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추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나는 부상입은 인형을 수리하고 있었다 순조롭게 작업이 끝나고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 하나를 입에 가져다 문다
"....임무도...임무지만 너무 다치지는 말라구...부품을 아껴야 하니 말이야...알았냐 아트...."
"....."
곤히 잠든 모양인지 침대에서 초록색 동물 귀를 한 조그마한 인형이 자고 있었고 방금 수리한 모양인지 팔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으아앗......지휘관...미안....잘못..햤.."
잠꼬대다 그런 잠결에 한 소리를 듣고는 몸을 돌려 책상에 다가간다 책상에는 한 사진이 담긴 액자가 있었는데 거기엔 붉은 제복을 입은 젊은 남자와
인형들로 추정되는 소녀들이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벌써....17년인데....아직도 날 지휘관이라고 해주는구나..."
바로 그때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은 하얀 연구원 가운을 걸친 여성으로 보이는 인물이었고 곧바로 손을 흔들며 인사하였다
"선배 오랜만이에요 여전히 수리직업에 빠져 살고 있군요"
"하긴....너였냐..마리아...IOP 연구일은 잘 되어 가는 모양이지 내게 찾아온 걸 보니..."
신디 마리아 그녀는 내가 대학시절 알게 된 후배로 IOP 산하의 연구팀에 들어간 여자다 물론 꿈이 나를 동경해서였다냐..
"페르시카는 여전히 너를 부려먹던?"
"뭐 가끔 잔 심부름을 시키긴 하지만 잘 대해주세요 어라? 침대에 자고 있는 게 말로만 듣던 전술인형이군요 처음으로 보내요 신기해라..!"
내가 있는 제조공단 쪽은 인형의 제조와 수리를 담당하는 곳이고 그녀가 있는 쪽은 인형의 기술 관련을 연구하는 부서다
소문으로는 연구팀엔 별난 사람들로 구성된 걸로 알고 있었다 물론 페르시카에 대해서는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윗 상관에게 들었다
"자자...선배를 위해서 간식을 가져 왔지요 헤헤"
그녀가 베시시 웃으며 양손에 든 비닐봉지를 내려놓는다 거기엔 초코과자와 민트초코가 들어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쪽에서 다가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애들이 군수에서 돌아오는 모양이다
"그러니까....이 과자는 내....어? 마리아 씨다! 와아!!"
판타지에서나 볼만한 마술모자를 눌려쓴 인형이 마리아에게 반긴다 입가에는 언제 먹었는지 모를 과자 부스러기가 묻어있었다
"아....오랜만이야 쪼꼬짱 건강한 모습을 보니 기쁘네 지휘관이 잘 대해줘?"
"응! 매일 맛난 걸 먹어서 기뻐 헤헤"
"정말이지...돌아오는데 하도 졸라서 사준 과자를 다 먹어버렸군요 나원참.....이 백린탄으로 날려버릴까 하고 말았지 뭐야.."
"어이...그만둬....여기를 날려 버릴 셈이야?"
내가 애써 말린다 그녀는 내가 그리폰 지휘관 시절때 알게 된 인형인 백터 지금은 다친 리더인 아트를 대신해서 군수를 다녀온 것이다
"이..냄새! 내가 좋아하는 초코다 와아~!!"
먹는 것에 사죽을 못 쓰는 쪼꼬가 비닐봉지에 달려든다 그리고는 금새 울상이 되어버린다 그걸 보고는 피식 웃으며 봉지를 집어드는 스파스
"어차피 민트초코를 못먹는다 하니까 이건 내가 먹을께~!!"
맛있게 냠냠하며 먹는 스파스를 바라보며 그녀는 뾰로퉁해지며 볼을 부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