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기 전 아래의 소설을 먼저 읽으시는 걸 추전드립니다. 내용이 이어집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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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시를 중심으로 저항군을 새로 결성한 지 어느덧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새로운 저항군의 양대 군사력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스틸라인의 마리대장은 홀로 갑판 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며 사색에 잠기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카피시의 주위를 호위하며 함께 이동중인 중갑전차들을 향해있었다.
'카피시 저항군이 출범한 지 겨우 반년인데 너무나 압도적인 전력을 갖췄다. 이 카피시라는 육상전함은 말 그대로 전함이자 항공모함이다. 나 또한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안에 그 거대한 규모의 생산시설이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함께온 칸과 요안나, 다프네들도 마찬가지의 반응이었다.'
'이 함선에선 중갑전차 뿐만 아니라 호드를 위한 고속 경기갑차량, 원거리 임시 지휘차량인 베이스러너, 움직이는 건물 수준인 순양함급 초중전차, 그리고 각종 전투기와, 건쉽, 폭격기등... 저항군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
'카피시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인 화력을 투사할 수 있는데 이런 병기들로 육상함대를 생산하다니... 민수용 잠수함을 겨우 개조한 오르카와 비교하는 것은 카피시에게 있어서 수치일 수도.'
'아무튼 실로 완벽한 전함에 나는 타고 있다. 함장님께서는 이 이유 때문에 어떻게든 오르카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려 하셨지. 언젠간 카피시를 오르카저항군에 합류시켜 철충과 별의아이를 물리치기 위해서.'
'어찌 보면 이것 또한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전 사령관의 타락으로 오르카는 사령관과 함께 영원히 바닷속의 무덤이 되어 가라앉았으며 끝까지 함장님의 편을 든 우리는 운 좋게 살아남아 그의 함선에 몸담게 되었다.'
'함장님은 전직 군인출신이자 원래부터 이 전함의 함장이셨기 때문에 군사지휘에 관해서는 믿음이 간다. 게다가 바이오로이드의 인권+생존성 따윈 내다버린 개인장비를 보시곤 바로 제식 전투복과 병기를 지급해주셨다. 지금은 호드도 개인 기동장비가 아닌 터렛이 달린 고속경기갑차량을 타고 싸운다. 사실 곱씹어보면 바이오로이드의 개인장비는 기갑차량같은 비싼 장비 대신 싸게 만들어서 소모품으로 개념에 가깝다. 바이오로이드야 싸우다 죽으면 싸게 찍어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겠지. 함장님은 그 꼴을 보고싶어 하시지 않았다. 이건 오르카 사령관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여러모로 존경심이 든다.'
마리가 한창 사색에 잠겨 있을 때 멀리서 순양함 급 지원형 초중전차와 경기갑차량이 카피시로 돌아오고 있었다. 재건된 스틸라인 병력이 정규 정찰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모습이었다.
카피시 저항군 차량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다는 점이었다. 가장 작은 경기갑차량도 바퀴는 사람만하고 탑승할 때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탈 수 있는데 그 경기갑차량을 콩알만하게 만드는 초중전차가 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초중전차를 내부에서 제작하여 수납할 수 있는 카피시.
마리는 다시 한번 안타까운 감정이 솟구쳤다. 전 사령관이 정신만 차렸으면 이 강대한 전력과 함께 할 수 있었을 터였는데....
[치칙, 스틸라인 마리대장은 임무 디브리핑을 위해 작전실로 올 것]
마리를 호출하는 방송이 함내에 울려펴지자 마리는 몸을 돌려 갑판 위에 높이 솟은 함교쪽으로 걸어나갔다.
"흠... 그쪽에 철충무리들이 예상한 만큼 있었나?"
"네 대장님. 사전에 정찰드론으로 파악한 수와 같았습니다. 작전변경없이 섬멸 완료했습니다."
임무완료 보고를 하고 있는 레드후드의 말을 들은 마리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조용히 임무당시 촬영영상을 살피고 있었다.
영상에는 카피시 저항군의 기갑차량들이 고속기동을 하면서 철충들의 진영을 흐트러뜨리며 재정비 시간을 주지 않은 체 조금씩 철충 수를 갉아먹는 모습이 실려있었다. 철충들이 쏘는 탄환에 기갑차량들은 그저 약간의 흠집이 나는게 전부였고 이 와중에 몇몇은 기갑차량들이 거대한 바퀴로 문답무용으로 밟고 지나가느라 철로 만든 쥐포가 되기 십상이었다.
마리는 매번 임무보고를 받을 때마다 비슷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지만 마리 개인적으로 보면 볼 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영상이었다.
적을 상대로 돌격하여 이름 그대로 강철의 전선을 만들어 밀어버리는 스틸라인의 전투교리는 명확한 한계점이 있었다. 바로 바이오로이드 자신들.
아무리 '서서 죽는다'라는 모토아래 돌격한다 해도 아무런 기갑장비 없이 몸뚱이 하나로 돌격하다보면 당연 사상자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구인류는 바이오로이드를 소모품 취급했기에 그녀들에게 비싼 전차나 장갑차를 줄리 만무했다.
하지만 카피시 저항군의 스틸라인은 이름 그대로 강철의 차량을 타고 다니며 전선을 종횡무진 누비며 적들을 상대로 돌격하고도 멀쩡히 살아서 복귀하고 있다.
마리는 확실히 카피시에 몸담은 이후로 미소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수고했네. 개인정비 잘 하고 오늘은 쉬게나."
"네. 알겠습니다. 승리!"
"승리."
[치칙. 스틸라인 마리대장, 호드 칸 대장, 요안나 통령은 현 시간부로 함장실로 올 것.]
"음? 뭐지? 함장님께서 우리를 전부 호출하시다니?"
마리는 의아함과 함께 함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쪽으로 보낸 정찰드론으로부터 어떤 신호를 받았어."
모두가 모인 후 함장이 바로 본론을 꺼내며 화두를 던졌다.
"어떤 신호 말인가?"
칸이 수신된 신호패턴을 살펴보며 질문했다.
"어떤 신호인지 한번 들어볼래?"
함장이 그 말을 끝내고는 신호를 재생해 들려줬다.
[치...칙...여기는....저항ㄱ....로...ㅇㄹ....아ㅅ널....오르ㅋㅏ... 생존자들을...보ㅎ하고...있ㄷ....]
"방금 오르카 라고 한건가?!"
신호를 들을 요안나가 크게 격앙되며 말했다.
"잡음이 많은데 노이즈 제거를 하고 다시 들려드릴까요?"
롤랜드가 좀 더 깨끗한 음질로 들어볼 것을 제안했다.
"그래. 음질 보정하고 다시 들어보자."
"알겠습니다. 함장님. 다시 재생합니다."
다시 한번 모두가 숨죽이며 신호에 집중했다.
[여기는 저항군 소속 로열 아스널이다. 소수의 오르카호 생존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 신호를 수신한 자는 응답바란다.]
"저희들 말고도 명줄이 끈질긴 자들이 있었군요."
마리가 조용히 분노하며 말했다.
"내가 기억하기론 아스널은 당시 내가 공개재판을 받을때 중립을 유지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지."
"그렇네 함장. 오르카 내전이 벌어졌을 때도 모습을 볼 수 없었네. 아무래도 교전에 휘말리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오르카가 침몰할때 나름대로 탈출에 성공한 것 같네."
함장과 칸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아스널의 당시 성향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았다.
"그래서 어찌 할텐가 함장? 구하러 가는건가?"
요안나가 함장에게 말했다.
"글쎄... 나보다는 너희들의 뜻을 묻고 싶은데."
"저는 반대입니다. 그년들은 사령관과 한패나 다름없습니다. 방관 또한 암묵적인 동의입니다. 함장님. 그년들은 업보를 치루는 중인 겁니다."
마리가 분노어린 표정으로 구출의 반대의사를 밝혔다.
확실히 내전이 발발했을 때 가장 많은 수의 부하를 잃은 쪽은 당연 마리였다.
"그래도 아스널의 경우는 함장에게 해를 끼친 것도 없고 여론에 편승한 것도 없었네. 아마 자기 부하들... 특히 에밀리를 갈등의 풍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군. 적어도 완전히 내치기엔 좀 억울한 입장도 있을 걸세."
칸이 나름 아스널의 입장을 생각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마리는 칸을 노려보며 말했다.
"여기서 가장 억울한 분은 바로 함장님일세. 함장님께선 억울함을 넘어 목숨의 위협까지 받으셨단 말이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으셨음에도. 그년이 뭐가 억울하단 거지? 누구는 바보라서 함장님 편들고 부하들까지 잃은 줄 아나? 진실과 정의를 알고 있음에도 행동하지 않은 것은 죄일세."
마리의 말도 일리가 있기에 칸은 따로 반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조건부로 받아드리는 건 어떻겠소?"
요안나게 함장에게 제안했다.
"어떤 조건 말이지?"
"이번에는 진정으로 저항군과 미래의 인류를 위해 행동할 것을 조건으로 말이오. 자세한 것은 구조하러 가면서 계획해보지 않겠소? 저들은 마냥 내치기에도 그렇고 마냥 받아드리기에도 그렇다면."
"흠.........롤랜드. 신호가 발신되는 위치는?"
"이곳으로부터 북서쪽으로 2130km 거리입니다."
"좋아. 카피시. 해당위치로 항로설정하고... 기관동력은 70%를 유지하라. 구하러는 가겠지만 내 전함을 무리하게 기동하긴 싫어. 천천히 가면서 요안나의 계획을 들어보도록 하지."
"알겠네 함장. 모두 잘 들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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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시작과 함께 새롭게 재건되는 저항군의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과연 새로운 저항군은 다시금 인류재건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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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혹시 '이 바이오로이드 만큼은 이 이야기 안에서 용서받게 하고 싶다' 같은 건의 받아봅니다. 아직 생존한 오르카 바이로이드 중 아스널 빼고 누가 살아있는지 정해놓질 았아서요 ㅋㅋㅋ | 23.01.01 10: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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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담그라는 말이 있듯이, 주인공도 바뀌었으니 굳이 기존 캐릭들이 등장하거나 활약할 필요 있을까싶네요. 합류하는 기존 캐릭은 적당한 시기에 퇴장시키면 된다 생각하니. | 23.01.01 11: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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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가정으로 오르카 출신은 진짜 소수만이 살아남았고 나머지는 새로 제조한 인원들인데 함장 편에 섰던 자매들이 새로 제조된 자매임에도 과거의 사령관 편에 섰던 자매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스토리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 23.01.03 00: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