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은 퍼즐과도 같습니다.” -안노 히데아키
과연 그렇다. 에반게리온은 아주 잘 만든 퍼즐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그러나 재밌게 즐기며 보고 또 보면, 아주 많은 걸 발견할 수 있을 게다. 정말로 재밌다! 그 순수한 재미를,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 온전히 넘기고 싶기 때문에, 굳이 모든 걸 풀어 쓰고 싶지는 않다. 당신이 직접 찾아 줬으면 하는 답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냥 가면 아쉬울 테고, 아직 당신을 완전히 믿고 있지는 않은 탓에, 몇 가지 힌트를 남기려 한다.
예를 들어 카지의 이 장면을 보자.
그런 다음 엔드 오브 에바에서의 신지 장면도 보자.
에반게리온 연출의 핵심 중 하나는 반복과 구도의 통일을 통한 의미 병렬 전달이다. 하나의 컷이 있어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아주 현명하게 이용하여, 이미 나온 적 있는 컷의 구도와 의미를 함께 고려해 더 깊고 명확한 의미를 캐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저 당시 카지는 미사토와 함께,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워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미사토에게 사랑을 담은 접촉과, 최후의 선물도 넘겼다. 지금 그는, 자신이 가장 편한 장소, 떠나고 싶지 않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현실을 맞이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상태이다. 아픈 이별이 되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숭고한 선택 말이다. 그렇다면 신지는 어떠한가? 그 역시, 자신에게는 꿈과도 같은 레이와 함께, 정말 편한 공간에서 누워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또 한 번 현실을 보고 싶다고 결정하여, 레이에게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은 악수를 건넸다. 두 컷의 동일 구도를 통하여, 두 남자의 거룩한 선택을 아주 잘 조명했다.
다음. 종극 직전 아스카의 ‘기분 나빠’라는 대사와 관련해, 조금 다른 의미에서, 안노의 퍼즐을 연계하여 생각할 부분이 하나 더 있기에 마저 짚고 간다. 이미 신지와 아스카가, 지금과 비슷한 자세를 연출한 장면이 있었다. 기억하라고 했는데, 다시 한 번 보고 간다.
보완 중 두 사람이 관계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한 부분인데, 조금 엄한 얘기가 되겠지만, 두 사람, 굳이 밝히자면 여성이 위에 있는 체위이다. 이 부분은 아스카의 성격을 잘 묘사한 부분이기도 한데, 아스카 리뷰에서 밝힌 대로 그녀는 언제나 누구보다도 위에 서고 싶어 한 아이였다. 그런 기개 넘치는 아스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절대 밑에 깔리고 싶어 할 리는 없다. 이것은 그녀 성격의 본능이라 해도 좋을 수준이다. ‘체위’에 대한 얘기는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에반게리온에서는 제법 구체적으로 연출해 둔 상태이다.
실제로 전설 속에서, 릴리스가 아담에게서 미움을 받았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자존심 센 그녀가 이런 체위를 고집했기 때문이며, 그에 화가 난 아담이 그녀의 죄를 신에게 일러바쳤던 것이었다. 따라서 이 장면은 릴리스 전설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레이가 본질적으로 아스카와 공유하는 숨은 특성을 묘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레이의 모성을 수용함과 동시에, 아스카는 성장을 거쳐 ‘새로운 세상의 첫 번째 여성’을 상징하게 됐는데, 종극 직전에는 그녀가 의도치 않게 신지 밑에 깔린 채로 그와 마음을 나누고 있으니, 그에 대한 솔직한 감상은 ‘기분 나빠’가 되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재밌게 생각할 수 부분이라 언급해 봤다.
몇 가지 더 보고 가자. 미사토 역시 신지에겐 두려운 타인이었다.
미사토와 카지, 같은 구도를 활용해 아스카와 신지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힌트로 남긴 부분도 있다.
네르프 오퍼레이터 세 사람과 꼭 닮은 교실 안의 학생들이다. 착잡한 기분이 든다. 그들도 이랬을 텐데.
사키엘이 미사일을 막는 모습은 엔드 오브 에바의 2호기와 꼭 닮았다.
최후의 적은 인간이라는 것을, 교묘한 연출 반복으로 아주 노련하게 설명하고 있다.
겐도우의 마음에 고통을 받는 레이의 모습이다.
구도 및 연출 통일을 이용한 복선?
카지의 최후, 배경에 십자가 상징(영상으로 보는 편이 명확하다.)이 보인다.
미사토의 최후에도, 같은 상징을 활용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총격을 받은, 희생이라는 십자가 말이다.
에반게리온은 이런 연출 반복을 활용해 아주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 감독의 의도도 있을 테고, 물론 우리의 독자적인 해석도 차고 넘칠 것이다. 그래도 꽤 재밌지 않은가? 신극장판에도 안노의 퍼즐은 많다. 특히 구판과의 대사 연계나 동일한 구도 활용으로, 구판을 꼼꼼히 본 사람들이라면 훨씬 더 재밌게 즐길 여지가 가득하다. 한 번 도전해 보길 바란다.
Evangelion - 01 Test-Type DVD 수록 Full OP By 마사유키
30. 아스카 ② If You Can't Be Mine
34. 끝나는 세계 : Take care of yourself
----------------------------------------------------------------------------------
<후기>
에반게리온의 복잡한 설정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연재 리뷰라는 걸 기획하기 위해 나의 감상 일기를 쭉 보면서, 어렸던 나의, 혹은 어른이 된 나의 다양한 생각을 보고 다시 공감하고 또 배우기도 하며, 그 ‘마음 자체’를 공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말았다. 그래서 단순히 설정만 나열하는 ‘완전 분석’ 비슷한 것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그 형식을 빌려, 우리가 작품을 보는 이유에 대해, 그리고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에반게리온은 어떻게 보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바로 그 이유로, ‘나는 에반게리온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있으나, 다만 나는 이 작품이 조금은 어긋난 방향으로 사랑을 받고, 또 미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각도를 아주 살짝, 돌리고 싶었다. 작품을 감상하려는 ‘노력’만 있다면, 좀 더 쉽게 그 보답을 받을 수 있기를, 그런 건방진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나는 안노가 바라지 않는 일을 했다. 뭐, 내 마음이다. 이게 내가 세상을 아끼는 한 방법이다.
국내에도 굉장히 많은 에반게리온 팬이 있지만, 막상 에바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는 의외로 많이 부족한 편이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나의 사실일 뿐이고, 그래서 나는 그 사실을 조금 바꿔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리뷰를 꼼꼼히 읽은 사람이라면, 우습긴 하지만 정말 세상 어디에 나가도, ‘나 에반게리온 많이 안다.’는 부류에 속할 수 있을 거다. 필자가 정말 오랜 시간을 거쳐 생각하고, 고민하고, 찾았던 정보를 모두 담으려 노력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리뷰에 있어, 내가 이것 하나는 보증해 준다. 당신, 에반게리온에 대해 정말 많이 알고 있다.
‘에반게리온 그거, 아무 내용 없지 않아? 철학? 웃기고 있네. 괜히 돌려 말하고, 있어 보이는 척 하는 거지. 안 그래?’
에반게리온에 대한 아주 흔한 감상이다. 존중 받을 하나의 시각, 맞다. 그러나 내가 안타까운 것은, 유독 저런 시각이, 다른 방향의 시각을 엎어 버리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더 슬픈 것은, 누구 하나 용감하게 ‘아니다.’라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가 루리웹이라는 커뮤니티에 들러 에반게리온에 대한 사람들의 감상을 보고, 이 리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막연히 생각은 해도, 그 ‘근거’를 대려 하니 보통 일이 아니라, 포기하고 말았을 테다. 두 시각이 마찰 없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체념했을 것이다. 당장 필자가 그랬다. 뭐라고 말은 하고 싶은데, 아니 최소한 인터넷 어디에 있는 글,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꽤 그렇겠네, 인정을 받은 글이 있다면 링크라도 걸고 싶은데, 그런 글이 없었다. 그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들고, 무리라 해도 내가 이 글을 쓴 이유 말이다.
에반게리온에 대한 얘기를 하며, 필자가 강조한 메시지 중 하나인, ‘모든 시각은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에반게리온을 공허한 작품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이었다. 그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이 글을 봐 주어야 하니까. 그러나 이제 이 리뷰를 마친 시점에서, 나는 역으로, 그 사람들의 시각 또한 마땅히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였고, 이 글을 모두 보고 난 뒤에도, 그 마음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괜찮다. 모두 다 가치 있는 생각이니까. 그게 당신의 세상이라면, 내가 감히 그 세상을 깰 이유도, 권리도 없으니까. 그래서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나는 당신의 어떤 생각이든 존중하려 한다. 포기하는 게 아니라, 미련 없이 인정하겠다. 그저 당신에게는, 여태 함께 소중한 시간을 나눠 주어서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에반게리온은 아주 훌륭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 훌륭함을 의심하고, 무시하는 게 그 자체로 ‘세련된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게 참 슬프다. 자신의 진심은 상관하지 않고, 단순히 대세라는 이유로, 혹은 소수의 생각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자신의 생각을 담는 행위가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여전히 안타깝다. 필자는 그 사람들에게,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이 긴 리뷰를 적은 필자 또한 그 생각을 감히 바꾸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 또한 우리를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 물론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 싸움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필자도 항상 마음을 열어 두겠다. 약속한다.
물론 내가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데엔, 이 글로 ‘에반게리온’이라는 꿈에 대해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리게 된 사람 또한 많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고 있는 덕분이다. 그런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나의 생각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심어 준 당신의 아량과 용기를, 존경한다. 당신과 같은 시간을 나눌 수 있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긴 여정이었다. 이 리뷰를 쓰며, 바쁜 일상을 쪼개 틈이 나면 노트에 메모를 하고, 컴퓨터를 켜 수정도 하고, 고민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웃기도 하면서, 정말 원 없이 글을 썼다. 글을 쓰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감사하다. 게다가 이렇게 보수를 바라지 않고, 순전히 내가 적고 싶은 글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에반게리온이라는 명작의 리뷰를 통해, 다른 사람과 공감도 하고, 드물게는 싸우기도 하면서 공유한다는 것은, 과연 내가 살면서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짜릿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누가 그러더라. 이런 한심한 애니메이션 리뷰‘나’ 적고 있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아냐고. 부끄럽지 않느냐고. 시간이 아깝다고. 나는 크게 웃었다. 바로 그 이유로, 나는 이 글이, 또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아주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에 잘 품고 있다. 각자의 생각과, 꿈이 있고, 현실이 있다. 그러나 당신이 그 바쁘고 힘든 현실을 살다가 시간을 내어 컴퓨터를 켜고 이 글을 보러 온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감히 알 수 없는 ‘소중한 무언가’를 믿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믿음이 아주 대단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부끄럽지 않다. 우리가 꿈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현실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후유증이 꽤 오래 갈 것 같다. 고마운 일이다.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한, 나의 소중한 꿈, 에반게리온에게 우선 감사하다. 그리고 그 꿈의 가치를 나눌 수 있게 한, 나의 소중한 현실과, 이 모니터 너머 바로 당신에게, 고맙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
ONE MORE FINAL :
<우리들은 정말로 ‘무엇’을 해석하려 했는가?>
미야자키와 안노. 아버지와 철 없는 아들 컨셉?
1997년 일본,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상영되던 시기, 많은 매체들은 같은 시기에 걸린, 안노의 스승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를 에바와 자주 비교하곤 했다. 안노가 엔드 오브 에바의 포스터를 통해 제시했던 ‘모두, 죽어 버려.’라는 메시지와, 미야자키의 ‘살아라!’는 메시지를 비교한 다큐멘터리는 국내에서도 꽤 유명하다. 그리고 실로 많은 사람들이, 두 메시지의 차이를, 실제로 안노와 미야자키의 사고 대립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에반게리온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게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을 테다. 안노의 메시지는 ‘모두, 죽어 버려.’의 한 단계 뒤에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죽어라.’가 아니라, ‘그래도, 살아라!’이니까. 21세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삶과 죽음을 놓고 고민한다. 누구는 이상하게 생각한다. 도대체 그게 뭐가 고민할 문제야? ‘에바에 타고 말고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도 있던 거야?’ 그러나 그들의 고민은 진지하다. 현실이다. 그리고 안노의 메시지가 바로 그들을 위한 것이다. 죽어야 한다는 것도,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당신의 고통을 느끼고 있으니, 공감하고 있으니, 그 다음은, 당신 스스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오래 생각하고 보면, 이 세상에도, 분명 희망이 있는 것 같다고. 레이가 신지에게 남긴 ‘무언’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내가 당신에게 감히 가르쳐 줄 수 없고, 또 당신도 나에게 함부로 전할 수 없는, 그 무엇.
레이 "인간은 어둠이 무서워, 불을 이용해 그 어둠을 깎으며 살아 왔어."
신지 "그래서 인간은 특별한 걸까? 그래서 사도는 우리를 공격하는 걸까?"
아스카 "바보 아냐? 그런 걸 우리가 어떻게 아니?"
생각해 보면 ‘사도’라는 것은, 타인에 대한 우리 마음의 공포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상상의 힘으로 세상을 구성하는 것과 같이, 어쩌면 사도 또한 제레의, 또 네르프의 ‘타인에 대한 공포’가 만든 존재일 수도 있겠다. 그들이 ‘타인은 두려운 것이다.’라고, ‘사도는 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사도라는 게 존재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은 어둠이 무서운 탓에 그 어둠을 걷으려 했고, 바로 그 때문에 사도는 인간을 공격했다. 그래서 아픔의 시작은 두려움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을 거라는, 좌절이다. 사실 꼭 그렇지도 않은데. 당신이라는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타인인데. 제레와 네르프는 에반게리온이라는 ‘꿈’을 통해 사도를 무찌를 수 있었으나, 그들의 진짜 적은 인간이었다. 현실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끝내 ‘적’과의 싸움에선 이길 수 없었다. 진짜 두려움은, 타인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있었으니까.
카오루 "너희는, 죽어야 할 존재가 아니야."
에반게리온은 ‘나는 여기에 있어도 돼?’, ‘이 세상에 살고 있어도 돼?’라는 깊은 질문에 대해, 절대 ‘그렇다.’고 답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딱 한 번, 타브리스의 입을 대신 빌려, 하나의 커다란 울림을 전해 주었다. 당신에게는 물론, ‘살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 그러나 당신은, 죽어야 할 존재가 아니다. 더 솔직히, 나는 당신이 살아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당신을 원하고 있으니까. 당신이 없으면 안 되니까. 그것이 ‘두려움’이 감추고 있는, 우리 모두의 진심이다.
안노 히데아키는 또한 말했다.
“에반게리온은 나의 삶 그 자체입니다. 나의 모든 것을 이 작품 안에 담았습니다.”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 안에서,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바꾸어 말해, 우리는 보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생각하여,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힘을 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로 ‘답’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작품을 보고 ‘에바의 모든 것’이라는 매뉴얼을 원하기도 하겠죠. 그러나 그런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답을 찾아야 하니까요.” (New Type Addicts #43 11/1996)
실제로 필자는 안노 히데아키의 많은 인터뷰를 접해 왔지만, 인터넷에서 아주 흔하게 돌고 있는, ‘에반게리온에는 아무 내용도 없습니다.’는 말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아마 ‘에반게리온에는 답이 없다.’는 말을, 전하는 사람이 자의적으로 바꾼 것일 테다. 물론 안노가 정말로 그런 말을 했다 하여도 별 문제 없다. 안노는 이미 위의 ‘공식 발언’을 통해, 필자가 이 리뷰 안에서 강조한 에반게리온의 메시지가, 실제로 감독이 의도한 것이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에반게리온은, 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
안노가 신극장판을 공개하기에 앞서 했던 말이다. 당연한 일이다. 작품을 떠나, 우리의 삶이, 우리의 현실이 다 그렇지 않던가. 아마 그 사이 실수도 아주 많이 반복했겠지. 그러나 미사토가 했던 말과 같이, 우리는 그런 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가치 있는 일인 거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둠을 어둠으로 볼 줄 아는 용기와, 그 안의 희망을 볼 수 있는 믿음이 아닐까. 당신의 세계는 당신이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한 명의 신이라 할 수도 있겠다. 당신은 ‘그렇다고 믿으면 그런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언제든 준비가 되면,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으로, 현실을 앓고, 배우고, 즐기자. 우린 괜찮을 것이다.
그렇담, 우리들이 정말로 해석하려 했던 것은, 에반게리온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며, ‘우리 자신’이 아니었을까? 안노 히데아키가 이 작품에 담은 것 말이다. 나와 남이 함께 엉켜, 그 가시에 찔려 아프기도 하고, 또 그 온기에 덮여 꿈을 꾸기도 하는, 우리의 ‘마음’에 대한 얘기.
물론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타인이라는 존재는, 끝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며 어쩌면 당신이 일부러 마음을 잠가 놓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은 유효하다. 그러기 위해 서로를 사랑하는 인간이며, 다시 말하지만 그것이 에반게리온의 주제이기도 하다. 미지의 존재를 ‘알아갈 가치가 있는 존재’로 설정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이며 또한 온당 하여야 할 일이기도 하니까.
혹자는 에반게리온의 메시지를 ‘듣고는’, 왜 간단한 말을 그렇게 돌려 어렵게, 알 수 없게 만들었냐고 한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이런 방법이 아니면 도저히 전할 수 없었을 것도 같다. 누구는 어렵고 또 답답하게 느끼는 이런 방법이 바로 또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진심을, 사랑을 전하는 어설픈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도 괜찮다. 아무리 많이 씹고 또 씹어도, 물이 통 빠질 줄 모르는, 우리의 마음, 또 우리 사는 얘기 아닌가.
BGM Fly Me To The Moon (In Other Words) - Utada Hikaru
Poets often use many words to say a simple thing
시를 쓰는 사람들은, 간단한 것을 얘기하기 위해 아주 많은 단어를 쓰곤 하죠
It takes thought and time and rhyme to make a poem thing
아주 많이 생각해야 하고, 시간을 들여야 하고, 운율도 맞춰야 한다구요
With music and words I've been playing
지금 내가 부르는 이 노래, 이 가사는요
For you I've written a song to be sure that you'll know what I'm saying
잘 알아 들어 줄 거라 믿으며, 당신을 위해 제가 쓴 거랍니다
I will translate as I go along
무슨 말인지, 가르쳐 줄게요
Fly me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날 달로 보내 주세요 별과 함께 노닐게 해 주세요
Won't you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목성과 화성에서의 봄은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어요
In other words, hold my hand
이 말은요, 내 손을 잡아 달란 뜻이에요
In other words, darling kiss me
이 말은요, 키스해 달란 말이에요
Fill my heart with song and let me sing forever more
내 맘을 노래로 가득 채워 주세요 영원히 노래하게 해 줘요
Cuz you are all I long for, all I worship and adore
당신은 내가 언제나 바라고 동경하고 사랑했던 한 사람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그러니까, 내게 진심을 주세요
In other words, I love you….
내가 당신을 사랑한단 말이에요….
(IP보기클릭).***.***
Q 개봉하고, BD도 오고 나면, 리뷰는 아니고 간단하게 설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취지로 길지 않은 글 쓸 것 같구요. 신극장판 완결 후에, 언젠가 반드시 그 리뷰도 들고 오겠습니다. '언젠가'는 아주 훌륭한 말이네요. 여기 댓글은 항상 확인할 것이니 궁금한 것, 하고 싶으신 말씀 다 어느 글에든 아낌 없이 해 주시구요. 에바 리뷰 솔직히,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행복했습니다. ^^/ 여러분 덕분입니다. 그리고, 땡스 투 목록?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IP보기클릭).***.***
사실 별로 아쉽지가 않군요... 왜냐구요? 다음 신극장판에서의 엄디저트님 리뷰가 아직 시작도 안했고, 언젠간는 나올테니... 오히려 더 기대가 되는군요 ^^
(IP보기클릭).***.***
역시 이분글은 추천해야 마땅함!
(IP보기클릭).***.***
그 동안 에바에 대해서 상업성은 인정하지만 설정장난이거나 감독의 계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으로 인식해왔었는데 엄디저트님의 그동안의 글들은 보면서 많은 노력과 고민을 담은 작품으로 인식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차치하고서라도 여러모로 세심한 노력이 깃든 썩 괜찮은 작품임을 환기시킨것만으로도 엄디저트님의 그동안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은거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님은 개도에 성공했어요 짝짝짝!!! 아직까진 루리웹안에 갇힌(?)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욱더 인터넷의 바다에 둥둥 떠다니면서 에바에 대한 재평가의 좋은 디딤돌이 되겠지요. 에바에 대해 말도안되게 까는이들에 대한 좋은 무기도 되겠군요ㅋㅋㅋ 암튼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런게 진정한 덕력이군요 ㅎㅎ
(IP보기클릭).***.***
에반게리온이 계속되는 이야기인 것처럼 엄디저트님의 글도 영원히 반복되는 군요. 이 0번 글이 가장 마지막에 위치해서 다음 글이 우리들은 무엇을 해석하려는가의 1번글이군요. 맞추었다면 절 달로 보내주세요~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에반게리온이 계속되는 이야기인 것처럼 엄디저트님의 글도 영원히 반복되는 군요. 이 0번 글이 가장 마지막에 위치해서 다음 글이 우리들은 무엇을 해석하려는가의 1번글이군요. 맞추었다면 절 달로 보내주세요~ | 13.03.04 00:49 |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222.99.***.***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 | 17.01.04 23:53 | |
(IP보기클릭)175.197.***.***
새해에 멋진선물 받고갑니다. 노고와 열정 존경하고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 17.02.01 00:42 | |
(IP보기클릭)110.70.***.***
감사합니다 | 19.07.14 23:15 | |
(IP보기클릭).***.***
역시 이분글은 추천해야 마땅함!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사실 별로 아쉽지가 않군요... 왜냐구요? 다음 신극장판에서의 엄디저트님 리뷰가 아직 시작도 안했고, 언젠간는 나올테니... 오히려 더 기대가 되는군요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그 동안 에바에 대해서 상업성은 인정하지만 설정장난이거나 감독의 계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으로 인식해왔었는데 엄디저트님의 그동안의 글들은 보면서 많은 노력과 고민을 담은 작품으로 인식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차치하고서라도 여러모로 세심한 노력이 깃든 썩 괜찮은 작품임을 환기시킨것만으로도 엄디저트님의 그동안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은거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님은 개도에 성공했어요 짝짝짝!!! 아직까진 루리웹안에 갇힌(?)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욱더 인터넷의 바다에 둥둥 떠다니면서 에바에 대한 재평가의 좋은 디딤돌이 되겠지요. 에바에 대해 말도안되게 까는이들에 대한 좋은 무기도 되겠군요ㅋㅋㅋ 암튼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런게 진정한 덕력이군요 ㅎㅎ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