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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25년 6월 11일 |
제작사 | Build A Rocket Boy |
한글화 여부 | O |
설치 용량 | 약 40G |
히트맨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작사 IOI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한글화를 안 해주는 것이 이 제작사의 단점입니다만, 이번에 발표한 신작 007 : 퍼스트 라이트는 드디어 한글이 들어가게 되었더군요.
여하튼 IOI가 유통한다는 게임이라 자연스레 이 게임, 마인즈 아이에도 눈길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IOI 신작이라길래 제작을 맡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신생개발사에 IOI는 유통 담당이더군요.
그래서 구입을 망설이긴 했습니다만,
때마침 KT 콘텐츠페이 30% 할인 + 콘텐츠페이 오락실 할인 20% 등등으로 대충 50% 할인을 맞출 기회가 있었고,
전 이걸 구입함으로써 50만 원을 채워 넣었습니다.
이후 GTA 개발자 출신이 제작했다는 얘기는 듣긴 했으나, 솔직히 그런 정보를 들으니 불안감만 커지더군요.
보통 유명 게임 개발자가 독립해 참여했다 하는 소식이 주는 것은 마케팅에나 힘을 실어줄 뿐, 게임 작품성에 눈곱만큼도 영향이 없는 게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리고 맙소사,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스토리는 특수부대였으나 작전에서 어떤 현상을 겪고 불명예제대?를 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아마도 라스베가스가 모티브인 듯한 도시에서 주인공은 친구 덕으로 일자로 쉽게 얻으며 보안요원으로서 새 인상을 시작하는데..
3인칭 시점.
미니맵.
이것만 보고 게이머분들은 느끼시겠죠. 아, 이 게임은 3인칭 오픈월드 게임이구나!
자, 여기서부터 문제의 시작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죠. 이 게임은 오픈월드가 아닙니다.
다시 강조하죠. 이 게임은, 오픈월드가, 아닙니다.


놀랍게도 이 게임은 상당한 규모의 도시를 구축해 놓았는데요.
어처구니없게도 이 게임에는 '월드맵'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즉 미니맵 말고는, 도시 지형을 볼 수 있는 지도가 없어요!
플레이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도시가 어떻게 생겨먹은 지형인지조차 알 길이 없습니다.
지도가 없으면 길 찾기가 불가능한 거 아니냐 의문이 드시겠는데,
대부분 스토리에 따라 주인공이 인공지능에게 내비게이션을 부탁하기 때문에 길 찾는 데는 다행히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 말고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게임에는 오직 '메인 스토리 미션'만 존재할 뿐.
서브스토리? 수집품? NPC 상호작용? 미니게임?
전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 지도가 없는 오픈월드가 게임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설령 있다고 해도, 메인 스토리만 있는 오픈월드를 오픈월드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 게임의 장르는 '레일 슈팅'에 가깝습니다.
하는 일이라곤 끝없이 이어지는 메인 스토리에서 목적지에 도달해 총질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그럼 저 도시는 뭐 하러 디자인한 거냐? 의문이 드시겠죠.
바로 답이 나옵니다. '운전'입니다.
최소한 일반적인 레일 슈팅은 플레이어를 싸움터로 자동 이동시켜주기라도 하지, 이 게임은 '굳이' 플레이어더러 매번 이동하며 다음 목적지로 가라고 합니다. 심지어 미션이 종료되고, 아 여기선 컷씬으로 넘어가면서 다른 곳으로 자동으로 이동되겠지 하는데, 아닙니다. 무조건 플레이어가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위와 같은 '플레이어가 컨트롤하지도 않았는데 주인공이 제멋대로 움직일 수 없다!'라는 제작진에게 이상한 기조라도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인데요. 이런 점이 스토리 전개를 더욱 황당하게 만듭니다.
가령 오전에 생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전투를 치른 주인공이, 저녁이 되자 바로 누군가에게 불려 가 또 다른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이게 플레이어가 미션을 선택할 수 있는 오픈월드 게임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요. 바로 앞에 무슨 활동을 했든, 플레이어가 바로 다음 미션을 도전하면서 스토리상 '텀'이 발생했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경과되었음을 보여주니까요.
근데 마인즈아이는 그런 '텀'이 없다 보니 전개가 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게임 내 시간으로는 며칠이 흐른 것 같은데, 플레이어가 보기엔 주인공이 며칠이고 밤에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그냥 끊임없이 임무에 투입되는 것처럼 표현되니까요. 캐릭터의 생동감을 훔쳐가고 괴리감만 잔뜩 안겨주는, 미션이 이어지는 레일 로드 슈팅을 오픈월드형 맵에 이상하게 혼합시킨 최악의 결과물을 감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나마 좀 높이 사는 부분이 있다면, 슈팅 외에 다른 방식의 시스템을 끼워 넣어 천편일률적인 전개를 피하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 하지만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그나마 '노력은 했다' 정도지, 결코 '재밌다'라고 느낄 만큼의 변주는 아닙니다.
CCTV 감시, 드론 추격과 잠입 등등, 근미래에 있을 법한 SF관련 미니게임은 이미 이 장르의 선구자가 깊은 인상을 남긴 바가 있습니다. '와치독'이라는 선구자가 말이지요. 그래서 이 게임의 이런 플레이는 딱히 신선하지도, 그리 재밌지도 않았습니다.
아래 심폐소생술 미니게임의 경우는... 그냥 귀찮았습니다.
저 첫 부분은 그냥 타이밍 맞춰 누르는 QTE 식이지만, 두 번째 부분은 아날로그 스틱을 타이밍에 맞게 움직이는 건데, 패드라서 그런지 영 조작이 쉽지 않더군요. 어찌 되었건, 신선함 점수는 약간 줄 수 있더라도 재미와는 동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의 슈팅, 소위 '총질'의 재미는 얼마나 있을까 싶냐면...
잘 쳐줘봐야 평범 이하입니다.
액션은 TPS의 기본적인 엄폐와 사격에 드론을 통한 공격으로 크게 3가지로 이루어져 있을 뿐, 수많은 TPS 선례들의 사이에서 이렇다 할 장점을 보여줄 만한 것이 없습니다.
사격은 약간의 진동만 줄뿐, 총성은 빈약하며 타격감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해가 안 가는 점이, 이 게임은 근접 공격(melee)이 없습니다.
총알이 부족하거나, 적이 근접했을 때도 그냥 대처법이 무조건 다른 총으로 바꾸거나 총알을 찾아서 습득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진짜 별의별 게임을 다 해봤는데, 이런 슈팅게임에서 근접공격이 없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아니 혐오하는 오픈월드 프랜차이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피아'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의 끝없는 운전사랑과 강요는 제 인내심을 뛰어넘었고, 이는 매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분노치를 갱신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3번째의 시리즈가 나올 때만큼 계속 속아주었으나, 다음 차기작은 절대 쳐다도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 왜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냐면, 이 게임 마인드아이에서 '마피아'의 운전사랑 DNA가 살짝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컷신으로 넘어갈 법한 사소한 이동조차 플레이어에게 운전을 시키게끔 하는 시스템을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그것도 포함해서 이야길 하고 싶습니다. 자동차로 인한 충돌이 크게 일어나면 차 안에서 죽는다는 교통사고 사망도 마피아의 그것과 비슷한지라 저도 모르게 떠오르더군요.
차량 운전 관련해서 미션 난도가 불합리하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데, 게임 미션 리트라이가 3번 이상이면 쉽고 어려움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이 게임의 '카 체이징' 미션이 그와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오버 당할 일이 거의 없는 이 게임에서, 유독 3번 이상 재시작을 해야 했던 미션이었습니다. 플레이어가 탄 차량으로는 절대 낼 수 없는 속도로, 절대 붙잡을 수 없는 적을 상대로 계속 시야에 보일 만큼 추격해야 하는 자동차 추격 미션은 정말 불합리했습니다. 이 게임이 QA과정은 제대로 거쳤나 의심을 갈 정도로 말이지요.
아 참고로 첨언하자면, 이 게임은 스토리상 주어지는 특정 차량 외에는 운전할 수가 없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은 오픈월드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 이 게임의 스토리는 어떨까요?
제가 초반이나마 이 게임의 완성도를 의심하면서도 계속 붙잡고 있었던 이유가 스토리였는데요. 주인공의 기억의 공백과, 그 공백을 찾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 그리고 주인공이 얽힌 사연의 비밀이 과연 어떠한 장대한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초반부 스토리가 흥미를 끌긴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까지였습니다.
일론 머스크를 비튼 듯한 CEO 캐릭터, 스티브 워즈니악을 연상시키는 괴짜 과학자, 트럼프의 성전환 모습 같은 시장 등, 오늘날 화제가 될법한 캐릭터들을 뭉떵그려 등장시키고는, SF, 외계인, 근미래의 발전된 과학기술을 짬뽕시켜 그린 중학생이 적은 수준의 날림 시나리오가 완성이 되어버렸습니다.
초반만 해도 그나마 이해가 가는 주인공의 목적은, 성과가 보이면서 감정이입과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나갔고,
회사 CEO가 대체 왜 로켓 발사에 집착하는지 알 도리도, 주인공이 거기 동조하는지 이해도 가지 않을뿐더러,
역시나 악역들의 행동과 이유는 그냥 '나쁜 놈이니까' 수준 밖에 되지 않는 표현이었습니다.
화룡점정으로 'To be Continued' 따위로 표현할만한 최악의 후속작 암시 엔딩까지.

이 게임이 미완성작이고 유기작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게임 세팅의 부실함 속에서도 드러납니다.
조작 버튼을 알고 싶어서 '설정'의 컨트롤러 메뉴로 들어갔는데 보이는 메뉴는 저게 전부입니다.
조작 버튼이 무엇인지도, 그것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보통 게임이라면 메뉴에 '도움말' 이라던가 '튜토리얼' 항목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마저 없습니다.

... 예상보다 화가 난 건지 길이 좀 길어졌는데, 짧게 요약해 보겠습니다.
장점
- 그나마 도전과제는 잘 준다.
- 플레이 타임이 길다.
- 한글화
단점
- 이 글에서 적은 모든 것.
- 플레이 타임이 X발스럽게 길다.
모든 도전과제를 획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 11시간 25분.
오픈월드 게임이라면 무지하게 짧은 시간이지만,
단순 TPS 게임이라면 꽤 긴 편입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 이 게임은 초반부 이후 고통의 한순간한순간이었기 때문에,
저 시간마저도 영겁의 그것처럼 다가왔습니다.
*. 한글화는 기계 번역 급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존칭과 반말이 어울리지 않게 배치되어 있고 수시로 바뀌는 등, 이것도 훌륭한 수준은 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