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
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
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
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
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
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
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
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쉬!
문인수, 문학동네 포에지 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