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쉬:「준비는 되었는지?」
빌헬름:「예. 많은 분들 앞에서 보여드리기에는, 피 냄새가 진동하는 검이라곤 생각되오나」
크루쉬:「이런 식으로 검을 휘두르게 해서, 미안하네」
빌헬름:「이 검은, 크루쉬 님께 바친 것.필요로 하시오면, 언제라도」
크루쉬:「……그럼, 간다!」
--파앗!!
빌헬름:「멋진 파고들기입니다」
-심사 무대, 뒷편-
율리우스:「이런 곳에서, 빌헬름 님의 검극(剣戟)을 보게 되리라고는……」
아나스타시아:「히야-, 저게 소문의 검귀가? 적이지만취향이 독특하데이」
-심사 무대, 앞-
크루쉬:「훗……!」
빌헬름:「미소를 띄우시다니, 왜 그러시는지요?」
크루쉬:「아니, 참으로 마음이 들뜨는 검무라 생각했을 뿐……!」
--챙!
..................................
스바루:「어이쿠, 저건 춤이 아니라 그냥 결투 아님!?」
페리스:「하아, 크루쉬님 엄청 멋졍! 이렇게아름다운 검극이라니, 마치 춤추는 것 같나냥……」
스바루:「그러니까, 번지수가 잘못됐다고!」
...............................
크루쉬:「한중간부턴 나도 모르게 열을 올려 버렸군. 상대가 그대여서였던 것일까」
빌헬름:「예. 저야말로」
스바루:(둘 다 그렇게나 날뛰었는데, 숨도 거칠어지지 않았네. 역시 대단하구만……)
고든:「그럼, 이어서 2번 후보자분의 차례입니다. 아나스타시아님」
아나스타시아:「담은 우리 차례구나. 가 보자, 율리우스」
율리우스:「옛」
아나스타시아:「기껏 준비한 기, 물거품이 되어부렀구마」
아나스타시아:「그니께 급조긴 해도, 카라라기 민속춤을 보여줄꾸마」
에밀리아:「퍽 조용한 춤이네. 그치만……굉~장히, 움직임이 아름다워」
스바루:「일본 무용이랑 비슷하네, 왠지……」
스바루:( ……그치만 다들 진지하구먼. 거야, 에밀리아도 그렇지만)
스바루:(당연한가. 심사가 놀이도 아니고)
스바루:「하아……이래서야, 뭘 어찌 해야 심사를 방해할 수 있을까」
프리실라:「―지금 한 말, 확실히 들렸느니라. 잡것」
스바루:「어라!?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프리실라:「소첩도 같은 생각이니 숨기지 말거라. 이 심사, 억지로 보고 있기 괴롭구나 」
스바루:「과대포장 반대!?」
프리실라:「그렇지 않다면……어찌하여 이 심사를 방해한단 따위, 폭언을 뱉은것이냐?」
스바루:「윽……!?」
스바루:(큰일났다……젤루 껄끄러운 녀석한테 들킨 건가! 어, 어떻게 수습하지?)
프리실라:「소동을 일으키는 것도 일흥(一興)이니라. 소첩이 용서해 줄 터이니, 할 수 있다면 해 보거라」
스바루:「아, 아니……그건 어디까지나 말이 그렇단 거라고. 진짜로 그럴 생각은……」
프리실라:「뭬야. 아무 수도 없이 떠든 게냐.흠……그리하다면, 됐다」
스바루:「됐다니, 뭐가……」
프리실라:「그런데 잡것, 아니. 네녀석, 이름은 무엇이라 불리느냐?」
스바루:「내 이름은, 나츠키・스바루! 땡전 하나 없는 무일푸……ㄴ……근데너, 어차피 한 귀로 듣곤 흘려 버릴 거잖냐」
프리실라:「잡것은 이름도 아름답지 못하구나. 뭐어, 아무래도 상관없단 게야…」
스바루:「…ㅇ, 야!……그새 어디론가가 버렸구만……」
스바루:「농담으로 어떻게든 무마……된 거지? 그 녀석, 이상한 짓은 안 했음 하는데……」
에밀리아:「수고했어, 아나스타시아씨. 진~짜 멋졌어」
아나스타시아:「그랬나? 고맙다. 임기응변으로노력한 보람이 있었단 기데이」
에밀리아:「율리우스도 수고했습니다. 멋진 춤이었어」
율리우스:「과분한 칭찬,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에밀리아님」
에밀리아:「그럼 다음은 우리들 차례네. 힘내자, 스바루」
스바루:「그래……힘내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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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그래. 남 신경쓸 겨를이 어딨냐……아무리 이런 무대 위에서 춤추는게 처음이라도, 에밀리아찡한테 창피줄순 없지)
스바루:(하나, 둘, 셋, 넷. 하낫, 두울, 세엣, 네엣……)
에밀리아:「스바루」
스바루:「ㅇ, 왜? 설마 나, 틀린 거?」
에밀리아:「아니. 좀 더, 웃는얼굴 했으면 해서」
에밀리아:「그렇게 긴장 안해도 돼. 진~짜노력했잖아? 연습」
스바루:「에밀리아찡……」
에밀리아:「그치? …그럼」
스바루:「우왓!」
에밀리아:「후훗. 즐겁네, 스바루」
스바루:「……그렇지! 에밀리아찡한테 질 순 없구만!」
에밀리아:「…꺅! 정말, 스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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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최선을 다했으니, 남은 건 결과뿐이구만」
에밀리아:「응. 고마워, 스바루」
스바루:「뭘. 나도, 그, 뭐야……재밌었으니까」
에밀리아:「후후. 응, 지인~짜 즐거웠어」
스바루:「…헤헷」
스바루:「……그래서 남은 건 펠트랑 프리실라. 둘 뿐인가」
스바루:「그러고 보니, 프리실란 어디로 간겨?」
에밀리아:「방금 전까진 있었는데……갑자기 없어졌네」
스바루:(글고 보면, 심사가 지루하다니 어쩌니 떠들어댔었지. 그 녀석……)
스바루:「……어………」
에밀리아:「왜 그래, 스바루?」
스바루:「설마 기권……? ㄴ, 농담이지……!?」
스바루:(지금 시점에서 가장 우세한 후보자……역시 크루쉬 씨인가. 자칭타칭춤 도사인 프리실라가 빠짐, 크루쉬 씨가 또 우승해 버릴지도 몰라!)
스바루:「에밀리아! 그, 뭐냐, 볼일이 있어서 잠깐……아니, 암튼 금방 돌아올 테니깐 기다려!」
에밀리아:「스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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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응? 여어, 형제. 안색이뒤숭숭한데 왜 그래? 아. 화장실이라면 복도 끝에―」
스바루:「쌀 것 같아서 허둥대고 있는 게 아니라구! 프, 프리실라는 대체 어디……?」
알:「거우연이구만. 나도 찾아다니고 있는 참이라구」
스바루:「하필 이럴 때 행방불명이냐!?」
알:「뭐, 공주님이라면 심사 전까진 나타나겠지」
스바루:「증말?」
알:「이럴땐 찾아도 헛수고라구. 포기하고 기다리면 편해」
스바루:「속편하게 말해도 될 참이냐! 프리실라 녀석……어쩌면, 기권해 버릴지도 모른다고!」
알:「뭣이? 아니아니, 설마 그럴까…… 음, 완전히부정도 못 하겠구만. 우리 공주님은 변덕쟁이라」
스바루:「걔, 기권해 버림 엄청 곤란하다고!나눠서 찾아보자구! 분명 어딘가엔 틀어박혀 있겠지!」
알:「형제가뭐가 아쉬운 건진 모르겠다만……뭐, 그러자구」
-왕성, 정원-
스바루:「헉, 헉……젠장, 어딜간 거야……」
스바루:(큰일났다……시간이 없다고. 곧 프리실라 순서인데. 서둘러야 돼……)
스바루:「심사장에 없으면……밖인가?」
스바루:(성 입구에 마침 용차가 서 있구만. 프리실라는 눈에 잘 띄니까, 혹시 못 봤는지 물어보자)
스바루:「저기-, 죄송함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혹시 빨간 옷 입은 미인 못 보셨슴까?」
???:「……흥, 진부한 표현이구나. 태생이 드러나는 게야, 잡것」
스바루:「아, 실제로도 시골 출신……!? ―드디어 찾았다 !!」
프리실라:「뭬야, 시끄럽다. 잡것. 소첩의 미모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해도, 한도가 있는 법이야」
스바루:「생각했던 것보다 주눅도 안 들어 있네! 증말, 나도 명이 짧아졌다구」
프리실라:「이건 또 해괴한 소릴 늘어놓는구나. 애시당초, 소첩의 변덕은 네 바램과도 통해 있을 것이야. 굳이 안달할 이유가있느냐?」
스바루:「나의, 바램……설마!」
프리실라:「숨기지도 말고, 변명도 하지 말거라.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야. 네녀석은,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을 터」
프리실라:「뭐, 그 반마 계집이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당연. 네녀석이 간계를 꾸미려 한 이유도 짐작은 가는구나」
스바루:「―윽! 그것 땜에 말했던 건……」
스바루:(아니, 기다려 봐. 침착하자고나츠키・스바루. 이건 이것대로 괜찮은 게 아닐까?)
스바루:(착각을 하건 말건, 얘가 나 대신 나서 준다면, 심사는 확실히 방해할 수 있을 터)
스바루:(지금은, 이 변덕쟁이 공주님을 써먹을 만한 방법을 생각해 보는 편이―)
람:「여깄구나. 바루스, 찾아다녔어」
렘:「다행이야, 찾을 수 있어서……심사장에서 없어지신 뒤부터, 에밀리아님께서 걱정하고계세요」
스바루:「아. 람, 렘. 그게 말이지, 실은……엇!?」
렘:「스바루씨!?」
스바루:(뭐, 뭐하는 거야? 목덜미를낚아채였다구!?)
프리실라:「유희거리로 딱이구나. 거기 뿔 없는 오니 메이드야. 듣거라」
람:「―!?」
프리실라:「지금부터 소첩은 이 잡것의 마수에 걸려들어, 잡혀 가는 게야」
스바루:「뭐!? 프리실라 너, 갑자기무슨 말……우아아앗!!」
렘:「스, 스바루씨!? 스바루씨!?!? 언니! 스바루씨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람:「바루스! 프리실라님께 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스바루:「내, 내 탓이 아니라―! 으갸악! 아파, 아팟, 아프다구!」
프리실라:「날뛰지 마라, 보기 흉하구나. 소첩을유괴할 것이면, 좀더 당당해지거라」
스바루:「나랑 대화가 성립되질 않잖아!!」
람:「뭐가뭔지……하지만, 이대로 보낼 순 없어」
렘:「네! 스바루씨를 되찾아야 해요!」
프리실라:「흥. 오니가 옹기종기 모여선, 서슬이푸른지고……아, 마침 좋을 때 왔구나, 알」
알:「좋고자시고, 최악이잖냐. 못본 척하고 잠이나 자러 갈걸」
프리실라:「운이 나빴구나. 자아, 저두 사람 발을 묶어 두렴」
알:「어찌돼도 모른다……?」
람:「……비켜!」
렘:「스바루씨를돌려줘!」
알:「아가씨들, 미안하구만. 주인님 명령이라서. 얌전히계셔 주실까나……!」
렘:「읏!」
스바루:「렘, 람!! 잠깐만……야, 프리실라!!」
프리실라:「아하핫, 이렇게 흥이 오르는 건 오랜만이야. 그럼 가자, 잡것아―!」
스바루:「어째서 일이 이렇게 돼냐고오오오오오오!!」
................................................
-심사장, 댄스홀-
에밀리아:「스바루는 찾았어?」
라인하르트:「아니오. 유감입니다. 프리실라님도, 심사장에는 아니 계셨습니다……」
렘:「시, 실례합니다! 큰일이에요! 스바루씨가!」
에밀리아:「렘! 왜 그래, 침착하렴. 천천히 말해도 괜찮으니까」
람:「제가설명드리지요……넌 얌전히 있으렴」
알:「예이예~이」
페리스:「메이드씨 둘한테 잡히다니……뭐다냥? 어떻게 된 거양?」
알:「아니~ 멋지게 공갈 날린 것까진 좋았는데, 아가씨들이 꽤나 쎄더라고. 가뿐하게 당했지」
알:「원, 나중에 공주님한테 혼나려나」
크루쉬:「미안하다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렘:「성문앞에서 스바루씨가, 프리실라님이……엣, 그게, 그……」
람:「렘, 진정하렴. 그보다도 편지를 보이는 게 말이 빨라」
페리스:「펴언지~?」
알:「그려그려. 공주 씨 대기실에 남아 있던 편지. 그래서 나도 허겁지겁 밖으로나갔던 거고」
에밀리아:「그래서, 그 편지에는 뭐라고 쓰여 있었니?」
렘:「시, 실례하겠습니다. 엣헴」
렘:「”프리실라・바뤼에르는 이 몸이 맡아 두겠다. 구하고싶다면 이번 심사를 중단해라”」
렘:「……”나츠키・스바루”」
에밀리아:「아……………」
펠트:「…………응?」
렘:「어, 어쩌죠……이 내용대로라면, 스, 스바루씨가……」
람:「괜찮아, 렘. 바루스는 바보지만, 거기까지분별없이 행동할 바보……, 어떨까」
렘:「어, 언니……!」
페리스:「녜에녜에. 렘은 침착하구. 그거,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잖앙」
페리스:「애시당초에, 스바루큥은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댔지」
에밀리아:「응. 스바루는 아직도 글자 공부중이구…이 편지에 쓰여진 글자, 엄~청 달필인걸」
펠트:「그럼, 편질 쓴 게 누구냔 건……빤히 보이네」
아나스타시아:「……뭐, 그렇구마. 어떻게생각하노, 크루쉬 씨는?」
크루쉬:「아아. 프리실라・바뤼에르의 자작극이겠지. 나츠키・스바루는 미끼가 된 거고」
아나스타시아:「응. 그렇구마」
율리우스:「그러합니다만, 무슨 의도일까요?」
아나스타시아:「뭐, 편지로 보자믄 이번 심사를 방해……크게 보믄, 이번 대회를 송두리째 훼방놓을라는기 아니겠나」
율리우스:「점점, 의도를 모르겠습니다만……」
페리스:「이 세상엔 논리적이지 않은 사람도 많단 거징. 율리우슨 이해하기힘들지도 모르겠넹. 아, 물론 페리찡도 그렇지만~」
에밀리아:「그렇지만, 결국 심사는 어떻게 되는 거야? 프리실라가 남긴 편지대로, 중지?」
펠트:「정말이냐! 해냈구만, 살았다!」
크루쉬:「그렇게는 할 수 없지. 이걸로 심사가 무산되어 버리면, 프리실라・바뤼에르가꾀한 대로이니까」
크루쉬:「아니면, 책임을 물어서 이 대회의 참가 자격을 박탈해 버린다손 쳐도…어쩌면, 그것조차 들여다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아나스타시아:「게다가 말이제, 나츠키군이 없는 것도 문젠기라. 일단은 나츠키군도 피해자라고 생각은 해도 말이제……」
아나스타시아:「프리실라씨랑 나츠키군이 공범……라기보단, 에밀리아씨랑 프리실라씨가작당해서 벌인 걸로 몰릴 가능성도 있는기라」
에밀리아:「에엣!? 나, 나랑 프리실라가?」
알:「아~그건 논외지. 그 공주 씨가 그렇게까지 머릴 쓰겠냐?」
아나스타시아:「글케 말해도 괘안나? 종자가 몬하는 말이 읍노. 뭐, 나도 같은 생각이긴 하다」
펠트:「아무튼 대회가 계속 열리는 건 알겠는데, 어쩔 거야? 도망간 두 사람을 찾을 거야?」
크루쉬:「그렇다. 무엇보다, 두사람의 행방을 조사하는 것이 급선무. 속셈이 무엇이었는지는 직접 듣도록 하자」
에밀리아:「……응! 절대로, 찾아내겠어……!」
.....................................
프리실라:「흠……꽤나 유유히 도망칠 수 있었던 게야. 알도 의외로 도움이 되는구나. 나중에 칭찬해 두어야겠다」
스바루:「지 기사인데, 엄청 남인 것처럼 말하네……그래서 어쩔 거야! 너, 대체 어쩔 작정이냐!?」
프리실라:「얼굴뿐만 아니라, 귀까지 이상한 게냐? 들었을 터이야, 잡것. 소첩은네녀석에게 유괴당했다」
스바루:「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그런 해석이 튀어나오냐! 애초에, 뭐가 유괴야! 걍 니멋대로 탈주한 거잖냐!」
프리실라:「아 말하면 어 대답하지 말거라, 시끄럽구나. 애초에, 네녀석의 목적엔 부합한 것일 터. 대체 뭣이 불만인 걸까?」
프리실라:「적어도 이걸로 심사는 중지될 게야. 소첩이 사퇴하고 나서, 남은 어중이떠중이들끼리 순위를 겨뤄도 상관없다만……」
프리실라:「참가자들이 납치당한 이상에야,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는 진행도 멈추어야할 법. 원했던 바가 아니더냐」
스바루:「그 대신, 난 전과자가 된다만!」
프리실라:「네녀석 같은 잡것이 전과를 뒤집어쓰든 않든, 장래가 변변히 달라지기야하겠느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스바루:「매일매일 힘내서 살아가는 나한테 사과해라!」
스바루:(젠장, 그야 심산 중지되겠지만……에밀리아는 진짜로 실망하겠네)
스바루:(설마 내가 유괴범이이라고 생각할리는 없겠지만, 실제로 가담중인데다. 람도 화났고……)
람:「―죽어 버리렴」
스바루:「……난 죽었다……」
프리실라:「언제까지 미래를 비관하고 있느냐. 애시당초 대단한 기대도 걸지 않았을게야. 그보다도 지금, 소첩은 지루한 것이니라. 그러니 여흥을 생각해 내거라」
스바루:「이렇게까지 의견이 안 맞는 것도 참. 산캐하구만……」
프리실라:「기이한 말이로고. 어찌하여 소첩이 네녀석과 의견을 같이해야 하는것이냐?」
프리실라:「네 녀석 쪽이 면종복배하고, 소첩의 발 밑에서 자애를 구걸해야 할것이 아니더냐」
스바루:(뭘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냐……! 악의가 담겨서도 뭣도 아니고, 순수한 발상이 이러니까 더 기분나쁨다……!)
프리실라:「못 알아들은 것 같구나, 잡것. 네녀석, 소첩에게 빚을 진 게다만?」
프리실라:「무위도식하는 네녀석을 위해 소첩이 친히 움직인 게야. 고귀한 손가락이그 미천한 몸에 닿기도 했을진저」
스바루:「뭣도 저도 전~~부 빚이냐!? 너, 왕이냐!?」
프리실라:「언젠가, 이 왕국은 소첩의 것이 된다. 그러하니, 답한다면 그렇구나」
스바루:「그 엄청난 자신감만은 존경한다……」
스바루:(솔직히 배는 아프지만, 프리실라가 하는 말에도 일리는 있어. 뭣보다도, 내겐 지금 상황이 나쁜 건 아니니까)
스바루:(문제는, 대회가 중지되고 나서다.나한테 변명할 기회가 주어질까 어떨까는……프리실라 하기 나름인가)
스바루:(우선 지금은 얌전히 굴어 줄까. 점수를 따 놓음, 나중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지?)
프리실라:「잡것이 쓸모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도 무익할 따름이니라. 그럴여유가 있다면, 소첩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있는 힘껏 곡예라도 부리는 게야」
스바루:「목숨 걸고 곡예라니, 거 벌써 고문이잖냐!!」
스바루:「안 돼지, 안 돼. 진정해라, 나츠키・스바루」
스바루:「그렇다고 해서 공주님 비위 맞추기가 예삿일은 아니지만. 일단 “로마의 휴일”작전으로 가 보실까」
프리실라:「”로마의휴일”작전? 들어본 바 없는 말이로구나」
스바루:「알기 쉽게 말하면― 데이트하잔 거지」
.......................................
스바루:「미안 미안. 기다렸지? 거, 인파에 휩쓸려서」
프리실라:「소첩을 기다리게 하다니, 만 번 죽어 마땅한 게야. 죽어라」
스바루:「네, Take Two―」
프리실라:「의미를 모르겠구나. 그, “테이크 투”란 무엇이냐」
스바루:「방금 장면, 다시 하란 의미지. 자자, 테이크 투!」
……………………
스바루:「미안 미안. 기다렸지? 거, 오는 길에 띵똥땡 삼인방이랑 한바탕 하고 온다고」
프리실라:「변변치 못한 변명이었구나. 죽어라」
스바루:「다시 하란 건, 막말을 똑같이 되풀이하란 의미가 아니란다!」
프리실라:「네 녀석이 애걸복걸하여 싸구려 연극에 어울려 주고 있는 것이 아니더냐」
스바루:「아무래도 오는 길에 그만, 제가 애걸복걸했단 부분의 기억을 잃어버린모양인데요!」
스바루:「이럴 때는 말야, 기다리는 쪽은 “아아니, 지금 막 도착한 참이야”라고 대답하는 게 예절이라니까」
프리실라:「죽어 버려라」
스바루:「신랄!!」
프리실라:「애시당초, 어찌하여 소첩이 기다리는 입장이어야 하는 게냐」
프리실라:「어찌 생각해도 이상한 게야. 소첩이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쪽이라니」
프리실라:「뭐어, 잡것. 그것을참고에 넣어서 “테이크 투”를 시작하려무나」
스바루:「”테이크쓰리”인데…아무렴 어때」
…………………………
프리실라:「기다리게 했구나」
스바루:「아니아니. 지금 막 도착한 참이야」
프리실라:「소첩과의 약속에,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다니 무엄한지고. 즉시 배를 갈라 사죄하거라」
스바루:「뭐가 이리 불공평하냐!」
…………………………
스바루:「오시는 게 늦으시길래, 무슨 일 있으셨나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프리실라:「불쾌한 말을 지껄이지 말거라. 네 녀석 따위에게 걱정받아서 어쩌겠느냐. 잡것 주제에」
스바루:「여기까지 접고 들어가도 NG냐!?」
…………………………
프리실라:「와닿지 않는구나. “테이크 투”인지고」
…………………………
프리실라:「애초에, 어찌하여 소첩이 와야 하는 것이냐. 네녀석이 오거라」
…………………………
프리실라:「품위도 없고, 교양도 없구나. 광대라면광대답게, 소첩에게 바치는 재롱을 부려 보거라」
…………………………
프리실라:「기분 나쁜 얼굴이로구나」
스바루:「욕이잖아! 건, 걍 욕이잖냐!!」
…………………………
-뒷골목, 상점가-
프리실라:「―기다리게 했구나. 가자꾸나」
스바루:「정말~. “기다리게했구나”가 아니라구」
스바루:「프리실라니임은매앤날 사람을 기다리게 한다니까! 나, 어엄청 기다렸으니깐!」
프리실라:「……소첩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스바루:「벼, 벼얼루……불만이랄 건 없는데……」
프리실라:「네 녀석은 단지, 소첩에게 복종하면 되는 게야. 그것이 불만이라면, 어디로 가 버리면 되는 것이야」
스바루:「그, 그으런! 죄송해요! 화나시게할 생각은 없었어요!」
프리실라:「분수를 알거라. 하오면, 소첩도상응하는 댓가를 줄 것이니」
스바루:「하읏.」
프리실라:「아무리 우매할지언정, 그것만큼은 명심하여 소첩을 섬기거라」
스바루:「프리실라니임……」
카도몬:「……야, 니들. 아까부터남의 가게 앞에서 뭐 하고 있냐」
스바루:「뭐냐니, 보고도 모르겠어? 이건 데이트…」
스바루:「…데이트 장면이라고? 어딜 봐서?어찌하면 이렇게 됩니까!?」
카도몬:「몰람마! 신종 괴롭히기냐? 영업방해여!?」
스바루:「으으윽, 부정할 수 없다……! 어린양 연기에 심취된 나머지, 근처에 있는 낭자앨 모사하고 있었어……」
프리실라:「광대로선 그럭저럭이구나. 소첩의 기준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스바루:「것두 이런 평가! 병 주고 약 주냐!」
카도몬:「뭔 짓을 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는데, 암튼 방해만 할 거면 얼른어디로라도 가 버려. 이쪽은 장사중이라고」
프리실라:「소첩이 있든 말든, 손님이 찾아올 인상은 아니로구나, 잡것」
카도몬:「아앙……?」
프리실라:「네녀석, 어찌하여 이런 곳에서 맞지도 않는 장사를 하고 있느냐. 분수에 맞는 것은 검붙이일 터인데」
카도몬:「………………」
스바루:「잠깐 잠깐, 얼굴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구! 확실히 두세명 정돈 죽여 봤을 법한 인상이지만, 걍 파리날리는 청과점주인이니깐. 그치?」
카도몬:「……형씨, 나중에 두고보자」
스바루:「지원사격인데요!?」
프리실라:「흥, 아무래도 상관없느니라. 그러면, 거기 있는 링가를 한 알만 바치도록 하여라」
카도몬:「뭐람, 손님이라면 대환영이지. 어이형씨. 동화 두닢이라고」
스바루:「내가 내는 거야!?」
프리실라:「소첩이 돈붙일 지니고 다닐 것으로 생각했느냐? 언제나 종자에게 맡겨두고 있느니라」
프리실라:「지금, 소첩의 종자는 누구인 게야?생각해 볼 필요도 없구나」
카도몬:「동화 두닢으로 벌벌 떨지 말라구, 형씨. 볼품없구만」
스바루:「으, 으윽……납득 못하겠어……!」
-짤랑.
카도몬:「감사합니다!」
프리실라:「흠, 달구나……나쁘지 않은 게야.칭찬해 주마. 자, 가자. 광대야」
스바루:「네이네이……제멋대로구만」
카도몬:「그나저나 형씬 맨날 다른 여잘 데리고 오는구만. 누가 본처야? 엉?」
스바루:「내 마음은 에밀리아찡 일편단심이라고. 무서운 소리 하지 마」
스바루:「앗, 두고 가버린다! 그럼, 아재요!」
.............................................
-중앙 공원-
스바루:「역시 사람 많은 곳보단, 이런 데가 갑이지」
스바루:「분위기도 좋고……나중에 에밀리아랑 같이 올까」
프리실라:「……네 녀석의 생각, 참으로 딱하구나. 상대가 반마라서야 더욱 그러한지고」
스바루:「거참……꽤나 심한 말씀이시네. 반마건 뭐건,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
프리실라:「소첩에게 있어서는 사소한 일일 뿐. 하나, 네녀석에겐 그렇지 않느니라. 착각하지 말거라. 그것의 곁에 있어 겪는 고난은, 네녀석이 바란 바가 아니더냐」
프리실라:「무엇보다, 그것은 잡것의 마음을 헤아릴 능력도, 그릇도 아니되는 것이니라. 하지만,어쩌면……」
프리실라:「네 녀석의 마음, 만의 하나, 억의하나라도 “운 나쁘게라도”닿는 쪽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스바루:(……”운나쁘게”인가……확실히 에밀리아의 장랜, 가시밭길일지도몰라)
스바루:(하지만, 난 에밀리아를 포기하지 않아. 그것이 프리실라에게 있어, 재미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험난한 길이라도)
스바루:「풋……」
프리실라:「……어찌하여, 웃느냐. 피학(被虐) 취미라도 있는 것이냐? 구제할도리가 없구나」
스바루:「아니거든? 그치만 의욕은 생겼어.네가 재미있어하건 어쨌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가시밭길을 맨발로 달릴 기합이 들어갔음」
프리실라:「……으, 응?」
스바루:「훗훗훗훗훗훗」
프리실라:「…………」
-퍽!
스바루:「아팟! 뭐야!」
프리실라:「가까이 오지 마. 떨어져라」
스바루:「……응?」
프리실라:「설마하니 미치광이일 줄은. 소첩의 눈도 실수할 때는 있는 법이로구나」
스바루:「진지하게 짜증난단 표정 짓지 말라고! 젠장, 뭔가 다른 화제는……」
스바루:「……아! 봐, 프리실라! 저기, 공원에 딸린 놀이기구가 있는데! 잠깐 보러 가자!」
프리실라:「어린아이같이 떠들썩하구나. 미치광이가 아니라면, 단순한 멍청이인지고」
프리실라:「그래서? 네 녀석, 대체무엇을 할 작정이냐?」
스바루:「작정이고 뭣이고, 보면 안다니깐.시소 탈 거임. 시소 모르냐?」
스바루:「야-나도 이 나이에 시소를 타게 될 줄은 몰랐네. 뭔가 그리운 기분이구만」
프리실라:「멍청한 네 녀석에게 가르쳐 주는 게야. 그건 “시소”라는 이름이 아니다」
스바루:「응?」
프리실라:「”쿵덕쿵덕”이라 부르는 게다」
스바루:「……푸훗!」
프리실라:「……응?」
스바루:(“쿠, 쿵덕쿵덕”……!? 뭐야 이 녀석, 진지하게 말한 건가……!?)
프리실라:「루그니카에서는 “쿵기덕쿵기덕”이라고도 불리는구나」
스바루:「푸풉……」
프리실라:「”쿵덕쿵덕”, “쿵기덕쿵기덕”이란, 그것이 내는 소리에서 따온 이름인 게야」
스바루:「크, 크크큭」
프리실라:「아까부터 왜 몸을 비틀어대는 것이냐」
프리실라:「소첩의 박식함에 감동한 것이냐……허나, 기분나쁘구나」
스바루:(빵 터지겠네! 자꾸 말하지 마라!)
스바루:「……좋았어, 참았다구. 아-, “시소”란 건 내 고향에서 부르는 이름이야」
프리실라:「네녀석의 고향……? 아아, 그러고보니 네 녀석, 알처럼 대폭포 너머에서 왔다고?」
프리실라:「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어서, 잊고 있었단 게지」
스바루:「꽤나 충격적인 진실일 법한데!」
프리실라:「그건 그렇고, 따분하구나. 그놀이기구가 네 녀석의 고향에도 있는 것이라면, 생각 자체는 이 곳과도 그리 다르진 않은 게군」
프리실라:「의외로, 대폭포의 너머라는 거창한 이름도, 상상한 만큼의 의미는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스바루:(……뭐야? 외로워하는 듯한 표정인가. 프리실라도 제 나름대로, 바깥 세상이란 것엔 기대하는 구석이 있었던건가?)
스바루:(이 곳과 전혀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프리실라답잖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그기분. 알 것도 같네)
스바루:「여기랑 저쪽 세계의 차이 말인데, 그렇게 실망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프리실라:「호오?」
스바루:「예를 들면, 내 고향에는 가호도,정령도, 마수도 없다구」
프리실라:「뭬야, 점점 더 따분하게만 들리는구나. 그 어디에 흥을 돋울 구석이 있다는 것이냐?」
스바루:「뭐, 들어 봐. 확실히마법은 없어. 그치만, 자동차……철로 된 말이 달리지, 하늘엔 커다란 배가 날아다닌다구」
프리실라:「……흠」
스바루:「성처럼 커다란 건물이 가득한 데다, 음식도 옷도 하나부터 열까지전부 다르고……」
스바루:「뭐, 이렇게 설명한들 와닿진 않을 것 같지만」
프리실라:「소첩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것이야」
스바루:「지금 내가 한 말도, 재미있진 않은 거야?」
프리실라:「흥미가 생기는 곳은 있었지만, 설명이 부족하구나. 네 녀석의 말에는 소첩을 끌어당길 만한 매력이 부족하구나」
프리실라:「적어도 조금만 더 똑똑한 녀석이 왔었더라면, 소첩의 심심풀이 정도는되었을 것인데」
스바루:「……엉망진창인 설명이라 죄송하구만요」
프리실라:「뭐, 좋아. 조금은 흥미가동했다」
스바루:「엉?」
프리실라:「칭찬해 주마」
스바루:「……어, 응」
・이리로 부른다
⇒프리실라가 내가 살던 세계에서 태어났다면……
스바루:(만약에 프리실리가, 내가 살던 세상에서 태어났었다면 어떻게 돼 있었을까……)
스바루:(교복이라던지 어울릴 법도, 안 어울릴 법도……)
프리실라:「뭬야. 빤히 쳐다보지 마라, 색마녀석」
스바루:「그런 시선이 어디거든! 그냥 옷이 어울릴까 어떨까 생각해 봤던 것뿐이라고!」
프리실라:「무엇을 지금 와서, 보는 눈이 없구나」
스바루:(뭐,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 태어났을지언정 프리실라는 프리실라였을거라고 생각함)
프리실라:「흥, “쿵덕쿵덕”, 다른 말로 시소인가. 어찌 되었건 간에,어차피 꼬맹이들을 달래기 위한 도구구나」
스바루:「기고 자시고, 이건 꼬맹이들을 위한 놀잇거리니까. 그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타면, 의외로 재미있을지도 모르는데?」
프리실라:「그 정도 높이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 적어도, 성 정도의 높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만」
스바루:「말 그대로 높기만 한 희망사항이네. 덤으로, 이거. 타 본 적은 있어?」
프리실라:「소첩이 그걸로 노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느냐?」
스바루:「없슴다」
스바루:「그치만 역으로 태워 보고 싶어졌다구. 잠깐, 타 보지 않을래?」
프리실라:「우습구나. 소첩이 여기에? 무슨의미가 있지」
프리실라:「의미는 없어도 의의라면 있을지도. 뭐, 말장난으로 설득해 보고 있습니다만, 어때」
프리실라:「그런 걸로 이 몸을 설득하려 하다니 웃기지도 않는구나. 하나, 그렇구나. ―네 태도를 봐서 타 주도록 하마」
프리실라:「올려라」
스바루:「우랏!」
프리실라:「내려라」
스바루:「얏!」
프리실라:「내려갈 때도 올라갈 때도, 좀더 신중하게, 정중히 다루거라」
프리실라:「소첩의 몸에 상처라도 생기면 어찌 할 것이냐」
스바루:「몰람마―!」
스바루:「이게 어디가 시소냐! 애들이 보고 따라하면 어쩔 거야!?」
프리실라:「잡것이 이러쿵저러쿵 시끄럽구나. 평범하게 탄들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
프리실라:「애초에, 소첩이 네 녀석과 마주보고 탈지언정, 이것이 미동이라도 하겠느냐?」
스바루:「그거야 땅을 차올려야지……」
프리실라:「그리고, 네 녀석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본다 한들, 무슨 즐거움이 있겠느냐」
스바루:「그럼 이건 재미있냐!? 그냥 내가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 뿐이잖아!?」
프리실라:「게다가 한 순간만이라도, 네녀석이 소첩보다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이불쾌하느니라」
스바루:「구조상 어쩔 수 없잖아!!」
프리실라:「―잠깐, 저 기구는?」
스바루:「그네 말이야?」
프리실라:「그래, “흔들흔들”말이다」
스바루:「풉……기습공격이라니, 비겁하다!」
프리실라:「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구나. 그보다도, 저것을 타 보자」
스바루:「네네……어라? 실제론 의외로 분위기 잘 타는 것임?」
프리실라:「그럴 기회가 생겼다. 어차피라면,이라고 생각한 것에 불과하느니」
프리실라:「소첩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일 따윈 없는 것이니라. 광대」
스바루:「흐-음」
프리실라:「아아, 이건……」
프리실라:「흠, 꽤나……」
스바루:「……흐-음」
프리실라:「뭬야, 그 눈초리는. 불쾌하다」
스바루:「아니아니. 암 것도 아닌데-?」
스바루:(보통으로 즐거워하고 있잖아. 의외로 어린애 같은 구석도 있네……입밖으로 내면 살해당하겠지만)
…………………………
프리실라:「자아, 다음은 좀더 멀리 날려보내는 게야. 만약에 떨어뜨려서 더럽히면 어찌 될지……알고 있겠지?」
스바루:「잠깐만! 스톱! 이 놀이, 뭔가 잘못돼 있지 않냐!?」
스바루:「헉헉……나는, 강아지가, 아니라, 구!?」
프리실라:「당연하느니라, 분수를 알거라. 강아지의귀여움이 네 어느 구석에 있는 게야. 자아, 어서 도로 신겨다오」
스바루:「개만도 못한 인생!」
프리실라:「”흔들흔들”에도 질려 버렸구나. 다음으로 해 보자꾸나. 어서 구두를 가져와라」
스바루:「진짜 좀 자제해라! 평범하게 타고 놀자니까―!」
프리실라:「지금, 평범하게 놀고 있는 것이 아니냐」
스바루:「평범의 정의가 서로 너무 다르구만!」
.....................................
프리실라:「정취가 나쁘진 않은 찻집이구나. 이 곳으로 하자」
스바루:「오옷……이 멋쟁이 까페는……」
스바루:「언젠간 에밀리아찡이랑 가 보려고 했던 동경의 땅……!」
프리실라:「네 녀석과 반마 둘이서? 아서라.가게 격이 떨어진다」
스바루:「……뭐냐, 백 보 양보해서 난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어. 그치만, 에밀리아를 그렇게 부르는 건 그만둬 주지 않을래?」
프리실라:「핫, 우습기 짝이 없구나. 반마는반마, 무엇이 나쁘단 게야. 그 반마의 이름에 이상한 단어까지붙여 가며 부르는 네 녀석이, 할 말이냐」
스바루:「그, 그건 어찌 되었든 상관없잖아!친애의 표시라고!」
프리실라:「점입가경이로구나. 네 녀석은 무례와 친밀을 혼동한 끝에, 친애란 단어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더냐?」
스바루:「……! 그, 그렇게 보이냐?」
프리실라:「뭐, 그 반마는 신경도 쓰질 않고 있다는 게야」
스바루:「그럼 왜 그런 말을 하는 건데?!」
프리실라:「네 녀석 멋대로, 타인을 애칭으로 부른다는 오만함을 지적했을 뿐이아니더냐. 네 녀석이 멋대로 지껄이듯, 소첩도 소첩 마음대로말하는 것이야」
프리실라:「그것 뿐이니라」
스바루:「아니, 그래도……」
점원:「……실례하겠습니다. 음료수를 가져왔습니다」
스바루:「……다음 이야긴 나중에 천천히 하자고」
프리실라:「네녀석과 할 이야기 따윈 없느니라. ……그런데, 이것은 무엇이더냐?」
점원:「저희 가게를 찾아 주신 연인 분들께, 서비스로 드리는 것입니다」
스바루:「이, 이건 커플 주스 같은 거지……! 굉장한데, 여기도 그런 문화가 있었구나!」
프리실라:「기다려라, 그것보다, 몹시불쾌한 단어를 들었느니라」
프리실라:「네녀석, 감히 소첩과 이 잡것을 연인이라고 한 것이냐? 웃기지 말아라. 소첩을 누구라고 생각―」
…저주 발동…
스바루:「야, 잠깐만! 이름 대지말라고! 처한 입장과 상황을 생각해라, 좀!」
스바루:(괜한 소란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조용히 해……)
프리실라:「……더러운 손을 소첩에게 내밀지 말아라. 네녀석, 누구 허락을 받아 소첩의 입술에 손을 대고 있는 게지?」
--끼릭끼릭
스바루:「으아아아아아!?」
프리실라:「무례하기 짝이 없구나, 이대로 팔을 부러뜨려 줄까?」
스바루:「미안해, 미안하다고! 그렇지만가게도 나쁜 뜻은 없었으니까,부디 넓은 아량으로―!」
프리실라:「관대함을 보여달라는 것이냐. 광대 따위가 대담히 입을 놀리는구나. 그 얼빠진 무모함을 칭찬해 주는 뜻에서, 이번 무례는 용서해 주마」
스바루:「아야야아……사, 살았다. 솔직히이번엔 죽는 건 아닐까 각오했었다고」
프리실라:「뭐어, 소첩의 변덕이 부른 결과이니라. 헌데, 이 차……」
스바루:(아. 역시 맘에 안 드니까 물리란 거지? 점원한테 미안한 짓 하게 생겼네)
프리실라:「……어떤 찻잎을 쓴 게야?」
스바루:「신경쓰이는 게 그거였냐!? 커플 빨대엔 관심도 없어!?」
프리실라:「소첩의 변덕이라고 말한 것을 잊었느냐? 그러면, 다음 변덕을 받아 보거라」
스바루:「뭘……어으으으읍!? 뜨거!?」
점원:「……가, 같이 오신 분은 괜찮으실까요?」
프리실라:「내버려 두거라. 바보의 가치는 보잘것 없느니라」
프리실라:「그것보다……이 차. 장미잎을 쓴 것이냐?」
....................................
스바루:「……하암……여긴……?」
스바루:「방금까지 있었던 까페……지? 어,어라!? 프리실라는!?」
스바루:(어, 없어……설마, 잠들어있는 틈에 혼자서만!?)
점원:「같이 오신 분이시라면, 화장실에 가셨습니다」
스바루:「아, 응. 으응!? 화장실!?」
점원:「함부로 사라져 버리지 말도록. 이라고, 깨어나시면 전해 두라고 부탁받았습니다」
스바루:「그……감사합니다. 당신은 목숨의 은인임다」
점원:「아뇨, 천만의 말씀을…」
스바루:「햐, 놀랬네……프리실라가 사라지면 게임 오버니까……휴-, 안심했다. 이거라면……」
펠트:「그거, 이렇게 눈에 띄는 가게 창가에 앉은 사람이 할 말이야? 오빠, 바보지?」
스바루:「푸웁-!! 페, 펠트!?」
펠트:「찾았다. 오빠야, 왕도안에서 이 몸한테서 도망치는 건 쬐-끔 무리가 있지이」
라인하르트:「훌륭하십니다 펠트 님. 그리고, 스바루도큰 목소린 내지 않는 게 좋아. 소동을 일으키곤 싶지 않으니까」
스바루:「라인하르트까지……그런가! 너희들이 수색반인 건가」
스바루:「아니, 그래도……」
라인하르트:「응?」
스바루:「암만 생각해도 너흰 과잉 전력이잖아! 나 같은 걸 상대로 의미 있냐? 내 모험은 이걸로 끝나 버렸습니다―!」
펠트:「그-니-까, 목소리가 크다구. 착각하지 마라 오빠야. 게다가, 일부러 오빠 잡으러 온 것도 아니다」
스바루:「잡으러 온 게 아니라고?」
펠트:「당연하지. 오빠야가 그 여잘 데리고 도망쳐 준 덕분에, 오늘 심사는 흐지부지돼 버렸거든」
펠트:「왜 내가 오빠를 데리고 돌아가지 않음 안 되는 거냐고」
스바루:「그건 그렇지만……라인하르트는 용서해 주는 거야?」
라인하르트:「용서하고 말 것도 없어 스바루. 내게 펠트 님의 의사를 거역할 권리는없거든. 그리고, 네게도 무엇인가 생각이 있을 거라 믿고있으니까」
펠트:「싫어하는 날 끌고 엄청 돌아다녀 놓고선……짜증나」
스바루:「그렇게 거창한 건 없는데……그렇지만, 믿어 줘서 고마워」
라인하르트:「신경쓰지 마. 슬슬 프리실라 님이 돌아오실지도 모르겠군. 펠트 님……」
펠트:「알았어. 귀찮아진단 거지? 그럼오빠야, 우린 가볼 테니까. 죽지 마라―」
스바루:「아아. 그래. 일부러여기까지 와 줘서 고마워」
스바루:(……그치만, 결국엔 뭘 하러 온 거지?)
라인하르트:「펠트 님께선 스바루가 걱정이셨던 거야. 프리실라 님께 무슨 짓을당할지 모르니까. 이걸로 무사를 확인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펠트:「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라인하르트! 그런 생각 안 했다고!」
펠트:「단지, 오빠한텐 장물창고에서 진 빚이 있으니까」
스바루:「……펠트, 넌 정말……」
펠트:「……? 왜 글썽거리는 거야」
스바루:「미안, 잠깐 감동했어. 이런상냥함은 오랜만이라」
펠트:「이런 걸로 울먹거리는 거면, 대체 얼마나 괴롭힘당한 거야……」
스바루:「그게, 전미가 울었다 정도로……」
라인하르트:「―미안하군, 스바루. 다음에 또 이야기하자고. 펠트 님,우선은 돌아가시지요」
라인하르트:「둘은 무사했다고 전하도록 하시죠」
펠트:「전하다니……앗, 기다려, 라인하르트! 잠깐, 와앗!」
펠트:「왜 갑자기 날 짊어지는 거야!! 나도 다리 달렸다구!」
라인하르트:「짊어지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단지안아올리고 있을 뿐. 실례이지만, 부디 용서해 주시길」
펠트:「이 자식……! 실례인 게 알겠으면 내려 놔……!」
라인하르트:「그럼, 스바루. 프리실라님을 잘 부탁해」
펠트:「놔라니깐! 바보야~!!」
................................
스바루:「뭐…좋은 콤비네」
스바루:「미묘하게 맞물리진 않지만, 원래는 기사랑 도둑이었으니깐. 그래도 행동을 같이 할 수 있는 건, 둘 다 본성이 착해서 그런가……」
프리실라:「―”검성”이 선인이라니, 우습구나」
스바루:「으앗!? 도, 돌아왔구나. 설마 다 봤냐」
프리실라:「그걸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 라인하르트도 소첩을 눈치채고돌아간 것이야」
프리실라:「그보다도, 소첩은 그대의 보는 눈이 없음에 걱정이 되는구나」
스바루:「보는 눈이 없다니, 방금 했던 말 말야? 뭐가 이상한데?」
스바루:「그 라인하르트가 착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세상 누가 착한 사람이겠냐?」
프리실라:「좁은 식견, 따분한 가치관, 하찮은척도. 그것만으로 만사를 재지 말거라, 잡것」
프리실라:「소첩이 보기에는, 좀더 흉악한 것이니라. 선악이라던가, 결코 단순한 시선만으로 잴 수 있을 만한 존재가 아닌지고」
스바루:「…………」
프리실라:「역시 잡것은 잡것. 네 녀석의 눈엔 본질이……」
스바루:「저기, 이것저것 신랄한 코멘트는 감사합니다만……」
프리실라:「무엇이냐?」
스바루:「그, 양손이 젖어 있는데」
프리실라:「……아아. 그렇구나. 평소에는종자를 데리고 있으니, 깨닫지 못했느니라」
스바루:「그래도 손수건 정도는 갖고 다……야, 그만둬! 어디다 닦는 거야!」
프리실라:「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것을 고른 것이야. 잡것 주제에 아까운 옷이구나. 그 궁정 광대도 나쁘지만은 않은 취미구나」
스바루:「내, 내 옷이!」
…저주 발동…
프리실라:「겸해서, 입술연지도 다시 칠해야겠구나」
쪽.
스바루:「켁―! 무슨 짓이야!? 옷 목덜미에……에밀리아찡한테 오해받는다고!」
프리실라:「옷에는 입술연지……남자의 훈장인 것이니라. 자랑스럽게 보이는 것이좋아」
스바루:「누가 하겠냐! 저기요! 물수건! 물수건 주세요―! !」
...........................................
프리실라:「그래서, 어찌하여 소첩을 이런 곳에 데려왔느냐?」
스바루:「뭐, 눈 감아 달라고」
스바루:「펠트는 눈감아 줬지만, 다른 수색대들은 어떨까?」
스바루:「여기라면 사람 눈도 안 닿을 테고. 너라면 이런 델 돌아다닐 거라곤꿈에도 못 꿀 테니까」
프리실라:「일리는 있구나. 과연, 소첩같은 고귀한 존재가, 이렇게 더러워빠진 빈민굴을 거닐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겠구나」
프리실라:「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것뿐인 것이야. 이런 곳에서, 소첩의 지루함이 해소되리라곤 생각되지 않느니라」
스바루:「원하는 것만 다 챙길 순 없으니깐 말야. 일단은 숨는 걸 우선해야되니까」
프리실라:「아하핫, 과연, 재미있구나. 그 목과 몸뚱아리가 떨어져 있다면 좀더 유쾌한 그림이 되겠구나」
스바루:「잠깐만 기다려, 기다리라고! 살기가느껴진다고!」
…………
프리실라:「무엇이냐, 이 곡은?」
스바루:「시, 신이 도우셨다……! 아마어디선가, 누가……」
프리실라:「……재미있구나. 지루한 궁중의 음악과는 다른 것이야」
프리실라:「어디, 지루함도 달랠 겸 가 보자꾸나」
스바루:「아―! 얌전히 못 있는 거냐! 말괄량이같이! 젠장!」
……………………
람:「정말, 얼마나 폐를 끼쳐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렘:「그렇지만, 언니. 스바루씨도 원해서 프리실라님과 같이 계시는 건……」
람:「렘, 정말로 바루스가 있는 곳은 모르는 거지?」
렘:「……네. 렘도 잘 모르겠어요」
람:「그래. 어쩔 수 없네. 람의 천리안으로도 찾아낼 수 없었구나. 정말로 귀찮은 녀석이네」
아나스타시아:「여기저기서 봤단 사람은 많은 기라. 그래도 자꾸만 코앞에서 놓쳐버리는 것 같데이」
아나스타시아:「나츠키군한테 그런 재능이 있는 것 같진 않데이. 역시 그 공주님때문이라」
율리우스:「그리하오나, 그렇게나 눈에 띄는 분이십니다. 계속 도망치는 것에도 한도가 있겠지요」
에밀리아:「스바루랑, 프리실라……무사했으면 좋겠는데……」
렘:「스바루씨……」
크루쉬:「목격자들의 증언만으로만 보자면, 둘에게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은 낮구나」
에밀리아:「……그런 거야?」
크루쉬:「가게에서 링가를 사는 모습이나, 중앙 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놀았다는증언이 있었다. ……태평하구나」
페리스:「와~, 엄청 사이좋네용!」
에밀리아:「링가랑, 공원……그래, 잘됐다. 둘 다 배도 고팠을 테구, 사이좋게 지내고 있구나」
렘:「에, 에밀리아님. 그런 감상을 말씀하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에밀리아:「―?」
크루쉬:「에밀리아, 만에 하나의 질문이다만.나츠키・스바루와프리실라・바뤼에르는, 막역한 사이인가?」
에밀리아:「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야……특별히 사이가 좋진않다고 생각해」
크루쉬:「이번에, 프리실라・바뤼에르가 나츠키・스바루를 데리고 간 이유다만……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건가」
에밀리아:「걱정이라니, 엄-청 과장이야. 스바루는 겁없이 사람들한테 말을 거는 아이니까, 프리실라랑도 사이좋게될 수 있었던 걸까」
에밀리아:「나는, 그, 프리실라랑은그다지 친해질 수가 없었으니까, 조금 부러워」
크루쉬:「개인의 인상을 늘어놓아도 주제로부터 벗어난 것일 터……알았다. 나의생각이 지나쳤던 모양이다」
페리스:「그래요그래요. 너무 깊게 생각하신 거라니까용. 스바루큥이 그렇게까지 머리가 휙휙 돌아갈 사람이라곤 생각 안 해용」
페리스:「그치만, 허투루 볼 순 없겠넹. 에밀리아님이랑렘을 두고, 프리실라님이랑 사이좋게 되다니~」
렘:「……우우」
에밀리아:「그치만, 진짜 안심했어. 심사는중단됐지만, 둘이 무사해서……」
에밀리아:「남자애랑 여자애 둘이서니까……그래! 그냥 “데이트”하고 있는 걸꺼야……」
렘:「―찾아냈어요. 스바루씨가 계신 곳을 알아냈습니다」
아나스타시아:「엄마야, 난데없이 자신만만하네. 갑자기왜 그라노?」
크루쉬:「사실이라면 고맙지만……어떻게, 알 수 있는 거지?」
렘:「알수 있어요. 그야……」
렘:「……스바루씨의향기가 나니까」
크루쉬:「향기? 그건 무슨……아니, 됐다. 지금은 두 사람을 붙잡는 것이 먼저다」
람:「……하아. 정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