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팔콤작보다 플레 달성만큼은 쉽고 쾌적한 것 같네요.
유일하게 힘들었던 게 애프터스토리 최종보스전이었는데..
이것도 몇번 죽어가면서 패턴 익힌 뒤엔 캘러미티든 인피니티든 걍 템빨로 말려죽이네요.
아무튼, 2회차를 하면서 더더욱 확실하게 느낀 건데요.
제나두는 정말 아까운 게임이에요.
게임성은 물론이고, 스토리도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동의 안하시는 분도 많겠지만, 저는 제나두 스토리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글거리는 억지대사와 반복되는 사건, 그리고 독자에게 감동과 공감을 강요하려는 듯한 과도한 연출 등은 아주 문제지만,
그건 시놉을 풀어놓은 결과물이 그런 거고,
대맥과 주요 분기점 단계에서 보면 의외로 흠 잡을 곳이 없다는 게 느껴져요.
나쁘지않은 도입부, 무난하지만 에러 없는 전개부, 그리고 폭발하는 후반부.
장대하거나 기발한 스토리는 절대로 아니지만, 이만한 스토리를 짜낼 수 있는 작가도 그리 많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 후반(7장~노멀앤딩까지)의 폭발력은 정말 칭찬해줘도 아깝지 않다고 보는데,
중요한 순간에 확실하게 스토리를 폭발시킬 수 있는 것. 이게 정말 어렵거든요.
경험보다는 감성과 재능이 중요한 영역이기도 하고...
딱 후반부만큼은 작가의 비현실적인 문학적 대사도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버를 쳐줄 수 없는 게 스토리를 풀어내는 센스랄지. 요령이랄지. 그런 부분들인데,
이를테면 얼마전에 게시글 중에도 언급이 되었던 7장 서자작전이 그랬죠.
"이제부터는 어른의 시간이다."라는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논리를 펴는 고로에게
"청춘은 짧다며! 지금이 바로 우리의 청춘이다!"라는...
이리보고조리봐도 어린놈의 뻘소리 이상이 아닌 헛소리를 뱉으며
모두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코우와
무려, 거기에 설득당해버리는(....) 고로...
이 장면 다들 기억하실 텐데,
제나두 전체로 놓고봐도 손에 꼽힐만한 병크였고, 도대체 이 작가는 왜 굳이 이렇게 시나리오를 썼을까 의아한 부분이었죠.
사실, 보통 다른 작가였다면 이런 식으로 상황설정을 안 했을 거예요.
그냥 간단하게 "서자가 탈출하면서 군인들에게 피해를 입혀 대다수가 행동불능이 되었다"
이렇게만 해줘도 코우는 "지금이 우리의 청춘이다!"라며 눈에 힘주고 오글거리는 대사 뱉을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도와달라고 부탁받고 영웅으로서 환호받으면서 멋있게 던전에 돌입하겠죠.
그렇게 사건을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xrc가 단순 학생 동호회가 아니라
사건에 개입하고 해결할 능력과 자격이 되는 집단이란 인정도 뒤따라쓸 것이고요.
혹 군인들이 약하게 묘사되는 게 싫어서 그랬다면,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림그리드급 이계화의 영향으로 군인들은 다른 곳을 방비해야 한다든지. 뭐 이런 것들.
실제로 이전 궤적작들을 보면
이런 식으로 요령 좋게 경험도 실력도 경력도 부족한 주인공파티가
가장 중요한 적진 최심부로 잠입하는 장면들을 잘 만들었어요.
그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하는 대사는 문학적이긴 해도 오글거리지 않았고, 오히려 절박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었죠.
그래서 더 빠져서 게임할 수 있었고.
그런데 왜 어째서 섬궤부턴 이렇게 생각을 하다 만 상황전개를 해버리는 건지...
부적절한 상황전개, 이를 커버하기 위해 읊어대는 이상론적이고 정신론적인 대사들. 그걸 또 커버치기 위한 과도한 억지연출.
(이를테면 블레이즈의 혼이라던가. 아이돌의 힘이라던가..)
이런 부분들만 없었어도 게임이 훨씬 재밌게 느껴졌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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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섬궤2에서 켈딕마을 침공당했을땐 진짜 거기에 몰입을 많이 해써요. 오토 대표 죽었을때도...아무래도 팔콤겜에 죽는 캐릭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참 몰입을 많이 했던것 같네요...크로우 죽었을땐 참...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 17.05.10 21: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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