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원수를 갚은 두자매의 복수전
오슈 시라이시(奧州 白石) 이시다데(足立) 마을에 사는 시로자에몽(四郞
左衛門)이라는 농민이 영주의 검술사범인 다나베 시마(田邊志摩)에게 무례
하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된 것은 1718년 봄기운도 아직 짙어지지 않은 3월
의 일이었다.
시로자에몽에게는 아내, 그리고 스미, 다카라고 하는 두 딸이 있었다. 아
내는 오랜 병석에 누워 있었는데, 시로자에몽이 살해당하자 심한 충격 끝
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뒤에 남겨진 스미는 11세, 다카는 8세였다.
두 자매는 친척인 기요우에몽(淸右衛門)의 집으로 옮겨 거기서 자라났다.
아무리 농민이라고는 하지만 사소한 일로 무례하다고 해서 사람을 죽이
기까지 하다니……두 딸은 원통하기 그지 없었다.
언젠가는 복수를 하리라 결심했지만 상대는 검술사범, 웬만해서는 복수
하기가 불가능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우선 검술을 배우기로 하고 두 사람 모두 센다이(仙台)로 떠났다.
주선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두 사람은 센다이 번의 검술 사범인 다키모도
덴하치로(龍本傳八郞)의 집에 식모로 들어가게 되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서 틈만 나면 도장으로 나가 문하생들
이 연습하는 것을 몰래 훔쳐보면서 검술을 연구하였다.
모두들 잠든 한밤중이 두 사람이 연습하는 시간이다. 낮에 눈여겨 보아
두었던 것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함께 검술 수련에 힘썼다.
그러한 일이 계속되던 어느날 밤, 기어코 덴하치로에게 검술 수련이 발
각되었다.
덴하치로는 젊은 여자들이 밤중에 몰래 검술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이
상하게 생각하여 추궁하였다.
더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두 자매는 결국 아버지 시로자에몽의 원수 다
나베 시마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도장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검술을 습득하
고자 하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말았다.
덴하치로는 여자의 몸으로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하는 효심에 감동하
여 다음날부터 두 자매에게 직접 검술을 지도해주기 시작했다.
스미, 다카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수행에 힘써서 덴하치로의 기대에 잘
부응하였다.
눈에 띄게 솜씨가 늘었고, 마침내는 면허개전을 받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솜씨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쪽은 농부의 딸이고, 상대는
검술 사범인 무사이다. 정상적으로 맞서본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었다.
덴하치로는 이 점을 감안하여 센다이 번주에게 전후 사정을 말하고 복수
를 할 수 있도록 청을 올렸다.
여자이면서도 훌륭한 효심에 마음이 움직인 센다이 번주도 두 자매의 복
수전을 허락함으로써 1723년 3월 2일 센다이 성 근처에 있는 닛도리 신사
앞에서 시마와 두 자매가 서로 대결하게 되었다.
이때 언니인 스미는 16세, 다카는 13세였다.
상대인 시마는 한창때인 장년으로서 혈기 넘치는 검술사범이다. 두 자매
로서는 희생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는 비장한 대결일 수밖에 없었다.
시합 개시후 한 시간이 지나도록 승부는 나지 않았다.
두 자매는 마치 새나 나비와 같이 날으는 듯 시마에게 쳐들어 갔으나,
좀처럼 상대를 베지 못하였다.
그런데 언뜻 돌뿌리에라도 걸렸는지 스미의 언월도를 시마가 미처 피하
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것을 다카가 뛰어들며 옆구리를 소도로 찔렀다. 그
리하여 마침내 두 자매는 시마의 목을 벨 수가 있었다.
뜻을 이룬 두 자매는 이제 아무런 여한이 없었다.
그러나 농부의 자식으로서 무사를 베었다는 것은 아무리 복수라고는 하
지만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점을 의식했는지 두 자매는 그 자리에서 자결하려고 하였다.
그때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센다이 번주가 덴하치로로 하여금 만류
케 하고, 오히려 그들의 용기와 효심을 높이 사 황금 50매와 의류 두 벌을
하사하였다.
그후 언니 스미는 요시무라의 가문인 다데 아키(伊達安藝)의 양녀로, 동
생 다카는 오마치 비젠의 아내가 되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스미를 가키
리의 영주가 데려가고 다카는 센다이 번사의 양녀로 들어갔다, 고도 한다.
또한 자매의 은인인 덴하치로는 이름을 도사로 개명하였으며, 1천 석으
로 가봉되었다고도 하고, 혹은 2천 석이 가봉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애당초 이러한 복수전은 있지도 않았다고 하는 설이 있으나, 적어도 에
도 시대의 서민으로서 어린 자매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는 얘기는 깊은
감동을 일으키게 되어서 사실로 받아들여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From - 재미있는 검객이야기 -일본편-
유니텔 무예동 검도/ 거합도 게시판.
Written by - 유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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