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페라가 미오리네를 끌어들인 건 그녀에게 학살자의 오명을 씌우기 위해서였단 점은 (복수의 일환) 이제 수마 시청자들 대부분에게 명백해졌지만, 이를 넘어서 지금의 스토리 흐름은 '마녀 사냥'이라는 수성의 마녀의 주요 테마중 하나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흥미로워 가져와 봄.
실제로 1쿨 2화와 7화에서 마녀 사냥은 이야기의 주요 소재였고 이때 마녀 사냥의 대상이 되었던 인물은 슬레타였음.
마녀 사냥의 성립 조건은 마녀로 지목된 인물이 실은 무고한 희생양이어야 한다는 사실임. 무언가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사건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쾌하거나 재앙이 된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죄를 뒤집어 쓰고 박해와 탄압의 대상이 된 사람이 마녀다.
1화에서 슬레타는 어디까지나 구엘에게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던 미오리네를 구하기 위해 결투에 응했고 심지어 그 결투는 구엘과 결투위원회의 동의 하에 (델링이 세운 학원의 결투 룰에 의해) 정당하게 진행되었으며, 6화 4호와의 결투 역시 모두 룰에 의거한 절차였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해의 대상이 된 슬레타는 명백하게 마녀 사냥을 당했던 셈. (삼대가 입장에선 자기들 판을 어지럽히는 예측 불가능한 방해꾼이었음)
하지만 이후로 슬레타는 마녀 사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는데, 이는 미오리네가 슬레타를 구하기 위해 마녀 사냥의 원인이었던 에어리얼을 주식회사 건담이란 수단을 통해서 모두에게 인정받는 제도권 (정상 기업) 속으로 편입시켰기 때문.
아이러니하게도 슬레타를 마녀 사냥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나섰던 미오리네가 이제는 마녀 사냥의 대상이 되었는데
어시언 학살, 콰이어트 제로의 대량 학살 병기화는 모두 프로스페라가 유도하거나 실행시킨 일이지, 미오리네가 한 일이 아님. 하지만 프로스페라가 모두로부터 숨어있는 동안 이 모든 '죄'의 주체인 베네리트 그룹의 새 총재로서 세간에 알려진 인물은 미오리네. 이로서 앞서 말한 마녀 사냥의 기본 조건이 충족됨.
그러나 이점만으론 마녀 사냥은 성립하지 않음. 처단해야 할 마녀가 있다면 이제 그 처단을, 마녀의 사냥을 도맡을 마녀 사냥꾼이 등장해야만 하니까. 여기서 이 역할을 맡으면서 중요한 인물로 급부상하는 캐릭터가 바로 라우더다.
물론 라우더의 주요 동기는 형을 향한 비뚤어진 애착이지만, 이점을 넘어서서 라우더는 '마녀' 미오리네를 바라보는 수많은 일반인들의 시선을 대표함. 지구에 가고 싶어 했고 어시언 학생들과 힘을 합쳐 주식회사 건담을 만들었지만, 알고보니 그건 다 속내를 감추기 위한 위선들. 그 정체는 학살극을 벌여서든 제타크사 (구엘)를 이용해서든 권력을 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악한 마녀가 미오리네라는 이야기.
위 스샷에 나온 주식회사 건담을 향한 컴플레인들 중에는 "베네리트 그룹의 회장 (President)이 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벌인 거네?"란 문장이 있음.
진실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미오리네를 의심한다는 이런 정황은 20화에서 슬레타가 수업중에 받은 메세지에서도 다시 드러남. 그렇다면 어시언에 딱히 애착이 없을 라우더가 19화 막바지에 미오리네가 벌인 걸로 알려진 학살극을 접하곤 화를 내는 장면도 이해가 감. 알고보니 권력욕에 미쳐서 모든 걸 이용해먹는 무섭고 사악한 여자가 지금 '자기 형' 옆에 붙어있으니까.
마녀를 사냥하자는 선동에 휩쓸린 사람들은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선적인 정의에 사로잡힘. 따라서 이 모두를 대표하는 현재의 라우더는 그야말로 종교 재판에 나오는 마녀 사냥꾼의 화신이나 다름 없다.
이렇게 보면 슈바르제테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라우더에게 돌아간 것은 매우 적절함. "검은" "가짜의" 이런 뉘앙스를 담은 이 기체는 흑화했고 가짜 정의를 신봉중인 지금의 라우더에게 최고로 잘 어울리니까. 심지어 슈바르제테의 저 대검은 마치 마녀 사냥을 맡은 사형 집행인의 검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미오리네는 진짜 마녀인 프로스페라에 의해 마녀 사냥의 대상인 가짜 마녀가 되었고 그런 그녀를 사냥하기 위해 왔던 첫 마녀 사냥 부대 (우주 의회 연합 부대)는 콰이어트 제로를 지켜야만 했던 프로스페라에 의해 학살당했지만, 가장 가까운 데서 라우더가 진짜 마녀 사냥꾼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오는 중.
일련의 스토리 흐름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는 건 2기 오프닝임.
1쿨 구엘과의 재결투에서 슬레타는 조작으로 인해 켜진 스프링쿨러 때문에 위기에 처함. 부당한 '물'에 의해 수세에 몰린 슬레타를 두고 4호는
이런 매우 의미심장한 대사를 날림. 그리고 이미 당시 널리 알려진 해석대로
중세에는 마녀로 지목된 사람을 물에 가라앉혀 정상인이라면 가라 앉아 죽을테고, 마녀라면 물에서 떠오를 거라는 식으로 판별했음. 엘란의 저 대사가 나온 장면은 슬레타가 당시 마녀로 간주됨을 노골적으로 시사했었지.
그리고 2기 오프닝에서 심연과 같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인물은 슬레타가 아니라 미오리네다. 즉 그녀야말로 2기에 들어서 마녀 사냥이란 테마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어버림. 수성의 마녀가 20여 년에 걸친 프로스페라의 장대한 복수극이기도 함을 고려하면 저 연출과 현재 작중 이야기는 델링에게 '마녀 사냥'이란 명목으로 모든 걸 잃었던 프로스페라가 델링의 딸을 마녀 사냥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복수를 완수했다는 뜻이기도 한듯.
이렇게 보면 2기 포스터에서 미오리네만이 모두에게서 벗어나 홀로 떨어져 가는 모습인 이유도 한층 더 명확해짐.
요약: 델링에게 마녀 사냥을 당했던 프로스페라가 20여 년 후에 그의 딸을 마녀 사냥의 대상으로 만들고 라우더는 지금 마녀사냥꾼이다.
원본이 된 한 양덕의 트위터 분석에 내가 상당 부분 보충하거나 개인적인 의견을 곁들여서 써 봄. 원래 분석이 궁금하다면 출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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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남은 3화동안 납득가능할만한 전개가 되나 이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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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감사한 마음이 드는 분석글이네요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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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기를 내라고?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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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메인타깃이 유산상속받을 여자였다는점에서. 미오리네가 딱이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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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2기 오프닝에서 왜 미오리네를 물에 빠뜨렸을까 궁금했었는데 양덕 한분이 너무나 명쾌한 분석을 해주시는 바람에 약간 보완해서 올렸습니다ㅎㅎㅎ | 23.06.16 21:1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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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A씨
??: 2기를 내라고? 알겠다 | 23.06.16 21:2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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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메모리
| 23.06.16 21:4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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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남은 3화동안 납득가능할만한 전개가 되나 이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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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코회 이단심문관... 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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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메인타깃이 유산상속받을 여자였다는점에서. 미오리네가 딱이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