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를 알리는 종 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유사쿠는 학교의 정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서있었다.
실제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학교의 등/하교는 정원을 거쳐 정문으로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유사쿠가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도 정원을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것이다.
유사쿠는 다른 사람에게 의심 받지 않게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이그니스를 재촉했다.
"아이. 아직도 안 보여?"
- 하고 있다고. 애초에 말이야.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혼잡하단 말이지.
"그래도 해. Sol 테크놀러지에 접근할 수 있다면 네게도 이로울 테니까."
- 으으음. 알았어, 알았어. 그나저나 통계와 데이터를 살펴보면 자이젠 아오이도 미인 형이라는 거네. 아이돌들도 그렇고. 너, 이런데 관심 있지?
"없어."
- 아아, 그래. 너는 하노이의 기사랑 쿠사나기 형씨에게만 반응하는 호모 고자였지.
꽈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듀얼 디스크를 세게 쥐자, 이그니스가 비명을 지르며 항복했다.
정원을 지나가는 학생들의 얼굴과 자이젠 아오이의 이미지를 대조해서 유사한 부분을 찾아나갔다.
특별히 헤어 스타일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90% 이상 동일한 이미지일테니 계산을 장기로 하는 슈퍼 인공지능, 이그니스가 놓칠 리 없다.
그러한 유사쿠의 생각은 들어맞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그니스가 찾았다! 며 작게 소리쳤다.
유사쿠는 이그니스가 가리킨 방향으로 멀어져 가는 아오이를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를 향해 달려가다가, 너무 가까워졌다 싶으면 멈춰서서 대기. 어느 정도 거리가 다시 벌어지면 대쉬.
일련의 행동을 반복하다보니 어느 새,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들어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 쯔쯔쯧, 요새 보안이 얼마나 중요한데. 미행도 눈치 채지 못하는 한심한 여자애구만.
"입 다물고 지켜보기나 해."
- 아, 저기 들어간다.
그녀는 잠시 교실의 문을 두드리고는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을 확인한 유사쿠는 성큼성큼 다가가 교실의 명칭을 확인했다.
DUEL CLUD
이름 그대로 듀얼을 하는 부활동인 걸까?
아마도 부활동을 하게 된다면 적어도 한 두시간 정도는 이 장소에 있으리라.
그렇다면 다음의 행동은 어떻게 해야 할 지, 확실한 미행에 대해 고민하던 유사쿠는 문득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깨달았다.
몸을 돌려 살펴보니 통통한 체형의 익숙한 소년이 서있었다.
시마 나오키, 교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유사쿠를 깨우고부터 요란스럽게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소년이었다.
"어이, 후지키. 여기서 뭐해?"
"아 …, 나와 같은 반이었던 …."
"시마! 시마 나오키!! 몇 번을 말…, 아니, 됐다. 그런데 듀얼부 앞에서 뭐해?"
"여기가 듀얼부였구나 …. 몰랐어."
"후히히, 뻔한 거짓말 하지 말라고. 너도 듀얼부에 들어오고 싶은 거지? 하지만 링크 브레인즈에 가지도 않는 네가 …."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시마가 평소처럼 자랑 아닌, 자랑을 하려는 때.
갑작스럽게 듀얼부의 문이 열리면서 수수한 인상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란스럽잖아, 시마 군. 부실 안까지 다 들리고 있어."
"으, 죄송합니다. 부장."
"그리고 …, 본의 아니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입부 희망자라면 들어오겠어?"
듀얼부의 부장이라는 소년은 온화하지만 자신감이 보이는 목소리로 말하곤, 부실 안으로 들어섰다.
얼마 이야기하지 않은 유사쿠였지만,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평범한 소년이었다면 입부할 생각이 없었어도, 한번은 관전 차 들어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목적은 자이젠 아오이를 조사하고, 친밀해져서 Sol 테크놀로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
당연하지만 거절해야 한다.
유사쿠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려는 순간, 다른 장소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예. 감사합니다.
"아이 …!"
- 히히.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잖아?
자신의 목소리로 변조해서 대답할 줄이야.
이래서는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유사쿠는 이그니스를 지그시 노려보다가 듀얼 부실 안으로 들어섰다.
원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듀얼부의 부원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접촉할 수도 있다.
친밀해지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접촉할 부분을 만들어둔다면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리라.
조용히 계산을 끝마친 유사쿠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부장의 옆에 섰다.
뭔가 불만인 듯한 표정인 시마, 얼굴을 모르는 학생들과 묘하게 날카로운 기색으로 노려보고 있는 자이젠 아오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말 없이 고민하며 유사쿠는 입을 열었다.
**
346 프로덕션, 아이돌 부문 사무소 한구석에서 테이블 듀얼을 하는 소녀들이 있었다.
히어로를 동경하는 소녀, 난죠 히카루와 악역을 자처하지만 헤타레인 코세키 레이나다.
버츄얼 리얼리티 시스템을 이용한 듀얼이 아니라, 박진감이 떨어져보일 수도 있지만 두 소녀들은 확실히 듀얼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마스크드 히어로 암귀를 대상으로 속공 마법, 마스크 체인지를 발동! 이것으로 암귀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우, 우아아! 그 녀석이냐!? 히어로 주제에 가장 악당 같은 그 녀석!?"
"변신 소환! 악을 무찌르는 검은 늑대! 마스크드 히어로 다크 로우! 등! 장!"
"그 녀석이 가장 사악하다고!"
필드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묘지와 패를 견제하는 극악무도한 효과.
그런 주제에 그 끔찍한 효과가 적용되는 것은 오직 상대 플레이어뿐이다.
어지간한 덱들이 다크 로우의 벽을 뚫지 못 하고, 무너지니 레이나가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밤에 취한 여인】들의 멤버는 듀얼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 미후네 미유와 사토 신이 오지 않아 전부 다 모인 것은 아니지만, 셋 뿐이어도 이야기를 폭죽처럼 터져나왔다.
"옛날 생각 나네요. 우사밍 별에서도 잠깐 듀얼했었거든요. 블랙 매지션을 제물 소환! 참 재밌었는데 …."
"저기, 아직도 제물 소환이라는 말을 써?"
"요새는 어드밴스 소환이라는 말을 쓰지 않나요? 카드 어드밴스로 어드밴스 소환, 이라던가? 후훗."
"아 …, 아하하하하!! 그, 그게. 우사밍 별이랑 지구랑은 용어가 살짝 다른가 본데요?"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변명하는 나나를 바라보면서 사나에와 카에데는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우사밍 별에서 온 17세 성우 아이돌】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격한 반응 때문에 놀리게 되는 것이었다.
가까스로 정체(?)를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한 나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고, 재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아, 그런데 하트 씨와 미유 씨는 언제 오는 건가요?"
"화보 촬영이 조금 늦는다던데? 그 때까지 우리는 사무소에서 스탠바이."
"다음은 라이브니까 늦지 않으면 좋겠는데요 …."
다른 그룹이라면 사실 먼저 현장에 가서 그녀들끼리 먼저 맞춰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밤에 취한 여인들은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룹이라, 가능하면 다 같이 맞춰보고 싶은 것이 심정이었다.
분명히 본 무대 이전에도 리허설을 하긴 하지만, 그 리허설마저도 다른 스탭들이 보는 장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완성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최악, 공연에 올리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그대로 강판되는 게 현재의 연예계니까.
그렇다고 마냥 그녀들을 사무소에서 기다리는 것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
그녀들이 너무 늦어서 리허설 할 틈도 없이 본 무대에 올라가게 되면, 어떤 미스가 일어날 지 알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
잠시 말 없이 생각에 빠져 있던 사나에가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
"아, 그렇지. 그러면 우리가 데리러 갈까?"
"네 …?"
"그렇네요. 저희도 면허 있으니까 기다릴 필요 없죠."
"그래! 그거야! 나나는 운전할 줄 알아?"
"아, 저는 17살이라서 …."
"후훗, 그러면 제가 치히로 씨에게 이야기해서 차량을 알아볼게요."
동화 속의 신데렐라들은 호박 마차를 타고 화려한 성으로 향한다.
하지만 현실의 신데렐라들은, 호박 마차가 없으면 직접 걸어서 성으로 향하는 당당한 여성들이었다.
"좋아, 그럼 가볼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어지간하면 신데렐라들에게 차키를 건네주지 않던 치히로도 넘겨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 사람 모두였지만 나나는 17세(?)라서 운전을 할 수 없었고, 카에데는 미유와 신이 화보 촬영을 하고 있는 촬영장의 위치를 몰라서 자연스럽게 사나에가 핸들은 쥐게 되었다.
화끈한 성격과는 반대로 그녀는 신데렐라가 되기 전에는 교통과의 경찰이었으니, 실수로라도 딱지 떼일 일이 없는고로, 의외로 적절한 인선.
운전 중에 난폭 운전을 하는 차량을 볼 때마다 불 같이 화를 내는 그녀였지만 그와 반대로 운전만큼은 철저하게 안전 수칙을 지켜 나아가고 있었다.
이대도라면 신과 미유가 있는 촬영장까지 30분, 그리고 다음 스케줄이 있는 무대까지 30분 정도 걸릴 테니까 시간이 딱 들어 맞는다.
속으로 나이스한 발상이었다고 생각하며 운전하던 사나에는 문득 시야에 들어온 익숙한 소년을 보곤, 뒤의 그녀들에게 물었다.
"어? 쟤 혹시 …."
***
유사쿠는 커다란 전봇대에 몸을 숨기며 아오이의 뒤를 쫒았다.
듀얼부에서의 활동도 끝나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그녀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조용히 그 모습을 관찰하던 이그니스가 의문과 황당함이 뒤엉킨 목소리로 물었다.
- 저기, 뭘 하고 있는거야?
"자이젠의 하교길을 체크하고 있잖아. 집중하고 싶으니까 조용히 해."
- 그러니까 왜? 누가 널 보면 스토커로 착각할 껄? 이건 거의 반쯤 범죄야!
"법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내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건 알텐데?"
-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말이야.
"쉿, 닥쳐. 아이. 자이젠이 누군가와 이야기한다."
이그니스의 말대로 현재 유사쿠의 모습은 자이젠 아오이라는 소녀를 스토킹하는 범죄자, 그 자체였지만 유사쿠 나름의 계산이 있는 행동이었다.
확실히 말해서 유사쿠에게 타인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재주 같은 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 일을 유사쿠가 포기할 리는 없는 일.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그녀를 분석해서 친해질 수 있는 데이터를 습득하려는 속셈인 것이었다.
대화라는 건, 기본적으로 화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는 일.
만약, 그 화제가 서로가 흥미 있어 하는 공통 분모라면 더욱 쉽게 친해질 수 있으리라.
"하지만 …."
- 뭐가?
"아무 것도 아냐."
아오이는 듀얼부에서도 최소한의 대화만을 나누었다.
듀얼에 흥미가 있어서 입부한 것인지, 아니면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유사쿠처럼 얄팍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오이가 지금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과 제법 긴 시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었다.
단순한 사담 같은 걸 하는 성향은 아닌 것 같은데다가, 아오이의 표정도 그리 밝아보이진 않았다.
그렇다면 아오이와 관계는 사람이되, 껄끄러워 하는 사람이라는 걸까.
유사쿠는 시선을 옮겨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정체불명의 여성을 살펴보았다.
일단, 그녀가 걸치고 있는 새하얀 코트와 검은 구두는 누가 보더라도 명품인 것처럼 단아한 빛을 내고 있었고, 가방을 어깨에 걸친 모습이나, 몸을 움직이는 행동에는 알 수 없는 품격이 느껴졌다.
그것만 보더라도 평범한 여성이 아니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지만 유사쿠가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 때, 눈동자에 이채가 머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레드브라운 컬러의 긴 머리카락, 상대를 깔아뭉개는 냉정한 눈빛, 미인답게 우아한 라인의 콧대, 탐스럽지만 포악하기 그지 없는 입술.
아마 예전이었다면 알 수 없었을 테지만, 유사쿠는 그녀가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이젠 토키코?"
- 아, 그 막 데뷔 직전의 아이돌 말이야?
"그래. 프로필 이미지에 붙어 있던 얼굴과 똑같아."
- 자이젠 토키코 …, 자이젠 아오이 …. 아! 설마!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는 걸. 지금부터 조용히 해. 좀 더 다가갈 테니까."
- 에에에에에에?!
유사쿠는 소리를 내지 않게 벽에 붙어 대화를 나누는 그녀들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그만 실수라도 하는 순간, 금방 들킬 게 뻔했지만 대화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사쿠가 자이젠 토키코라는 데뷔 직전의 아이돌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자이젠 사의 후계자, 라는 특별한 프로필 때문.
굳이 아이돌을 하지 않더라도, 부와 명예를 누리고 살 수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연예계를 택한 독특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이젠 토키코와 자이젠 아오이가 성이 같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자이젠' 이라는 성이 흔치 않은 건 사실이지만, 두 사람이 가족이나 혈육이라고 한다면 아오이의 오빠인 자이젠 아키라가 Sol 테크놀러지에 있는 것이 이상했으니까.
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유사쿠가 아주 잠깐 방심했을 때, 그의 발에 걸린 작은 돌이 튕겨져 나가며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동시에 두 자이젠의 이름을 단 여인들이 시선을 돌렸고, 유사쿠는 몸을 숙여 차량에 몸을 감추었다.
… 들켰나?
"고양이, 였나."
"…………."
"뭐, 됐어. 너는 이해가 느린 돼지니까 한번만 더 말해줄게. 영광인 줄 알라고?"
다행히 들키지는 않은 모양이군, 유사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귀를 기울였다.
대화는 거의 끝물인 듯 했지만, 중요한 대목이 막 울려퍼지고 있었다.
"네가 없으면 아키라는 행복해질 수 있어. 그러니까 빠져줄래?"
답변은 바로 들리지 않았다.
유사쿠가 듣기에도 충격적인 내용인 이야기였는데, 당사자인 아오이의 입장에선 오죽할까.
말은 없었지만 자신의 옷자락을 꾹 쥐는 소리나, 이를 가는 소리가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의 말이 들려왔다.
"빠지라는 건, 어떻게 하라는거죠?"
"후우, 말 그대로의 의미야. 이런 걸 일일히 설명해야겠어?"
"하지만 …."
"하지만, 이 아니야. 이제 어른이잖아? 고교생이잖아. 집 같은 건 내가 구해줄게. 독신 생활이라도 지금보다 윤택해질 수 있게. 나쁜 조건은 아니지?"
돼지인 너라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조건 말이야.
이번에도 아오이의 답변은 바로 없었지만, 유사쿠는 그것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제안인 것과 동시에 질 나쁜 협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들과 아키라가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재력과 권력이라는 힘으로 토키코가 아오이를 누르려고 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 좋아요."
"흐응, 의외로 말이 통하네."
"단,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라고?"
"네. 듀얼로 결착을 내요. 정확히 말하자면 링크 브레인즈의 【스피드 듀얼】로요."
링크 브레인즈, 스피드 듀얼.
두 단어에 토키코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자이젠 아오이는 현실에서는 수수하고 평범한 소녀지만, 링크 브레인즈에서는 다르다.
Go오니즈카와 함께 톱 카리스마 듀얼리스트이자, 링크 브레인즈의 아이돌인 블루 엔젤이다.
그러니까, 아이돌을 시작한 토키코에게 정면으로 도전을 한 셈이었다.
자신의 전장에서 짓밟아주겠다고.
토키코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등을 돌렸다.
"좋아, 그걸로 어리석은 돼지가 만족할 수 있다면 수고가 들어도 그렇게 하는 수밖에."
"그러면 …."
"날짜와 시간은 네가 정해. 그리고 단단히 각오해두는 게 좋을 거야."
상대가 겁 없이 덤빈다면, 정면으로 짓밟아준다.
그것이 자이젠 토키코의 방식.
이로서 두 자이젠의 이름을 가진 여인들 중 한 명이 파멸로 가는 데스 매치가 예약되었다.
토키코는 말을 끝내자 더 볼 일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성큼 성큼 걸어나갔다.
아오이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다시 화려하지만 초라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떠나는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유사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이. 아오이의 집으로 안내해줘. 지도는 있겠지?"
- 으응? 그야 물론 있지만, 통학로를 알려는 셈 아니었어?
"그건 이제 됐어."
이그니스는 의아한 눈으로 유사쿠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어떠한 답변도 해주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
아오이는 울적한 표정으로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평소에도 그렇게 밝은 얼굴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토키코의 말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단호하게 누군가가 말해준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욱 크게 느껴졌었다.
자이젠 아오이라는 소녀가, 자신을 거둬준 의붓 오빠의 걸림돌이라는, 괴로운 사실을 또렷하게 상기하게 된 것이었다.
언제나 가는 하교길이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멀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아오이는 집의 문 앞에 섰다.
이제 안으로 들어서면 익숙하지만 가정부 로봇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허전한 집 안을 보게 되고, 끝 없는 고독과 맞서게 되리라.
짤막하게 한숨을 내뱉고, 아오이는 전자 도어락에 손을 대려 팔을 들어올렸다.
바로 그 때였다.
"자이젠."
"엣?"
그녀가 등 뒤로 몸을 돌렸을 때, 강렬한 이미지가 프린팅된 음료수 캔이 날아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붙잡은 아오이는 캔의 주인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후지키 유사쿠, 오늘 처음 보게 된 듀얼 클럽의 부원이었다.
"후지키 …, 여긴 어떻게?"
"집이 이 근처라서. 우연히 널 보게 되어서 말이야."
"… 이건?"
"마셔."
"뭘 원하는데? 단순히 선물은 아닐테고. 미리 말해두지만 이젠 아무 것도 주지 않아."
"신형 듀얼 디스크를 말하는 거라면 필요 없어. Sol 테크놀로지에 입사하는 것도 관심 없고."
"뭐? 그럼 이걸 왜 …."
"네 말대로 너에게 아무런 사심 없이 다가온 건 아니야. 하지만, 네가 말한 시시한 것들과는 관계 없어."
"그러면 나에게 원하는 게 뭔데?"
유사쿠는 답변 없이 등을 돌려 거리로 걸어나갔다.
그가 던진 캔을 양손에 꼭 쥐고,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오이는 화사하게 웃고 있는 캔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고가의 신형 듀얼 디스크도, Sol 테크놀로지의 입사도 관심 없다.
그런 것을 시시한 것으로 치부하지만 사심 없이 다가온 게 아니라고 한다면 ….
생각에 몰두하던 아오이는 어떠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러나, 곧 그것이 말이 안된다며 중얼거리면서 부정하곤 집 안으로 들어섰다.
- 주인님. 얼굴이 붉으신데, 건강에 문제가 ….
"없어!"
**
- 저기, 유사쿠. 방금 그거 위험한 행동 아니었어?
"그런데?"
-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냐는 거야. 통계에 따르면 그런 때에는 보통 여자가 부담을,
"관계 없어. 응원하고 싶었던 거니까."
- 응원?
또 시끄러워지겠군.
유사쿠는 듀얼 디스크의 사운드 기능을 끄고 카페 '나기'로 향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고독에 대한 동질감에, 어린 시절을 한번 떠올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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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인물이 많으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군요.
그리고 의욕도 왠지 팍 식어서 연재 속도도...... 끄아아아!
밤에 취한 여인들 이미지입니다.
사토 신(슈가 하트), 아베 나나, 타카가키 카에데, 카타기리 사나에, 미후네 미유
듀얼하던 히카루와 레이나.
그리고 아오이가 받은 음료수캔의 강렬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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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젠가 머리채 매치 가는 건가요(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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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 파이트는 언제 봐도 즐겁습니다! | 18.01.08 22: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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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미래에 에가오를... | 18.01.08 22: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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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에 없으니 팬픽이라도! | 18.01.08 23: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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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_ㅇ);; | 18.01.08 23: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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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단순한 생각이 파멸로... | 18.01.09 17: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