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 시리즈의 역사는 올해로 벌써 14년이 넘어갑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이미 장년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나이죠.
그 오랜 기간 동안 이 Fate, 혹은 Type-moon이라는 레이블은 언제나
일종의 '메이저' 소리를 들으며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세이버, 린, 사쿠라 등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을 필두로 Fate는
그 동안 수많은 미디어믹스의 강행군을 헤쳐왔습니다.
전설적인 판매고를 기록한 원작부터 시작해서
인기와 흑역사 모두 차지한(좋은 건 아니지만) 스튜딘판 구애니,
그리고 2007년 타입문의 '공의 경계'를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ufotable x Type-moon 시리즈에
hollow ataraxia, extra, apocrypha, grand order를 비롯한 수많은 파생작들까지.
Fate 그 자신만 존재감을 뽐내는 것도 아닙니다.
이른바 '도심에서 벌어지는 판타지', 혹은 '신전기'라고도 불리는
Type-moon의 장르적 특징과
신화 속 성유물들을 무기로 쓰는 등의 '중2병적' 설정놀음 등을 모두 포함해서
이 'Fate' 시리즈는 비록 연령상으로는 '고전'이지만
그 고전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제자'들이 여전히 라노벨과 같은 곳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원작'을,
하지만 '여태껏 제대로 영상화된 적 없었던 내용'을,
한편으론 '식상할 수 있는 원작 내용'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오매불망 기다려온 팬들을 위해'서
과연 ufotable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번 글에서는 작년 드디어 개봉한 Fate/stay night Heaven's feel의 제 1장에 대한
다소 장황한 리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ufotable의 선택
총 3장으로 기획된 이번 극장판 프로젝트 중 1장에서
ufotable이 이른바 '선택'한 것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인물 드라마의 해부와 재해석.
둘째, 기본적인 설정 설명 생략.
셋째, 첫째와 둘째를 바탕으로 한 '분위기'의 중시.
이 3가지를 통해서 드러나는 이번 극장판의 가장 큰 특징은 명확합니다.
정말로, 지독하게, 말도 못할 만큼, 불친절합니다.
말 그대로, 이번 영화를 통해 Fate에 입문하려고 한다?
차라리 스튜딘판 구애니를 먼저 보고 오라고 추천드리고 싶을 정도로
이번 극장판은 단순한 '서사'로서 허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근 20여분이 넘는 시로와 사쿠라의 과거회상 이후
'성배전쟁'과 '서번트', 그리고 '마스터'라는 기본적인 작중 설정에 대한 언급은
ubw tva판 장면들의 흐릿한 몽타주로 넘어갑니다.
린과 아처, 쿠즈키와 캐스터, 가짜 어쌔신 등 또 다른 주요 등장인물들의 드라마는
언급할 새도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전체 3장 중의 1장이라고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반드시 있어야 할
'서장'으로서의 구성요소들이 태반 가까이 없습니다.
솔직히, 개별영화로서 이번 헤븐즈필 1장은 실격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화려한 CG에 예쁘장한 캐릭터만 넣고
무슨 소린지 전혀 이해를 못해먹을 플롯으로
관객을 2시간 동안 당혹감과 답답함으로 고문하는 영화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1장은 '망작'일까요?
작중 페이스 다 말아먹고 휘황찬란한 액션만 붕 뜬채
캐릭터 드라마고 뭐고 혼잡스러운 '유사영화'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2. 1장이 잘라낸 것들
원작을 플레이해보신 분들은 당연히 아실겁니다.
원작의 3가지 루트인 Fate, UBW, 그리고 HF 루트는
처음 시작할 때 이 3루트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을요.
반드시 Fate루트를 클리어한 다음 UBW까지 클리어 해야
이번 극장판 내용인 HF루트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즉, 이미 원작의 내용부터가 선행 두 루트를 거치고 온 게이머를
대상으로 하고 설계되었다는 것이죠.
프롤로그인 1일차 내용이 뭔지 다 알고 있는 채 바로 들어가는 게이머 입장에서
기본적인 설정 설명은 지극히 불필요한 사족에 불과하고,
총 7명의 서번트가 누가 누구인지, 마스터가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이죠.
한 마디로, 이 3루트는 말이 루트지 사실상 1부, 2부, 3부 형식이라는 점.
그 때문에 이른바 '공통루트'라고 불리우는 1일차 내용은
정말 사족 중의 사족으로 불려도 할말이 없을만큼 불필요합니다.
물론 모르는 사람에게는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내용이지만
원작 게이머 입장에서는 아니라는 거죠.
ubw tva에서는 1시간 스페셜을 무려 두번이나 쓰면서
이른바 '입문자'들을 위해 온갖 친절을 다해가며 이 공통루트를 소화했지만,
이 헤븐즈필 극장판을 보려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을 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그럴 시간에 다른 것에 더 집중하자는 선택을 ufotable이 한 것입니다.
이런 선택의 희생양은 비단 공통루트 분량 뿐만이 아닌,
가짜 어쌔신, 캐스터, 쿠즈키의 류도사 파의 내용과
린과 아쳐 콤비에 심지어 HF에서 결코 분량이 적지 않은 이리야-버서커까지 포함됩니다.
이리야의 경우, 자신의 분량이 원작보다 더 늦게 나오게 생기게 될 정도입니다.
그러면, 이 모든 것들을 희생해가면서 이번 1장이 손에 넣은 것은 무엇일까요?
3. 1장의 의의
헤븐즈필 극장판 1장의 의의를 쉽게 알고 싶다면
한 가지 영화를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바로 2017년판 '오리엔트 특급 살인'입니다.
시대의 추리문호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이 원작인 이 영화는
사실 1974년에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추리물 걸작으로 칭송받습니다.
그리고 43년 뒤 다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전작과 다소 다른 선택을 합니다.
숨막히는 추리가 포인트였던 전작과 달리
이번 리메이크작은 12명의 용의자들의 드라마에 더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 선택이 옳았느냐 틀렸느냐에서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영화 역시 헤븐즈필처럼 일종의 '선택'을 했다는 것입니다.
'선택'을 하게 된 배경 역시 헤븐즈필과 유사합니다.
원작 소설의 출간 당시 충격적이고 혁신적이기 그지없던 전개과 반전은
반세기를 거치면서 클리셰가 되어버렸고,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반전 역시 영미권에서는 뻔한 결말로 '노화'해버렸습니다.
대충 '절름발이가 범인'이라는 식으로 말이죠.
더 이상 반전의 힘만으로는 21세기의 관객에게 어필을 할 수 없다고 느낀
케네스 브래너 감독 겸 주연배우가 과감히 추리와 반전을 저버리고 드라마를 택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원작의 충실한 재현을 기대했던 골수팬 혹은 추리를 기대했던 뉴비는 실망했지만
저처럼 74년판과의 차별화 혹은 색다른 감성적 추리드라마를 기대했던 이에게는 마음에 들 수 있죠.
마지막 클라이막스 시퀀스의 흑백연출이나 12명의 용의자가 가지는 의미를 강조하는 연출 역시
원작을 '발췌'하는 과정에서 남은 부분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고요.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지금 2017년의 관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결함이 있는 원작을(이유는 다르지만)
다시 스크린에 걸기 위해서 헤븐즈필과 오리엔트의 제작진들은
'원작의 재탄생을 위한 재해석'을 감행했고, 그 대가로 많은 부분을 희생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헤븐즈필 1장은 각각 무엇을 얻었을까요?
'오리엔트'는 명배우들의 곡예에 가까운 연기에 힘입은 '설득력 있는 12인의 용의자들'을,
헤븐즈필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연출에 힘입은 마토 사쿠라라는 캐릭터와
차갑고 메마른, 하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하고 서글픈 헤븐즈필 루트의 겨울 분위기를 얻었습니다.
4. 1장 총평
헤븐즈필 극장판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1장과 같은 방식일 것입니다.
간단히, '무엇을 보여줄까'라는 마음가짐으로 극장에 가는 관객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 하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올 것입니다.
원작을 경험한 이들은 이미 무엇이 나올지 전부 알고 있으니, ufotable은 그것보단
'어떻게 보여줄까'를 목표로 할 것이 눈에 선합니다.
결함이 적지않은 HF루트의 흠을 메꾸면서 원작을 초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ufotable.
이미 1장에서부터 그것을 위한 포석을 여럿 깔았습니다.
히로인임과 동시에 악역이라는 특이한 포지션의 사쿠라에게
분량을 몰아주면서 최대한 많은 설득력을 안겨주었고,
최후반부 린과 관련된 논란을 의식한 듯 변호를 위한 분량을 약간 주기도 했으며,
심지어 찌질한 쓰레기 그 이하였던 신지에게마저 변호의 여지를 주었습니다.
물론 주인공 시로의 캐릭터 변화는 당연히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1장의 총평은
'원작 팬이 대신 가지고 있던 서사를 저버리며 영화적 완성도를 포기하는 대신,
원작이 보여주지 못했던 섬세한 디테일과 캐릭터들의 설득력에 집중하는데 성공한 미디어믹스'입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급히 쓰고 소울워커해야 하는지라 글에 두서가 없지만,
잘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이번 극장판, 이렇게 글 길게 쓸거 없이 '사쿠라 여신' 한마디면 게임 끝이지만,
나름대로 억지 부려가며 이유를 덧붙여봤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월급날이 코앞이라 그저 행복한, 입덕술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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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불친절한 구성은 현명 역시 유포가 원작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제작진이라는게 아포와 페엑을 보면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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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략이 아니라 예상 밖의 원작고증이라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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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처음 보는 관객은 어떻게 생각할까를 상상해본 적 있는 달덕이라면 한번씩 생각해봤을 내용이네요. 생각하는 것 보다 글로 정리하는게 훨씬 어려운데 수고하셨습니다ㅋㅋㅋ 저도 페이트 말로만 들어본 여친이랑 같이 보러갔었는데 막상 보니 너무 불친절해서 싫어할줄 알았습니다...만 여친도 오타쿠 문화에 익숙하고 기초적인 설정은 미리 알려줘서 그런지 의외로 호평이었음요. 볼거리도 많기도 했구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2장이 기대되네요. 개인적으론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금은 오리지널 전개 넣어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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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이라 하기엔 너무도 요오오망한 사쿠라. 한겨울에 반팔 원피스라니... 너무 대놓고 대쉬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것도 못 알아주는 시로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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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제작때부터 페이트 시리즈에 대해 알던 사람들을 고려해서 만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은 부족하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계속 봐온 사람들에게는 깔끔한 전개로 느껴지더라구요 앞으로 후속편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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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불친절한 구성은 현명 역시 유포가 원작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제작진이라는게 아포와 페엑을 보면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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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처음 보는 관객은 어떻게 생각할까를 상상해본 적 있는 달덕이라면 한번씩 생각해봤을 내용이네요. 생각하는 것 보다 글로 정리하는게 훨씬 어려운데 수고하셨습니다ㅋㅋㅋ 저도 페이트 말로만 들어본 여친이랑 같이 보러갔었는데 막상 보니 너무 불친절해서 싫어할줄 알았습니다...만 여친도 오타쿠 문화에 익숙하고 기초적인 설정은 미리 알려줘서 그런지 의외로 호평이었음요. 볼거리도 많기도 했구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2장이 기대되네요. 개인적으론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금은 오리지널 전개 넣어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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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관객은 마블영화 지식없이 곧바로 업벤3 보러간 느낌 뭔가 심각한데 왜 그런지 모르는... | 18.05.09 16: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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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이라 하기엔 너무도 요오오망한 사쿠라. 한겨울에 반팔 원피스라니... 너무 대놓고 대쉬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것도 못 알아주는 시로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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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의 시로는 아직 정의코패스라 다음장을 기대해봅시다 | 18.05.09 18: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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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제작때부터 페이트 시리즈에 대해 알던 사람들을 고려해서 만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은 부족하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계속 봐온 사람들에게는 깔끔한 전개로 느껴지더라구요 앞으로 후속편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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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략이 아니라 예상 밖의 원작고증이라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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