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이 나간 후, 루리웹의 게시판을 통해 중고 시장에 관한 열띤 토론이 개진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도 이어갈 겸, 중고 시장의 이슈를 한번 더 다뤄보도록 하자.
우선, 중고 거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중고 거래는 신작 시장을 일정하게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지닌다. 기대와 달랐거나 시들해진 게임을 팔아 새 타이틀을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봐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사용자들이 중고를 활용하는 비율이다. 이는 중고 거래에 대한 찬반론을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이기도 하다. 신품 시장의 규모와 성장 속도에 적합한 중고 활용 비율이 유지된다면, 신작과 중고 시장은 서로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중고의 활용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해질 때, 중고를 구하려는 대기 수요가 신작의 판매를 압박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둘째는 전문점이 중고 거래를 주도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초래되는 불필요한 비용이다. 여기에서는 일대일로 거래하는 경우에 비해 일정한 유통 마진이 붙는다. 게이머 각각의 입장에서 보면 몇 천원 더 지불하여 편리함은 추구하는 사소한 것에 불과하지만, 넓은 시야에서 이러한 마진의 총량이 비디오게임 시장의 성장과 순환에 압박을 가하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중고거래를 알선하는 전문점이 ‘악의 축’이라는 뜻은 아니다. 탈세라는 법적인 문제를 제외한다면, 중고 거래가 확대되는 현재의 모습은 더 높은 이윤을 따라 흐르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귀결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도덕적 호소나 법적 강제만으로 중고 거래를 조절하기는 어렵다. 한 게이머가 주장하듯, 중고 거래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복사 시장의 급격한 확대를 낳아 시장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미래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핵심은 시장이 중고 거래를 발전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소프트웨어 구매 환경을 만들고, 판매점이 중고 거래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되게끔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비디오게임방을 통해 신작의 체험판을 배포하는 것은 어떨까? 유통구조의 개혁을 통해 가격과 마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정말 불가능할까? 무엇보다 게임기 사업자와 소프트웨어 유통사들이 이렇듯 노력하는 자세를 보일 때, 게이머들도 이에 열렬히 화답하지 않겠는가.
< 허준석 anarinsk@hananet.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