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즈음 전세사기들이 우후죽순 터지며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이것들이 불거진 이유는 다른 게 없다. 경기가 꺾이며 코로나 때 빚으로 키운 몸을 유지할 자금이
유치되지 못 하니 결국 무너지고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많은 피해자가 나왔는데, 특히 빌라왕과 같은 사태는 그 여파가 심각했다.
다만 그 당시 정부의 큰 방침에 대해서 나는 일정부분 동의하는 축에 속했다.
피해자를 국가가 전부 구제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세라는 제도 자체가 개인간의 사금융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국가가 껴 있지 않은 거래 중에 발생한 사고는 분명 유감스러우나 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건 분명히 고민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내 생각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 바뀌게 되었는데, 이는 크게 두 가지에서 비롯됐다.
첫번째는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2030 청년세대가 많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빌라' 라고 하는 것은 아파트가 아니기에 거주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부동산은 아니다.
이는 한국에서 아파트는 '투자목적' 이라는 재테크가 껴 있는 특성 때문으로 이에 속하지 않는 빌라와
같은 건물은 상대적으로 그 건물 가격이 저렴하고 그에 따라 수도권임에도 임차료도 싸다.
실제로 피해 액수 자체는 1~3천 사이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볼 점은 과연 저 1~3천이 가벼운 금액이라는 점이다.
30대 남성이 2천 만원의 현금을 갖고 있다면 이는 대학과 군대를 나오고서 바로 취직했다고 가정할 시
매우 힘들게 모은 밑천이다. 못 해도 수년은 아꼈으리라.
만약 대출로 했다 하더라도 그 또한 가치가 다르지 않다.
실제로도 이 당시 사기에 직격타를 당한 청년들 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여럿 나왔다.
절대 액수 자체는 작아보일지 모르나, 그게 자신의 5~10년 정도 인생을 갈아넣어서 마련한
밑천이라면 과연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특히 거진 국시적으로 남과 비교 하며 앞서 나가야 한다를
강하게 주입받은 마지막 세대인 30대는 더더욱 허탈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거기다 말이 10년이지
저 시기의 10년은 앞으로 남은 수십년을 판가름할 분기인데 저리 무너진다면 누가 재기할 수 있겠는가
갈 수록 청년들의 독립이 힘들어지는 이때 가까스로 한 사람들마저 저리 꺾여나가는 것은 분명 사회적
재난이라고 칭할 만 하다.
두번째는 '그럼 왜 부자들은 구제해주는 가' 라는 형평성의 문제이다.
근래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세계 각 나라의 정부에서는 긴급하다는 이유로 돈을 왕창 찍어내
그 돈들을 시중에 확 풀어서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을 구제했다.
이들이 무너지면 더 큰 위기가 초래한다는 이유였으나 글쎄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기에 대규모의
실업자가 발생하는데 그에 비해 08년 위기를 초래한 유명 금융회사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며
대중의 공분을 사 월가 시위라는 형태로 표출되게 만들지 않았는가? 이 때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못 해도 7년이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오바마의 집권기와 일치하며
이 때문에 결국 미 대중들은 너무 살 길이 힘들어 트럼프를 뽑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즉, 결론적으로 부유한 자는 구제하면서 왜 가난한 자는 배제하는 지의 형평성 문제다.
그들을 살리는데 수백 수천억 혹은 조 단위의 돈까지도 지출을 감행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수에
절대 금액 자체도 적은 이들을 내치는 데 정당한 이유란 뭘까?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한 말인
"왜 부자에게 해주는 건 투자이고 가난한 자에게 해주는 건 비용이라 말하는 지" 에 정확히
부합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이지만 이 문제를 깊게 들여다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른 지금 피해자들이 부디 잘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