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전춘협 본부까지 얼마란 말이요?” 하고 퇴역 지휘관의 초조한 듯한 목소리와 함께 혼자 말같이,
“내가 퇴역한게 닷새전이고, 그 이틀 전에는 춘전이가 퇴역했든가.” 라고 중얼거린다.
“부품 400개에 쾌속권만 줍시오.”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 소린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래었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만인가! 그러자 그 돈 벌 용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내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 일 제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부품 400은 너무 과한데.”
이런 말을 하며 퇴역 지휘관은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니올시다. 제조 확업 이벤트중이라 제조되자 마자 퇴역한 춘전이가 하도 많아서 길이 막히니, 거리에 비해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또 이런 진 날에 좀더 주셔야지요.” 하고 빙글빙글 웃는 지휘관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요.”
관대한 흑우 손님은 그런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비빗쟈를 보내고 난 김 소린의 마음은 이상하게 가뿐하였다. 두근댄다 한다느니보다 거의 흥분한 듯하였다. 병가인 카리나를 대신하여 작보도 어떻게 속히 작성하는지 쓴다느니보다 마치 캐릭터를 찍어내는 ‘키시요’모양으로 복사하는 듯하였다. 얼은 땅에 비가 내려 비빗쟈가 걱정스럽기도 하였지만. 이윽고 찍는 이의 팔은 무거워졌다. 작보를 거의 다 써간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병자의 움쑥 들어간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리는 듯하였다. 그러자 엉엉 하고 우는 느그형의 곡성을 들은 듯싶다. 딸국딸국 하고 숨 모은 소리도 나는듯싶다.
“언제쯤 오시우, 우리 춘전이 놓치겠구먼.”
하고 기다리는 이의 초조한 전화가 간신히 그의 귀에 들어왔다. 언뜻 깨달으니 김 소린은 수화기를 쥔 채 행정반에 나홀로 업무중에 있지 않은가.
“예, 방금 출발했습니다.”
하고 김 소린은 또다시 대꾸하였다. 비빗쟈가 차차 멀어갈수록 김 소린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경험 모의를 돌릴 점수가 쌓이고 작보를 더 쓸 수 있게 되어서 그럼이리라, 제대를 빡세게 돌려야만 쉴새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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