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작가side-
그 날 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꾸, 꿈이었나...?"
오벨리스크 블루의 남자 기숙사. 그곳의 개인실에서 잠을 청하던 소년, 만죠메 준은 비명과 함께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악몽,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듀얼 아카데미아에 갇혀버렸고,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살인 시작기가 시작된 악몽을 꾸었다.
"소, 소수...!! 소수를 세자...!! 소수는 1과 자기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
만죠메는 그리 중얼거리며 소수를 세기 시작했고, 그렇게 마음이 점점 안정되려는 찰나에 바깥에서 비명이 울려퍼지는 걸 듣게 되었다.
그는 뭔가에 이끌리듯이 바깥으로 뛰쳐나갔고, 그곳에서는 한 남학생이 누군가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양손에는 가위를 들고, 혀를 길게 내뺐으며, 양갈래로 땋은 머리는 전부 풀어해친 상태... 영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는 그녀가 누군지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어이! 정신차리라고!! 후카와 토우코!!"
"히햐하하하! 방해꾼은 전부 처리다!!"
"크읏...!! 이 녀석, 짐심이다...!! 어이, 어서 도망쳐!!"
"고, 고마워!!"
만죠메는 한 팔에 장착된 듀얼디스크로 토우코가 휘두르는 가위를 막아내었고, 살기가 진심이라는 걸 알아챈 만죠메는, 주저앉은 소년에게 어서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자자, 일단 진정하라고. 왜 그런 지 설명을 해보란 말이다. 응?"
"아아, 별 거 없어. 그저 복수일 뿐이거든."
그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면서, 토우코에게 설명을 요구하였고, 이어진 그의 말에 토우코는 입가를 혀를 살짝 핥은 후 대답을 해주었다.
"복수...?"
"아아, 처음은 데이트 신청이었지. 때는 중학교 시절... 아무도 곁에 안 와줬을 때, 그 녀석이 나한테 다가와 데이트를 신청했어. 엄청 좋았지, 드디어 나한테도 남자친구가 생기는 건가 하고 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약속 장소에는 아무도 안 왔고,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냥 친구들끼리 내기에서 진 걸로 나한테 데이트 신청을 한 거더라고. 정말... 그 비웃음은 잊을 수가 없어."
"토우코... 에잇! 그렇다고 신학기부터 살인이 일어나게 둘 것 같냐!? 여길 지나가려면... 듀얼로 날 쓰러뜨려라!!"
설명을 하는 토우코의 표정은 마지막에 가서는 울 것 같은 표정과 웃는 표정이 뒤섞인 기묘한 표정이었고, 그 모습에 살짝 아련함을 느낀 만죠메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듀얼디스크를 전개했다.
""듀얼!!""
[후카와 토우코(?)/패5장/LP4000]
[만죠메 쥰/패5장/LP4000]
그렇게 그들의 듀얼이 시작되었으며, 선공은 만죠메로 결정되었다.
"그럼 나의 선공! 마법카드 [카드 파괴] 발동!! 모든 플레이어는 패를 전부 버리고, 그 수만큼 드로우를 한다!!"
[[[너무해요! 형니이이이이임!!]]]
"시끄러워! 지금 엄청 심각하단 말이다!!"
묘지로 가며 너무하다 소리친 방해꾼 삼형제에게 그리 소리친 만죠메는, 묘지로 보낸 카드의 수만큼 덱 위의 카드를 뽑아내었고, 토우코도 패를 전부 묘지로 보낸 후 그 수만큼 카드를 뽑아내었다.
(만죠메의 패/5->4)
"마법카드 [방해꾼 개조]를 발동! 엑스트라 덱의 [WYZ-드래곤 캐논]을 공개하고, 묘지의 [방해꾼 옐로], [방해꾼 그린], [방해꾼 블랙]을 제외! 덱의 [X-헤드 캐논], [Y-드래곤 헤드], [Z-메탈 캐터필러]를 특수 소환!!"
[X-헤드 캐논/레벨4/ATK1800]
[Y-드래곤 헤드/레벨4/ATK1500]
[Z-메탈 캐터필러/레벨4/ATK1500]
하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양어깨에 포대가 하나씩 달린 기계병과 붉은 몸체를 지닌 와이번 로봇, 무한궤도 바퀴를 지닌 Z-메탈 캐터필러가 그의 필드로 나타났다.
(만죠메의 패/4->3)
"[X-헤드 캐논], [Y-드래곤 헤드], [Z-메탈 캐터필러]를 제외하여 합체융합!!"
"합체라고...!?"
토우코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본 사이, 그곳으로 떠오른 몬스터들이 합체를 하였다. Z-캐터필러가 몸체 상단의 개패구를 열었고, 날개를 분리한 Y-드래곤 헤드가 그 위에 장착, 마지막으로 X-헤드 캐논이 삽입구에 들어가는 것으로 합체가 완료되었다.
"나타나라! [XYZ-드래곤 캐논]!!"
[XYZ-드래곤 캐논/레벨8/ATK2800]
드래곤 캐논이 만죠메의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등장.
소환조건이 까다롭고, 소재까지 한 번에 부르기도 까다로웠으나, 여러 지원카드들이 나왔기에 지금은 비교적 쉽게 소환할 수 있는 몬스터다.
"묘지의 빛 속성 몬스터, [X-헤드 캐논]을 제외하여 [암흑룡 코라프서펜트]를 특수 소환!"
[암흑룡 코라프서펜트/레벨4/ATK1800]
검은빛의 기다란 몸과 날개 두 장을 지닌 아기룡이 나타나 작은 울음을 내질렀다.
(만죠메의 패/3->2)
"[코라프서펜트]를 릴리스하고, [암드 드래곤 LV5]를 어드밴스 소환!"
[암드 드래곤 LV5/레벨5/ATK2400]
커다란 두 주먹과 턱을 지녔으며, 작은 날개 한쌍과 드릴이 이곳저곳에 달린 암드 드래곤이 나타나 성난 포효를 내지른다.
(만죠메의 패/2->1)
"카드를 1장 세트하고, 턴 엔드다!!"
만죠메는 남은 카드 하나를 마함존에 세트시키는 것으로, 차례를 마쳤고, 곧이어 토우코에게로 차례가 넘어갔다.
"그럼 나의 턴! 드로!!"
그리 외치며 덱 위의 카드 하나를 사납게 뽑아낸 그녀의 모습은, 실제 카오게이 이집트 듀얼리스트(마리크)와도 같다!!
(토우코의 패/5->6)
"먼저 스케일1의 [에지임프 코튼 이터]로 펜듈럼 스케일을 세팅!!"
찌지이이이익! 그녀의 필드 한 켠에 솟아오른 빛기둥에서 날개달린 솜덩어리가 떠오르더니, 이내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갈라지며 빛나는 두 눈을 드러내었다.
(토우코의 패/6->5)
"마법카드 [융합] 발동! 패의 [에지임프 DT 모조품]과 [퍼니멀 펭귄]을 융합!! 융합 소환!!"
필드로 나타난 누더기를 얽어서 만든 인형과 귀여운 펭귄 인형. 먼저 DT 모조품이 퍼니멀 펭귄에게로 흡수되었다. 펭귄은 점점 부풀어오르다가 몸에서 칼날이 튀어나오고 여성의 비명과 함께 터져버렸다. 이윽고 그 자리에 하나의 악마가 소환된다.
"나타나라! [데스완구 데어데블]!!"
[데스완구 데어데블/레벨8/ATK3000]
몸 이곳저곳에 쇠사슬이 감겨있으며, 붉은 몸과 삼지창을 지닌 그 악마의 이름은 데어데블. 소환되는 과정이 보기가 좋은 광경은 아니었기에 만죠메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고 말았다.
(토우코의 패/5->2)
"[코튼 이터]가 펜듈럼 존에 존재하는 한, 내 필드의 융합 몬스터의 공격력은 300 업! 이어서 [코튼 이터]의 또다른 펜듈럼 효과 발동! 자신 필드에 [데스완구] 융합 몬스터가 융합 소환되었으므로, 카드를 1장 드로!!"
[데스완구 데어데블/ATK3000->3300]
그녀의 덱 위의 카드 하나가 빠져나와, 그녀의 패에 쥐어졌고, 그걸 본 그녀는 보기 흉할 정도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토우코의 패/2->3)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좋았어! 좋았어!! 배틀이다! [데스완구 데어데블]로 [암드 드래곤 LV5]를 공격!!"
"리버스 카드 오픈! 속공마법 [수축] 발동!! [데어데블]의 원래 공격력을 절반으로 한다!"
[데스완구 데어데블/ATK3300->1800]
암드 드래곤에게 달려들던 데어데블은 그 몸집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암드 드래곤 LV5은 그대로 주먹을 날려 데어데블을 파괴해버렸다.
"끄야아으으으윽...!! [데어데블]의 효과 발동! 이 카드가 전투로 파괴되었으므로, 묘지의 [데스완구] 몬스터 1체당 상대에게 500 데미지를 주지!! 그리고 [DT 모조품]은 룰 상, [데스완구] 몬스터로 취급!! 따라서 네 녀석이 받을 데미지는 1000!!"
"뭐, 뭐라고!? 크으으윽...!!"
[후카와 토우코(?)/LP4000->3400]
[만죠메 쥰/LP4000->3000]
갑작스럽게 전해져 온 충격에 만죠메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 데미지, 평범한 데미지가 아니다. 마치 실제로 충격이 전해져오는 듯한 느낌에 만죠메는 멀어지려던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메인 페이즈2로 넘어가서, [패치워크 퍼니멀]을 일반 소환!!"
[패치워크 퍼니멀/레벨1/ATK0]
등에 작은 천사날개가 달린 곰인형이 나타나 양팔을 흔들며, 분위기에 맞지 않는 애교를 떨었다.
"[패치워크 퍼니멀]은 몬스터 존에 존재하는 한, [데스완구] 몬스터로도 취급돼... 마법카드 [데스완구 퓨전] 발동!! 필드의 [패치워크 퍼니멀], 묘지의 [데스완구 데어데블], [DT 모조품]을 제외하여 융합! 악마가 깃든 비정한 완구여, 반항하는 우민을 뿌리채 멸하라! 융합 소환!!"
필드로 나타난 데어데블과 DT 모조품이 패치워크 퍼니멀과 함께 찢어발겨지고, 뒤섞이다가 섬광을 일으켰다. 그것이 거두어지자 거체를 드러내는 하나의 몬스터.
"나와라! 모든 완구들의 결합마수, [데스완구 매드 키메라]!!"
[데스완구 매드 키메라/레벨8/ATK2800->3100]
철제로 이루어진 네 다리와 찢어진 인형의 머리 셋, 중앙의 곰인형은 팔까지 달려있어서 너무나도 기괴해보였다.
"카드를 1장 세트하고, 턴 엔드!!"
"엔드 페이즈에 [암드 드래곤 LV5]의 효과 발동! 이 카드가 전투로 몬스터를 파괴했으므로, 그 엔드 페이즈에 이 카드를 릴리스하여 덱의 [암드 드래곤 LV7]을 특수 소환!!"
[암드 드래곤 LV7/레벨7/ATK2800]
그렇게 토우코의 차례가 끝나자, 만죠메에게로 차례가 되돌아간다.
"그럼 나의 턴! 드로!! (만죠메의 패/0->1) 마법카드 [욕망과 탐욕의 항아리] 발동! 덱 위의 카드 10장을 뒷면으로 제외하고, 2장을 드로!!"
만죠메가 덱 위의 카드 하나를 뽑아낸 순간, 토우코의 필드에 세트되어 있던 함정카드가 고개를 들었다.
(만죠메의 패/0->2)
"함정카드 발동! [퓨전 데스 왈츠]!! 자신 필드의 [데스완구] 융합 몬스터와 상대 필드의 융합 몬스터 1체를 선택하고, 그 이외의 특수 소환된 몬스터를 전부 파괴한 후, 선택한 몬스터의 공격력 합계만큼의 데미지를 상대에게 준다!! 내가 선택할 몬스터는 [데스완구 매드 키메라]와 [드래곤 캐논]!!"
그들의 필드 사이로 폭발이 일어나려는 순간, 만죠메의 패에 있던 몬스터 하나가 묘지로 보내졌다.
"그 발동에 체인2! 패에서 [날개 와타]의 효과 발동!! 이 카드를 패에서 버리고, 이번 턴에 내가 받는 효과 데미지를 0으로 한다!!"
이윽고 필드로 나타난, 크고 아름다운 날개 와타의 환영이 만죠메를 감싸안아 폭발로부터 그를 지켜주었다. 다만, 암드 드래곤의 파괴는 막지 못하였고, 그의 필드에 남은 것은 드래곤 캐논 뿐이다.
"마법카드 [유전의 패] 발동! 카드를 2장 드로!! [드래곤 캐논]의 효과 발동! 패를 1장 버리고, [매드 키메라]를 파괴!! 하이퍼 디스트럭션!!!"
쿠과아아아아아아! 드래곤 캐논이 내뿜은 포격이 매드 키메라를 집어삼켜 파괴해버렸고, 그 모습에 토우코가 소리쳤다.
"하지만 [드래곤 캐논]의 공격력은 2800!! 내 LP를 0으로 할 수는 없...!!"
"아직 내 메인 페이즈는 끝나지 않았어! [화이트 더스튼]을 일반 소환!!"
[화이트 더스튼/레벨1/ATK0]
하얀색의 네모난 몸과 짧은 팔다리, 꼬리를 지닌 먼지의 정령 중 하나인 화이트 더스튼이 드래곤 캐논의 뒤로 소환되었다.
"마법카드 [퓨전 태그]를 발동하여, [화이트 더스튼]을 융합 소재로 사용할 경우에 한해서 [VW-타이거 캐터펄트]로 취급하겠어!! [XYZ-드래곤 캐논]과 [VW-타이거 캐터펄트]로 취급되는 [화이트 더스튼]을 합체 융합!!"
타이거 캐터펄트로 변신한 화이트 더스튼이 드래곤 캐논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먼저 타이거 캐터펄트가 분리되어 양다리가 되었고, Z-메탈 캐터필러가 양팔이 되었으며, X-헤드 캐논과 Y-드래곤 헤드가 상체가 되는 것으로 합체가 마무리.
"나타나라! [VWXYZ(V to Z) 드래곤 캐터펄트 캐논]!!"
[V to Z 드래곤 캐터펄트 캐논/레벨8/ATK3000]
드래곤 캐터펄트 캐논은, 소환되면서 한껏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그 공격력은 3000, 3500인 토우코의 LP를 전부 깎아낼 수 없다. 그래, 이게 만죠메의 메인 페이즈 마지막이라면 말이지.
"아직이다! 이 몬스터는 이 듀얼 중에 소환된 필드와 묘지의 [암드 드래곤 LV7]과 [드래곤 캐터펄트 캐논]을 제외하는 것으로만, 엑스트라 덱에서 합체융합이 가능!!"
"대, 대체 뭘 소환하려는 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금의 나는 만죠메가 아니다! 1! 10! 100! 1000!! 만죠메 썬더!! 필드의 [V to Z 드래곤 캐터펄트 캐논]과 묘지의 [암드 드래곤 LV7]을 제외하여 합체 융합!!"
필드로 나타난 암드 드래곤 LV7, 곧이어 드래곤 캐터펄트 캐논이 다시 분리되었다가 암드 드래곤 LV7에게 갑주처럼 장착되었다.
"나타나라! [암드 드래곤 캐터펄트 캐논]!!"
"■■■■■■■■■■■!!"
[암드 드래곤 캐터펄트 캐논/레벨10/ATK3500]
암드 드래곤 캐터펄트 캐논이 울부짖었다!!
"... 힘들었겠군."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아무도 자기한테 안 다가와주고, 계속 거짓말만 들어왔겠지... 누군가의 이야기에 낄려는 순간마다 녀석들이 떠나가고, 결국에는 혼자만 남은 거야."
"시, 시끄러워!! 네가 뭘 아는데, 그런 소리를...!!"
"... 나도 그랬었다. 그래서 네 기분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어."
"너...!!"
"뭔가 바뀐 것 같은데... 어쨌든 배틀이다! [암드 드래곤 캐터펄트 캐논]으로 다이렉트 어택! 암드 디스트럭션 퍼니셔!!"
쿠과아아아아아아아아! 암드 드래곤 캐터펄트의 포대로부터 크고 아름다운 에너지 포격이 발사되어, 후카와 토우코를 집어삼켰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후카와 토우코/LP3400->0]
만죠메는 듀얼이 끝나자마자, 쓰러진 토우코의 곁으로 달려갔다.
"어이, 괜찮냐!?"
"오지마! 다른 사람들도 그랬었어...! 잘 대해주는 것 같다가, 결국에는 가지고 논 거였다고...!!"
"난 그런 녀석이 아니야!! 그러니까 괜찮은 지 좀 보잔 말이다!!"
"흐읏...!! 흐끅... 흐끅..."
만죠메는 토우코를 일으켜세워주려 했지만, 오히려 그녀는 그를 밀쳐내면서 그리 소리쳤다. 순간, 그냥 돌아갈려고 한 만죠메는 충동적으로 그녀의 양어깨를 붙잡고 머리를 들어올려주며 자긴 그런 녀석이 아니라고 소리쳤다.
그런 그가 본 것은 그렇게나 살의를 내뿜던 소녀와 같은 인물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린 소녀였다.
"흐, 흐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흐끅..."
"울고 싶으면 울어라, 참지 말고."
"흐, 흐아아아아아아앙!! 흐아아앙!! 버려지는 건 싫어요! 더 이상 버려지기 싫어요오오오!!"
만약 누군가가 이 장면을 봤다간, 엄청난 오해를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말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여준 만죠메였다.
"......."
"어이, 이봐, 일어나."
"......."
"아! 진짜!!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어쩌잖 거냐!? 제기랄!!"
갑자기 우는 걸 멈춘채로 자신의 품에 계속 안겨있는 토우코를 본 만죠메는, 그녀를 깨우려 했지만, 이내 깊게 정신을 잃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대로 호수 너머의 여기숙사로 갔다가는 별의별 오해를 받을테고, 이대로 그냥 놥두고 갔다가는 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기에, 결국에는 자기 방까지 데려가고 말았다.
"... 일단 침대에 눕히고... 어디보자, 담요가 분명 여기에..."
[역시 형님! 겉은 까칠해도 속은 따뜻하시군요!]
"시끄러워, 바닥에서 자게 둘 수는 없잖아?"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리 말하며 바닥에 담요를 깔고 잠옷을 입은 채로 드러누운 만죠메는, 방해꾼 옐로의 비명을 듣고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너, 너 일어나있는 거지!?"
"헤헤헤헤... 다시는 안 놓질 거에요..."
"젠장! 잠꼬대냐!?"
두두두두두두! 귀신마냥 순식간에 자기 곁으로 기어와 품에 안긴 토우코의 모습에 만죠메는 비명을 내질렀지만, 이내 그녀가 잠꼬대를 하고 있는 걸 알아챘다. 아무리 힘을 줘도 떨어지지 않았기에, 결국에는 그 상태로 취침을 했다가 뭐라나.
"그, 그그그그그러니까 이건...!!"
"괜찮으니까 진정해. 그것보다 좀 괜찮냐?"
"... 네, 그...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자기가 만죠메를 껴안은 걸 깨달은 토우코는, 얼굴을 붉히며 당황 상태에 빠져들었고, 만죠메는 그런 그녀를 진정시켜주며 괜찮냐 물었다.
"죄, 죄송했습니다... 그럼 이만..."
"잠깐! 머리 정리 좀 하고 가는 게 좋겠어. 내가 도와주지."
"그,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언제부터 네게 주도권이 있다 생각했지?"
만죠메는 그대로 토우코를 붙잡아 반쯤 억지로 침대에 앉힌 뒤에 그녀의 머리를 풀어주고, 빗을 꺼내 머리를 정리해주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생명이다. 머리카락... 일찍부터 관리를 해줘야 상하지 않는 거야."
"부드러우시네요. 만죠메 님은...
"착각하지마! 그 흉한 머리상태로 돌아다니면, 다른 녀석까지 기분 나빠지니까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는 만죠메. 토우코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만죠메 님! 저, 저기... 저, 저하고 사귀어주세요!!"
"어이, 너무 갑작스럽잖..."
"하, 하하하... 역시 안 되겠죠? 저 같은 추녀보다는, 키리기리 같은 미녀가 만죠메 님한테 더 어울리겠... 읍, 에... 마, 만죠메 님...?"
만죠메의 대답이 이어지기도 전에 성급히 결론은 내려 거절당했다고 생각한 토우코, 그런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끌어안아 입술박치기를 날려버린 만죠메.
그 둘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간다.
"그, 뭐냐... 네가 좋다면, 교제하는 것도 괜찮다만...?"
"하, 하지만 만죠메 님은 만죠메 가문의..."
"그런 거 상관없어. 애초에 부모님이나 형님들도 내 짝은 스스로 찾으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 둘은 그 날로부터 교제를 하게 되었답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