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이터 3 캐릭터 노벨
제 1장 유고 페니워트 편
「시작의 맹세 1화」
재앙으로 부모님을 잃게 된 나는 난민으로 황야를 방황한 끝에 어떤 새틀라이트 거점에 도달했다.
그 거점은 소규모였고 주민들도 수십 명이 전부였지만, 살고 있는 건 재앙으로 가족이나 집을 잃은 녀석들뿐이었고 같은 아픔을 아는 자들끼리의 결속은 매우 단단했다.
거점에 막 도착했을 때의 나는 심신 모두 한계에 가까웠다고 한다.
하지만 적은 물자를 아낌없이 나눠준 모두들 덕분에 어떻게든 회복할 수 있었고 나는 거점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져 새로운 가족을 얻었다.
어렸던 나는 상냥하게 대해준 모두에게 보답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고 그 마음에 공감해준 아이들과 함께 자칭 새틀라이트 거점 방위반이라는 5인조 팀을 결성했다.
자칭 방위반의 동료들과 함께 거점의 모두를 돕는 나날을 보내면서도 가끔은 대아라가미 장갑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들은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였다.
"있잖아, 유고. 이번에 항구라는 새로운 거점이 근처에 생겼대. 들었어? 회역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전한 장소인데다, 지금 갓 이터를 잔뜩 모으고 있대!"
동료 중 한 명이 기대감에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헤에... 그러면, 모두 함께 그곳으로 이주할 수 있을까?"
"분명 가능할 거야! 그런데 말이야, 지금부터가 본론인데, 혹시 그 항구로 옮긴다면 우리 모두 갓 이터의 적합 시험을 받아보지 않을래?"
그 말에 나를 포함한 전원이 놀랐다. 이상한 말을 해서가 아니다.
꿈을 이룰 찬스가 이렇게도 빨리 찾아올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소중한 동료들이 사는 이 장소를 정말로 지켜줄 수 있게 되고 싶다.
그 마음은 방위반의 전원이 공유한 소중한 꿈이었다.
갓 이터. 거친 신들을 먹는 인류의 수호자이며, 우리들의 꿈의 형태.
이전에는 선택된 소수의 정예들만 갓 이터가 됐다는 것 같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갓 이터를 채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우리들만으로 아라가미와 싸운다... 라는 거지?"
잠시동안 모두가 얼굴을 마주했다. 곧 꿈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감정은... 공포였다.
이곳으로 올 때까지의 여행 도중, 어른들이 아라가미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몇 번이고 봤다.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에게 있어 그 녀석들은 죽음 그 자체다.
갓 이터가 된다고 해서 아이의 힘으로 정말로 맞설 수 있는 걸까? 불안이나 망설임이 밀려왔다. 분명 모두들 같은 마음이었겠지.
하지만...
"...받아보자, 시험."
나는 동료들의 눈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조금 무섭지만, 그래도... 모두가 함께 있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 그렇지!?"
불안을 떨쳐내려는 것처럼 나는 웃었다.
우리들이 마음에 품은 꿈은 아라가미의 공포 따위에 굴할 정도로 약한 것이 아니다.
모두와 함께라면 어떤 일이라도 넘어설 수 있다고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유고... 그래, 맞아! 우리들은 최고의 팀인걸! 해보자고!"
"좋아! 우리들 5명이서 진정한 새틀라이트 거점 방위반이 되자!"
"오옷!"
목소리를 맞춰서 우리들은 하늘 높이 주먹을 치켜올렸다.
그 순간이었다.
거점의 장갑벽이 열리는 땅울림이 들렸고 검은 트럭 3대가 거점 안으로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건 붉은 팔찌를 한 제복 차림의 어른들.
"우리들은 항구 페니워트 소속의 갓 이터다! 다가오는 회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지금부터 AGE 적합 후보자의 선별을 실시한다. 협력해줬으면 한다!"
일방적인 선고 직후, 총을 가진 어른들이 거점 내로 흩어졌다.
"굉장해... 항구에서 온 갓 이터야! 가 보자!"
항구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 직후에 벌어진 일에 우리들은 기대감으로 눈을 빛내며, 그 어른들의 트럭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꼬맹이가 다섯인가... 좋아, 네놈은 이쪽이다."
"아, 아파! 무, 무슨 짓이야!?"
갑자기 팔을 붙잡혀서 나만 모두에게서 멀어졌다.
"이, 이봐! 모두를 데리러 온 게 아니야!?"
남자는 대답도 없이 시선조차 주지 않으며, 나를 트럭에 집어던지고 바로 자물쇠를 걸어잠궜다.
밖에서는 알 수 없었지만 트럭의 내부는 광원조차 없는 어둠 속이었으며, 감옥 같은 격자로 보강되어 있었다.
문의 틈으로 간신히 들어오는 햇볕이 희미하게 차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잡다하게 쌓인 짐과 함께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아이들 몇 명이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밖에서는 거점의 어른들이 항의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두 번 다시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고 트럭의 발진음이 모두의 목소리를 지워갔다.
"잠, 잠깐 기다려...! 이것 좀 열어봐!"
운전석을 향해서 소리쳐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장갑벽의 개폐음이 들려서 거점의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체감상 10분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내가 있는 세상은 일변했다.
"뭐, 뭐야...? 대체 뭐야, 이건...!"
캄캄한 감옥 안은 마치 절망의 밑바닥에 있는 것처럼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차내의 아이들은 누구도 얼굴을 들지 않았고 어둠 속에서 흐느끼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이, 이봐 괜찮아?"
옆에 있던 아이를 응시하며 말을 걸었다. 그렇지만 그 녀석은 한 마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너희들도 억지로 끌려온 거야? 어디서 왔어?"
차량 전체에 들리도록 말해보았다. 하지만 역시 반응은 없었다.
나만이 자신의 운명을 깨닫지 못한 듯한, 말 못할 불안에 시달렸다.
어찌됐든 모두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다른 아이의 곁에 쭈그려 앉아 얼굴을 들여다 봤다.
"있, 있잖아..."
하지만 나는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 아이의 얼굴에는 맞은 듯한 큰 멍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빛을 잃은 한없이 흐려진 눈동자가 말없이 나를 향했다.
"그... 그 녀석들이 한 거야?"
긍정하듯이 눈을 감기에 나는 점점 한기를 느꼈다.
아이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한 거야? 무엇을 위해서?
그 어른들은 회역의 위협에 대항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설마 우리들은 지금부터 회역으로 옮겨지는 건가?
폭력으로 저항할 마음을 꺾는 건 어차피 곧 죽을 꼬맹이니까?
머리 속에서 서서히 현실이 되가는 절망적인 상상에 호흡이 거칠어져 갔다.
당황스러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꿈을 향해 눈을 빛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독과 죽음의 기색을 느낀 순간, 나는 몸의 떨림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내, 내 이름은 유고! 넌 어디서 왔어?"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혼자인 건 싫어. 안 좋은 예감만이 밀려온다.
작은 인연이라도 상관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기댈 수 있는 동료가 필요했다.
"괜찮아! 혼자 두지 않을 테니까! 무서워할 것 없어! 있잖아!"
이름은? 가족은? 출신은? 좋아하는 건? 꿈은?
무엇이든 좋다. 대답해줬으면 했다. 연결이 필요했다.
혼자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전원에게 이야기를 해봐도 결국 누구 하나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저기... 부탁이야... 누가, 무슨 말 좀 해줘..."
자신의 목소리조차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무거운 침묵에 휩싸여 현기증과 같은 감각과 허탈함을 느끼고 나는 벽에 등을 질질 끌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방위반의 모두는 다른 트럭에 실렸을까?
아니면 아직 거점에 남아서 끌려간 나를 걱정하고 있을까?
설마 이대로 다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희망이 솟아나지 않았다. 천천히 차가워지는 마음을 느끼면서 나는 멍하니 지금도 사라질 것 같이 작게 들어오는 빛을 눈으로 쫓았다.
그때였다.
차내의 구석, 쌓여있는 짐의 그늘에 또 한 명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말을 걸지 않았던 녀석이 있다. 그렇지만... 이 녀석도 다른 아이들처럼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옅은 빛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따돌림은 안 된다. 서로 돕지 않으면 이 세계에서 살아나갈 수 없어.
그러니까 자신들은 손을 내미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거점의 모두에게서 그렇게 배웠다.
그 녀석은 상당히 무서웠던 모양인지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후드를 푹 눌러쓰고 짐 뒤에 숨죽여 앉아있었다.
"뭘 하고 있어...? 그런 곳에서?"
짐을 치우면서 그 녀석에게 가까워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움찔하고 몸을 굳히더니 궁지에 몰린 쥐처럼 더욱 구석으로 도망쳐서 무언의 경계심을 나에게 보냈다.
"하하... 아무짓도 안 해. 나는 유고라고 해. 넌?"
옅게 빛이 비치는 곳에 허리를 숙이고서 나는 먼지가 흩날리는 허공에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어차피 대답은 없겠지.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이 녀석 곁에 있고 싶었다.
공포에 져서 울고 있는 녀석. 반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허무에 빠진 녀석.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녀석들만 있는 이 장소에서 단 한 명.
이 녀석만이 살려고 하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니까.
"루카."
순간 귀에 닿은 말이 믿겨지지 않았다.
"응...?"
그 녀석은 후드 안쪽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내 눈을 보고 내 부름에 대답을 해주었다.
"잘 부탁해, 유고."
희망을 발견한 것만 같았다.
어둠 속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녀석이 분명히 이곳에 있다.
그렇게 느낀 순간, 얼어가던 마음에 거짓말처럼 따뜻함이 퍼졌다.
"으흣... 아, 그래...! 잘 부탁해, 루카!"
안심한 탓인지 무심코 흘릴뻔한 눈물을 황급히 닦고 나는 루카의 손을 잡았다.
"루카, 너는 어떻게 해서 이곳에? 그 어른들에 대해서 뭔가 아는 게 있어?"
"재앙 때 가족들이 죽고 나만 살아남았어... 혼자서 아라가미에게서 도망가고 있었는데, 이 트럭에 태워졌어."
"그래... 너도..."
"아마 지금부터 회역으로 옮겨질 거야. 우리는... 거기서 죽게 되는 걸까...?"
불안한 듯이 꽉 붙잡은 손을 나도 강하게 잡아주었다.
이 녀석도 차가운 절망 속에 있었던 것이다.
나와는 달리 따뜻한 곳에 도착하지도 못한 채로 계속 혼자서.
그렇다면 지켜주어야만 한다. 새틀라이트 거점의 모두가 나에게 해줬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괜찮아, 이 앞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죽지 않아. 너도 죽게 하지 않아. 약속할게."
그것은 소원과도 같은 맹세였다. 더 이상 어떤 관계라도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
"정말...?"
"그래, 우리들은 죽지 않아... 절대로!"
내 눈을 바라보며, 루카는 드디어 작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이윽고 트럭이 정차했고 밖이 분주해졌다.
문이 열리며 몇 명의 어른들이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지옥의 문이 열렸다고 느낀 녀석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손을 마주 잡은 채로 일어섰다.
어둠 속에서부터 빛이 넘치는 세계를 향해서.
자신의 다리와 자신의 의지로 한걸음을 내딛었다.
저자 : 카와세미 히스이 (주식회사 테일 포트)
원안 : 요시무라 히로시 (주식회사 반다이 남코 스튜디오)
역자 : e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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