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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최금란님? 여기 주민등록증 나왔습니다. 기재되어있는 사항 다 맞으시죠?
금란: 아...네... 다 맞는거 같아요...
직원: 이상 없으시면 여기 싸인 한번만 해주시면 되요.
금란: 네...여기...
금란을 만나고 나서 첫 주말이 지나고 일주일 하고도 이틀 뒤.
금란은 주민센터에서 자신의 사진이 박힌 주민등록증을 받아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금란: 세환씨... 이걸로 된거겠죠?
나: 응~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 걸 축하해.
금란은 다시 한번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바라봤다.
최금란이라는 이름 석자
금란의 사진
금란의 주민번호
금란의 거주지주소
이것이 진짜라는 지방자지단체장의 인장
이제 금란은 공식적으로 존재를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과정이 간단하지는 않았다.
국가는 아무사람이나 국민으로 만들어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범죄사실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금란의 지문을 가져가 전산망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모든 범죄에서 금란의 지문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 다음엔 그녀가 외국인인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통해 그녀의 모든 것을 뒤졌다. 당연히 금란은 현실에서 살아온 존재가 아니므로 적당히 그녀와 내가 입을 맞춰 알리바이를 만들어 어떻게든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증명을 마치고 그 자료를 들고 내 친구가 일하고 있는 법률구조공단에 찾아가 정식으로 확인받고 출생신고를 할수 있었다. 거기서도 비슷한 조사를 받을 뻔 했으나 친구의 도움으로 최대한 생략한 체 일이 진행되었다. 물론 친구놈은 금란이 진짜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져서 지금까지 무적자로 살아온 줄 안다. 속여서 미안하다 친구야.
아무튼 출생신고를 마쳤으니 주민등록을 신청할 수 있었고 그렇게 오늘 그녀는 민증을 받게 되었다.
나: 이제 진짜 인간으로 사는게 실감나?
금란: 조금은요... 인간의 삶이라...
나: 자유롭고 불편하고 아름답고 잔혹한 인간의 삶~
금란: 겁주시는건가요?
나: 이제 너 하기 나름이라는 뜻이지 후훗
금란: 막상 인간이 되니 이제 뭘 해야 할지 아직도 막막한데...
나: 나 옆에 두고 뭔 걱정을 해?
금란: 누가 보면 부부인 줄 알겠네요.
나: 부부 아니었어? 서약반지까지 줬는데.
금란: 이건 그....
사실 전에 호감도와 서약반지때문에 서로의 마음이 들켰던 날로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한동안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 적이 있다.
서로가 어려워져서 그런게 아니라 호감을 표현할 방법이 서툴렀기 때문이다. 금란이나 나나 연애엔 잼병이었으니까.
그래도 난 다시 한번 금란에게 나의 마음을 전달했다. 이러나 저러나 좋아하는 건 변함없으니까.
다행이 금란은 내 마음을 받아줬다.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금란: 사령관님이 세환씨의 분신이라면 저의 사령관님을 향한 마음은 곧 세환씨를 향한거겠죠?
나: 그래도 괜찮겠어? 연모의 대상이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변한건데?
금란: 뭐랄까요...저항군에 있었을때 사령관보다 훨씬 근원적인 사랑을 느낀 적이 있었어요. 사령관님 너머에서 느껴지는 사랑이.
나: 음... 잘 모르겠지만 너의 느낌이 그거라면 그 느낌대로의 결정을 해준거네?
금란: ......단지 그것 뿐만은 아니라서......
나: 음?
금란: 사실, 보통 사람이라면 외간여자가 갑자기 나타나 소란을 피우는 걸 보고 같이살자는 경우는 없을 거에요. 아마 또다시 버려져서 지금도 길가 어딘가를 떠돌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제가 무슨 복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환씨 앞으로 제가 나타났고 세환씨는 게임에서와 달리 아무런 능력도 없는 저를 편견없이 받아들여주셨어요. 이미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은혜인데 거기에 지가 온전히 이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지요. 이미 저는 그때부터 세환씨를 마음에 품은 걸지도...
나: 그랬구나... 고마워... 진심을 말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금란: 좋아하는 사람에게 힘든게 어딨겠어요 후훗. 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곳은 오직 세환씨의 곁뿐입니다.
나: 어...방금 한 말....서약대사....
금란: 후훗, 알아요 저도. 전에 캐릭터 공략 읽다가 알았거든요. 그래서 한번 말해보고 싶었어요. 대사 만드신 분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대사 한번 지고지순하게 쓰셨더라구요.
나: 하하하하, 너도 참. 근데 이제 더 이상 사령관을 주인님이라고 안부르는거야?
금란: 제 반려는 당신이고 이제 주인 그런게 어딨겠어요. 그냥 세환씨의 분신인 사령관일 뿐.
아마 그녀는 자신이 직접 라오를 플레이하면서 알았을거다. 자신이 사령관을 사랑한다는건 그 너머의 플레이어를 사랑한다는 것을. 스스로 플레이하면서 사령관이 되어봤을 때 느낀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사령관이라는 아바타를 통해 저항군 자매들에게 전달하고 자매들은 사령관 캐릭터를 통해 금란에게 애정을 전달하는... 결국 그녀는 저항군에 있었을 때부터 사령관이라는 중간 매개체 너머의 근원적인 대상인 나를 사랑한 것이었고 그녀가 현실세계로 넘어오면서 그 근원의 인물인 나를 만난것이다.
아무튼 그 일을 계기로 우리 두 사람은 서약반지의 의미로 커플링을 맞췄고 조금씩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물론 부모님도 만나뵈야 하고 결혼준비를 위해 이것저것 할 것도 많지만 아직 시간은 많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 서두를 것 없지 않은가.
그리고 오늘, 금란의 인간만들기(?) 프로젝트의 종착역이자 부부생활 준비하기의 첫시작인 그녀의 민증이 오늘 발급된 것이다.
그렇게 민증을 받고 주민센터를 나오면서 금란이 내게 말했다.
금란: 아 맞다. 세환씨. 환도는 어떻게 됐어요? 도검소지허가 받아야 한다면서요.
나: 아아, 그거 금란이 민증 받으면 금란 이름으로 허가받으려고 도검 장인이 운영한다는 업체에 가져가서 미리 확인좀 받았거든. 도검의 구매출처를 반드시 밝혀야 허가가 나온다고 해서 업체에 부탁해 거기를 출처로 삼을라 했어. 알다시피 금란의 검은 어디에서 구매한게 아니잖아. 근데 그 환도, 가검이래.
금란: 네?! 가검이요?! 그럴리가요. 그걸로 철충을 얼마나 베어넘겼는데...
금란은 눈이 똥그래져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나: 나도 처음에 믿지 못해서 재차 확인했거든. 그런데 그 장인이 하는 말이, '날이 서있지 않고 재질도 탄소강이 아니라 통짜 알루미늄이네요. 뭔놈의 가검이 이렇게 긴데 통짜 알루미늄이라 무게가 10kg이 조금 넘어서 남자가 들기에도 조금 버겁네요. 이정도면 칼이 아니라 그냥 알루미늄 몽둥이 입니다. 이건 허가도 필요없이 그냥 집에 장식대에 올려두세요.' 라고 하더라고.
금란: 그래서 첫날에 제가 검을 제대로 들지 못한거군요... 인간이 되면서 보통 여성의 신체능력이 되었으니...아니 그보다도 어떻게 진검이 가검으로 바뀔 수 잇는 걸까요?
나: 너와 같은 케이스 아닐까? 아마 그 칼에 게임에서나 적용 가능한 설정이 있었을지도? 그게 현실로 넘어오면서 다 사라지고 그저 가검으로 바뀐 걸지도 모르겠네.
금란: 그럼 우리가 만난 첫날... 그것도 모르고 저는 칼을 휘둘렀단거네요. 후훗.
나: 그때는 나도 정신이 없어서 칼을 뺏기에 급급했지. 장인에게 확인받을 때까지 집 구석에 치워놓고 눈길도 안줬으니까 하하하하
금란: 뭐... 이제는 칼이 필요하겠냐마는요. 그쵸?
나: 칼 대신 휴대폰들고 다녀야지~
금란: 그러니까 세환씨 휴대폰 저 주세요. 유심칩만 바꿔넣으면 되잖아요 그쵸? 세환씨 계정으로 라오할꺼니까...
나: 목적이 그거였어?! 내 계정으로 라오하는거?!
금란: 흥~ 이젠 제가 사령관이에요~! 그렇게라도 자매들을 봐야 덜 그립죠.
나: 자원 꼴아박으면 아마 저항군에서 원성이 자자해질껄~
금란: 호~ 어디서 이세환씨가 제조 돌리는 소리말인가요?
나: 뭐? 제조 꼴아박기? 아니 금란. 인간됬다고 벌써 그러기야? 아... 서운하다 흑흑
금란: 제가 하는 걸 보시죠~ 저항군 현장에서 구르고 구른 베테랑의 실력을!!
그렇게 자신만만하는 금란과 함께 우리는 오랫동안 사귀었던 커플인것마냥 재잘재잘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금란: 아니 왜 죄다 중파인건데 왜?!
나: 적들이랑 상성이 틀려먹었잖아.... 스쿼드 다시 짜야지... 아니 어떻게 시작하자마자 퇴각엔딩이야...
금란: 조용히해요. 지금 예민하니까.
나: 자매들이 원성이 자자...
곧 이어 들려오는 등짝스매시.
하지만 덕분에 금란이 지시만 받아서 싸우던 위치와 사령관이 되어 모든 것을 총괄하는 위치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물론 자원은 꼬라박았다. 그리고 이날을 시작으로 나의 신용카드는 수시로 금란의 요청에 불려나가기 바쁜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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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일상물입니다. ㅎㅎ
이렇게 써야 스토리 진행의 압박이 덜 할거 같아서요...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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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주인공 휴대폰에 설치된 라오세계에서만 사라진걸로... ㅎㅎㅎ | 22.10.14 21: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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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조가 알게되면 프로그램 변조 혐의로 제재 먹이겠네요ㄷㄷ | 22.10.14 21: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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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양산형이었던 금란이 와서 다행이지 무용이나 라비아타같은 인물이 와버리면 게임 진행 자체가 안되겠지요 ㄷㄷㄷ | 22.10.14 22: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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