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레이무. 나한테도 대접해주는거야?”
“마시고 돌아가.”
“......너무해애.”
“농이야.”
간단한 설명이 끝난 후, 레이무는 어느새 차를 타와서는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적어도 저녁때까지는 불어오는 바람이나 즐기며 담담히 차를 마시려고 하는 것이 레이무의 목적이였다. 그렇지만 유카리는 그 단란함이 지겨운지 레이무에게 끊임없이 달라붙었다. 안 그래도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 찝찝한데, 계속해서 달라붙는 유카리를 보며 참다참다 못한 레이무는 매몰차게 부적을 날렸다. 역풍을 맞은 유카리는 그대로 바닥에 뻗어버렸다.
“...내버려둬도 괜찮은거야?”
“괜찮아.”
쿄우카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레이무는 눈을 헤롱헤롱대며 정신이 저 멀리 미국으로 가버린 유카리를 내버려두고는 다시 차를 홀짝였다. 아니, 정정한다. 정확히는 통행에 방해만 되지 않도록 몸이 차지하는 면적을 최소로 줄여버렸다. 레이무 무서운 아이. 쿄우카는 눈을 흘겨 쓰러진 유카리를 바라보곤 그리 주절였다.
“예감이 좋은걸. 마을로 가봐야겠어.”
신묘마루까지 어느새 잠들어 방 안이 침묵에 물들었을 무렵. 저녁시간이 다 되어가자 레이무가 그리 말했다. 그리고는 쓰러져있는 유카리를 툭툭 건드려 깨우더니 눈치를 주었다. 경계를 열라는 무언의 협박이였다.
“너무 냉정해서 유카리 쨩은 슬퍼요...”
“알겠으니 주책 그만 부리고 열어.”
흑흑. 과장되게 눈물을 훔치는 유카리였지만 레이무는 가늘게 뜬 눈으로 덤덤히 답했다. 별 수 없었다. 유카리는 문을 나서더니 부채를 촤악 펼쳐 경계를 보였다. 따라나온 쿄우카는 경계를 보더니 약간은 놀란 눈치를 보였다. 레이무는 별로 개의치도 않고 경계로 들어서며 말했다.
“가자. 저녁 찬거리 사러.”
“아, 그래...”
대요괴의 능력조차 이런 곳에 헤프게 사용하는 레이무의 담력이란. 쿄우카는 잠시 감탄했다.
“흠, 느낌상 여기 근처인데.”
경계로 마을에 도착한 레이무는 꽤나 빠른 발걸음으로 시장을 누비었다. 쿄우카는 아직 환상향이 익숙치않기에 레이무의 뒤를 따르기에 급급했다. 그렇지만 찬거리를 사러 왔다는 목적 치고는 둘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상태였다.
“아 찾았다.”
빈 손 상태인 레이무가 그 말을 내뱉은 것은 해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쯤. 마을 바닥이 석양의 주홍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을 시각이였다. 레이무는 인파가 잔뜩 몰려있는 곳으로 꾸역꾸역 파고들어갔다. 끄아갹 실감나는 신음을 내며 쿄우카도 그 속을 파고들어갔다.
짝짝짝!!
곧 들려오는 인파의 박수소리. 고개를 빼들어 인가를 겨우 해쳐낸 쿄우카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느새 레이무는 인파를 완전히 빠져나와 맨 앞에 서 있었다. 박수가 잦아들 무렵, 두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손님. 꽤나 강해지셨군요!”
“주인장이야말로. 날마다 실력이 늘고있구만. 다음에야말로 이기겠어.”
쿄우카는 눈치를 살폈다. 곧 이 가게에서 듀얼에서 승리할 시 반값 세일을 해주는 행사가 있음을 알아챘다. 과연 알뜰살뜰하게 장을 볼 셈인가. 혹할만한 이야기였지만, 푯말에는 추가적으로 패배할 시 1.5배의 가격으로 구매해야 함 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레이무는 질 생각이 없으니 딱히 신경 안 쓰는 눈치였고, 쿄우카는 눈치채지도 못하고 있었다.
뭐,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주인장이 베테랑이라나. 지금 연승중이라나. 뭐라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들려와 쿄우카의 흥미가 돋았을 즈음, 레이무가 손에 계란 한 판을 든 채로 가게 주인의 앞에 나서며 말했다.
“반값.”
“아, 안됩니다! 저번 주에도 그렇게 할인해 가셨잖아요!”
손을 내밀고, 마치 고리대금업자가 수금을 하듯 싸늘히 말하자 주인장은 기겁을 하며 벌벌 떨다 답했다. 듀얼조차 하지 않고 반값으로 받아내려는 심보는 누가 보기에도 레이무가 악역인 상태였다. 주변이 파악 싸늘해지자, 레이무는 다시 말했다.
“그럼, 듀얼로.”
찰그닥, 듀얼디스크가 전개되는 소리를 들리도록 하여 왼손을 보였다. 그와 동시에 주인장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히끅, 딸꾹질을 했다. 그는 레이무가 듀얼로 도전해올 때마다 쓰라린 패배를 당한 이였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마냥 이제는 거듭된 패배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잃은 상태였다.
“아... 으 그게 말이죠.”
“.......”
벌벌 떨며 말을 더듬는 주인장의 모습을 보며 관중들마저 측은해했다. 레이무는 떨떠름한 눈치로 잠시 바라보더니 하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대신하면?”
“설마 같이 다니시던 흑백의 마술사는...”
“마리사는 아니고, 새로운 손님.”
“응?”
레이무가 뒤에 있는 쿄우카를 잠시 흘겨보자, 관중들과 주인장의 시선이 단숨에 꽂혀들었다. 쿄우카는 잠시 짐짓 눈치를 보더니 손가락으로 제 얼굴을 가르키고는 말했다.
“어, 내가 해야 돼?”
“마침 네 실력을 볼 기회니까. 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테니 해 봐.”
잠시 어벙한 표정을 보이는 쿄우카를 보며, 주인장은 잠시 안도했다. 원래라면 상대가 레이무라 그보다 더 최악의 상대는 없었을테니 당연한 것이였지만. 뭐, 지금은 자신감 정도는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변모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외쳤다.
“좋습니다!”
“으음, 잘 부탁드립니다.”
쿄우카는 완전히 인파를 빠져나와 악수를 청했다. 상대는 별 말 없이 그 악수를 받아들고는 제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는 듀얼의 선언을 외쳤다.
““듀얼!!””
LP : 4000
LP : 4000
“선공은..?”
“손님이 먼저 하시죠.”
“그렇다면 받죠. 저는 [트리온의 충혹마]를 소환하고 효과를 발동. 덱에서 [나락의 함정 속으로]를 패에 넣겠습니다.”
처음으로 소환된 카드는 레벨 4의 몬스터 카드. 고혹적인 은발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붉은 뿔을 가진 인간형 몬스터였다. 트리온은 일반 소환에 성공하였을 때에 덱에서 ‘함정 속으로’ 혹은 ‘홀’ 일반함정을 추가하는 몬스터. 그렇기에 쿄우카는 서치한 ‘나락의 함정 속으로’를 보였다.
“카드를 3장 세트하고 턴 엔드.”
세트된 3장의 카드를 보며 주인장은 생각에 잠겼다. 세트된 카드들 중에서는 트리온의 효과로 서치한 나락이 깔려있을 확률이 농후했다. 행동 자체를 제한시키는 퍼미션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견제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존재하는 상태였다.
“그럼 제 차례입니다. 드로우! [갑부 고블린]을 발동! 카드를 1장 드로우하죠!”
쿄우카 LP : 4000 -> 5000
상대의 라이프를 1000 회복시키는 것으로 자신이 카드를 1장 드로우하는 마법 카드. 보통은 덱 압축을 위한 카드인데 투입한 것을 보면 덱에서 필수 파츠의 중요성이 상당한걸까. 쿄우카는 조심스레 예측했다.
“그리고 또 다른 [갑부 고블린]을 발동합니다! 카드를 드로우하고, 몬스터를 세트. 카드를 1장 세트하고 턴을 종료하지요.”
쿄우카 LP : 5000 -> 6000
“턴 엔드 선언 전, 세트된 [아티팩트 무브먼트]를 발동. 마법/함정을 1장 선택해 파괴하고, 덱에서 ‘아티팩트’ 몬스터를 세트합니다. 저는 그 세트카드를 파괴하고, [아티팩트-모랄타]를 마법/함정 존에 세트.”
발동선언과 함께 나타난 동력원으로 보이는 코어. 전기를 내뿜으며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 코어는 이내 강한 빛을 내뿜으며 세트카드를 없애고는 사라졌고, 동시에 푸른 기운이 감도는 거대한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몬스터 카드를, 마법/함정 존에...?”
“‘아티팩트’ 몬스터는 마법으로 취급하여 마/함 존에 세트할 수 있는 효과를 가졌습니다. 제 차례, 드로우! 가라 [트리온]! 세트 몬스터를 공격!”
공격선언과 함께 트리온은 망설임없이 달려나가 세트몬스터를 공격했다. 콰작! 단단한 카드의 껍질이 깨지며 나타난 것은 분홍색의 하마, [EM 디스커버 히포]였다. 수비력 800의 히포는 공격력 1600의 트리온을 막지 못하는 것이 당연지사. 찢겨져버린 히포는 그대로 사라져, 필드는 텅 비게 되었다.
“카드를 1장 세트하고, 턴 엔드하겠습니다.”
“꽤나 신기한 카드를 가지고 계시군요 손님. 처음 보는 카드인데, 꽤나 이길 맛이 날 것 같습니다! 드로우!!”
자신의 턴이 돌아오자 다시 우렁차게 드로우 선언을 한 주인장은 뽑아든 카드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요술망치]를 발동하지요! 패를 임의의 매수만큼 덱에 넣고 셔플한 뒤, 덱으로 되돌린 수만큼 드로우합니다! 저는 2장을 넣고 그 수만큼 드로우!”
‘또 패 순환 카드...’
단순히 어떤 콤보만을 노리는 것인지, 상대는 지속적으로 패 교환카드를 발동하고 있었다. 지난 턴에 발동했던 갑부 고블린은 단순히 상대의 라이프를 1000 회복시키는 것뿐이지만, 요술망치는 패를 교환하더라도 1장의 아드 손실이 일어나는 카드. 키 카드가 웬만큼 중요하지 않은 이상 보통은 넣지 않는 카드인데.
“드로우! 자, [악마의 조리사]를 소환합니다!”
“......[악마의 조리사]의 소환에 성공한 것으로, [나락의 함정 속으로]를 발동!”
쿄우카가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주인장이 소환의 선언을 했다. 그 선언과 함께 푸르스름한 피부색에 기괴한 황금색 갈고리로 한 팔을 대체하고 있는 상어이빨의 몬스터, 악마의 조리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쿄우카는 그 몬스터의 모습을 보자마자 의도를 눈치채고는 세트해두었던 나락을 발동했다. 악마의 조리사는 공격력 1800의 몬스터. 공격력 1500이상의 몬스터를 파괴하는 나락의 함정 속으로의 조건에 부합한다.
그렇기에 조리사의 주변이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락의 함정 속으로의 효과였다. 빠져들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금색 안광은 조리사를 서서히 압박하여, 조여오기 시작했다.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하나의 탈출구만을 남긴 채.
“그건 안 되죠! 속공 마법 [수축]을 패에서 발동하겠습니다!”
서서히 조여오는 어둠 속에서 빠져나갈 길을 잃어 방황하던 조리사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수축의 카드였다. 조리사가 간신히 수축 카드를 집어들자 장정과도 같던 키가 어린아이의 수준으로 변하였고, 그 덕에 들어갈 수 없던 탈출구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것으로 악마의 조리사의 공격력은 900이 되어, [나락의 함정 속으로]의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체인으로 패를 1장 버리고, 세트된 [트윈 트위스터]를 발동! 필드의 마법/함정을 2장까지 파괴합니다! 세트 카드인 [아티팩트-모랄타]를 파괴!”
“스스로 자신의 카드를 파괴하다니...?”
“‘아티팩트’몬스터는 마/함 존에 세트되어 있을 경우, 상태 턴에 파괴됨으로써 효과를 발동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체인 1 나락, 체인 2 수축에 이은 체인 3 트윈 트위스터가 발동되어 필드의 세트 카드를 파괴한다. 물론 그 대상은 지정했던 대로 모랄타. 전기를 동반한 강렬한 폭풍우가 필드를 덮치자 세트되었던 모랄타는 찌릿찌릿 누전을 내뿜고는 파괴되어버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요 손님. 뭐 잘못한거 아닙니까?”
“기다리세요. 쌓여있던 체인이 모두 처리되기 전까지는 다른 효과는 발동할 수가 없으니까.”
“??”
모랄타가 파괴된 후, 수축은 정상적으로 적용되었지만, 나락의 함정 속으로는 효과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였기에 조리사를 파괴하지 못하고 그대로 힘을 잃어 묘지로 향했다. 이는 체인의 효과 처리가 모두 끝났음을 의미했다.
“[아티팩트-모랄타]의 효과를 발동. 상대 턴에 파괴되었을 때, 이 카드를 특수소환합니다. 그리고 특수 소환에 성공했을 경우, 상대 필드 위에 앞면 표시로 존재하는 카드 1장을 고르고 파괴하죠.”
“그 말은...!”
“[악마의 조리사]를 파괴. 가라 모랄타!”
검 손잡이에 박혀있는 코어를 따라, 푸른빛이 점점 검신 전체를 향해 흘러들어가기 시작한다. 불길할 정도로 강렬히 울리던 모랄타는 이내 푸른 파동을 내뿜었고, 파동은 작아진 조리사를 집어삼킬 기세로 쇄도하였는데.
“크, 그건 안 됩니다! 묘지에 존재하는 [브레이크스루 스킬]을 발동! 이 카드를 묘지에서 제외하고, 효과 몬스터를 1장 지정해 효과를 무효로 합니다! [아티팩트-모랄타]를 지정!”
마치 유리를 깨부수듯, 땅을 단번에 깨트리고 등장한 회색빛깔 용에 의해 푸른 파동이 집어삼켜져 그 효과를 잃었다.
“치, 아까 전에 [아티팩트-무브먼트]로 파괴했던 카드가.”
“[브레이크스루 스킬]이였죠.”
쿄우카를 혀를 쯧 찼다. 이러나저러나 모랄타의 효과는 막혀 상대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락도, 모랄타의 파괴 효과도 막혀버린 이상 악마의 조리사를 파괴할 방법은 더 이상 없었다.
“자, 이제 복잡했던 처리도 끝났고, 제대로 시작해봅시다 손님! 마법카드 [죽음의 매직 박스]를 발동!”
“...!!”
“[죽음의 매직박스]는 자신 및 상대 필드 위 몬스터를 1장씩 지정하고 발동합니다! 선택한 상대 몬스터를 파괴하고, 선택한 자신의 몬스터의 컨트롤을 상대에게 넘기는 카드죠! 저는 [트리온의 충혹마]와 제 [악마의 조리사]를 선택!”
금색 테두리의 마술용품 상자가 나타나 트리온을 덮쳤다. 물음표가 새겨진 3개의 상자는 저항할 새도 주지 않고 덮쳐 트리온을 완전히 가두어버렸고, 상자 안에 갇혀버린 트리온은 옴싹달싹 못하며 울부짖을 뿐이였다.
“트리온!”
그리고 공중에서 수십 개의 나이프가 쇄도한다. 나이프는 마술쇼처럼 상자를 꿰뚫었고, 그에 따라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덜커덩! 나이프가 상자를 완전히 꿰뚫고 나서야 상자의 연결부를 잇는 경첩이 끊어져 내부가 드러났는데, 그곳에 있던 것은 원래의 몬스터가 아닌, 상대 필드 위에 있던 악마의 조리사였다.
“그리고 속공마법 [초히포 카니발]을 발동하겠습니다!”
악마의 조리사부터 낌새가 보였지만, 방금 발동했던 컨트롤을 넘기는 효과를 가진 죽음의 매직박스를 보고서 쿄우카는 제 생각을 확신했다. 수상쩍은 목적들의 카드. 만약 예상이 맞다면, 저 덱은...
&
엑조디아. 그것은 ‘특수승리’라는 개념을 가진 몇 안 되는 카드들 중 하나로, [봉인된 자의 오른쪽 팔], [왼쪽 팔], [오른쪽 다리], [왼쪽 다리], 그리고 [봉인된 엑조디아]가 패에 모였을 때 ‘듀얼에서 승리’하는 효과를 가진 몬스터이다.
한번쯤이라도 듀얼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성이 널리 알려진 이 카드는 당연하게도 그 명성값 만큼의 수많은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범골의 의지와 섞는 엑조디아, 왕립 마법도서관 엑조디아, 다른 카드지만 같은 특수 승리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궁극봉인신 엑조디오스 등.
갑자기 이 이야기가 왜 나오나면, 지금 상대가 컨트롤을 넘긴 악마의 조리사를 이용한 덱도 그 바리에이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전투 데미지를 주었을 경우에 상대는 카드를 2장 드로우 한다는 효과를 가진 악마의 조리사의 컨트롤을 넘겨, 조리사보다 낮은 공격력을 가진 리쿠르트 몬스터의 무한 공격을 통해 전투 데미지를 받아 끝없이 드로우해서 결국에는 엑조디아를 모으는 덱.
지금 발동된 초히포 카니발도 바로 그 악마의 조리사 형 엑조디아 덱이다. 단지 리쿠르트 몬스터를 토큰으로 대체한 것일 뿐.
보통 이 덱의 승리공식을 막는 방법은 악마의 조리사 자체의 전개를 막거나, 콤보를 성사시키기 위한 필수 파츠가 모이기 전에 듀얼을 속전속결로 끝내는 것. 하지만, 악마의 조리사의 파괴에는 실패했고, 토큰 소환 카드마저 발동된 상황. 상대의 노림수가 먹혀든 이상 듀얼의 승기는 거의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초히포 카니발]의 효과! 덱/패/묘지에서 [EM 디스커버 히포]를 소환하고, 남은 몬스터 존에 [히포 토큰]을 소환합니다! 자아, 나와라! [EM 디스커버 히포], [히포 토큰]!!”
“[초히포 카니발]에 체인하여, 패의 [증식의 G]를 묘지로 보내고 효과를 발동! 그리고 [증식의 G]에 체인하여 [리빙 데드가 부르는 소리]를 발동! 나와라 [아트라의 충혹마]!”
자주색 연기와 함께 등장한 누군가의 묘. 그것은 묘지에서 몬스터를 되살리는 카드인 리빙 데드가 부르는 소리의 효과였다. 이로인해 트윈 트위스터의 코스트로 묘지에 보내졌었던 아트라는 고혹적이면서도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살아나, 그대로 자주색 연기를 흘리는 묘에 살포시 앉았다.
“그리고 체인 2! [증식의 G]는 묘지로 보낸 턴, 상대가 특수 소환을 행할 때마다 덱에서 1장을 드로우합니다.”
악마의 조리사를 견제하지 못했다고 해서, 승기가 넘어갔다고 해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아직 덱에는 이 상황을 타파할 노림수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였다. 증식의 G의 효과를 통해 그 카드를 드로우한다면, 역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펑! 퍼벙!
폭죽이 터지며 릴테잎들이 휘황찬란히 퍼지고, 빵빠레가 울린다. 빛을 반사하며 오색빛깔로 빛나는 릴테잎들 사이에서 나타난 것은 디스커버 히포와 히포 토큰들. 분홍빛깔 몸을 놀리는 히포를 중심으로 모인 하마들의 모습은 마치 서커스의 단원들을 연상시킨다.
“[초히포 카니발]의 효과로 히포, 그리고 토큰이 특수 소환되었으니, 2장을 드로우!”
이번에 드로우한 카드는 [드롤 & 로크 버그]. 덱에서 패에 카드를 넣었을 경우, 패에서 버려 그 턴의 드로우 및 서치를 봉쇄하는 효과를 가졌지만, 지금은 발동할 수 없다. 일단 상대가 드로우를 하지 않았으니.
하지만, 지금 상태로서는 상대가 드로우를 한다고 해도 발동할 수 없다.
“눈치 채신 것 같지만, 한참 늦었습니다 손님! 가라 [히포]! 그리고 토큰들아!”
급박해진 말에서 분위기를 읽어낸 것인지, 주인장은 우렁차게 공격 선언을 외친다. 그 선언과 함께 다섯 마리의 하마는 공격을 시작한다.
어린아이의 체형으로 변했음에도, 조리사의 힘은 히포와 토큰들을 상대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오싹한 기운의 금빛 갈고리로 히포와 토큰들을 가르듯 베어버리자, 토큰들과 히포는 저항없이 쓰러졌다.
LP : 4000 -> 300
“이것으로 [악마의 조리사]의 효과가 발동! 총 5번의 전투 데미지를 받았으므로, 카드를 10장 드로우하지요! 그리고 전투 데미지를 입은 것으로 패에 있는 [트라고에디아]의 효과를 발동합니다!”
찢겨진 히포 카드의 잔해에서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하나의 그림자. 짙게깔린 음영 사이로 황금색의 한기서린 눈을 빛내오며, 서서히 형체를 드러낸 몸체는 마치 거미의 형태를 닮아있었다. 그것은 바로 트라고에디아. 전투 데미지를 입었을 때, 패에서 특수소환이 가능한 레벨 10의 악마족 몬스터.
“[트라고에디아]가 특수 소환 된 것으로, 1장을 드로우!”
트라고에디아는 전투 데미지를 입었을 때 특수소환할 수 있는 것 뿐 만이 아니라, 다른 효과들도 겸비하고 있다. 지금은 배틀페이즈이기에 사용할 수 없는 효과를 제외하면, 적용되는 효과는 단 하나. 바로, 공격력/수비력을 패의 수 x600을 올리는 지속 효과.
아까전이라면 공격력은 0에 불과하겠지만, 지금은 [악마의 조리사]의 효과로 인해 패의 수는 터무니없이 불어나있는 상황이다. 패 0인 상황에서 10장을 드로우하고, 트라고에디아가 소환되었으니 패는 총 9장. 즉, 공격력은 5400.
이 쯤 되면 단순한 어태커로서도 무시무시한 능력치지만, 엑조디아 덱에서 트라고에디아의 역할은 어태커가 아니다. 진짜 용도는 리쿠르트를 이용한 전투 데미지를 입어 손상된 라이프를 복원시키는 것이니까. 그리고 회복을 위해 사용하는 카드는 바로.
“속공마법 [신비의 중화냄비]를 이어서 발동합니다! 몬스터 카드 1장을 릴리스하고, 릴리스한 몬스터의 공격력이나 수비력을 선택하여 그 수치만큼 라이프 포인트를 회복하지요! [트라고에디아]의 공격력을 선택해 라이프를 총 4800 회복합니다!”
LP : 300 -> 5100
조리사의 효과로 얻은 압도적인 아드를 이용한 콤보. 저 덱이 한 번 물꼬가 트이는 순간 불어나는 아드는 어찌할 수 없다. 풍전등화에 가깝던 상대의 라이프는 4800이나 회복되어 다시 안정권에 들어섰다. 즉, 다시 자폭특공을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히포 카니발]을 발동! 필드에 [히포 토큰] 3마리를 특수 소환합니다!”
“[증식의 G] 효과로 드로우!”
이번에도 꽝. 쿄우카는 잠시 혀를 쯧 찼다. 상대는 시원시원하게 전개 및 드로우를 하고 있는 반면, 자신은 아직 상황을 타파할 카드를 패에 잡지 못했다. 뭐, 당연한 것이였다. 드로우의 횟수부터가 달랐으니까. 쿄우카는 토큰이 소환될 때마다 한 번씩 드로우하는 것뿐이지만, 상대는 소환 한 번에 기본 6장, 최대 10장까지 드로우한다.
키 카드가 잡힐 가능성이 왜 차이가 나냐고 묻는 것은 우문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증식의 G의 효과로 드로우하는 확률만을 믿을 수밖에 없다. 거의 1/30확률에 불과하지만, 그 가능성을 신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듀얼리스트라면 항상 그래왔듯이.
“배틀 데미지를 입었으니, 2장씩. 총 6장을 드로우합니다!”
LP : 5100 -> 2400
이번에도 토큰들은 별 힘도 쓰지 못한 채로 쓰러져갔다. 이제 상대의 덱은 반 이상 줄어들었고, 패와 덱의 숫자가 비등비등해질 정도였다. 5장을 소환하는 초히포 카니발이든, 3장을 소환하는 히포 카니발이든 이제 한 번 혹은 두 번에 끝난다.
“[초히포 카니발]을 발동!”
“[증식의 G] 효과로 2장을...!”
그러니 이제 마지막 드로우 기회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1/15의 확률에만 의지해야만 한다니. 이토록 운에만 의지하는 듀얼을 도대체 얼마 만에 해보는가. 상대의 덱은 40장을 기준으로 할 시 15장, 자신의 덱은 28장. 터무니없는 확률이지만, 그 확률을 뚫어내는 것이 바로 듀얼리스트의 싸움이겠지. 쿄우카는 그리 생각하며 혼잣말을 했다.
‘이럴 때는 당연히 믿을 수밖에 없다’ 라고.
그리고는 외쳤다.
“드로우!!”
쿄우카는 고개를 찬찬히 돌려 카드를 바라봤다. 평소답지 않게 기분이 잔뜩 고양되어서는, 몸부림도 깨나 크게 한 듯했다. 어찌나 드로우를 세게 했는지, 팔꿈치가 약간 알알했다.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했던 것 같다.
“......패에서 함정 카드 [큰 함정 속으로]를 발동!”
“패에서 함정을?!”
구경꾼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일파만파 퍼진다. 주인장의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반적으로 함정은 뒷면으로 세트하고, 다음 턴에 발동할 수 있게 되는 종류의 카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패에서 발동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의 원칙이다.
하지만 지금이 바로 원칙에서 벗어나는 특수한 때.
“필드에 있는 [아트라의 충혹마]는 이 카드가 필드위에 존재하는 한, ‘홀’ 또는 ‘함정’이라 이름이 붙은 일반 함정 카드를 패에서도 발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지금 발동한 [큰 함정 속으로]는 바로 ‘함정’에 속하는 일반 함정 카드죠. 이 카드는 두 마리 이상의 몬스터가 동시에 소환되었을 때, 필드 위에 존재하는 몬스터를 전부 파괴하는 효과를 가졌습니다! 가라! 아트라!”
묘에 요염한 표정으로 턱을 괴며 앉아있던 아트라가 가볍게 손가락을 돌리자 필드가 쩌적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간다. 땅을 지탱하던 철선조차 우지끈 무너지며 깊은 구덩이가 나타나 필드 위의 몬스터를 전부 집어삼켰다. 이는 상대의 필드만이 아닌, 쿄우카의 필드에도 적용되는 것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쓸려나간 후에도 필드에 남아있는 몬스터는 존재했다. 구덩이가 생겨나며 발생한 흙먼지가 점점 사그라들어 시야가 천천히 확보되어가자 필드에 남아있는 몬스터들의 음영이 드러났다. 함정을 발동하도록 한 아트라의 충혹마와 분홍빛 전파를 내뿜는 양날도끼 형상의 아티팩트. 모랄타와 동류의 몬스터인 [아티팩트-라브류스]였다.
“......어째서 [아트라의 충혹마]와 다른 카드가.”
“[아트라의 충혹마]는 ‘함정 속으로’라 이름 붙은 일반 함정의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티팩트-라브류스]는 필드 위의 ‘아티팩트’ 카드가 파괴되었을 때, 패에서 특수 소환할 수 있습니다. 필드 위의 모랄타가 파괴된 순간, 라브류스의 효과는 발동되었어요.”
쿄우카는 입가에 미세한 미소를 걸쳐놓고는 말했다. 이것으로 악마의 조리사를 이용한 드로우 콤보는 막아냈다. 상대의 덱은 아직 15장이 남아있었고, 특수 승리가 선언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엑조디아는 덱에 잠들어있을 것이다.
“...대단하네요.”
필드 위가 쓸려나갔을 때 휘둥그레 뜬 눈을 그대로 보이며, 주인장이 말했다.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패에서 함정을 발동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승리의 축인 악마의 조리사가 파괴되었음에도 상대의 얼굴에는 아직까지 여유가 남아있었다. 쿄우카도 다시 방심했던 마음을 다잡았다. 왜냐하면, 아직 상대에게는 조리사를 통해 얻어낸 압도적인 수의 패가 존재했으니까.
“[악마의 조리사]의 컨트롤을 넘기는 것은 실패를 많이 해봤지만, 넘겨진 상태에서 파괴되는 것은 처음 경험해보는군요. 한 번 성공하면 실패한 적이 없는 콤보였는데 말이죠.”
그리 말하고는 패 3장을 약간 빼들었고, 이내 한 장의 카드를 다른 손으로 집어들었다.
“하지만, 제 패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패 교환 카드가 있습니다!! 패에서 [패 좌절]을 발동!”
패 좌절은 서로 패를 2장씩 묘지로 보내고, 2장을 드로우 하는 카드. 비록 아드가 –1인 카드이지만, 패가 열댓장 넘게 있는 이상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대는 패에서 2장을 골라들어 묘지로 보냈다. 쿄우카도 마찬가지였다. 패 두 장을 묘지로 보내, 두 장을 드로우했다. 방금 전에 빼들었던 세 장의 카드가 모두 패 좌절이겠지. 쿄우카는 그리 짐작했다. 하지만 쉽사리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패에서 [드롤 & 로크 버드]를 묘지에 보내 효과를 발동.”
“...!!”
“상대가 드로우 페이즈 이외에 카드를 패에 넣었을 경우, 이 카드를 묘지로 보내고, 이번 턴은 서로 덱에서 카드를 패에 넣지 못합니다.”
[드롤 & 로크 버드]. 맨 처음에 드로우 하는 카드는 막을 수 없지만, 후속 서치&드로우를 막아버리는 패트랩이다. 방금 전까지는 이유가 있어 사용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발동 조건에 부합한다.
이것이 증식의 G로 뽑아낸 쿄우카의 마지막 수단이였다. 상대는 패 교환 카드를 이용해 덱에서 엑조디아를 뽑아내는 것이 목적. 그렇다면 그 교환 수단을 막아버린다. 엑조디아 덱은 특수 승리 덱이기에 여타 다른 덱들보다는 승리 공식의 수가 적다. 그렇기에 그 중 하나를 막아버리면, 너무나도 쉽게 무너진다.
‘하지만...’
패 좌절이 마음에 걸렸다. 지금 드롤의 효과에 체인하여 나머지 2장의 패 좌절을 발동하면, 패 좌절의 효과가 먼저 처리되어 드롤의 효과는 반감되어버린다. 아드가 -2이긴 하지만, 아까 전에도 말했듯이 패가 열댓장이 있는데 드로우를 위해서라면 그깟 패 2장이 대수랴.
13장의 덱 중에서, 엑조디아가 뽑힐 확률은...
“음, 모르겠네...”
쿄우카는 확률을 계산해볼까 하다가 말았다. 어차피 운에 달린거, 이번에도 운에 맡겨볼 작정이였다. 패에 엑조디아가 몇 장 있는지도 모르는데 뭔 계산이냐.
“그렇다면, 패에서 남은 2장의 [패 좌절]을 발동합니다!!”
촤라라락. 체인이 쌓였다가 풀리며 4장의 패가 묘지로 향한다. 남은 4장의 드로우에서 엑조디아가 나올지는 듀얼리스트의 택틱스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다. 완전한 확률의 싸움. 아까 전에 자신이 큰 함정 속으로를 드로우했듯이, 드롤을 드로우했듯이.
“[패 좌절]의 효과로 총 4장을 드로우...!!”
이번에는 유독 효과를 처리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관전을 하던 모두가 숨죽여 더 이상의 선언이 있는가, 없는가를 지켜본다.
그렇지만, 더 이상의 외침은 없었다.
“휴...”
특수 승리의 선언은 없었다. 쿄우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잠시 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지금 상대의 패에는 요술망치 혹은 리로드 등의 패 교환 카드가 남아있겠지만, 더 이상은 발동하지 못한다. 이제는 드롤의 효과가 적용되었으니.
“...그래도, 아직입니다! 카드를 3장 세트하고, 턴 엔드!”
“제 턴, 드로우!”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 턴 엔드 선언은 여태처럼 우렁찼다. 상대의 패는 딱 6장으로 걸쳐져있는 상태였기에, 버릴 필요는 없었다. 저 중에 엑조디아는 몇 장이 있을까. 쿄우카는 잠시 별 소득 없을 생각을 해보다 드로우 선언을 했다.
‘라이프 2400이라.’
꽤나 쉽게 깎아낼 수 있을만한 수치였다. 지금 필드에 있는 라브류스의 공격력 2300으로도 풍전등화의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니까.
다만, 걸리는 것은 리버스 카드.
방금 상대의 묘지를 확인해보니, 그곳에는 초 히포 카니발이 2장 있었다. 기본적으로 상대의 덱은 토큰을 통해 드로우하는 종류. 그러니 5장을 소환하는 초 히포 카니발은 한계치인 3장까지 꾹꾹 넣어놨겠지.
지금 쿄우카의 패에는 상대가 발동했던 패 좌절로 뽑아낸 해피의 깃털이 있지만, 레이무에게 가르쳤듯 파괴한다고 해서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였으니.
“음, 그 카드가 덱에 있던가...”
그렇기에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하던 쿄우카는 잠시 혼잣말을 뇌까리다, 몬스터를 소환했다.
“패에서 [트리온의 충혹마]를 소환하고, 효과를 발동합니다!”
그 몬스터는 이전에도 소환했었던 트리온의 충혹마. 일반소환 되었을 때 덱에서 ‘홀’ 또는 ‘함정 속으로’를 패로 가져오는 몬스터.
“......아, 찾았다! 덱에서 [한시적 함정 속으로]를 서치! 그리고 [죽은 자의 소생]을 발동하여, [아티팩트-모랄타]를 소생!”
모랄타의 파괴 효과는 상대 턴에 특수 소환되어야만 발동할 수 있지만, 쿄우카가 노리는 것은 파괴가 아니였다. 지금 쿄우카는 히포 카니발을 뚫어 다이렉트 어택을 입힐 수 있는 여유분의 몬스터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모랄타를 소환하여 4체의 몬스터를 갖추었다.
“배틀페이즈, [아티팩트-모랄타]로 다이렉트 어택!”
“리버스 카드 [초 히포 카니발]을 발동합니다!”
“역시!”
이번 듀얼동안 지긋지긋하게 보았던 하마들이 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은 디스커버 히포가 소환되고, 히포 토큰들이 남은 필드를 메운다. 이것으로 비었던 몬스터 존이 꽉 차 철벽같은 방어가 다시 이루어졌다.
하지만, 쿄우카는 예상했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패에서 [한시적 함정 속으로]를 발동! 체인으로 [싸이크론]을 발동!”
지금 쿄우카의 필드에는 패에서 함정을 발동하는 것이 가능케 하는 아트라의 충혹마가 있었다. 그렇기에 조건을 맞춘 한시적 함정 속으로가 쿄우카의 패에서 발동되었다.
그리고 체인으로 발동된 싸이크론. 그 처리를 위하여 쿄우카는 손가락으로 파괴할 세트카드를 지목했다. 남은 2장의 세트 카드 중 하나가 파괴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파괴된 것은 히포 카니발. 지금은 몬스터 존이 꽉 차 있기에 발동하지 못하는 마법.
“그리고, 한시적 함정 속으로의 효과! 상대가 몬스터를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했을 때, 그 수비 표시 몬스터를 제외합니다!”
“...읏!”
라이프를 지키기 위해 지금 소환된 몬스터들은 전부 수비표시, 그렇기에 한시적 함정 속으로는 발동되었다. 다시 땅이 꿈틀이며 지진이 일고 구덩이가 생겨났다. 크기는 아까 전과 비할 규모가 못 되었지만, 깊이는 다른 의미로 비할 규모가 아니었다.
파괴가 아닌 제외. 그렇기에 더 깊숙하디 깊숙한 연옥으로 빠지는 것이다. 몸을 움츠리며 방어 태세를 갖추던 히포와 토큰들은 저항할 새도 없이 함정 속으로 빠져들어, 모습을 감추었다.
“다시 [아티팩트-모랄타]로 다이렉트 어택!”
“리버스 카드 [히포 카니발]을 발동!”
세트해두었던 세 장의 카드 모두가 토큰 소환형의 카드. 하지만 싸이크론으로 세트된 히포 카니발을 파괴했을 때부터 짐짓 눈치는 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3체를 소환하는 히포 카니발을 뚫어낼 4체의 몬스터를 갖춘 것이였으니.
“공격은 속행합니다! 모랄타, 라브류스, 아트라로 각각의 히포 토큰을 공격!”
모습을 드러내기가 무섭게 각각의 아티팩트와 충혹마에게 쓸려나가는 히포토큰들. 하지만 그 형식은 수비표시. 그렇기에 데미지는 들어가지 않는다. 이제는 공격권을 가진 것은 트리온의 충혹마 하나 뿐이였다. 그렇기에 상대는 필드가 텅텅 비었음에도, 씨익 미소를 짓고있었다.
“[트리온의 충혹마]로 다이렉트 어택!”
트리온이 팔을 휘둘러 돌풍을 일으킨다. 그 작은 체형에도 불구하고 날개가 달린 듯한 팔이 내보내는 가속은 엄청나서 고개를 숙이고 팔을 교차하며 돌풍을 막아내야 할 정도였다.
“크...!”
LP : 2400 -> 800
그렇지만 라이프는 남아있다. 어찌됐든 라이프는 0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턴에 패에 있는 요술망치를 발동하여 남은 엑조디아의 파츠를 모으면 된다. 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외쳤다.
“그렇지만, 제 라이프는 남아있...!!”
후폭풍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자 보이는 자주색 망토를 펄럭이는 총잡이. 석양을 등지고 있기 때문인지, 황야에 있다 생각될 정도의 분위기를 내보이며, 총잡이는 하나의 총구를 겨눈다.
“엑시즈 소재를 1개 제거하고 [가가가 간맨]의 효과를 발동. 수비표시일 때, 상대에게 800 포인트의 데미지를 줍니다.”
주위에 맴돌던 엑시즈 소재가 곧 탄환이 되어 발사됐다.
“Bang!”
손으로는 총의 모양새를 취하고 입으로는 격발음을 내며, 쿄우카는 간맨의 행동을 흉내냈다. 곧 발사된 탄환이 피격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작 800뿐인 데미지였지만, 남아있는 라이프를 0로 만드는 데는 적당한 수치였다.
“Bang!”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신사를 향해 돌아가던 도중, 레이무는 방금 전의 격발음을 따라하며 얼굴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코웃음에 가까운 비웃음과 함께.
“......”
쿄우카는 그 의성어를 듣고는 흠칫하여 눈을 흘겨 레이무를 바라봤다. 격발음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지, 이제는 총을 쏘는 몸짓까지 흉내를 내고 있었다.
“총이 그거였구나아.”
“......”
내가 왜 그랬지. 괜히 분위기를 타서는. 쿄우카는 잠시 속으로 한탄하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금 누군가가 얼굴을 만진다면 후끈해서 손을 무심코 뗄 정도가 아닐까. 그렇게도 생각했다.
아냐, 듀얼리스트라면 다들 그러잖아. 가끔씩 허공에 드로우 연습을 해본다거나, 서부 영화를 보고는 멋지다 생각해서 총 쏘는 흉내는 한 번쯤은 해봤을거 아니야.
속으로는 그리 정신승리를 했지만, 쿄우카는 한숨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짓은 누가 보지 않을 때나 하는 것이지, 누가 관중들 앞에서 쪽팔리게 허공에 손질을 하겠는가. 남자는 커도 어린이라지만, 그래서 키덜트라지만, 그건 남이 안 볼때나 절친한 사람만이 곁에 있을 때지..
“으...”
그걸 알기에 쿄우카는 입을 우물쭈물거리며, 괜한 뒷머리나 긁어대며 얘기를 꺼내지 않기를 바랄 뿐이였다. 그런 쿄우카의 행동을 보며, 레이무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뭐, 덕분에 계란은 싸게 샀으니까 앞으로 네 앞에서 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을게.”
“......그래, 정말 고마울려 그러네.”
하루 빨리 잊고 싶은 흑역사가 추가되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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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LP 0 맞추려고 트리온으로 공격하는 주인공 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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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에서조차 활약하는 간맨! 간맨킬은 뭔가 전투로 이기는 것보다 기분 좋단 말이죠 | 17.08.19 21: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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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가 남을 경우의 문제점은 이 턴 히포 토큰 이외의 몬스터를 공격 대상으로 할 수 없다는 거죠... 직접 공격은 가능합니다만. | 17.08.21 23: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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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본체는 남더라도 다이렉트 어택은 가능하니 라이프는 그대로 800이 되어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초히포 카니발이 비동시처리인건 지금 알았네요.. 그 후라는 텍스트를 왜 못 봤지... | 17.08.22 00: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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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턴에 히포 토큰 이외의 몬스터를 공격할 수 없지 않습니까? 하마 본체가 제외되지 않는다면 다른 카드가 없는 한 이 턴에 직접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한데요...? | 17.08.22 00: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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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네요 수정해야되네... | 17.08.22 00: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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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랄타의 효과는 임의 효과니까 "파괴한다"는 좀 부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대상을 지정하지 않기에 "당신의 필드에 있는 앞면 표시 카드는 악마의 조리사 하나뿐!"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리고 브스스 묘지 효과로 지정할 수 있는 건 상대의 효과 몬스터뿐이니 그 부분도 조금 신경 쓰이네요. | 17.08.22 01: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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