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돌이켜보니 꽤 큰 의미가 있었던 해 같다. Game Of The Year가 아닌 Game Of The Dacade 수준의 게임이 한 개도 아니고 무려 두 개가 나온 해였으니 말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갓 오브 워가 나온다는 소식에 나는 예정에도 없던 PS4까지 사서 두 타이틀 모두를 아주 몰입해서 즐겼었다.
당시에 두 작품이 최다 GOTY를 두고 경쟁했던 것도 그렇고, 내 개인적으로는 레데리 쪽에 좀 더 점수를 주는 입장이어서 갓 오브 워가 엄청난 작품이다라는 생각까지는 안 들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건 액션 게임인 갓 오브 워의 특성상 시각적인 요소의 비중이 레데리보다는 조금 더 컸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레데리 2 PC판을 작년에 샀을 때, 이미 수백 시간을 PS4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게임을 처음 하는 기분으로 아주 재미있게 즐겼고, 그 때 같은 게임이라도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 갓 오브 워 PC판도 망설임 없이 구매했고 그 기대는 120% 충족되었다.
2018년 당시에도 워낙 유명하고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게임이라 칭찬을 하자면 어차피 비슷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전체적인 장점은 대충 언급하고 PC판에서 좋았던 점을 말해보겠다.
갓 오브 워 PC판은 액션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대부분 잘 갖춘 명작 게임이다. 빠른 속도감, 묵직한 타격감은 기본이고, 적절한 수의 기술 및 조작의 부드러움, 입문은 쉬우나 마스터는 어려운 게임 난도 구성, 파고들기 요소와 수집 요소들까지 적절히 배치해 놓으면서 맵 구성 역시 알차다.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적절한 템포로 진행되는 이야기(후반은 좀 아쉽지만)는 반복 플레이를 할 때도 전혀 부담 없이 다가온다. 그러나 PS4의 하드웨어 한계는 명확했고 사실 갓 오브 워 수준의 그래픽으로 빠른 템포의 액션 게임은 콘솔에서 시각적인 편함이나 감탄을 주기에는 버겁다는 느낌이었다.
콘솔판에서 하드웨어의 한계로 부족했던 시각적인 요소를 대폭 보강해서 내놓은 것이 PC판인 만큼 거기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었고 결과적으로 성공이다. 물론 컴퓨터 사양이 높아야만 그 기대가 충족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콘솔판보다는 확실히 나은 비주얼을 보여주니 PC판을 플레이하는 것이 절대 손해는 아니다.
단순한 스크린샷이나 영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러운 프레임이나 압도적인 비주얼은 직접 본인이 집에서 좋은 화면, 좋은 컴퓨터로 경험해 보면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참고로 게임에 별로 관심이 없는 지인조차, 21:9 화면의 풀옵으로 플레이하는 갓 오브 워의 비주얼에는 크게 놀라면서 감탄하는 것을 확인했다.
액션 게임에서의 FPS는 중요한 요소인데 그런 점에서 PC판은 일단 콘솔보다 무조건 낫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게임에서 그렇겠지만 NVIDIA GSYNC 하드웨어가 있다면 지연도 거의 없이 깔끔하게 테어링 없는 화면을 볼 수 있으며, 게임 자체 옵션에서 Nvidia Reflex 지연 감소 옵션까지 지원해 주기 때문에 조작감은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도 역대급으로 좋다.
때문에 전체적인 플레이 경험은 만족 그 자체다. 이미 4년 전에 검증 다 끝난 명작을 PC로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는데 말해 무엇하겠는가? PS4로 이미 플래티넘(이 게임은 과제를 따는 게 너무 쉽지만)을 딴 나조차 PC판을 식음을 전폐하고 플레이 할 정도였으니 재미는 백 퍼센트 보장되는 셈이다.
다만, 치명적인 것들은 아니나, 기왕 오래된 게임 PC로 포팅해 주면서 이런 것들도 신경 썼더라면 더 완벽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점들은 몇 가지 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버그들인데, 아주 자잘한 버그들이긴 하지만 콘솔판에서 고치지 않고 남아있던 버그들을 고쳐서 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현실적으로 버그를 고치기가 쉽지 않아서 그대로 두었을 수도 있지만, 이왕 돈 받고 게임 파는 거 일부 버그들도 깔끔하게 수정해서 내놓았다면 더 모양새가 좋지 않았을까 싶다. 플스에서 있던 몇몇 버그들까지 그대로 PC판에 옮겨온 건 너무 충실한 포팅이 아닐까? 아직도 배신의 부적 무한 영역 발동 버그가 살아있는 걸 보고 놀랐다...
비슷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일부 그래픽 설정의 문제 역시 지적하고 싶다. 특히 전체화면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사양이 높으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중상급 이하 컴퓨터 사양에서는 약간의 프레임 상승이라도 아쉬운 마당인데, 전체 창 모드는 전체화면 모드에 비해서 무조건 퍼포먼스를 손해볼 수 밖에 없다. 경험상 대부분의 게임에서 전체화면과 전체 창 모드의 퍼포먼스 차이는 대략 10~15% 정도였다. 전체화면 지원 불가에 대한 불만은 진작 제기되었으나, 기술적으로 해결이 힘든 문제인 듯 하여 앞으로도 개선 여지조차 불분명하다.
또한 콘솔 게임을 PC로 포팅한 액션 게임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인데 패드로 플레이 시 프레임이 일정 구간 이상으로 올라가면(!) 조작이 이상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의도치 않게 조준이 풀린다든지 조작이 멋대로 이상하게 된다는지 하는 문제. 이런 문제는 옛날에 데메크4에서도 60프레임 수직동기화를 하지 않으면 조작이 이상해지는 경우도 직접 겪어봐서 이런 류의 액션 게임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해결이 힘든 문제인가 싶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아쉬움은, PC판의 문제가 아닌 자막 번역의 문제다.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외국 게임에서 생기는 아쉬움인데 레데리 같이 게임이 너무 명작일 수록 이런 아쉬움이 더욱 더 커진다. 오역, 어색한 번역이 꽤 자주 눈에 띄고 몇 군데 맞춤법이 틀린 부분까지 있었다. 물론 이는 번역가의 자질이나 실력 이전에 게임 번역계의 여건이 더 큰 문제라는 걸 알고는 있으나, 너무 좋은 게임이 가끔 튀어나오는 어색한 자막 때문에 몰입이 중간 중간 깨지면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름을 말하기도 싫은 사이X펑X 같은 게임도 현지화는 정말 제대로 해서 그나마 약간의 평가 감안이 된 걸 생각하면 반대라고 볼 수 있겠다. 블리자드 게임들 수준의 현지화는 이런 갓겜에 해 줘야 하는건데..ㅠㅠ 물론 갓 오브 워 자체가 대사의 비중이 많이 높지 않은 게임이긴 하지만....
아무튼 갓 오브 워는 내 게임 인생에 두 번이나 큰 임팩트를 남긴 두 번째 게임이 되었고, 아직도 난 아트레우스와의 여정을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후속작 라그로크는 또 어떻게 기다릴지. 츄라이, 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