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Or-balde
<무릎 꿇은 기사의 갑옷>
이 갑옷이 어째서 이곳에 무릎을 꿇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굉장히 오랜 세월이 지나
마모된 갑옷의 안에는 군데군데 금이 간 석상이 보인다. 아무래도 갑옷은 석상의 위에 덧입혀진 듯하다.
마모된 갑옷의 안에는 군데군데 금이 간 석상이 보인다. 아무래도 갑옷은 석상의 위에 덧입혀진 듯하다.
-나이에른의 탐험기록가 아르메딘의 세라카 기록일지 中-
***
반단의 청인(靑人). 기원을 알 수 없는 이 기묘한 일족은 푸른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주술에 대한 잠재력이 뛰어나다. 보통 그들이 말하는 주술은 영(靈)을 이용한 것이며 재주 좋은 이들은 자잘한 물건에 주술을 깃들게 하여 사용할 줄도 알았고 불꽃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운타 바노는 아주 실력이 좋은 주술사다. 하지만 그가 이들과 함께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는 저주로부터 일행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는 저주로부터 일행을 보호할 수 있었다.
운타는 세이겔을 기다리는 동안 허리춤에 매달린 두 개의 쌍둥이 두개골을 쓰다듬으면서 초조함을 다스리고 있었다. 엔와는 그 행동을 볼 때마다 마음속 한 구석에서 거부감이 들었다. 정확히는 운타가 아니라 그 해골을 향한 것이었다.
엔와는 언젠가 결사대가 출발하기 전 운타가 자신들에게 했던 행동과 말을 떠올렸다. 그 행동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이제와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운타는 허리에 매단 쌍둥이의 두개골에 손을 대게 한 후 몇 마디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잠시 현기증이 났다는 것만이 엔와하고 펠바르가 느낀 전부였다.
운타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주술을 행한 뒤 엔와와 펠바르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자네들의 혼의 아주 극소량의 일부를 이 쌍둥이의 유골에 담았다네. 아, 두 사람은 아주 어릴 적에 저와 함께 태어난 내 손위의 형제들일세. 이것이 멀쩡한 동안 자네들이 저주에 걸릴 일은 없을게야.’
‘자네들의 혼의 아주 극소량의 일부를 이 쌍둥이의 유골에 담았다네. 아, 두 사람은 아주 어릴 적에 저와 함께 태어난 내 손위의 형제들일세. 이것이 멀쩡한 동안 자네들이 저주에 걸릴 일은 없을게야.’
처음에 엔와와 펠바르는 자신의 혼이 정체모를 유골에게 뜯어 먹혔다고 하여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으나, 운타의 다음 한 마디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그렇다면 불사자가 되겠나?’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까지 신경을 전혀 쓰지 않을 정도로 무덤덤해진 것도 아니다. 운타 바노는 지금 그들이 가장 신뢰하고 목숨을 맡길 수 있는 동료였지만, 엔와는 저 허리춤에 매인 쌍둥이의 두개골만 보면 아무리 이성적이라고 해도 그런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 엔와에 비해서 펠바르는 생각보다 빨리 자신의 상태에 익숙해졌다. 그는 일행 중 운타를 가장 존경했으며, 함께 따라온 병사들이 불사자가 되어갈 때에도 자신의 몸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그러면서도 펠바르의 마음속에는 깊은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펠바르는 누구도 깨어있지 않은 야심한 시각이 되면 홀로 일어나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동하여 병사들을 위한 만가를 기도처럼 조용히 읊곤 했다.
그와 달리 엔와는 보다 권위적인 성격이 강했고, 병사들과의 교류조차 거의 없었기에, 그들이 불사자로 변한 후로는 크게 감정을 소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만이 저주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사실은 결사대원으로서 떠나온 엔와에게는 안도의 표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치부이기도 했다. 그래서 운타의 허리춤에 시선이 매인 엔와는 운타의 목소리가 울창한 나무 위를 때리는 빗소리를 뚫고 들려왔을 때 조금 부끄러운 기분을 느껴야 했다.
“세이겔이 많이 늦는군. 불안한데.”
엔와는 시선을 피하는 척 하면서 회중시계를 꺼내 살폈다. 세이겔이 마을로 들어간 이후로 30분이 더 지나 있었다.
“그러게요. 하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이동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그보다 세이겔의 위치는 어디일까요?”
엔와의 질문에 운타는 빙그레 웃었다.
“내가 알 수 있네. 방울을 통해서 그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짐작할 수 있어. 하지만 불사자는 탐지할 수 없으니까, 과연 퇴로를 잘 확보하면서 움직이고 있을 지는…….”
“……확실히 아무리 세라카의 외각이라고는 해도 이 정도 크기의 마을이라면 불사자의 수는 상당하겠지요. 그래도 지금까지 잘 살아남은 걸 보면 이번에도 잘 돌아오지 않겠어요? 안 그런가요, 펠바르?”
“공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운타 공. 한 번 믿고 기다려보지요.”
“……확실히 아무리 세라카의 외각이라고는 해도 이 정도 크기의 마을이라면 불사자의 수는 상당하겠지요. 그래도 지금까지 잘 살아남은 걸 보면 이번에도 잘 돌아오지 않겠어요? 안 그런가요, 펠바르?”
“공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운타 공. 한 번 믿고 기다려보지요.”
따라라라라랑!
갑작스럽게 맹렬하게 울리는 방울소리에 엔와와 펠바르는 깜짝 놀랐다. 운타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방울의 요란한 반응에 운타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외쳤다.
“안 좋은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군, 그래. 서 펠바르!”
“……따라오십시오!”
펠바르는 검을 뽑아든 채로 앞서서 달려 내려갔다. 약간의 무안함 때문에 대답은 조금 늦었지만 달려나가는 것은 가장 빨랐다. 운타와 엔와가 그 뒤를 따라서, 세 사람은 운타의 지시를 받아가면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세이겔이 도달해 있는 위치를 향해 나아갔다.
***
검붉게 녹이 슬고 뻣뻣한 갑옷이 움직였다. 그 설명만으로는 모자랄 것이다. 갑옷의 기사는 마치 누군가가 일으키는 것처럼, 목이 뒤로 젖혀진 상태로 상체를 일으켰고, 상체가 앞으로 오자 머리가 철컹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떨어졌다. 오른손에 든 검이 바닥을 짚었고, 차례대로 한 걸음씩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세이겔은 그것을 보면서 혼이 나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맙소사, 어떻게 있는 것들이 더한다더니 부잣집 것들뿐만 아니라 불사자들도 그런가. 내 운은 대체 왜 이 모양이지?’
이제 이 갑옷을 입은 자가 뒤돌아서 자신을 베어버릴 것이다. 손에 들린 검도 녹이 많이 슬긴 했지만 저 정도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사람이 휘두르는 칼이다. 사람 하나 정도 죽이지 못할 리가 없다.
몸이 굳어서 움직여지지도 않는 통에 세이겔은 이곳이 자신의 무덤이 될 줄은 몰랐다는 둥의 말을 중얼거렸다.
“키야아아악!”
폭우 속에서 불사자들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이겔의 예상대로 갑옷의 기사는 칼을 휘둘렀다. 자신이 아닌 불사자를 향해서. 빗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거대한 팔을 휘두르는 불사자의 팔이 경쾌하게 잘려나가는 모습은 세이겔의 귀를 자극적으로 두들기기까지 했다. 어떻게 저런 녹슨 칼로? 아니, 그보다…….
‘내가 표적이 아니야?’
다리에 힘이 풀려서 비틀거리면서 물러난 세이겔은 결국 진흙탕이 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바로 코 앞에서 벌어지는 이 어마어마한 전투를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갑옷의 기사는 물컹하고 활활 타오르는 체내물질을 뿜어내는, 기어다니는 불사자의 머리를 발로 걷어차고, 몸을 향해 후려쳐오는 마치 칼날 같은 팔을 위로 받아넘기면서 깨끗하게 목을 베어냈다.
한쪽 팔이 괴물처럼 변형된 불사자가 몸에 비해서 한없이 거대한 그 팔을 휘둘러오자 몸을 살짝 둥글게 말면서 검을 비스듬히 세워서 그 공격을 받아내었다. 어찌나 강력한 위력인지 폭우 속에서 꽈앙! 하는 소리가 났고, 기사는 몇 바퀴나 구른 후에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옷과 칼은 파손된 부분 하나 없었다. 충격을 잘 죽인 덕분이다. 공방이 워낙 빠른 탓에 세이겔은 그 부분까지 눈치 채지는 못했지만.
넷이나 되는 불사자를 상대로 갑옷의 기사는 수세는 굳건했다. 게다가 갑옷의 기사의 진가는 수세에서 드러나는 듯 했다.
세이겔은 저런 괴력이 실린 공격을 맞고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기사의 모습을 경악스러운 얼굴로 쳐다보았다. 웬만한 인간이라면 그대로 피를 토하고 절명할지도 모르는 공격이 복부를 강타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사는 조금 비틀거린 것을 빼면 아무런 타격도 없어보였다. 문득 세이겔은 기사의 갑옷 안쪽에서 빛이 난 것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을 쓸 틈은 없었다.
기사를 날려버리고 몸을 회전시키던 불사자가 자신을 보고 몸을 딱 세우고는 기괴하게 뒤틀리고 변한 눈동자를 마주쳤다. 다리가 굳어서 말을 듣지 않자 세이겔은 뒤로 털썩 엎어졌다. 그때 갑옷의 기사가 움직였다. 그는 괴성을 지르면서 재차 불사자들에게 달려들더니, 제일 먼저 거대한 팔의 불사자의 멀쩡한 어깨를 붙잡고는 재빠르게 사각으로 돌아가서 등부터 배를 관통시켜 발로 밀어내었다.
그리고 연이어서 좌측 사선에 있는 기는 불사자의 머리를 바로 검으로 쳐 날렸다. 목에서부터 부글거리며 타오르는 물질이 불컥 뿜어져 나왔지만 그건 기사에게 닿을 정도의 추진력은 얻지 못하고 바닥에 흘러내렸다.
고약한 냄새와 연기가 확 피어올랐다. 연기를 들이마신 세이겔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그 사이에 갑옷의 기사는 또 다른 불사자에게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고약한 냄새와 연기가 확 피어올랐다. 연기를 들이마신 세이겔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그 사이에 갑옷의 기사는 또 다른 불사자에게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바로 근처의 풀밭까지 겨우 물러나서 이 모습을 생생하게 보고 있던 세이겔은 처절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느꼈다. 죽음을 거부하고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들과의 사투 속에서 갑옷의 기사는 그토록 생생하게 진흙탕에 주저앉아 있던 책도둑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이토록 비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세이겔은 자신의 손이 땀으로 축축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의 싸움은 오래지 않아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남은 불사자의 가슴께와 목을 날려버린 갑옷의 기사는 천천히 검을 내렸고, 세이겔은 침을 꿀꺽 삼켰다. 검을 늘어뜨린 갑옷의 기사가 뒤로 돌아 자신을 쳐다보았을 때 세이겔은 무슨 말을 해야 하나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갑옷의 목소리 속에서 낮고, 조금 허스키하면서도 담백한 목소리가 마모된 것만 같은 고고함을 두르고 울려나왔다.
이토록 비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세이겔은 자신의 손이 땀으로 축축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의 싸움은 오래지 않아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남은 불사자의 가슴께와 목을 날려버린 갑옷의 기사는 천천히 검을 내렸고, 세이겔은 침을 꿀꺽 삼켰다. 검을 늘어뜨린 갑옷의 기사가 뒤로 돌아 자신을 쳐다보았을 때 세이겔은 무슨 말을 해야 하나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갑옷의 목소리 속에서 낮고, 조금 허스키하면서도 담백한 목소리가 마모된 것만 같은 고고함을 두르고 울려나왔다.
“괜찮소?”
“네, 네. 저는 괜찮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친 곳은 없나보군.”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세이겔은 굉장히 신분이 높은 고귀한 이일 것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봐. 역시 나이에른의 기사 놈은 기사가 아니었어. 이분이야말로 진짜 기사다. 어떻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렇게 머릿속을 광광 울린단 말이야? 갑옷의 기사는 손을 내밀었다. 세이겔이 머뭇거리다 그의 손을 잡자 기사는 손을 잡고 번쩍 일으켜 세웠다.
그때 일련의 달려오는 소리가 남자의 뒤쪽. 그러니까 세이겔이 들어왔던 외양간을 통해서 빗소리를 뚫고 들려오기 시작했다. 또 다시 불사자들이 나타난다고 생각해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린 세이겔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운타와 펠바르, 엔와 세 사람이었다.
“세이겔! 오, 맙소사! 무사했군!”
운타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불사자들을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이겔은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바뀌어서는 외쳤다.
“운타 어른! 이쪽입니다!”
세 사람이 다가오는 동안 기사는 고개를 양쪽으로 번갈아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세이겔이 말했다.
“아, 저, 저는 세이겔이라고 합니다. 소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송구합니다만, 혹시 기사님의 이름을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그 전에 하나만 묻지. 여러분들은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소?”
세이겔은 투구의 면갑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기사의 표정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온화하고 친절하게 물어오자 세이겔은 조금 당황한 기색이 되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체인줄로만 알았다가, 마치 산자라고 믿겨지지 않는 것처럼 일어나 (동류인줄 알았던)불사자를 도륙하고 친절하게 물어온 사람이다. 그것에 대한 세이겔의 반응은 조금 늦게 찾아왔다. 따라서 기사의 질문은 세이겔이 아니라 먼저 앞으로 달려온 펠바르를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펠바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기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사의 투구가 옆으로 조금 돌아갔다. 그 방향에 서 있던 엔와가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누구신지 모르는 기사분. 법왕의 은혜로운 손아래에서. 저희는 세상에 창궐한 저주병으로 인해, 그 해결을 위해 세라카를 찾아온 자들입니다. 저는 메이스 가문의 장녀인 엔와 메이스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엔와는 자신이 인사말을 실수한 것을 알았지만 다행히 머뭇거리지 않고 끝까지 인사를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살짝 손으로 가리키며 물러나자 운타가 앞으로 나와서 허리를 살짝 숙이면서 품위 있는 인사를 보였다.
“법왕의 은혜로운 손아래에서. 운타 바노. 운타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보시다시피 반단의 청인이고, 보잘 것 없는 주술사이지요. 이 친구가 이상하게도 살짝 굳어있긴 하지만 실력 있는 기사랍니다. 펠바르 산딘이 그의 이름이지요.”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법왕의 은혜로운 손아래에서. 만나서 반갑소. 메이스 공녀. 운타. 서 펠바르. 꽤 인상적인 만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소만. 먼저 이것 하나만 이야기하고 자리를 옮기도록 합시다. 더 얘기를 나누기에 좋은 장소는 아닌 것 같으니.”
펠바르는 아직도 불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기사를 보고 있었다. 그것이 실례가 되는 행동임에는 분명했지만 기사는 딱히 그것을 가지고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런 반응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기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돌렸다. 철컥거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엔와는 기사가 입은 갑옷을 눈여겨보았다. 온 몸을 감싼 갑옷은 분명 중갑 중에서도 경무장에 속했지만 수는 없지만 가벼운 무장이라고 보기는 힘들어보였다, 무엇보다 전신을 감싼 갑옷은 군데군데 녹까지 슬어있었다. 칼도 마찬가지였다. 엔와는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종자가 죽은 것일까? 이런 비를 맞으면서 몇 날 며칠을 장비에 대한 관리도 없이 보냈다면 그것이 맞을 것이다.
엔와가 이런 추측을 내놓는 동안 기사는 다시 세이겔을 돌아보았다. 세이겔은 너무 허둥거린 나머지 자신이 이름을 얘기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건 아니었다. 자신의 이름은 맨 처음 얘기하지 않았던가. 기사가 자신을 쳐다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갑옷의 기사는 손바닥으로 왼쪽 가슴에 가볍게 가져다대면서 살짝 목례하며 인사했다.
“만나서 반갑소, 세이겔. 내 이름은 오르발드. 세라카의 기사이자 법왕 전하의 버려진 검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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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