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의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에 대해 “조속히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전날 연구회는 주 52시간제를 업종·기업 특성에 맞게 ‘월, 분기, 반기, 연’으로 유연화할 것을 권고했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연 단위로 바꿀 경우 1년 최대 440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해진다. 다만 장기 근로를 막기 위해 퇴근 후 출근까지 11시간 연속 휴게 시간을 의무화했다. 그간 70년 가까이 유지해온 근로기준법이 법·제도가 달라진 노동시장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content/image/2022/12/13/20221213517096.jpg](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2/12/13/20221213517096.jpg)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호봉제)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도 눈에 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급감은 시급한 해결과제다. 이런 점에서 연공서열 체계에 따른 기업부담을 줄이고 사실상 정년연장에 준하는 정책적 효과를 거두겠다는 건 시의적절하다.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에 대한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언급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사실상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다.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간 임금·고용안정 격차 문제는 소득 불평등과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비정규직 비중은 15.5%와 41.1%에 이른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격차다. 그렇다고 이전 정부처럼 일방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혼란만 키울 것이다. 고용의 경직성을 줄이되,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등 제도개편에 주력하는 게 옳다.
민주노총 등 대기업 중심 강성 노조가 득세하면서 교섭력을 키워 임금·근로조건을 강화시킨 것도 노동시장 양극화를 부추긴 측면이 크다. 현 정부가 최근 화물연대 운송거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타협하지 않은 만큼 어떤 형태로든 강성 노조 개혁에 나설 게 분명하다. 관건은 사회적 합의다. 노동계는 즉각 성명을 내고 장시간 노동과 임금의 하향 평준화, 노동의 질 개악 등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입법과정에서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개혁엔 반드시 이해당사자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대화와 설득을 통한 노동개혁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입법화 없이 권고안으로 끝나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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