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역습의샤아 리뷰글인데 너무나 명문이라서 퍼왔습니다.

[삼마위병]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를 잘 모르고.. 역습의 샤아가 짧은 극장판이기에 처음 접해보는 뉴비도 있을테고..

정작 애니를 보고도 확실한 이해가 부족할수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머리에 쏙 박히게 설명이 잘되어있는 글이 아닐까 싶어요..

동시에 심도있게 애니속 시대정신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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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도 작인 '기동전사 건담 - 역습의 샤아'는 1979년부터 시작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두 주역이었던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 최후의 대결을 다뤘습니다.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작품이 대개 그렇지만, '역습의 샤아'도 상당히 복잡한 내용이 펼쳐집니다. 단순하게 보면 지구에 사는 어스노이드와 우주 이민자인 스페이스노이드 사이의 대립입니다만, 거기에는 단순히 거주지에 따른 대립만이 아니라 정치와 사상의 대립 문제도 섞였기 때문입니다.

'역습의 샤아'는 2시간 가까이 되는 짧지 않은 상영 시간에도 제2차 네오지온 항쟁 사건이라는 작지만 큰 전쟁을 소재로 삼았고, 전작들을 안 봤다면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내용도 나옵니다. 그래도 몇 번 보면 넣을 내용은 웬만큼 다 넣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편집이 썩 깔끔한 편은 아니고(제가 그렇게 느낀다는 겁니다), 건담 시리즈 특유의 선문답스러운 알쏭달쏭한 대사까지 나오기에 애니메이션 속 상황을 한 눈에 깔끔하게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지구는 인류의 이기심을 감당할 수 없어!" - 샤아 아즈나블

"인간의 지혜로 그런 것쯤은 극복할 수 있어!" - 아무로 레이

우주세기 0092년, 한 번 무너졌던 네오지온을 장악한 샤아 아즈나블은 소행성 5th 루나를 장악해 지구에 떨어뜨립니다. 독립부대인 론드 벨을 이끄는 브라이트 함장과 그의 영원한 동지인 아무로 대위는 소행성 낙하를 저지하려고 애씁니다만, 그 시도는 실패하여 티베트 라사에 5th 루나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달라이 라마 : ㅂㄷㅂㄷ 그러나 네오지온이 지구에 치명상을 입히려는 것을 목격했음에도 지구연방은 정치적인 거래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지구연방의 높으신 분들은 샤아와 네오지온의 목적인 영토 확보를 위한 무력 시위로 보고, 그들에게 일정 영토를 떼어주고 무장 해제를 하려고 한 것이죠. 왠지 19세기 말 청나라의 행태가 생각 난다면 기분 탓입니다.

물론 네오지온은 무장 해제를 할 생각도 없었고, 지구연방으로부터 소행성 엑시즈를 얻어서 다시 한 번 지구에 소행성을 떨어뜨리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벌써 한 번 소행성 낙하를 겪은 지구에 또다시 소행성이 떨어진다면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죽는 것은 물론이고, 빙하기가 찾아와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됩니다. 론드 벨은 네오지온의 계획을 저지하려고 독자적으로 부대를 움직이지만, 샤아는 론드 벨보다 한 발 먼저 움직여 우주요새인 루나2와 엑시즈를 동시에 장악합니다. 루나2에는 핵무기까지 보관되어 있었기에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되었습니다. 이래서 지구연방 X별들은 안 되는 겁니다.

론드 벨은 브라이트 함장과 친분이 있는 연방정부 관료인 캄란 블룸이 몰래 넘겨준 핵미사일 15발로 엑시즈를 파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네오지온군은 론드 벨의 핵미사일을 중간에 요격해서 엑시즈를 파괴하려는 1차 시도는 무효로 돌아갑니다. 남은 핵미사일은 4발. 브라이트 함장은 그 미사일로 엑시즈의 핵노즐 추진체를 부수려고 하고, 그마저도 실패하며 엑시즈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파괴하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작전이었습니다. 브라이드 함장은 마지막 작전을 부대원들에게 설명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미안하지만, 모두의 생명을 주게!"

사실 론드 벨은 지구연방 소속이지만, 서자 취급 받는 존재였습니다. 그나마 보급은 빵빵하고, 독자적인 행동권을 지녀서 그렇지 아웃사이더들이 모인 외인부대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구연방군이 네오지온군이 소수라고 방심하는 탓에 사태를 크게 만들고, 대응조차 늦는 사이에 지구를 지킬 이들은 이들밖에 없었습니다. 잘해 준 거 없는 지구(행성이 아닌)이지만, 그 지구를 지키기 위해 론드 벨 대원들은 목숨을 겁니다.

엑시즈의 지구 낙하를 저지하려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작전이 펼쳐집니다. 아무로 대위가 탑승한 뉴건담은 네오지온군의 최후 방어선을 뚫고 샤아가 탄 사자비를 제압하고, 핵미사일로 엑시즈의 추진체를 파괴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엑시즈 내부를 파괴한다는 마지막 계획은 성공해서 엑시즈를 두 동강 냅니다(이때 브라이트 함장은 지휘관임에도 직접 엑시즈 내부로 들어가고, 폭발물을 설치하고 빠져나올 때에는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파괴된 엑시즈의 한 조각이 오히려 파괴될 때의 충격으로 지구 중력권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샤아는 뉴건담 손에 잡혀 포로가 된 상황임에도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다며 자찬하고, 이에 분노한 아무로 대위는 뉴건담으로 엑시즈를 중력권 밖으로 밀어내려고 합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던 것이죠. 그런 아무로 대위의 위지를 본 연방군(심지어 네오지온군 장병들까지)은 엑시즈 밀어내기에 동참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모함을 잘 아는 아무로 대위는 다른 이들에게 모두 물러나라며 외치는데, 그 순간 신비한 힘이 뉴건담을 제외한 다른 기체들을 엑시즈 밖으로 튕겨냅니다. 그리고 곧 그 힘은 지구를 한 바퀴 감싸는 무지개 같은 빛이 되어 엑시즈를 중력 밖으로 밀어냅니다. 아무로 대위의 의지가 지구를 빙하기와 핵겨울에 빠질 위기로부터 구한 것입니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와 같습니다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 작품은 단순히 지구를 악의 무리로부터 지키는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복잡한 함의를 갖고 있습니다. 전작들에서는 간혹 주인공과 적대하는 세력으로 등장하지만, 악당이라고 할 수 없었던 샤아 아즈나블이 지구에 소행성을 두 번이나 떨어뜨리는 악행을 저지르면서까지 어스노이드를 증오하는 변화를 일으킨 것인지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지구연방의 부패상에 실망한 것이 지구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지구에 속죄하겠다는 역설적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볼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러한 샤아의 행동에, 아무로 대위는 인류의 이성을 낙관하며 사회 혁명의 과격함을 비판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어스노이드의 스페이스노이드 차별과 무시, 지구연방의 부패와 무능, 인류의 미래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 등이 전쟁을 만든 것인데, 애니메이션의 SF적인 설정을 빼놓는다면, 이러한 갈등과 대립은 우리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퀘스나 하사웨이 같은 개초딩 아이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도, 가만히 보면 전쟁을 부르는 어른들에 대한 불만이 절제되지 않은 형태로 분출된 것입니다. 하사웨이가 자신을 도우려고 한 첸을 죽인 미친 짓은, 욕 먹어도 싸지만, 힘을 쓰기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자신의 시도가 무효로 돌아간 것에 대한 아이의 분노라고 할 수 있죠.

'역습의 샤아'로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은 끝났으므로, 이 작품은 건담 시리즈의 실질적인 완결편이 되어야 했습니다만, 그 뒤에도 건담 시리즈는 무수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ㅎㅎㅎ

[연금술사알케]

역샤는 완전 새로운 이야기 입니다.

그나저나 저 작화는 지금 봐도 엄청난건데 저걸 버틸 수 없으시다니(...)

[야이야바레]

윙 EW로 입문했지만 역샤가 뱅크샷덩어리보다야 작화가 좋지 않나 싶습니다

[주정꾼]

아무래도 역샤는 '토미노 선생님이 알몸으로 춤추는 것 같다'는 안노 감상문이 제일 적절한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