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견만큼은 리메이크되었다고봐도 무방하나, 전반적인 게임성은 리마스터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게임이었습니다.
제법 그럴듯해진 때깔만 믿고 구매하다간 낡은 게임성에 실망할수도 있어서 리유니온의 원작이 PSP 게임이라는걸 염두해두고 즐기는게 좋습니다.
PSP의 한계를 초월한 명작이라는 명성도 1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빛이 바랠수밖에 없으니까요.
A.I 업스케일링된 CG컷신과 인게임 연출과 그래픽의 품질은 충분히 봐줄만은 하지만 현세대에 익숙해진 게이머들을 만족시킬만한 고품질은 아닙니다.
파판7에서 이미 검증된 잭스의 이야기를 좀 더 디테일하게 풀어낸 프리퀄 게임이기때문에 어드벤트 칠드런처럼 불친절하면서도 부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짜낸단 인상은 없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스퀘어에닉스의 게임이나 영상물들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굳어버린 매우 부실한 스토리텔링을 뽕차는 연출과 그럴듯한 떡밥으로 대충 묻어버리는 모습이 이 게임에서도 답습될지가 좀 궁금했는데 다행히 크라이시스코어에서만큼은 제법 안정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더군요.
크라이시스코어의 서사는 무척이나 왕도적인 소년만화의 특성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잭스의 캐릭터성은 거기에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파판7에 비해 비교적 클리셰적이지만, 오히려 그렇기때문에 파판7과 차별화되는 매력을 지녔다고도 느꼈네요.
앤질과 제네시스, 시스네, 라자드, 홀랜드 등의 크라이시스코어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들도 크라이시스코어의 서사를 풍부하게 하는데 이바지한다고 느꼈습니다.
잭스나 세피로스, 클라우드같은 이미 검증된 캐릭터에 비해 매력이 한참 부족하게 느껴지는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은, 어쩔수없는 면도 있다고 생각하네요.
조연들이 너무 튀어서 스포트라이트를 뺏어가버리면 파판7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껴졌을테니까요.
사실 제네시스는 파판7에서 등장하지도 않은 오리지널 캐릭터면서 파판7의 서사에도 끼어들락말락해서 조마조마하게 바라본 감도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놈의 오그라드는 러브리스 타령만 줄창 해대는 이상한 캐릭터가 니블헤임편에서 대놓고 껴드는 무리수는 두지 않더군요.
결국 캐릭터의 특성이 기묘한 중2병 캐릭터로 굳어버리긴 했습니다만은 파판7을 훼손한 무리수로 기억되기보단 우스운 밈으로 기억되는게 차라리 낫습니다.
에어리스와 티파, 유피, 턱스의 청, 레노, 루드 등의 파판7의 기존 캐릭터들도 크게 매력적으로 묘사되진 않습니다만은 팬서비스로는 적당했던거 같습니다.
본작의 가장 기이한 시스템이었던 D.M.W는 파칭코를 연상케하는데 파칭코만큼 악랄하진 않고 오히려 게임을 라이트하게 하는데 일조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버프와 리미트 브레이크, 소환수가 무작위로 등장합니다만 현실의 파칭코와 달리 잭팟이 정말 시원하게 잘 터집니다.
그래서 파칭코 같은 요소를 넣어둔거치고 전투의 성패가 운으로 결정된다는 인상은 의외로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전투의 성패는 D.M.W보다도 마테리아와 장비의 스펙에서 결정납니다.
근데 이 부분은 또 의외로 크라이이스코어의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안그래도 레벨 디자인과 전투 시스템이 단조로운 게임에 극악한 노가다 요소가 끼얹어져 최악의 시너지 효과를 내버렸으니까요.
파판7의 단점이었던 9999 리미터의 한계를 돌파한다는 발상까진 좋았습니다만, 최종스펙의 상한선이 크게 올라가면서 육성 범위도 뻥튀기된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서브 미션이 300개나 준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브 미션의 레벨 벨런스가 아주 극단적으로 치솟는다는 인상까지 남겨버리죠.
물론 메인스토리의 레벨 벨런스는 9999 리미터에 걸치는 선이면 누구나 손쉽게 깰만큼 느슨하게 짜여져 있어서 엔딩을 보기위해 노가다를 할 필요까진 없습니다.
마테리아 합성 시스템도 단순한듯하면서도 불친절해서 이 게임을 처음하는 저로서는 꽤나 낭패를 봤습니다.
강탈에 HP +100%를 합성해뒀다가 나중에 HP를 더 넣으려고했는데 강탈을 마스터하는 바람에 HP를 올리려면 상위 마테리아로 교환해야만했죠.
마테리아 합성 조합식도 게임에서 알려주는건 극히 일부고 나머지는 하나하나 마스터해보면서 스스로 깨우치거나 공략을 봐야만 합니다.
서브미션에서 마테리아를 워낙 다양하게 퍼주고 적지않은 마테리아를 상점에서 살수도 있어서 조합에 매달릴 필요는 없긴 하지만 그 서브미션을 깨기 위해서는 HP +999%나 힘+100 같은걸 마테리아에 조합하는 요령을 어떻게든 익혀야만 합니다.
육성 시스템과 서브 미션에 현자타임을 느낀 이후 엔딩을 봤는데 엔딩은 정말 감동적이긴 하더군요.
파판7을 통해 잭스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감동적인 피날레였습니다.
D.M.W를 파칭코 비스므리한 기이한 시스템으로만 남기지 않고 엔딩 연출로까지 활용한건 정말 훌륭한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엔딩에서 파이널 판타지7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걸보면 팬들이 리메이크를 왜 그토록 바래왔는지 이해가 조금 가더군요.
총평하자면 단조로운 시스템과 낡은 레벨 디자인, 불친절한 육성 요소, 극단적인 서브 미션 등 PSP 게임의 한계도 분명히 느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원작에서 이미 검증된 잭스의 이야기는 지금 봐도 여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파판7의 팬서비스 외전이지만 본편과 함께 오래도록 추억되는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10년 전에 게임잡지에서나 봤던 게임을 10년 넘게 못하다가 뒤늦게나마 정발된 한글판으로 해볼수 있어서 전 사실 그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습니다.
작년에 파이널 판타지7 원작을 뒤늦게 엔딩보고 어드벤트 칠드런은 올해 시청했다보니 크라이시스 코어 리유니온으로 이어즐기기도 좋았고요.
육성 요소와 서브 미션에서 짜게 식긴 했어도 메인스토리를 즐기는 순간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7리메이크를 즐긴 이후 크라이시스코어 리유니온을 즐겨야할지에 대해 저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보자면 (이제 궁금한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클라우드와 세피로스 관련 중요한 스포일러는 분명히 존재하나 파이널 판타지7 원작을 앞으로도 안할거면 그냥 이거 해도 될거 같습니다.
리버스에서 재현될 스포일러를 미리 보긴 하겠으나 이게 파판7의 전부인것도 아니고 7리메이크의 중요한 화두였던 잭스에 대해 알아가기엔 이만한 게임이 또 없습니다.
그리고 7리버스는 단순히 원작만 재현할게 아닌게 너무나도 분명하기때문에 원작을 미리 알고 가도 충분히 재밌을겁니다.
오히려 원작의 스토리를 조금이나마 알고 하는게 더 재밌을 가능성도 높고, 제작진이 리버스 출시전에 리유니온 해달라고 그러는것도 그래서일거 같습니다.
파판7이건 7리메이크건 뭐 하나 해본게 없는 유저의 경우에도 이번 리유니온을 아예 입문작으로 잡는것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파판7의 풍부한 팬서비스 요소를 느낄순 없으나 잭스의 이야기를 아예 모르고 즐기는것도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시작하는 유저와 다른 감흥을 느낄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리유니온의 진입장벽은 리메이크보다 훨씬 낮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고 즐겨도 어려울게 딱히 없습니다.
더군다나 리유니온 엔딩에서 리메이크 도입부로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지기에 리유니온-리메이크 순서로 즐기는것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리유니온과 리메이크의 스토리가 모순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이 부분은 오히려 모순되었다는걸 눈치채야만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는 아주 재밌는 포인트라서 리메이크를 하기전에 리유니온을 선행하는것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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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글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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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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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2.12.22 20: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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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치즈
니블헤임에서 제네시스 나올때 원작의 과거를 바꿀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되게 절묘하게 끼워넣었더군요 ㅋㅋ 그 이후로도 클라우드의 시점에서 못보고 지나갈수밖에 없는 구간에 오리지널 캐릭터들을 적절하게 정리하고 막판에 딱 그 엔딩이 나와줘서 만족스러웠습니다 ㅎㅎ | 22.12.22 20: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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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나 싶기도 하더군요. 근데 리메이크하려고했으면... 서브미션만 건들게 아니라 메인스토리쪽 레벨디자인부터 다 건드렸어야하니까 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될듯 합니다. CG나 이런것도 다 새로 작업해야할거고 마테리아 시스템도 개편해야할테니 개발에 2년 이상은 매달려야하는데 그만큼 투자해봤자 외전의 한계로 본전을 못뽑아낼거라고 생각한거 같아요. 리유니온이 리마스터라서 7리메이크만큼 안팔리는것도 있겠지만은 리메이크였어도 사실 지금보다 많이 팔렸을진 미지수였을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스토리는 오리지널 캐릭터들을 되게 절묘하게 쓰긴 했더군요 ㅋㅋ 오리지널 캐릭터 하나하나가 엄청 매력적으로 묘사되는건 분명히 아닌데 원작 훼손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잘 써서 분량을 채웠더라고요. 특히 제네시스가 가장 아슬아슬했는데 원작에서 보여주지 않은 장면에만 딱 배치해서 정리한걸보면 원작에 대한 존중은 확실히 잘된거 같았습니다. 용제로처럼 원작 스토리 좀 훼손되었어도 잘나왔으면 된거 아닌가 하고 넘겨야할때가 종종 있는걸 생각하면 크라이시스코어는 이런 부분에선 신경을 꽤나 잘쓴 케이스 같습니다. 파판7에 대한 팬서비스도 상당히 풍부해서 팬들에게 사랑받는 외전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 느낌이고 당시 많이 팔린게 납득이 가요. | 22.12.22 20: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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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로 나왔다는게 안믿겨지는 완성도더군요 ㅎㅎ 닌텐도 스위치 이전까지 휴대용 게임에 이만큼 투자하는 경우는 첨 본거 같기도 하고... 이미 해본 게임이면 재미를 느끼실진 모르겠습니다만 재밌게 하시길 바라네요. | 22.12.22 23: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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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2.12.23 01: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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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psp 시절에 게임잡지로만 보던 게임을 이번에 한글판 나와서 드디어 해볼수 있었네요. 그시절 게임잡지에서 소개된 게임들 나이먹고서 하나둘씩 접하다보면 감회가 새로워요 ㅎㅎ 낡은 요소가 있긴 했어도 크라이시스코어 정말 인상깊게 했습니다. | 22.12.23 17:5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