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잃은 '큰손'
'이럴 수가….' 롯데가 25일 오후 FA 정수근을 전격 영입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삼성 구단은 일순 경악과 충격에 휩싸였다.
전날인 24일 슬러거 마해영이 기아에 전격 입단했다는 소식에 화들짝 놀랐던 삼성
관계자들은 "정말이냐"고 몇번이나 되물은 끝에 사실임이 확인되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롯데가 정말 작심을 했나보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은 8개 구단중 가장 먼저 24일 정수근과 접촉했다. 삼성은 이 자리에서 요구액
인 '6년 40억원'을 흔쾌히 수용하겠다고 해 야구계에선 정수근의 삼성행을 기정 사실
화했다. 정수근이 롯데, 기아 등과 만나보겠다고 했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으로 본 것.
하지만 정수근은 의외로 대구행을 포기하고 부산행을 선택했다. 정수근은 "베팅액만
보고 롯데를 택한것은 아니다. 팀 분위기를 놓고 고심한 끝에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기
로 했다"고 말해 삼성이 돈에서 밀린 것은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동안 스토브리그의 '큰 손'으로 군림해왔던 부자구단 삼성은 자존심에
생채기가 난 것은 물론 내년도 전력 구성 계획을 새로 짜야 할 상황에 놓였다.
무엇보다 방심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잇달아 맞았다는게 너무나 가슴아프다.
마해영의 경우 '보상액이 많아 아무도 손대지 못할 것'이라고 여유있게 판단하다
원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기간이 종료된 24일 자정 기아의 '기습'을 받았고, 정수근
도 '거의 잡았다'고 봤지만 롯데에 빼앗기고 말았다.
스토브리그에서 만큼은 타 구단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판을 주도해왔던 삼성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 이틀 내리 벌어진 것이다. 삼성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굳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심할 처지가 됐다. 일단 FA 박종호를 확보한 뒤 '국민타
자' 이승엽의 잔류에 에너지를 쏟을 전망이다. < 김형중 기자 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