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말딸, 괴문서) 트레이너가 되길 원했지만 이런건 아니였어. | 유머 게시판 (ruliweb.com)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
간절히 바랬기에 이루어지길 원했고, 또 이룰 수 있길 분골쇄신(물리적으로)하는 노력으로 또 고생했기에
되서나선 두번 다시 될까 보냐.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트레이너가 되선 안됐다.
되지 말아야했다.
그저, 평범하게.
회사원이 됐든 일용직 알바를 전전하든.
분수에 맞게 노력하지 말고 전생처럼 사회의 범용적 소모품 1로써 삶을 마쳐야만 했다.
나의 또 한번의 생은 기적으로 이루어진게 아니였다.
범부에게 주어진 과분한 짐덩어리요, 본래의 궤적에서 틀어져 날아간 공의 행방같은 것이었다.
노상하는 할머니의 장난질에 놀아난 결과물.
매일매일 그저 여생을 보내기만 했던 전생의 나태에 대한 죄업.
다시 주어진 기적에 감사를 잊고 태만하게 보낸 오만의 대가.
첫사랑이란 색욕에 홀려 영혼과 삶을 바치려든 어리석은 이의 업보였다.
나는 내 두 번째의 삶을 후회한다.
이룬 것 하나 없는 첫 번째 삶보다 더 .
난 우마무스메 세계관의 트레이너가 되었다.
이 빌어먹을 괴문서 속 세상에서 말이다.
증오한다 타즈나 괴물련.
원망하겠다 이사장 늙지도 못한 망할 노친네.
그리고 저주하겠다.
메지로 아르당.
****
트레이너가 되었다.
물론 편법으로 말이다.
처음엔 요구 스펙들을 쭉 흝어보다가 응 이거 안된다.
매일 매일 월급으로 산 회빙환을 일평생 삼시세끼로 쳐먹고 무한 리세마라 찍어도 불가능이라고 확신했었지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트레센에서 활동중인 트레이너 세명 이상에게서 최소한도에서 트레이너로 활동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 견습으로써 트레이너로 일할 수 있게 되고.
견습 활동을 하며 학원내의 관계자들로부터 스펙중에 요구되었던 활동기록서를 충족하여, 견습에서 정식 트레이너로 취직이 가능해진다는 요건이 있었다.
예전부터 쭉 덕질해댄 덕에 경기장에서 만난 몇몇 트레이너들에게 어떻게든 부탁을 하여 견습으로 활동 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난 전생에 죽기전과 비슷한 나이가 되서야 겨우 견습 트레이너로 취직할 수 있었다.
트레이너 자격증은 금삐까 뻔쩍 휘까뻔-쩍 할 줄 알았던 배찌일 것 같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그냥 운전면허증같이 생겨먹었다.
그래도, 얻느라 몇년을 고생했는지 모를 나에겐 더 할 나위 없이 소중한 자격증이었다.
실질적으로 재발행에 요구되는 금액도 장난 아니기도 하고.
"정말.....감개무량하구만."
"그래, 눈물이나 좀 뽑아내라. 목 좀 축이게."
"세기말이 벌써 다가왔나? 아직 핵전쟁은 안 일어났는데. 반 말딸시위는 2주전에 벌어졌어도."
"거기 내가 있어봤는데 하나같이 제정신 아니더라. 감히 말딸에게 덤빌 줄이야. 유약한 인간들주제에ㅋ"
"흑! 그런 과격한 짓을! 당신들같은 자들에겐 피도 눈물도 없나요!"
"땀은 있는 데? 그럼 내가 졸업후에도 기다리며 흘린 땀만큼 뽑아내봐."
"1레이스 분량정도라도 우마무스메랑 달리 연약한 인간은 탈수증으로 뒤져요.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뽑아내 썅것아. 나 노처녀로 죽기전에 노총각 눈물이나 원없이 마셔보자ㅋㅋㅋ"
"이 미친 말딸이ㅋㅋㅋㅋㅋ세기말 오려면 대충 80년은 남았어요 말딸님ㅋㅋㅋ. 너무 미래지향적 아니십니까ㅋㅋㅋㅋㅋㅋ"
"수명 다해 죽고 나서 올 세기말 미리 경험 좀 해보자고 쨔샤. 야 일로와. 야 피해? 야, 야!"
그리고 오늘은 오랜만에 직접 그녀와 만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드디어 내 오랜 꿈이 이루어졌다는 축하를 겸해.
살아온 인생만큼 지금껏 기다려준 그녀에게, 겨우 고백할 준비가 된 것 같아서.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목을 축이자니, 타들어가는 목구멍만큼 가슴속도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너무 오랜만에 연락해서였다.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유학을 가면서 접했던 소식들.
그녀가 트레센에 입학했다는 것.
트레이너들에게 고칭을 받으며 선발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
정식 레이스에 도전했지만,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
경기용 신발을 자비로 샀지만, 승부복은...........없었다는 것.
우마무스메에게 있어서, 그녀들의 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본격화'.
그 시절은 그녀에게 그리 만족스러운 시간이 되지 못했다는 것.
트레센......중앙 트레이닝 센터 학원에 다닌다는 만큼 주위에서 쏠린 시선의 무게에 무너져버렸다는 것.
차라리 평범한 우마무스메처럼 다른 일반 학원에 다녀, 남들처럼 평범하게.
그래, 평범한 여고생처럼 보냈다면 얻을 행복이 있을 수 있던 시기에.
기대와 의무에 좌절했고.
광명을 잃고.
1년 유급해버렸고.
어떻게든 졸업증은 받았지만.
졸업 후 방 안에서만 몇년을 보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절에 내가 없었다는 것.
내가 돌아온 후 너무 늦게 연락을 받았을 적엔.
그녀는 순경이 되어 있었다.
마지노선이었다 한다.
우마무스메가 할......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내 맞은 편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우마무스메는 왠지 전생의 나와 닮은 얼굴같았다.
기대감에 부풀어, 꿈을 이루고 싶었지만.
현실이란 장벽에 막혀.
꼬꾸라져, 무너져버린.
무자비한 현실과 타협을 했냈지만 정작 뭘 해낼 자신은 없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치에 치여 나쁜 짓 같은 거 못 해보고, 그냥 살고만 있는.
빛을 잃은 그녀는, 왠지 나와 같았다.
분명 같은 얼굴을 한 것만 같았는데.
난, 아직 그녀와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여기! 맥주 1500cc 한잔 더!"
"예! 금방 드릴께요!"
"....야, 그렇게 마셔데도 되는 거야?"
"말딸 무시하냐. 닝겐주제에 감히 말딸님들의 간기능을 무시할 줄은. 이래뵈도 꽤 주당 쎄 임마. 걱정 붙들어매셔."
"그 이상은 지갑에 돈 없다? 트레이너가 된거지 월급이 들어온게 아니니까."
"나랏밥 먹고 사는 내가 사회 초년생에게 뜯어먹겠냐? 오늘은 이 누님이 산다. 자 더 마셔봐 자."
"아 씹, 한잔 주문하고 절반 쏟아주고 주당 자랑이냐. 꼰대 노친네들도 이런 고전적인 수법은 안 쓰겠다"
"꼬우면 니가 사세요. 얻어먹는 주제에."
"시발 꼬우니까 계산이나 할란다. 여기 계산이요!"
"예! 금방 가요!"
"쫄보새끼."
"예, 예. 대감마님의 은혜로운 보리녹주를 삼가 감사히 받드며 이만 소인은 물러나겠사오니 마님께서도 주둥아리가 물레방아를 대신하기전에 일어나시지요."
"그래, 이만 충분히 마ㅕㅆ다. 이제 꺼짇자."
"어이쿠 벌써 물레방아를 무셨습니까? 못 보시던 사이에 꽤 큰 것도 물 수 있게 되셨습니다 그려?"
"ㅋㅋㅋㅋㅋ개ㅅ끼. 몇년을 지나도 한번을 안져주네."
"자랑이 이것뿐인지라.ㅋㅋ"
"안녕히 가세요!"
술 때문에 꽤나 달아오른 느낌이었는데.
"시벌 겨울."
"썅. 졸라 춥네."
막상 바깥에 나오니, 벌써 몸이 식은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 만났을 적의 그녀와는 대화가 없었다.
두서없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고, 어떤 일이 있었으며, 어떤 곳에 있었다라는.
안부가 아닌, 그냥 서로에 대한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내 쪽에서 반가움에서라도 즐거운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었지만.
'응, 그렇구나.'
중학교시절때의 나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전의 전생에 학생시절의 나처럼.
사람보다 사람과의 그 사이의 거리를 우선시 하던 내 행동과 많이 닮아있었다.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이고, 흥미를 식히고.
관심을 끊고, 그렇게 대화를 지우는.
사람보다, 외로움을 택한 이가 곧잘 하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사무치게 추운지 난 잘 알고 있다.
'야, 술마시자.'
'뭐? 야 나 돈 없ㅇ...'
'걱정마셈. 아직 유학시절에 알바한 꽁돈 남아있음.'
'난 술 마실 생각...'
추웠던 시절에서, 꺼내져서.
날 태양 아래에 둔 그녀를 알게 된 만큼이나.
'난, 오늘 마실거다! 트레이너가 된 기념으로 좀 만난김에 마시자고! 오늘은 내 축핫날! 생일다음으로 기념할 날이 오늘인데 내일부터 출근이라고 씨바! 그러니까 마실거다!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Today! Present! Now! 안 마시곤 못 버텨!'
'야 잠깐 나 내일 출근인데....'
'사회 ㅈ까라 그래! 그래! 반역이다! 드어어어러러어운, 쎄쌍...! 비번이 아니면 휴가도 안주는 더러운 사회따위!!!!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반항해보냐고! 사춘기때 쳐맞으면서 지내서 엇나가지도 못한 이 울분! 지금, 풀겠다! 국회의사당에!!!'
'.....나 순경인데.....'
'나랏님께서 술 쳐먹겠단다! 비켜! 좌우로 정렬! 그리고 저리 꺼-져!'
'야이 미ㅊ놈아!'
그러니까, 그녀도 알아줬으면 했다.
그리고, 다시 밝아졌으면 했다.
"어우 시발 겨울. 오늘 몇도 랬지?"
"영하 12도. 집에 가서 자라? 괜히 트레이너가 됐답시고 술 쳐먹고 바닥에 누워서 비명횡사하지 말고."
"엌ㅋㅋㅋ뉴스 헤드라인에서 보면 무릎이나 탁 치며 어이쿠야 하쇼. 그거 나일테니까."
".........ㅋ 미친새ㄲ."
칙칙한 얼굴보단, 그때 보여준 미소들이 더 예뻐보이니까.
밝은 미소보단, 세상살이에 찌든 듯한 썩소로 변했지만.
"그래, 웃으니까 보기 좋네."
그래도, 썩 보기 좋았다.
아주 잠깐이나마 고등학교때 잠깐씩 만나던 그때가 생각났다.
"............"
"어울려줘서 고맙다."
그리고, 이렇게 윤활유도 치고, 추억얘기도 하고 헛소리도 좀 하고 나니까.
".....팔찌 아직 차고 다니네."
겨우, 그녀는 내게 눈을 마주쳐주었다.
"이성에게 받은 첫 선물이니까. 기왕 만나러 온김에 차고 와봤지. 평소엔 어디 넣어두고 다니니까."
겨우 마주 본 그녀의 얼굴엔, 다 커서도 그때의 시절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게 뭔가 액땜이라도 되는지.
이걸 차고 다닐뗀 해외의 불량배들도 왠지 날 피해가는 느낌도 들기도 했고 말이다.
겸사겸사 해외 말딸들도 날 피하고.
"진작에 망가져서 잃어버리거나 버렸을 줄 알았는데."
"버리긴 무슨......내가 미쳤어도 인간성을 상실하진 않았어요."
"그래? 그거 희소식이네. 고향쪽에선 범죄나 안 저질렀으면 다행이라고 얘기가 돌았곤 했는데."
"시벌, 해도해도 너무하네."
"그래, 너도 너무 한거 알지?"
"시부럴."
생각난 김에 물어볼까....
"야. 기왕 떠오른김에 물어볼게 있는데."
".....뭔데?"
드러내보인 팔찌는 시간이 흘러 색이 다 빠지고 뼈대인 철사도 다 녹쓸었지만, 나름 보강은 해왔던 덕에 원형은 달라져도 모양은 유지하고 있었다.
"이거 무슨 털로 만든거냐?"
"............."
"머리털 맞아? 왠지 이거 차고 다닐때마다 해외에서 말딸들이 수근수근거리던데?"
".......머리털 맞아."
차고 다닌 후부터 늘 의심이 쌓여왔고, 오늘 만난김에 해소하고 싶었다.
그래서 슬금 슬금 압박해보았다.
"눈 좀 마주치고 해주시겠어요? 머.리.털. 맞아요?"
"맞다고."
"혹시 꼬리털........"
짚히는게 있는 반응이 보였기에 좀 더 해볼까 했지만.
"닥쳐 이새꺄!"
실수했다.
빡 소리가 날만큼 쎄게 팔이 후려쳐졌다.
"끄엑 시펄! 내 팔!"
뼈가 덜그럭 소리가 몸 안에서 울려 몸 전체를 강타했다.
쳐 맞아보니 알겠다.
통증, 격통은 섬광같이 뇌에 내리꽂힌다는걸.
히키코모리에서 몇년 지내다가 순경됐다길래 멘탈만큼이나 몸도 약해졌을 거란 내 예상은 메이저 리그에 올라 타율 1.5% 찍은 타자만큼이나 크게 헛나갔다.
"끼에에에에엑!!!!"
"야 잠, 팔 괜찮아? 미친, 장난 치지 말고!"
"파...팔에 금갔.....시발 구급차 불러....! 끼에엑! 끄아아아악!!!!"
말딸은.
약해져도 말딸이었다.
"골절입니다."
"시발."
근무 첫날부터 깁스 메고 나가게 생겼다.
****
그렇게, 부러진 팔을 끌고 병원과 트레센을 출퇴근하며 지내던 나날을 보냈는데.
"어머? 안녕하신가요. 트레이너씨?"
"어....어? ㅇ..예? 안녕...하신가요?"
유난히, 어느 말딸과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메지로 아가씨?"
"아르당이면 된답니다. 너무 무리하게 존칭을 쓰시지 않으셔도 되요."
"어...예. 알겠습니다 아르당양."
"편히 아르당이면 된답니다."
메지로 아르당.
메지로 가의 영애이며, 실제로 귀족가의 여식답게 보는 것만으로도 '끄악 시발 내 눈!'이나 '아, 나 같은 놈은 다가가선 안되는 한 떨기의 절벽 위의 꽃이로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오오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견습 트레이너인 나 따위가 다가가도 좋을 상대는 아니였다.
끽해야 정식 트레이너들의 소화하지 못한 스케쥴의 대리 업무 따위가 전부인 나인데.
실제로 내 사수는 아르당에게 너무 가까이 접하진 않는 게 좋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허나 외견과 행동거지와는 다르게 본격화가 시작되었음에도, 출주는 커녕 트레이닝도 잘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도는 아이였다.
실제로 그런건지, 보통 방과 후 트레이닝에 열중일 시간에 나와 같이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트레이너님께선 오늘도 검진이신가요?"
"아뇨....오늘은 좀 속이 뒤틀리는 지라."
학창 시절부터 쭉 무리해 온 게 문제였는지 아니면 견습이 되고 나서 부터 과로로 악화된 건강 탓 인지
서른이 넘어선 지금의 몸 상태는 썩 좋지는 않았다.
수면 부족에 내장 근육 축소.
비타민부족부터 원인 모를 각혈까지.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내 사수였던 정식 트레이너가 병원에 데려가는 게 늘상이었다.
"메지로양은 오늘도 진찰인가요?"
"예, 또 잔 말썽인지라."
"고생이 많으시네요."
"피차일반이죠."
후훗하며 손으로 입가를 가리는 게 딱 귀족 영애스런 행동이였다.
더군다나 거기서 눈 웃음을 지으며 자그만한 빛무리가 쪼개지며 자연광 보정이 들어가니.
어우 시벌 이게 메르헨인가.
배경이 병원이 아니라 나무 오두막이였음 당장 문을 부수고 난쟁이가 튀어 나와 도끼질로 날 죽일 것 같네.
못 생긴 놈은 동화나라 세상 속에서 눈치껏 당장 꺼져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슬슬 진찰시간이 된 것 같으니...."
"이런, 바쁘신데 제가 실례를..."
"아뇨, 아닙니다. 그런건 아니니."
"그럼, 또 다음데 뵙도록 하죠. 저는 이만."
"예, 예. 그럼 몸 조심히...."
"예, 이만."
더군다나 맞춰주면서 예의 차리는 게 영 힘들기도 하고.
나 같은 망나니한텐 예의란건 곱추에게 척추 물리치료하는 느낌 같이 영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었다.
"역시 급이 다르니 힘들구만."
분수에 맞게 사는 건.
역시 중요한 것 같았다.
****
그렇게 영 불편한 상대였기에 난 그녀를 피해 다니고 싶었었다.
헌데, 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아르당과는 이후에도 몇번이고 병원에서 마주쳤다.
"안녕하신가요?"
"예.....안녕하세요. 메지로양."
곱추는, 정상인이 되고픈 마음이 없는 데도.
척추가 펴지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그녀 쪽의 치료 경과가 어떤진 난 모르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치료받고 돌아가던 중, 내 사수인 트레이너와 곧잘 레이스에 관해 조언을 얻고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걱정은 불필요할듯했다.
종놈이 무슨 양반님 풀칠 걱정을 한다고.
그렇게 얼마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
선발 레이스 때, 아르당은 무사히 1착을 따냈다.
그리고 내 사수였던 트레이너는.
"다시 뵙네요. 오랜만이시네요."
".......예 그러네요."
아르당의 전속 트레이너가 되었다.
"선배."
"얘기 좀 들어줄래."
"닥쳐요."
이새끼가.
만나지 말라며.
그렇게, 내 첫 담당 말딸은 메지로 아르당이 되었다.
비록 보조뿐이지만 말이다.
***
무사히 몇년간의 아르당의 트레이닝이 끝난 후.
그제서야, 그리고 나서야, 그러고 난 다음에야 겨우.
겨우 헤묵은 나의 오랜 고민.
공식이냐 2차 창작이냐 라는 의문은 완벽히 해소되었다.
나는 우마무스메 세상에 전생했다.
일종의 괴담, 혹은 보기에도 눈쌀이 찌뿌려지는 과한 애정과 욕망이 담긴 기괴한 오타쿠 팬픽을 통칭하는 단어이며.
어쩌다보니 만들어진 기괴한 소비구조탓에 성욕을 해소하지 못해 수십, 수백이 넘는 창작물이 혼재하는.
괴문서.
그 세상 속에.
아르당의 영애스러움에 가려져서 몰랐던 것이다.
2차 창작 속에서도 다른 메지로의 말딸들보다 비교적 더 귀족 영애스러움이 강조되어왔으니까.
"시발."
아르당.
메지로 아르당.
날이면 날마다 이 세상이 괴문서 속 세상이란걸 떠올릴때마다 난 그 여자의 이름을 수십번을 곱씹게 되었다.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아르당.
메지로 아르당.
그것만 아니였음.
첫 담당이 아르당만 아니였으면, 정식 트레이너가 되기 전에 탈출 할 수 있었을 지도 몰랐을텐데.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이곳은 지옥이다.
혼돈이 혼재하고, 파괴와 망각만이 구원이 되는.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내가 무슨 짓을 해온걸까.
내 삶이 후회스럽다.
난 제발로 도축장에 들어온 소다.
그것도 A+로 도장 찍혀진!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그녀가 내 손목에 채어준 팔찌는 목줄이였다.
난, 제 목에 메인 목줄을 자랑하고 다닌 개였던거다!
주인을 찾아 제 발로 먼길 뛰어 약재와 약초를 물고 나타난 몸보신에 훌륭한 개새ㄲ!
"시발시발시발시발........."
그걸 알고 난 지금은, 너무 늦었다.
왜 트레센의 트레이너 취직 요건이 그리 빡셌는지!
왜 말딸들로만 이루어진 귀족가들이 현대사회에서까지 존재하는지!
왜 말딸들이.....이 세상에서 여성만 존재함에도 그리 긴 역사동안 단 한번도 존속의 위협 받은 적이 없는지....
난 비밀을 알아버렸다.
이상하리 만치리 두꺼운 학원교칙서와 도심지임에도 방대하기 짝이 없는 학원의 부지.
음습하고 어둑한 복도 끝, 그 너머의 음악 장비 하나 없는 방음실의 존재.
그리고.
'트레이너님께선, 성장통을 겪었으면 해요.'
'서른 다 되서 성장통은 무슨, 신경통이 아니라?'
'사람은 나이를 먹어서도 성장한다 합니다. 성장하기에 아픈게 아니라,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에 성장하는 것. 늙어서도, 변함 없으리라 전 생각한답니다.'
'? 설마 내 다리라도 분지르려고?'
'전, 그렇게 과격한 방법은 선호하지 않는 답니다.'
아르당의 손에 이끌려 딱 한번.
'대신 이런걸 원하죠.'
공영방송이나 뉴스의 국제회견때나 보던 법조계, 행정부, 사회미디어 관련 가리지 않은 많은 이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니 보였던 이사장님의 모습.
그걸 건물 창가 너머로 봤을 때.
비밀을 안 사람은 벙어리가 되어야만 했다.
평범한 부채인줄로만 보였던 것이 철선이라는 걸, 목젖에 닿고서야 알게 되었다.
"질문. 자네가 본 것은 무엇인가?"
꾸욱 눌러오는 끝에선 따스함과 차가움이 공존했다.
차라리 그때 입을 열었으면 좋았을까.
"만족. 아무것도 모른다면, 모른채로 있는 게 좋을 걸세."
접힌 부채 끝엔 핏방울이 맺혀있었다.
입을 열고, 죽으면, 다행인걸까.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게 좋을게야."
떠나간지 한참이 지나도 일어서지 못했다.
오금이, 펴지질 않았다.
차라리 입이 가벼웠다면.
차라리 입이 더 무겁기라도 했다면.
아무것도 아닌, 난.
"그게 신상에 이로울게야."
이렇게 고통받지 않을 수 있을까.
"시발............"
난 우마무스메의 괴문서 속 세상에 전생해버렸다.
그걸 트레센의 트레이너가 된 후에야 알게 되었다.
트레이너가 되길 원했지만.
이런건 아니였단 말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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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넘어서 다음편 쓰는거 실화냐
다음화부터 본격적인 괴문서 스토리 시작인데
한창 바빠지는 탓에 쓰기 힘들것같은데.....
어쩌죠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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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태식이 돌아왔구나! 이번편도 재밋게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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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수정함 반쯤 정신 나간채로 써서 나도 뭔지 모름 | 23.03.01 21:2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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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태식이 돌아왔구나! 이번편도 재밋게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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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땡큐 겸사겸사 내용도 좀 수정해야겠음 | 23.03.01 22:0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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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봤습니다 | 23.03.16 17:5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