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의 풀
풀들은 어떻게 시멘트를 삭이는가, 사귀는가.
이 도시의 4차선 도로변을 따라 높게 둘러쳐진 옹벽엔
오래전부터 깊은 금이 구불구불 깊게 가 있다.
이 거대한 위압 아래가 한동안 고요한 때가 봄이다.
상처에 자꾸 손이 가고 슬픔이 또 새파랗게 만져지는
것처럼
금간 데를 디디며 풀들이 줄지어 돋아나 자란 것이다.
산야의 풀들에 비해 물론 몹시 지저분하고 왜소하지만
명아주 바랭이 참비름 강아지풀 같은 제 이름, 초록 정강
이의 제 중짐을 잘 잡고 있다.
생이 곧 길이어서 달리 전할 말이 없는 풀들,
흙먼지며 매연, 저 숱한 차량들의 소음까지도 꽉꽉 다
져넣어 밟으며 빨며 더듬더듬 더듬어 풀들은 또 풀들에
게로 넘어가고 있다. 천산북로,
누더기의 몸들이 누대 누대 닦아가고 있다.
쉬!
문인수, 문학동네 포에지 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