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역하고 처음 쓰는 글이 설마 이런 글일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써야하는 날입니다.
군대에 있었을 때 작성했던 글에 몇 가지 첨삭거리만 넣고
며칠 전 방영했던 nhk 다큐멘터리 내용까지 넣었습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쿄애니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쿄애니의 애니메이션을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할 자신은 있습니다.
2009년. '케이온'으로 쿄애니와 처음 만났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Don't say lazy'의 강렬한 첫인상부터
유이, 미오, 리츠, 츠무기, 그리고 아즈사의, '방과후 티타임'의 이야기를,
'날개를 주세요'부터 '천사를 만났어'까지 매 순간을 행복해하며 함께했습니다.
'천사를 만났어'는 2기에서 한 번, 극장판에서 또 한 번 저를 울렸습니다.
전 20년이 지나도 아즈냥을 잊지 못할 겁니다.
그 해 가을, 인연에 이끌려 SOS단의 단장과도 처음 만났습니다.
'사실 나는 우주인이다', '미래인이다', '초능력자다'를 거듭하는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그보다 더하게 상상을 뒤엎는 플롯에 홀렸습니다.
하루히의 막 나가는 성격도, '엔들리스 에이트'도 다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소실 나가토'와 '소실 하루히'가 좋았고,
소실에서 쿈의 독백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아노하나 시청한 뒤인 2011년. 눈물이 고파진 전 '클라나드'를 접했습니다.
그림체가 거부감 들기도 했지만 후코 에피소드 이후 그런 생각은 날아갔습니다.
헤어지고, 이어지며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한 토모야와 나기사의 애프터 스토리.
두 사람이 가족이 되지만 셋이 되지 못하는 운명에 처하자 한 번 울고,
아버지가 되기 위해 성장통을 겪은 부녀가 결국 울면서 끌어안은 모습에 두 번 울고,
오랬동안 화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와 결국 화해하는 토모야의 모습엔 무수히 울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랑 '타마코 러브스토리'를 영화관에서 봤던 게 2014년.
사랑스러운 소녀 타마코와 부끄럼 많은 소년 모치조의
달달하면서도 왠지 서글픈 사랑 이야기를 저는 정말 좋아했습니다.
'다들 그렇게 졸업하는거야'라고 말하듯 어제와 작별하는 세 아이들.
타마코는 상점가라는, 모치조는 고등학교라는, 그리고 미도리는 타마코라는 '어제'를 떠나보내면서
모두가 자연스레 어른이 되는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전 여전히 눈물지으며 미소가 지어집니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2기가 나왔을 때 한 번에 몰아봤습니다.
'잘하게 되고 싶어!'라는 쿠미코의 대사를, 그 눈물을 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목소리의 형태'는 선행 프리미어, N회차, 특별전시회까지 갔습니다.
쇼코의 수화 한 '절'. 어렴풋한 표정 한 컷. 그리고 어눌한 대사 한 마디.
모두 제가 지금껏 보지 못한 차원의 것이었습니다.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실시간으로 봤습니다.
'인형'이 '소녀'가 되어가고, '명령'이 있던 자리에 '사랑'이 자리잡는 동안의 13주는 황홀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리즈와 파랑새'는 실시간으로 봤습니다.
여고생이라는 존재가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예술이자,
두 소녀가 추는 애달프고 어긋난 왈츠였습니다.
저는 쿄애니의 애니메이션을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인물들의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를 모두 놓치지 않고
평범한 일상 풍경을 예술로 승화하는 그들의 작품이 좋습니다.
모든 캐릭터들에게 존중이 엿보이고,
사소함에 의미를 일일히 다 부여해주는,
이 바보같이 미련한 소녀감성의 별종집단이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36명이 우리의 곁을 떠난지 오늘로 딱 1년이 됩니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하나밖에 없는 딸을 떠나보낸 신이치 씨.
(색채담당 故 츠다 사치에 부친)
참혹한 아들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고 화장터로 떠나보낸 것이 미련에 남아 유골을 방에 간직하고 있는 타케모토 야스오와 치에코 부부.
(감독 겸 이사 故 타케모토 야스히로 부모)
그 외에도 500자루의 색연필을 남기고 떠난 색채담당 故 이시다 나오미.
어린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해주려 그림책 집필에도 힘쓴 원화가 겸 이사 故 키가미 요시지 등.
36명이 우리 곁을 떠난 그 날의 기억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를 남겼고,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처의 딱지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유가족들은 피해자들과의 추억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로,
팬들은 2019년 7월 18일의 시간에 묶인 채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쿄애니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쿄애니의 애니메이션을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할 자신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날의 일에 대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슬퍼했다고 말할 자신도 있습니다.
오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IP보기클릭)210.218.***.***
이 사건의 범인은 쿄애니가 자기 작품을 배꼈기 때문에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사람과 쿄애니 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고들면 우리가 모르던 어두운 일면이 드러날지도 모르죠. 하지만, 범인은 자신의 분노 때문에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말았어요. 방화라는 잘못된 만행을 저지름으로서 자신의 쿄애니에 대한 항의의 정당성이고 뭐고 다 날라가고, 지금처럼 비난받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한때 이번 사건과 관련된 뇌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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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범인은 쿄애니가 자기 작품을 배꼈기 때문에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사람과 쿄애니 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고들면 우리가 모르던 어두운 일면이 드러날지도 모르죠. 하지만, 범인은 자신의 분노 때문에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말았어요. 방화라는 잘못된 만행을 저지름으로서 자신의 쿄애니에 대한 항의의 정당성이고 뭐고 다 날라가고, 지금처럼 비난받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한때 이번 사건과 관련된 뇌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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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의 주장을 보면 거의 뇌피셜 수준으로 보이더군요.. 진술을 보면 내용 상당수도 아닌 장면 일부가 자기가 썼다는 글과 비슷하다는 진술을 했는데 지금 라노벨 시장이나 애니시장들을 보면 특정장면이 비슷한 경우는 수십가지가 넘어간다는 시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데다 더 문제는 범인이 표절했다 주장하던 애니부터가 원작자가 존재하는 다른 라노벨의 작품의 애니화였다는데서 범인의 뇌피셜에 불과 하다고 보게되죠.. (오리지널 작품이라면 장면 일부를 차용할수도 있겠다 싶지만 오리지널도 아닌 원작이 있는 작품의 애니화라는 시점에서 범인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트집에 불과합니다..원작은 2016년에 발간된 츠루네 카제마이고교 궁도부 인데 이건 범인이 소설 응모했다는 시기보다 한참 앞서 서 나왔던 거라 오히려 범인쪽이 표절했다고 할수도 있게 되니까요..) | 20.07.18 14: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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