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aize-lw.hatenablog.com/entry/19213134
유키 쥬다이도 좋아하고, 유키 쥬다이의 성장을 그린 유희왕 gx도 좋아합니다.
이번 기회에 왜 제가 유희왕 gx를 높게 평가하는 것인지에 대해 써 볼려고 합니다.
유희왕 gx 총 180화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토 선생님과 싸우는 제 3기 114화입니다.
이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문답이 이루어집니다.
사토 선생: 넌 이런 질문을 들은 적 있니?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도 줍지 않은 사람,
못 보고 지나간 사람, 어느 쪽이 나쁠까?
쥬다이: 그거야 보고도 줍지 않은 사람이잖아요.
사토 선생: 아니, 떨어진 쓰레기를 본 사람은 언젠가 주울 지도 몰라.
하지만 깨닫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쓰레기를 줍지 못해. 쥬다이 군, 너야말로 떨어진 쓰레기를 눈치채지 못한 어리석은 인간이다.
쥬다이: 내 인격을 전면부정인거냐고요..
사토 선생: 네가 나에게 한 처사는 잔인했지. 낙제만 안 할 정도의 최소 출석, 출석해도 항상 잠만 자지, 시험은 낙제에서 아슬아슬!
쥬다이: 그, 그건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토 선생: 중요한 일이지. 왜냐면 너의 태도에 감화된 학생들이 게속해서 의욕을 잃어 갔거든.
(생략)
사토 선생: 네가 평범한 듀얼리스트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하지만 넌 삼환마를 쓰러뜨린 영웅이다.
파멸의 빛에서 세계를 구한 것도 너였지? 이 학원의 학생들은 모두가 너를 우러러 본다. 너야말로 이 학원의 모범이다.
쥬다이: 제가 모범이라니 농담이죠? 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뿐이에요.
사토 선생: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무기력과 방종을 뿌렸어.
네가 옮기지만 않았어도 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쳤을지도 몰라.
쥬다이: 그런..
사토 선생: 쥬다이 군. 자네는 이미 귤 상자 속의 썩은 귤이야. 그래서 내가 제거하겠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라는 대사가 '스파이더맨'에서 인용한 것은 유명하지요.
스파이더맨에서 주인공 피터의 삼촌이 죽을 때 남긴 말입니다.
피터는 스파이더맨이 되어 초인적 능력을 습득했음에도 개인적인 변덕으로 강도를 놓아주고, 그 강도가 도망가면서 삼촌을 살해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얻은 교훈은 '능력이 있음에도 그것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소극적인 범죄와 같다'라는 것입니다.
'힘이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이 영웅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렬한 의무감이 오리진에 의해 피터=스파이더맨에 각인되는 것이니다.
보충 182: 조나 제임슨은 스파이더맨이 하는 일을 일일이 트집잡아 규탄하며, 이를 통해
'활동할수록 비난받고 상처받으며 보상받지 못 함에도 히어로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스파이더맨의 강박 관념이 떠오르네요.
보충 183: 미국 만화에선 흔히 있는 일이지만, 컨텐츠로서의 스파이더맨은 수많은 유사 에피소드의 집합체이며 특출난 오리진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일화인 샘 레이미 버전 중, 1,2에선 의무로서의 히어로상이 추구되어 보상받지 못한 히어로입니다만
3에서는 공교롭게도 대단원을 맞이해 갈등이 소거되고 있습니다.(그래서 3은 졸작입니다)
또한 리부트 버전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이 주제를 샘 레이미 버전보단 전경화되지 않은 정도로 동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큰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스파이더맨' 이외에도 비교적 메이저한데,
특히 주인공이 커진 몸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이 주제는 분명합니다.
예를 들면 '에반게리온'에서는 갑자기 에반게리온이 주어진 이카리 신지가 싸울지 말지를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신지의 경우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승인 욕구가 크지만, 사도를 쓰러뜨리고 모두를 지킨다는 스파이더맨과 같은 책임감도 결코 없는 건 아니고
그렇지만 싸우는 것에 대한 불안함,공포 등이 로봇에 탄다=큰 힘을 사용하기 위해 뛰어넘는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뭐 못 뛰어넘습니다만)
건담에서도 갑자기 건담 기체가 주어진 아무로나 카미유가 제대로 싸우지 않으면 브라이트나 크와트로에게 혼나버리기 때문에
'지금은 전쟁이다' 라던지 '저에게 뭐라 말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없다' 등 중얼대면서도 열심히 파일럿으로 활약하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큰 책임을 행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유희왕 gx에서 말한 '큰 힘은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대사는 상기한 '스파이더맨' '에바' '건담'과는 다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제 3기 114화 시점에서 유키 쥬다이는 이미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세계를 2번이나 구하고(1기의 세븐 스타즈,2기의 빛의 결사)
자신의 능력에 따른 책임을 치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토 선생님도 그 공적을 인정하고 쥬다이를 '영웅'이라 표현합니다.
쥬다이가 안고 있는 문제는 큰 힘을 발휘한 후 그 다음에 있습니다.
사토 선생의 말대로, 영웅으로서 쥬다이가 무자각으로 주위를 감화시켜 나쁜 영향을 미치게 하는 책임에 대한 포기에 해당됩니다.
즉 쥬다이가 완수해야 할 책임은 '주위 학생들로부터 동경받고 있다'라는 사후적인 사태에 대한 것이 됩니다.
스파이더맨과 비교하면 책임이 발생하는 타이밍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의 경우 당장 큰 힘을 행사하는 단계에서 책임을 추궁받는 것에 비해 쥬다이는 큰 힘을 행사한 뒤의 책임을 추궁받고 있습니다.
쥬다이는 스파이더맨의 맥락에서 볼 땐 제대로 책임을 완수한 영웅이지만, 그럼에도 또다른 책임을 추궁받는 것에서
쥬다이의 문제는 스파이더맨의 문제 계열에서 한 발 앞서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표면적으로는 제대로 책임을 담당하는 소위 영웅과 영웅 전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쥬다이가 주변에 영향을 준다'라는 커뮤니티 단위에서의 문제의식은 원래 2기 빛의 결사 편에서 이어받은 것입니다.
빛의 결사 편에선 만죠메와 아스카가 적 조직의 빛의 결사에 세뇌되어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적이 적의 조직 안에서 끝나고 있던 1기의 세븐 스타즈와 다르게, 2기에서는 적,아군의 경계가 무너져
'누가 듀얼 아카데미아 학생집단의 주도권을 쥐는가?'의 동원 게임의 상황이 그려져 있었지요.
'학생들의 쟁탈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이오에 지배되어 있던 듀얼 아카데미아의 학생들을 쥬다이가 풀어준 것이 아닌
실은 듀얼 아카데미아 학생들의 판도가 쥬다이에게 이양된 것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웅으로서 동경한다'라는 형태로 무자각으로 학생들을 장악하는 위치에 선 쥬다이는 사이오와 다르지 않습니다.
즉 커뮤니티 레벨에서 볼 때 2기에서 그려진 문제는 사실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114화에서 그것이 재차 추궁당한 것이란 관측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쥬다이가 태생적인 땡땡이 버릇 탓에 주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감화되는 것이 문제라면,
그가 도덕적이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집단을 이끌면 되는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유희왕 gx는 쥬다이의 성장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쥬다이가 다른 학생들을 지도하는 성실한 영웅이 되는 일은 최종화까지 없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집단을 지도하는 방향에 대해 추궁당하는 것이 아닌,
설령 영웅이라 해도 애초에 집단을 무자각으로 동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 의식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135화에서의 동료들의 이탈입니다.
쥬다이는 3기 중반에 이세계에 남아버린 요한을 구출하기 위해 홀로 겉돌며 분주하고, 그 과정에서 동료를 챙기지 않아 동료들로부터 버림받게 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쥬다이의 행동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쥬다이는 요한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한 것 뿐이고 다른 친구들에게 좋든 나쁘든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쥬다이가 동료들에게 화풀이하거나 카드를 빼앗은 것도 아니고 하물며 사토 선생의 말대로 무기력과 방종을 뿌린 것도 아닙니다.
거꾸로 멋대로 따라온 동료들이 멋대로 쥬다이를 버린 것처럼 느껴집니다. 동료들의 의심은 사심교전에 의해 상당히 억지로 만들어졌다는 인상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쥬다이는 나쁘지 않은데 동료들이 이탈하는 과정을 그릴 수 없던 것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즉 제 135화는 쥬다이가 도덕적인 잘못을 하지 않음에도 어째서인지 동료들이 이탈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아무런 자각 없이 동원하는 것은 집단을 나쁜 쪽으로 감화시켜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 멋대로 환멸당하고 와해되면서, 외톨이가 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패왕 쥬다이의 활동입니다.
우선 주목하고 싶은 것은 패왕 쥬다이의 목적이 공허하다는 것입니다. 패왕 쥬다이는 '이세계를 힘으로 지배한다'라는 행동 원리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만
이것은 브론이 뜬금없이 말한 것이며, 왜 쥬다이가 이세계를 힘으로 지배해야 하는지는 냉정하게 보면 알 수 없습니다.
애초에 쥬다이의 목적은 요한을 구하는 것이고, 패왕화 직전에 극도로 분노하며 말한 것도 '브론을 처죽이겠다'였기에
가령 '브론에 대한 증오로 몬스터들을 몰살시키겠다'라고 하는 쪽이 더 타락한 행동으로서 이치에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몬스터로서의 선도자가 되어 있고, 말하자면 몬스터들의 동료로서 위치해 있습니다.
패왕 쥬다이가 언뜻 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패왕 쥬다이가 쥬다이로서의 과제가 극에 달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쥬다이가 갖고 있는 문제가 '영웅으로서 듀얼 아카데미아의 학생들을 자각 없이 동원해버리는 무책임'을 여러번 지적한것처럼 패왕 쥬다이도 똑같은 문제를 다시 제공합니다.
초점은 일관되게 동원에 있고, 장악하는 구체적 대상이 듀얼 아카데미아 학생에게서 몬스터 군대로 옮긴 것 뿐입니다.
즉 패왕 쥬다이가 안고 있는 문제는 '영웅으로서 몬스터 군대를 의미없이 이끌어버리는 무책임'입니다.
쥬다이에게 이세계 지배는 별로 상관 없는 일이라는 것이 사실은 핵심이고, '목적이 없다'라는 점에서 쥬다이와 패왕 쥬다이의 행동은 둘 다 무책임합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도 '이세계를 지배한다'의 방향이 좋고 나쁨은 문제가 이닙니다.(사실 작중 이세계를 지배하는 건 나쁘다고 말하는 캐릭터도 없습니다)
패왕 쥬다이가 마음의 어둠의 인격인 것은 원래 쥬다이의 과제였던 목적이 없음에도 집단을 동원하는 무책임을 추출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상기한 문제에 대한 답변은 제 3기 최종보스 유벨 전에서 나타납니다.
애초에 유벨이라는 캐릭터가 여기까지의 문제 의식을 청산하는 목적의 캐릭터라는 것이 정확합니다.
유벨은 유희왕 gx 중에서도 가장 개인적인 행동원리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이른바 얀데레이며 쥬다이만을 끝없이 갈구하며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따라서 쥬다이가 유벨과 마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그녀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극치가 '전생에서의 주종관계'라는 정말 뜬금없이 삽입된 미스터리 설정으로서 쥬다이와 유벨의 관계를 가장 강하게 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쥬다이와 유벨 사이의 농밀한 관계가 쥬다이의 문제를 뒤집은 것임은 분명합니다.
영웅시되면서 듀얼 아카데미아의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쳐버리는 '일반 대중에 대한 무자각'이 쥬다이의 무책임이라면 이를 뒤집은 책임 이행은 '한 사람에 대한 자각'이 됩니다.
쥬다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유벨의 폭주를 1,2기처럼 세계의 위기로서 공적으로 처리하면 안 됩니다.
왜냐면 그렇게 세계를 방어하는 것은 쥬다이의 영웅담을 더욱 증가시킬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사적으로서 유벨이라는 위협에 맞서는 것이 집단을 동원하지 않고 '책임을 지며'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유일한 수단입니다.
정리하자면 쥬다이가 안고 있는 문제는 비록 영웅이라도 집단을 자각 없이 이끌어버리는 무책임에 있는 것이였습니다.
사토 선생과의 문담을 들은 시점에서 '쥬다이는 좋은 방향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게 되는 것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의 본질이 방향성은 아니라는 것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영웅으로서 목적도 없이 집단에 영향을 주는 것이 무책임한 것입니다.
이 의미는 중요합니다. 왜냐면 일반적으로 주인공이 세상을 구하고 주위에서 영웅으로서 환호받는 것이 이상적인 해피엔딩으로 여기는 작품이 대다수이기 떄문입니다.
예를 들 것도 없이 그런 최종회를 맞이하는 작품이 한 두가지 떠오릅니다.
그런데 유희왕 gx는 제 2기까지 그러한 '해피 엔딩'을 구축한 뒤 제 3기에서 그것을 스스로 부정하고
무자각적 동원을 선도자의 무책임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 비난은 패왕 쥬다이 관련 에피소드를 통해 재확인되고
최종보스 유벨 전에서 '철저하게 사태를 사적으로 맡는다'라는 새로운 영웅상을 제시했습니다.
이상 유희왕 gx는 문제 제기에서 답변 제시까지 일관되게 뛰어난 매우 높은 평가를 줄 것으로 끝내겠습니다.
흥미로워서 번역해봤습니다
(IP보기클릭)61.83.***.***
유희왕 살린 취급으로 알고있는데 아마 재평가해보자는 의미겠죠
(IP보기클릭)58.141.***.***
글에서 GX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네요. 그런데 글제목에서 과소평라는 부분을 보고 의문이 든게 GX는 일본 내에서는 어느정도 평가인가요?
(IP보기클릭)106.102.***.***
사실이라고 해도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고!
(IP보기클릭)218.147.***.***
사토센세는 의미불명했지만.. 이런 풀이도 가능하군요
(IP보기클릭)122.35.***.***
4기에서 쥬다이가 아웃사이더를 자처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죠 아마. 오브라이언이나 요한과의 협력은 있었다지만.
(IP보기클릭)58.141.***.***
글에서 GX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네요. 그런데 글제목에서 과소평라는 부분을 보고 의문이 든게 GX는 일본 내에서는 어느정도 평가인가요?
(IP보기클릭)61.83.***.***
유희왕 살린 취급으로 알고있는데 아마 재평가해보자는 의미겠죠 | 21.05.24 16:43 | |
(IP보기클릭)218.147.***.***
사토센세는 의미불명했지만.. 이런 풀이도 가능하군요
(IP보기클릭)221.163.***.***
(IP보기클릭)39.120.***.***
(IP보기클릭)106.102.***.***
사실이라고 해도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고!
(IP보기클릭)39.7.***.***
(IP보기클릭)122.35.***.***
4기에서 쥬다이가 아웃사이더를 자처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죠 아마. 오브라이언이나 요한과의 협력은 있었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