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안드레아 비안키
각본: 피에로 레뇰리
제작: 가브리엘레 크리산티
촬영: 잔프랑코 마이올레티
편집: 알베르토 모라비토
미술: 마우리치오 가리발디
음악: 엘시오 만쿠소, 버트 렉슨
특수효과: 지안네토 데 로시
의상: 실비아 나폴리
분장: 지오반나 나폴리
조명: 프랑코 마이올레티
음향: 알베르토 카르비니
출연
카린 웰: 자넷
잔루이지 키리치: 마크
시모네 마티올: 제임스
안토넬라 안티노리: 레슬리
로베르토 카포랄리: 조지
피에트로 바르조키니: 마이클
클라우디오 주케트: 니콜라스
안나 발렌테: 캐서린
베니토 바르비에리: 교수
마리안젤라 지아다노: 에블린
이탈리아 외곽의 고성 근처에서 한 고고학자가 고대 문서를 바탕으로 의식을 수행하자 땅속에 묻혀 있던 시체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들은 인간을 인식하자마자 공격하기 시작하며 이 지역은 곧 혼돈에 빠진다.
한편 고성 안에서는 부유층 인사들과 그들의 일행이 모여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마이클이라는 어린 소년과 그의 어머니도 있으며 모자 관계는 애정과 긴장 사이에서 묘한 불균형을 드러낸다. 이들은 좀비의 존재를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곧 성 주변이 포위되며 심각한 위협 속에 놓이게 된다.
좀비들은 무리를 지어 몰려들고 도구까지 사용하며 인간을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인물들은 성 내부에 갇혀 저항하지만 상황은 악화되며 심리적 압박과 공포 속에서 각자의 본성과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고성은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며 이들이 직면한 공포는 단지 외부의 위협만이 아니었다.
베리얼 그라운드(Burial Ground: Nights of Terror, 1981)는 이탈리아 공포 영화계의 특수한 하위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단순한 좀비물이 아닌 심리적 혐오와 문화적 금기를 결합한 강한 충격의 영화입니다. 감독 안드레아 비안키는 당시 이탈리아의 B급 영화계에서 비교적 빠르게 장르적 입지를 굳힌 인물로 살의를 벗은 여자(Strip Nude for Your Killer)같은 에로-지알로 작품으로도 유명하지만 본작에서는 앤드류 레일라라는 예명을 사용하여 익명성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영화의 수위가 일반적인 기준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암시하며 한편으로는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공식 크레딧에 올리는 것을 꺼릴 만큼 작품의 내용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전략적 판단으로도 해석됩니다. 1970~80년대 이탈리아 저예산 장르 영화에서 흔히 관찰되는 일종의 작가적 위장술로 감독이나 배우들이 지나치게 과감한 노출이나 폭력, 금기를 다룬 영화에 본명을 사용하지 않고 가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안드레아 비안키는 특히 자신의 작품들이 대중적 정당성을 획득하기보다는 컬트적 열광 속에서 소비되리라는 점을 일찍부터 자각하고 있었던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명백하게 극단을 추구하는 감독이었으며 이때의 극단이란 단순히 피와 살점의 과잉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포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강박적인 시도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베리얼 그라운드는 당시 기준에서도 상식적인 심의선 밖에 놓인 작품으로 좀비라는 장르적 틀 안에 근친적 모자 관계, 유아기적 성욕, 병적 모성애, 사제형 좀비 등의 불쾌한 요소들을 직조해냈으며 이로 인해 작품은 단지 잔혹한 좀비물로 분류되기보다 비정상 심리 상태를 시각화한 공포 실험극이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비안키는 본작에서 전통적인 좀비 서사를 해체하는 동시에 사회적 가면 뒤에 숨은 억압된 충동과 무의식을 일부러 노골적인 방식으로 드러냅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단순히 자극을 위한 자극이 아니라 공포를 불편함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장르의 심리적 심도를 넓히려는 일종의 작가주의적 접근으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가 예명을 사용한 결정은 단순한 도피가 아닌 오히려 작품 자체를 사회적 윤리 기준 밖에서 실험적으로 다뤄보고자 했던 의도적 거리 두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르 안에서의 자유로움을 확보하는 동시에 영화의 파괴성과 감독 자신의 실체를 분리시킴으로써 한 편의 불쾌한 예술을 완성하고자 했던 자기보존적 연출 전략이자 이탈리아 컬트 호러계에서만 가능했던 독특한 미학적 태도였습니다.
마이클은 극중 설정상 어린 소년이지만 실제 배우는 성인 남성 피터 바크였습니다. 감독 안드레아 비앙키는 당시 윤리적 기준상 아역 배우에게 시킬 수 없는 장면을 위해 성인을 캐스팅해 분장을 통해 아이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 선택은 단지 실용적 이유를 넘어서 영화의 핵심 정서인 언캐니함을 가장 극대화하는 연출로 기능합니다.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현상은 인간과 닮은 로봇, 인형, 애니메이션 캐릭터, 혹은 인간처럼 행동하는 인공지능 등이 거의 사람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강한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말합니다.
피터 바크가 연기한 마이클은 언캐니 밸리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종종 거론됩니다. 그는 분명히 어린아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아이답지 않은 비례, 눈빛, 동작에서 묘한 위화감을 줍니다. 관객은 이 인물이 아이가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감지하고 이로 인해 섬뜩함과 본능적인 거부감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피터 바크는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표정과 과장된 몸짓 그리고 아이답지 않은 섬세한 눈빛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깊은 불쾌감을 유도합니다. 그는 보통 공포영화의 아이가 가지는 순수성과 생존 본능 대신 성적 집착과 미성숙한 충동, 공격성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그의 행동은 어머니에게 향하지만 단순한 애정이 아니라 노골적인 신체 접촉 요구로 나타나며 어머니의 반응도 모호함으로 응답됩니다. 이로 인해 마이클이라는 캐릭터는 관객에게 좀비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됩니다. 그는 죽은 자가 아니라 죽은 감정과 뒤틀린 본능이 살아 움직이는 형상입니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마이클은 외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단적으로 형상화한 존재입니다. 그는 어머니에게 무한한 소유욕을 드러내며 아버지 혹은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은 사실상 배제되어 있습니다. 이는 그가 자기 세계에서 분리되지 못한 유아적 자아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며 에블린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이 모자 관계는 상호 파괴적입니다. 또한 그는 죽은 이후에도 생전의 행동 양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좀비가 된 뒤에도 어머니에게 안기고 요구하는 모습은 극단적인 무의식의 지속을 시각화한 것입니다.
전통적인 좀비물의 문법에서 벗어나 이탈리아 호러 장르 특유의 비의적 세계관과 존재론적 공포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특히 이 영화의 좀비들은 조지 A. 로메로가 확립한 현대 좀비의 특징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로메로의 좀비가 무분별한 소비, 사회적 해체, 인간성의 붕괴를 상징하는 은유적 존재였다면 베리얼 그라운드의 좀비는 그보다 더 원초적이고 주술적인 악의 현현으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서 좀비들은 단순한 감염자가 아니라 고대의 금기와 의식을 깨운 결과로 나타나는 존재입니다. 영화 초반 고고학자가 의식을 행하자 무덤에서 시체들이 깨어나는데 그들은 썩고 부패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공통된 의지를 지닌 듯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인간을 추적합니다. 망치나 괭이 같은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은 이들이 단순한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명확한 목적성을 가진 집단임을 암시합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한 섭취가 아니라 인간의 공간과 존재 자체를 말살하고 대체하려는 듯한 본능을 드러내며 극 전체에 독특한 불쾌감을 형성합니다.
좀비들의 형상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들은 무작위의 시체들이 아니라 마치 고대 사제나 수도사 같은 복장을 한 채 나타나며 얼굴에는 의례적 구분과 계급을 연상시키는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영화가 좀비를 전염의 결과로 설명하는 대신 마치 오래전 봉인된 악령이 부활한 듯한 종교적·주술적 존재로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설정은 좀비물의 세속적 세계관을 벗어나 보다 신화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차원으로 공포를 확장시키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좀비들의 행동 방식 또한 특이합니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인간의 동선을 예측하고 포위망을 좁혀오며 일종의 집단지성을 지닌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 속 인간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저항하지만, 좀비들은 오히려 물리적인 공격보다 공간 점령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며 인물들을 고립시킵니다. 성벽, 복도, 창문, 출입문 등이 하나씩 봉쇄되며 생존자들은 점점 더 좁은 공간으로 밀려나고 결국 스스로 무너지는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공포 체험을 넘어 인간 문명이 종말을 맞는 공간적 연출로 작동하며 몰락의 감각을 더욱 실감나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좀비는 단순히 살아 있는 자를 공격하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의 오만과 탐욕, 금기 파괴의 결과로 되살아난 고대적 복수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시체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오히려 살아 있는 자보다 더 의지 있고 조직적이며 목적에 충실합니다. 좀비의 부활은 단순한 죽음의 귀환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억눌리고 숨겨져 있던 죄와 욕망 그리고 인간 문명 바깥에 있던 사악한 질서의 재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촬영 장소로 사용된 빌라 파리시는 이탈리아 로마 근교 프라스카티에 위치한 바로크 양식의 역사적 저택으로 다양한 유럽 영화의 외부 및 내부 로케이션으로 활용된 유명 촬영지입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고성 또한 바로 이 빌라 파리시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고립된 성으로 등장하며 대부분의 공포 시퀀스가 이곳의 외관과 정원, 내부 계단과 홀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이 저택은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언덕 도시 프라스카티에 있으며 17세기 초 건축되어 귀족 가문들의 별장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주변의 울창한 숲과 넓은 정원, 회랑식 발코니와 대리석 계단은 고딕적이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공포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활용됩니다.
빌라 파리시는 공포 영화 팬들에게는 안드레아 비앙키의 베리얼 그라운드 외에도 프랑켄슈타인의 딸(Lady Frankenstein, 1971), 늑대 여인(Werewolf Woman, 1976), 에로틱 나이트 오브 더 리빙 데드(The Erotic Nights of the Living Dead, 1980) 등 여러 이탈리아산 장르 영화에서 등장하는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관뿐 아니라 넓은 내부 공간도 실제 촬영에 사용되었으며 당시 제작진은 세트 없이 거의 원형 그대로의 구조를 활용했습니다. 이러한 공간은 고딕 호러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카메라가 담아내는 차가운 대리석과 탁한 조명, 오래된 가구들은 영화 속 폐허와도 같은 성의 느낌을 완성합니다.
베리얼 그라운드에서처럼 이 장소는 단지 무대가 아니라 영화의 공포를 배가시키는 독립적인 정서적 존재로 기능합니다. 좀비들의 등장은 물론 인물 간의 위기, 심리적 공황까지 이 빌라의 구조적 밀폐감과 고색창연한 분위기가 설득력 있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빌라 파리시는 단순한 촬영지를 넘어서 1970~80년대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상징적 공간 중 하나라 평가받기에 충분한 장소입니다.
공식적으로 영국의 비디오 나스티스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 수위와 불쾌감 때문에 여러 국가에서 심각한 검열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영국에서는 1980년대 초 비디오 나스티스 광풍이 휘몰아칠 당시 베리얼 그라운드는 정식으로 리스트에 포함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1984년 비디오 녹화법 이후 영국 영화등급분류위원회 BBFC는 해당 작품의 무삭제판에 대해 공식 유통 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1980년대 중반 VHS 시장에서 출시된 저화질 복사본이 소규모 유통망을 통해 퍼졌고 당국의 압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실제로 몇몇 상점에서는 비공식 압수 및 수사 협조 요청을 받은 바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BBFC는 삭제판 기준으로 DVD 출시를 허용했으며 마이클과 어머니 사이의 장면 및 내장 적출 장면 등이 편집되었습니다.
컬트 영화 전문 배급사인 88 필름이 이탈리아 컬트영화 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베리얼 그라운드의 복원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인디고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블루레이 출시를 성공시켰습니다. 이 판본은 이탈리아 필름 아카이브 소스를 기반으로 한 HD 리마스터이며 한정판 슬립커버, 인터뷰 영상, 북클릿 등이 포함된 컬렉터즈 에디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독일에서는 공포 영화 전반에 대한 검열이 매우 엄격했으며 특히 1980~90년대에는 청소년 보호법을 바탕으로 많은 장르 영화가 청소년 유해 매체(Indizierung)로 분류되었습니다.
1983년 독일 연방 청소년 보호 위원회(BPjS)에 의해 정식 금지 목록에 등재되었고 수입 및 상영은 물론 가정용 매체로의 유통도 차단되었습니다. 무삭제판은 불법 유통물로 취급되었으며 독일 내 팬덤은 대부분 해적판으로 감상해야 했습니다. 이후 DVD 시대로 접어들며 삭제된 편집본이 한정 출시되었고 무삭제 복원판은 해외판 수입을 통해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극장 개봉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곧바로 홈비디오 시장으로 직행되었습니다. MPAA는 이 영화의 무삭제판에 X등급에 준하는 NC-17 등급에 해당하는 경고 조항을 부여했으며 이로 인해 공식 유통사는 편집판을 기준으로 R등급 판정을 받은 뒤 비디오 출시를 감행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미디어 블래스터스에서 DVD로 출시된 이후 세버린 필름이 무삭제판을 재복원하며 컬트 팬덤 사이에서 재조명을 받았고 이후 R등급과는 별개로 컬렉터용 한정판으로 판매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이 작품을 복원하여 블루레이로 출시한 배급사 중 하나는 미디어 블래스터스이며 그 산하 레이블인 쉬릭 쇼를 통해 초창기 블루레이 판본을 선보였습니다. 이 버전은 SD 소스 기반의 업스케일된 화질로 오리지널 이탈리아어 및 영어 더빙 트랙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이자 결정판으로 평가받는 복원은 세버린 필름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세버린은 2020년대 초, 오리지널 필름 네거티브를 기반으로 2K 및 4K 복원을 진행하였고 이를 통해 블루레이와 4K UHD 블루레이를 각각 출시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좀비 3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시장에 유통되었습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에 제대로 검색이 되지 않는 걸로 미루어 볼때 해당 비디오는 정식 수입 경로보다는 비공식 번역과 유통 과정을 거쳐 출시된 것으로 추정되며 감독 안드레아 비안키는 안드레아 반기라는 식으로 부정확하게 표기되었습니다. 또한 작품 자체가 고어, 근친적 모티프, 성적 불쾌감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극장 상영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컬트 팬들 사이에서 비디오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반면 루치오 풀치 감독의 좀비 3(Zombie 3, 1988)는 한국에서 살인마 쟘비라는 원어에 충실한 제목으로 극장 개봉되었고 이후 정식으로 비디오로도 출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비디오 표지에 감독 이름이 루씨오 홀씨로 표기되는 등 음역 및 정보 전달의 부정확성이 존재했으며 자극적인 제목과 포스터 문구를 통해 마치 실화 기반의 살인 좀비 영화처럼 홍보되었습니다.
이처럼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제작진과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좀비 3와 살인마 쟘비라는 유사한 마케팅 전략 아래 유통되면서 서로가 동일한 시리즈의 일부처럼 오인되는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이러한 제목 중복, 감독 오기, 유통상의 혼동은 1980~90년대 한국 VHS 시장에서 빈번히 발생했던 국제 B급 장르 영화의 현지화 왜곡 사례로 당시의 비공식 유통 관행과 상업적 포장 전략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작품 평가의 기준에서 볼 때 기술적 완성도나 연출의 세련미 면에서는 명백히 미흡한 작품입니다. 낮은 제작비, 형편없는 연기, 단조로운 촬영, 비일관적인 편집, 반복적인 설정과 구성은 이 영화가 예술적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이유들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결함들이 역설적으로 본작을 특이하고 분석 가능한 컬트적 사례로 만들어주며 단순한 B급 좀비영화를 넘어 불쾌함의 미학을 실현한 파괴적 실험물로 바라보게 합니다.
본작은 장르적 규범을 따르기보다는 그것을 무시하고 왜곡합니다. 좀비영화의 기본적인 세계관, 즉 감염과 생존, 인간성과 도덕의 시험이라는 구조 대신, 이 영화는 죽은 자의 귀환을 일종의 주술적 복수로 묘사하며 좀비들을 고대적이고 의례적인 존재로 그립니다. 그들은 단순히 배고픈 시체가 아니라 죽음의 상징이자 금기의 형상으로 묘사되며 존재론적 위협을 가시화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조지 로메로가 만든 사회비판적 좀비 서사와 비교할 때, 보다 무의식적이고 원초적인 공포로 나아가는 독특한 변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마이클과 어머니 에블린의 관계입니다. 이 모자 관계는 단순한 비정상적 애착을 넘어서 외디푸스 콤플렉스, 병적 모성, 유아적 성욕의 시각화라는 점에서 심리분석적 접근을 가능케 합니다. 특히 성인이지만 아이처럼 연기한 피터 바크의 존재는 시청각적으로 불쾌감을 극대화하며 언캐니 밸리라는 심리적 공백을 직접 건드리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이 관계는 윤리적 판단을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공포의 방향을 외부에서 내부로 전환시키며, 좀비보다 더 불쾌한 인간성을 드러냅니다.
연출자인 안드레아 비안키는 이처럼 공포 장르의 윤리적 한계를 시험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지만 그것이 고도로 통제된 방식으로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서사적으로 산만하고 캐릭터 간의 관계도 일관성이 부족하며 긴장감의 고저도 조절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허술한 구성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비틀림과 금기의 노출은 오히려 장르의 안전지대 밖으로 밀려난 공포의 감각을 체험하게 만듭니다. 정제되지 않은 공포, 불편함, 잔혹함, 선정성, 그 모든 것이 얽혀 혼란스러운 감정을 유발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영화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