 새로이 추가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둠 이터널’ 로 와서 바뀐 3가지는 아래의 3개의 ‘굉장히’ 로 정리할 수 있다.
1. 굉장히 다양한 부무장과 줄어든 탄약
2. 굉장히 많아진 맵 퍼즐과 수집요소
3. 굉장히 다양화된 성장 요소, 새로운 패턴의 악마
이렇게 세 줄로 짧게 요약할 수 있고, 겉보기에도 큰 차이는 아닌 것 같지만, 사실상 이 변화는 게임 플레이 자체를 완전히 뒤바꾸었다. 일단 둠 슬레이어는 이제 전투 때마다 총을 한 번씩 돌려가며 잔탄을 새어가며 싸우고 만약 계산이 틀리면 전기톱을 들거나 ‘괴물’의 박강두처럼 총알을 찾아 뛰어다녀야 한다. 탄약 수는 클래식 둠에 비해서 줄어든 편이었던 ‘둠 리부트’ 와 비교해보아도 전반적으로 1/3 수준으로 줄었다. 일단 탄약수를 풀업해도 로켓런처의 장탄수가 15발을 넘어가지 않는다. 슈퍼 샷건도 열댓발 쏘면 끝이다.
총알이 없으면, 결국 대화로 풀 수 밖에
하지만, 그렇게 줄어든 탄약이 고스란히 옮겨간 듯 다른 부무장이 매우 많아졌다. 일단 손에 블러드 펀치 하나, 어깨에 유탄 발사기와 얼음탄, 화염 방사기가 달려있다. 부무장화된 전기톱은 덤이다. 그리고 각각의 부무장은 저마다 다른 효과를 가진다. 일단 가장 자주 쓰게 될 화염 방사기는 아주 귀중한 장갑 획득 수단이다. 유탄과 얼음탄은 방식은 다르지만 적을 무력화 시켜 준다. 블러드 펀치는 위급 상황에서 강력한 한방과 긴급 체력 수급 수단을 준다. 전기톱은 그냥 보급이다. 성장 요소도 다양해져서 단지 무기 정도나 업그레이드 하던 게임이 이제는 무기, 센티넬 수정, 프레이터 전투복 등등 각종 업그레이드 자원을 획득하여 다른 방향으로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
때문에 전투 양상은 전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크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자신의 취향에 잘 맞는 무기 한두개를 집어들고 맘내키는대로 바꿔가면서 쏘고 피하고 또 쏘고 또 피하는 식으로 비록 패턴은 단순하지만 치솟는 아드레날린의 상승감이 이어지는 그런 전투였다. 하지만 ‘둠 이터널’ 의 전투는 남은 장탄수 하에서 각 악마에게 효과적인 무기들을 그때그때 꺼내서 써가면서, 부무장을 적극적으로 상황에 맞게 사용하여 부족한 화력을 벌충해야 한다. 순간적인 판단과 실행을 이어가며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는 긴박감의 전투. 둘 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마음이 고양되는 전투인 것은 맞지만 그 결은 크게 다르다.
이제 100%가 아닌 것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레벨 디자인도 굉장히 크게 변화했다. 클래식 둠, 그리고 둠 리부트의 맵 디자인은 레일 슈터와는 전혀 반대되는 열린 복잡한 전투 공간을 표방했고 맵의 복잡도란 전투의 재미를 가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둠 이터널’ 에서 레벨 디자인은 전투의 재미를 위한 복잡도에 더하여 순차적으로 개방되는 퍼즐 타입의 맵, 그리고 수많은 작동 요소로 인한 이동 자체의 플레이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추가된 신규 악마들의 패턴도 지금까지 보았던 ‘둠’ 의 적들과는 이질적이다. 무려 방패를 들고 나온다. 머로더는 크루시블 방패가 있고, 둠 헌터는 에너지 무기가 아니면 깨지지 않는 쉴드를 둘렀다. 둠 헌터야 다른 공략법이 있으니 문제는 머로더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향의 전투를 해야하는데, 이게 다크 소울인지 둠인지 모르겠어서 큰 호불호를 불렀다.
무엇보다 이전의 클래식 둠(둠64를 제외한) 과 ‘둠 리부트’ 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악마를 모두 처리한 맵을 다시 돌아다니는 플레이가 필수적이다. 물론 다른 게임에도 수집 요소는 있고, 플레이어가 도감 모으기 하는데 관심이 없다면(대표적으로 필자가 그렇다) 무시하는 콘텐츠였다. 하지만 ‘둠 이터널’ 에서의 수집 요소는 둠 슬레이어의 성장에 직결되고, 또 레벨의 수 자체도 많지 않으며 이 수집 요소를 운명의 요새에서 모조리 보여주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참 신기하게도 슈터 중의 슈터인 이 게임 안에서도 크게 두가지 흐름을 나누어 이를 번갈아 진행하게 된다.
분명 장난감 수집하고 앨범 모으려고 산 게임은 아닌데, 점점 모으면서 뿌듯해진다
이런 퍼즐로 레벨 곳곳에 숨겨진 비밀들은 개중에는 전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찾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퍼즐은 전투와 전투 사이, 이동 구간에서 해결하게 되어있다. 거기다 종종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구간이 나오기도 한다. 그 때문에 레벨의 임무 목표를 모두 달성하고 나면 맵 곳곳으로 순간이동할 수 있는 빠른 이동 기능을 넣어두기도 했다. 그렇게 얻는 수집 요소는 각종 성장 요소에 소모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며, 100% 달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도록 디자인 되었다. 예를 들어 운명의 요새에 있는 둠 슬레이어 방에는 장난감 선반이 있는데, 딱 한 두 개 정도만 비어있는 걸 보다보면 깊은 빡침에 지난 레벨 플레이를 누르게 된다.
또한 스토리텔링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부분이 굉장히 늘어났다. 한때 존 카멕의 말-“게임에서의 스토리란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이 오남용 되면서 한때 둠은 스토리 없는 게임의 대명사가 되곤했다. 하지만 명확히 하자면 존 카멕의 말은 게임에 스토리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게임, 더 좁게는 둠 같은 메카닉 위주의 슈터 게임에서는 주입식 스토리텔링과 방대한 배경 설정보다는 분위기와 보편적 공감대(흔히 말하는 클리셰)를 통한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인 셈이다.
어쨌든, ‘둠 이터널’ 은 그동안 흩뿌려져있던 ‘둠’ 세계관의 모든 게임(아, ‘둠 3’는 여기서도 버려졌다)의 떡밥을 회수하고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데 성공했고 그만큼 수집 요소를 통한 텔링 뿐만 아니라 직접 컷씬으로 주입하는 스토리도 더 많아졌다.
이제 둠도 스토리텔링 잘하는 게임이다 이말이다
하나하나 디테일한 부분까지 변화를 나열하자면, 너무나 많다. 본래 게임의 구조가 단단하고 단순할 수록 약간의 변화라도 큰 차이를 만드는 법. 하지만 ‘둠 이터널’ 은 그대로 이어져온 부분 만큼이나 변화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그동안의 어떤 둠과도 다른, 완전히 새로운 ‘둠’ 으로 보이곤 한다.
둠 슬레이어, 일방적인 파괴자에서 완벽주의자 예술가가 되기까지
이런 변화가 만드는 결론을 종합하자면 이렇다. 먼저, 난이도가 상승했다. 전투는 더 복잡해졌고 순간의 판단과 행동이 이지선다처럼 걸리기 때문에 이를 맞추지 않으면 높은 확률로 둠 슬레이어는 죽는다. 때문에 어떻게 더 멋지고 더 참혹하게 악마를 죽일까 하는 방향에서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악마를 죽이고 살아남을까 하는 고민으로 바뀌었다. 8개의 무기 뿐만 아니라 5개의 부무장 때문에 손이 더 바빠진 건 덤이다.
둘째, 플레이 타임이 증가했다. 물론 30, 40 시간 씩으로 늘어났다는건 아니다. 하지만 보통 난이도로 한 번 클리어하는데 18시간 가량 걸렸고, 퍼즐을 푸느라 실제로 맵 안에서 체류하는 체감 시간, 보다 많아진 스토리텔링, 그리고 중간 허브인 운명의 요새 추가로 플레이어가 실제로 체감하는 게임 시간은 증가했다. 본래 둠 리부트가 한 번 클리어 하는데 11~12시간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1.5배 정도 증가한 셈. 거기다 수집 요소 때문에 반복 플레이 이유가 늘어난 것도 덤.
이걸 다 100%로 채우다보면 자연스레 시간은 잘 간다
셋째, 결정적으로 플레이어의 목표와 플레이 감정선이 변화했다. 그전까지 둠을 플레이하는 목적, 그리고 얻는 만족감이란 어떤 인고의 과정을 거쳐 결실을 얻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보다 즉각적이고 원초적인 만족감을 위한 게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둠 이터널’ 에서 그런 원초적이고 파괴적인 슈팅의 쾌감이 줄었다는 건 아니며, 거의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게임 전체의 흐름이 바뀌었고 전투 또한 훨씬 어려워지고 악마들의 패턴이 달라지면서 이제 악마들은 처단의 대상에서 극복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마치 슈팅으로 하는 ‘다크 소울’ 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둠 이터널’ 이 클래식 둠에서부터 전작 ‘둠 리부트’ 를 거쳐 온 전투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온존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게임의 전체적인 구조, 플레이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굉장히 놀랍다고 할 수 밖에는 없다.
다만 문제는 바로 이 변화가 모든 플레이어들, 특히나 클래식 둠부터 이어져 온 골수 팬(필자를 포함해)들에게 환영받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그만큼 클래식 둠과 비교했을 때 매우 이질적인 부분이며 필시 같은 볼륨 안에서 변화를 추구한다는 건 기존의 요소들이 어느정도는 희생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스테이지의 종류도 다르고, 깨면 주는 보상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그런 측면에서 이 세가지 변화가 모두 그만큼의 반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짚고 넘어갈만 하다. 먼저 어려워진 난이도의 경우는 그 난이도를 높인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일단 매우 제한된 탄약, 그리고 사용 횟수나 쿨다운이 정해져 있는 부무장, 그리고 순간 순간의 선택이 중요한 전투의 특징이 어우러져 뭔가 실수를 저지르면 돌이킬 수 없게 되거나 혹은 싸움의 한 복판에서 리듬이 끊겨버리곤 한다.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는 습관에 따라 싸우게 되는데 이미 탄약을 다 쓴 무기를 습관적으로 몇 번이고 다시 꺼내느라 전투의 맥이 끊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리고 증가한 플레이타임도 실질적으로 전투의 횟수나 밀도보다는 그 외의 다른 게임 플레이 요소들에 의해서 늘어난 것도 지적할 부분이다. 이런 전투 외 요소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맛좋은 사이드 디쉬가 추가된 느낌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직 피와 살과 뼈만이 난무하는 둠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사족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그리고 이 결과로 인한 플레이어의 감정선, 목표의 변화는 최종적으로 플레이어들의 플레이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 내가 총알이 몇 발이 있든, 적이 얼마나 되건 간에 빠르게 움직여 피하고, 때리고, 부수다가 전투 중에 한 두 번 무기를 바꿔들고 다시 다른 방식으로 적을 부수는 ‘내가 압도적 우위에 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었던 이들은 이제 ‘둠 이터널’ 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싸울 수 없음을 싫어할 수도 있다. ‘둠 이터널’ 의 전투는 둠 슬레이어도 처절하게 싸워야만 하니까.
최강의 아치 에너미인줄 알았는데, 그냥 졸렬킹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둠 이터널’ 에서 가장 크게 비판을 받는 세가지 요소는 앞서 말한 변화와 모두 밀접한 상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가장 공통 되게 비판 받는 부분은 신규 악마들의 디자인이다. 특히 머로더가 그 중심에 있다. 머로더, 둠 헌터, 글래디에이터는 모두 방패 혹은 방어막을 갖추고 있으며, 때문에 그전까지 호쾌하게 부수는 플레이를 원천 봉쇄한다.
특히 머로더는 심지어 BFG9000 도 엄청난 반응 속도로 방패를 꺼내 막아버리는 놈이다. 머로더의 문제는 전투의 원패턴화다. 특히나 다양한 무기로 다양한 학살을 즐기는게 키 포인트인 이 게임에서 머로더는 획일적인 전투 양상을 강요한다. 일단 거리 조절을 못하면 플레이어는 무작정 머로더의 공격을 맞고 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고, 중거리를 유지해서 머로더가 공격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추어 무기를 쏘아 경직과 딜을 누적시키고, 이를 계속 반복하여 잡아야 한다.
이렇게 파훼법도 일방적이며 심지어 주도권도 플레이어가 아닌 머로더에게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둠의 전투를 배반하는 방식이지만, 더 나아간 문제는 그래서 그 파훼법을 제대로 익히게 되면 전투가 너무 재미가 없는 손쉬운 적으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슈퍼 샷건과 노포를 빠르게 스왑하면서 폭딜을 넣는 노하우를 습득하는 순간 머로더는 그냥 한가지 수만 고집하는 멍청하고 귀찮은 적이 되어버린다. 처음엔 어려워서 짜증나는데 나중엔 쉬워서 짜증이 난다. 끝없이 몰아치는 전투 양상이 머로더가 뜨는 순간 정지하는 문제가 있는데다 그 패턴마다 단조롭고 재미가 없으니 당연히 비판받을만 하다.
총알도 줍고, 체력, 장갑도 줍고, 수집품도 줍고, 본격 폐지 수집가 둠 슬레이어
적어진 장탄수, 그리고 맵 퍼즐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다만 이들은 앞서 머로더와는 다르게 기본적으로는 호불호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이를 오히려 반기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쉽게 추측해보아도 슈퍼 샷건 하나로 맵을 내달리며 눈에 보이는대로 악마를 부숴버리던 둠 가이, 둠 슬레이어들이 좋아하지 않을 얼핏 보면 루즈한 변화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를 포함해 변화한 너무나 많고 거대해서, 오히려 변하지 않은 부분보다 변한 것이 더 많아보일 지경이다. 그 변화의 흐름도 어떤건 RPG 같고, 어떤건 어드벤처 같으며, 때론 메트로바니아 같아서 쉽게 한마디로 ‘어떤 게임 같아졌다’ 고 말하기 힘들다. 어찌보면 그렇게 어렵사리 ‘둠 리부트’ 를 통해서 클래식 둠의 오리지널리티를 되찾아 놓고 이렇게 한 작품만에 막대한 양의 새로운 시도를 가한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모든 변화는 일방적으로 ‘나아졌다’ 거나 ‘나빠졌다’ 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개발자들은 분명 다른 하나를 취하기 위해서는 이미 가지고 있던 하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고 그렇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전작과의 일련의 차이점이 얻음이 큰가, 잃음이 큰가는 전적으로 게이머 개개인의 호불호에 달렸다. 일단은 마티 스트래튼과 휴고 마틴, 그리고 베데스다의 개발팀은 얻음이 더 크다고 생각했던 듯 하다.
분명 허브의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2% 부족한 운명의 요새
밝히자면 필자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자체는 반기는 편이다. 물론 처음 게임의 포장지를 벗길 때 기대하던 것들은 아니었기에 좀 당황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그 모든 것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는 거다(머로더를 빼고). 돼지고기를 시켰으니 평소에 먹던 삼겹살이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족발이 나왔다. 그런데 당황을 거두고 일단 맛을 보니 그 족발이 너무나 맛있더라는 이야기.
개발자와 플레이어의 의견 일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결국 ‘둠 이터널’ 이 던지는 화두는 그렇다.
현세대 둠 부활의 주역, 마티 스트래튼(좌)와 휴고 마틴(우)
‘둠 리부트’ 는 클래식 둠을 완전히 부활시킨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고, ‘둠 리부트’ 에 열광한 이유도 정확히 그 지점이었다. 이드 소프트웨어에서 부활한 둠 프로젝트의 프로듀서였던 마티 스트래튼은 ‘둠 리부트’ 를 앞두고 ‘둠’의 정체성을 3가지로 정의했다. 1. 쌈박한(Bad-ass) 악마, 2. 크고 아름다운(Big Fxxking) 총, 3. 굉장히, 굉장히 빠른 움직임. 이 세가지는 3편을 제외한 클래식 둠이 광적인 인기를 끈,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명맥이 끊긴 그 대단한 슈터의 전통을 말하는 것이었고 모든 둠 팬이 이에 공감하고 열광했었다.
그만큼 마티 스트래튼은 클래식 둠이 왜 대단했고, 반면에 ‘둠 3’ 는 무엇을 놓쳤기에 좋지 못한 반응을 받았는지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재미있게도 이는 은엄폐 위주로 발전한 현대 슈터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었지만, ‘둠’ 이기에 옳은 결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3가지 키워드에 전적으로 집중한 ‘둠 리부트’ 는 클래식 둠 팬에게 도저히 다른 게임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슈터로 각인되었고 실제로 그만한 성공과 평가를 거두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둠 이터널’ 은 이 마티 스트래튼이 정의한 둠의 3가지 키워드를 조금씩 배반하고 있다. 악마는 방패를 얻고는 졸렬해졌고, 무기는 여전히 크고 아름답지만 장탄량이 부족하며, 이 빠르고 날렵한 움직임도 맵 퍼즐 앞에서는 부족하다. 기존의 둠이 오로지 더 멋지고 창의적으로 적을 부수고 찢어버리기 위한 극한을 추구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 기둥이었다면, ‘둠 이터널’ 은 100%를 위한 수집요소, 그리고 맵 퍼즐이라는 그만큼 거대한 기둥을 새로 가져와 박아버렸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디렉터인 휴고 마틴의 취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휴고 마틴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장 먼저 접한 둠은 ‘둠64’ 였고, 가장 좋아하는 둠 게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둠’, ‘둠 2’, ‘둠 3’ 와 달리 ‘둠64’ 는 본가인 이드 소프트웨어 만들지 않은, 미드웨이 게임즈가 만든 추가확장판이다. ‘둠64’ 는 클래식 둠의 시스템과 슈팅 감각을 잘 이어받은 게임이면서도, 동시에 악마를 모두 처치한 맵을 돌아다니며 확연히 늘어난 맵 퍼즐을 풀며 각종 비밀 장소를 찾아내고, 숨겨진 요소를 해금하는 그런 게임이었다.
그리고 이 간단한 한 줄의 설명은 ‘둠 이터널’ 의 플레이 구조를 설명하는 완전한 문장이 된다. ‘둠 리부트’ 가 ‘둠 3’ 의 비주얼 스타일에 클래식 둠(1, 2편) 의 구조를 잇는 게임이라면, ‘둠 이터널’ 은 클래식과 3과 혼합된 비주얼 속에 ‘둠64’ 의 플레이 구조를 잇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둠 이터널’ 이란 게임은 ‘둠64’ 에 바치는 거대한 트리뷰트다. ‘둠 리부트’ 와 클래식 둠의 관계가 그랬듯이. 이들이 ‘둠 이터널’ 발매와 함께 ‘둠64’ 를 현세대 플랫폼에 맞게 이식하여 같이 제공한 것도 그러한 트리뷰트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앞서 던진 화두의 답은 사실 아주 간단하다. 게임은 어떤 방향으로 가든 간에, 잘 만들어서 재미만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변화의 의미란 결국 완성도와 재미에 결정되는 것. 그리고 ‘둠 이터널’ 은 재미있다. 그래서 이 변화, 그리고 ‘둠64’ 라는 사생아에 대한 트리뷰트 마저도 즐겁고 멋지다.
전통의 이름 ‘둠’, 이젠 세련된 이름으로 Raze Hell.
‘둠 리부트’ 가 클래식 둠의 트리뷰트였고, ‘둠 이터널’ 이 ‘둠64’의 트리뷰트였다면 다음 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더 이상 참고하고 답습할 전제가 없어진 지금부터가 둠 시리즈의 진짜 미래가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의 둠은 모두 훌륭했다. 심지어 모두가 까기 바쁜 ‘둠 3’ 마저 필자는 즐거웠다. 하지만 다음 둠 차기작의 흐름이 ‘둠 3’는 아니길 바란다.
계속해서 전통과 변화의 공존을 추구하는 게임 프랜차이즈를 지켜보는 건 즐겁다. 사실 언제까지고 클래식 둠의 계승작으로만 나아갈 것 같았던 ‘둠 이터널’ 이었기에 이 변화는 더욱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비록 모두에게 환영 받는 변화는 아니었지만, 그 의미는 각별했고 또 한낱 치기가 아니라 정말로 깊게 고민하고 오래 준비한 변화인 것이 보였기에 더더욱 의미있었다.
한때 브루탈 둠 같은 모드가 진정한 후속작으로 취급받던 때가 있었고 필자 같은 둠 팬들의 희망 또한 그것 뿐이었다. 하지만 명줄 끊겼던 프랜차이즈가 화려한 귀환과 소포모어 징크스 극복을 연타로 해내는 걸 보면서 이제 다음 단계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 특히나 개발진에게 도전 정신이 계속해서 남아있다는 것이 더욱 만족스럽다. 그래서 ‘둠 이터널’ 은 몇가지 단점과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높게 평가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필자는 게임의 100% 달성 같은 거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게이머다. 플레이어에게 충분한 목적성을 부여하지 못한 수집 요소나 파편화된 콘텐츠는 죄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둠 이터널’ 만큼은 전부 100%를 채우고야 말았다. 마치 ‘둠 이터널’ 은 게이머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100% 가 아닌 것은 의미가 없다고. 그래야만 네가 이 게임을 마스터했다 할 수 있다고.
작성 / 편집: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IP보기클릭)112.171.***.***
원래 둠 클래식도 길찾는거 어려웠음..
(IP보기클릭)121.179.***.***
저 방패놈은 게임해본 사람은 누구나 까는 오점
(IP보기클릭)58.238.***.***
저도 둠(2016)의 디자인, 해석 방향을 더 선호하지만, 둠 이터널은 10점 만점에 14점(특히 전투)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정말 잘 만들었어요. 개발진이 극도로 제한된 틀에 자신들을 몰아넣고 들들 볶아 정수를 뽑아낸 결과가 둠 이터널입니다.
(IP보기클릭)223.38.***.***
루리웹 리뷰에서 동일 게임 리뷰 두개 올라온건 첨보는듯 ㄷㄷ
(IP보기클릭)1.227.***.***
둠의 3요소를 조금씩 변주시킨 게임이라고 하셨지만, 그 변주량이 근간을 흔들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게 유저들이 바랬던 점에서 벗어나지 않은 점이라고 보고요. 그래서 말씀하신 그 '삼겹살을 시켰는데, 족발이 왔다. 그런데 맛있어서 만족했다'가 성립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반대로 너무 '힙스터 정신으로 전통이고 팬들이 바라는 바고 뭐고 다 날려버리다가' 말아먹는 프랜차이즈들도 많이 보였죠. 적어도 이드 소프트의 둠은 그렇지 않은 듯 합니다.
(IP보기클릭)121.179.***.***
저 방패놈은 게임해본 사람은 누구나 까는 오점
(IP보기클릭)121.145.***.***
TheSalt
BFG도 막아내는 황당함이란 ㅎㅎ | 20.03.31 18:03 | |
(IP보기클릭)223.38.***.***
BFG만은 건들여선 안됬지...제작진이 뇌절함 | 20.04.02 19:50 | |
(IP보기클릭)223.62.***.***
BFG 덩굴손 간접딜 들어가면 원샷에 죽더군요 | 20.04.09 09:48 | |
(IP보기클릭)58.238.***.***
저도 둠(2016)의 디자인, 해석 방향을 더 선호하지만, 둠 이터널은 10점 만점에 14점(특히 전투)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정말 잘 만들었어요. 개발진이 극도로 제한된 틀에 자신들을 몰아넣고 들들 볶아 정수를 뽑아낸 결과가 둠 이터널입니다.
(IP보기클릭)27.122.***.***
(IP보기클릭)112.171.***.***
mynopk1
원래 둠 클래식도 길찾는거 어려웠음.. | 20.03.31 14:42 | |
(IP보기클릭)122.42.***.***
둠 2016도 그랬지만, 녹색 불 빛나는 곳이 길입니다. | 20.03.31 15:45 | |
(IP보기클릭)223.62.***.***
일반적으로 그런 길은 알겠는데, 점프로 몰리 진행해야하는 구간엔 아에 표시 없는 구간도 있어서.. 둠헌터 기지쪽 스타팅 얼음판에서 엄청 해맸네요.. | 20.03.31 16:53 | |
(IP보기클릭)221.161.***.***
길잡이 마커가 목표 지점 위의 허공에 떠있거나 중간 길목마다 옮겨가는 식으로 표시되는 게 이해하기 쉬운데, 둠 이터널에서는 잠시 있다가 순식간에 마커가 나침반에만 남아버려서 방향만 알 수 있게 하는 식이 되버리더군요. | 20.03.31 22:27 | |
(IP보기클릭)119.203.***.***
(IP보기클릭)1.227.***.***
둠의 3요소를 조금씩 변주시킨 게임이라고 하셨지만, 그 변주량이 근간을 흔들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게 유저들이 바랬던 점에서 벗어나지 않은 점이라고 보고요. 그래서 말씀하신 그 '삼겹살을 시켰는데, 족발이 왔다. 그런데 맛있어서 만족했다'가 성립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반대로 너무 '힙스터 정신으로 전통이고 팬들이 바라는 바고 뭐고 다 날려버리다가' 말아먹는 프랜차이즈들도 많이 보였죠. 적어도 이드 소프트의 둠은 그렇지 않은 듯 합니다.
(IP보기클릭)1.227.***.***
그런데 그런 제작진들도 저 졸렬킹 마라탕면에 대해서는 좀 선을 넘은 것 같습니다... | 20.03.31 15:06 | |
(IP보기클릭)222.101.***.***
(IP보기클릭)222.101.***.***
(IP보기클릭)223.62.***.***
그 마라우더는 좀 더 특별한 보스유닛화해서 보스전 하고 그뒤에 나오는 마리우더는 일반버전으로 나왔다면 아쉬움이 있습니다 | 20.04.09 10:10 | |
(IP보기클릭)49.173.***.***
(IP보기클릭)222.109.***.***
(IP보기클릭)118.41.***.***
(IP보기클릭)223.38.***.***
루리웹 리뷰에서 동일 게임 리뷰 두개 올라온건 첨보는듯 ㄷㄷ
(IP보기클릭)175.223.***.***
(IP보기클릭)223.62.***.***
마라우더 사실 원패턴 공략이 아니죠. 말씀대로 방패넘어로 폭탄같은거 터트리고 비틀비틀 거릴때를 노리면 초록색 아니더래도 쉽게 잡더군요 얼음폭탄도 먹히는거 같긴 한게 완전 얼진 않고 하얗게 되서 움직임ㅋ 고저차 이동할때도 방패 안 들때면 데미지 들어가고 슈퍼샷건 불고리 탕탕 등등 슬레이어가 주도해서 개인취존대로 마라우더를 아에 요리 할 수 있음 | 20.04.09 11:01 | |
(IP보기클릭)175.223.***.***
왜 알람이.. 계속 울릴까여; 댓글 수정된 내용이 딱히 없어보이는뎅.. | 20.04.09 11:02 | |
(IP보기클릭)115.41.***.***
(IP보기클릭)211.221.***.***
둠헌터처럼 두번정도 통하게 했어야함 방패 썰어버리는데 한번, 본체 조지는데 한번씩으로 | 20.03.31 19:04 | |
(IP보기클릭)211.221.***.***
(IP보기클릭)175.196.***.***
(IP보기클릭)182.231.***.***
머로더가 계속 혼자만 나온다면 모를까, 처음 빼고는 계속 뭔가와 같이 나오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했으면 흐름 끊어먹는짜증남은 더했을 거 같은데... | 20.03.31 22:33 | |
(IP보기클릭)222.96.***.***
이분말이 맞아요. 머라우더를 빨리 조지던지 최대한 난중에 조지던지 둘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근데 사실 겁나 쉬찮은건 어쩔수 없더군요 ㅋ | 20.04.01 09:26 | |
(IP보기클릭)49.142.***.***
'쉬찮다'는게 오타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적절한 표현인듯 ㅋㅋ 익숙해지면 잡기 쉽지만 귀찮은건 어쩔 수 없는 녀석 | 20.04.10 08:39 | |
(IP보기클릭)222.96.***.***
오타입니다. ㅠㅠ | 20.04.10 08:42 | |
(IP보기클릭)211.184.***.***
(IP보기클릭)221.156.***.***
(IP보기클릭)61.83.***.***
(IP보기클릭)174.100.***.***
이 게임에서 일정무기나 플레이 방식을 유도하는게 유저들은 마음에 별로 안 드는거죠 | 20.03.31 23:31 | |
(IP보기클릭)220.74.***.***
(IP보기클릭)220.85.***.***
(IP보기클릭)211.202.***.***
(IP보기클릭)221.161.***.***
메가 텍스처는 실패한 기술입니다. 애당초 메가 텍스처를 써야할 정도로 큰 물체는 텍스처보다는 폴리곤이 품질에 더 큰 영향을 주죠. | 20.04.01 07:50 | |
(IP보기클릭)176.127.***.***
(IP보기클릭)222.96.***.***
진짜!! 2회차가 훨씬 재미나 지더군요. 좀 익숙해 지니 둠가이는 역시 둠가이였습니다. ㅋ | 20.04.01 09:28 | |
(IP보기클릭)106.101.***.***
(IP보기클릭)183.97.***.***
(IP보기클릭)121.128.***.***
(IP보기클릭)103.114.***.***
저도.. 하나의 게임으로 재밌긴 한데 제가 기대한 둠은 아닌 것 같아서 내심 실망스럽네요. 특히 기계체조하면서 길찾는게 별로인듯.. 다크사이더스랑 파크라이 합친것같음.. | 20.04.01 18:29 | |
(IP보기클릭)85.203.***.***
(IP보기클릭)121.128.***.***
루리웹-5330684357
그걸 모르는 게 아니라, 탄창이 작아 기본 탄약으로 턱없이 부족하니 중간 중간 톱질을 무조건 써야 한다는 시스템. 과거에 톱질은 킬링 이펙트 혹은 선택이지 강제가 아니였잖아요. | 20.04.02 16:29 | |
(IP보기클릭)130.69.***.***
루리웹-5330684357
튜토리얼 전기톱질 설명에서 확실하게 짚어주고 넘어갔어야 했음. 총알이 많지 않다 -> 전기톱으로 대화! -> 기름및 총알받이는 리필됨! 으로 말이죠. 파이어 벨치도 난전! -> 체력만으로는 부족! -> 불쑈! -> 프로핏! 등으로... | 20.04.03 13:23 | |
(IP보기클릭)49.172.***.***
루리웹-5330684357
시스템을 이해 못하는게 아니라 그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이 계신거죠. | 20.04.06 11:00 | |
(IP보기클릭)14.52.***.***
(IP보기클릭)220.122.***.***
(IP보기클릭)223.62.***.***
(IP보기클릭)121.128.***.***
(IP보기클릭)5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