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끝판을 깼구요....
플레이하면서 느낀 몇가지 아쉬운 점 및 팁 등을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장점은 역시 스토리겠네요. 창세기전2의 스토리야 워낙 정평이 나있고 원작에서 중간중간에 구멍이 난 부분들(강철의 거신이나 신비전대 챕터에서 흑태자와 번스타인의 재회 등등....)을 훌륭하게 메꿔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원작은 90년대 특성 상 내적 묘사보단 스토리를 치고 나가는 쪽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는데 이번 작에서 각 캐릭의 심리묘사를 잘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단점도 스토리입니다.
뭔 말인고 하니.... 원작 2 때부터 생각한 거긴 한데 이 게임의 스토리는 사실 SRPG 장르와는 별로 맞지가 않는 거 같습니다.
흑태자가 주인공이긴 한데 마검소환 전(편의상 1부)에서는 전쟁의 주역이라기 보다는 조력자의 위치에 가깝습니다. 게임 내 역할도 다크아머에 정면으로 맞서는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라시드와 이올린을 도와주는 별동대의 입장이지요. 문제는 별동대인 GS와는 별개로 본대의 입장도 인 게임으로 구현되어야 스토리상 헛점이 없고 실제로 구현도 되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시점이 이리저리 이동하고 이 때문에 집중해서 육성하기가 난감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건 흑태자의 다크아머군과 라시드의 실버애로우군이 정면으로 맞붙는 2부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군상극적 요소 덕분에 육성의 요소가 없다시피 합니다.
크게 흑태자 시점, 라시드 시점(이올린시점 포함), 기타 등등 시점(카슈미르나 커티스독립군, 비프로스트세력 등등)으로 나뉘어지는데 제각각 시점의 주역들이 다른 게임으로 치면 끝까지 육성할 수 있는 파티를 이룰 수가 있습니다. 캐릭이 너무 많죠.
마지막 전투에 나서는 건 흑태자, 라시드, 랜담, 카심, 알시온 이렇게 다섯인데 카심은 사실상 육성이 불가능하고(키울 수 있는 시기가 너무 짧음), 랜담, 알시온, 라시드 역시 2부 들어서는 거의 육성이 불가능합니다.
스토리 상 등장하는 캐릭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이 각각의 캐릭이 전부 매력이 있는 캐릭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캐릭이 너무 많아 집중해서 누굴 키우기가 참 난감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원작에서부터 그랬죠. 그나마 이번 리메이크는 레벨링이라도 시원시원하게 되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또다른 장점은 선빵의 손맛입니다. 모험모드에서 적 심볼에게 다가가 선빵을 치면 적군이 데미지를 입은 상태로 전투에 돌입하지요. 전 개인적으로 이 손맛이 꽤나 좋더군요.
마지막 장점은.... 육성 요소가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캐릭터 키우는데 그다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그냥 출전시킬 수 있는 캐릭 중에 구색 맞춰서 내보낸 다음 적당히 때려부수면 클리어가 됩니다. 원작에서는 잘 안키우게 되는 애들로 클리어해야 하는 챕터가 몇개 있어서 골떄리는 상황이 발생했지만(대표적으로 비프로스트의 내전 챕터. 이 챕터의 주역이 스트라이더와 죠엘인데 둘다 잘 안키우게 되는 애들이지요. 그나마 사라가 강해서 클리어는 가능하지만 얘는 1챕터에서나 잠깐 써봤던 애라 키워놓고 자시고가 없죠) 이번 리메이크는 몇 챕터 지나면 저절로 렙업이 되어 있어서 딱히 미리 누구를 키워놔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죠. 적군 역시 아군의 레벨에 맞춰 레벨링이 되어 있기 때문에 레벨업에 굳이 목매달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엔딩 기준 40 이상만 되면 스킬이나 승급도 거의 다 개방이 되기도 하구요.
단점으로는..... 모험모드의 존재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 모험모드가 필요한 챕터가 몇개 있었던 거 같긴 한데요... 가령 회색의 레인저 챕터나 탈출, 실버애로우챕터에서 GS사이드 진행 같은 경우에는 모험모드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몇몇 챕터에서는 그저 플레이타임 늘리기용인지는 몰라도 관성적으로 모험모드가 들어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령 법국의 수호자(원작의 템플러즈) 챕터같은 경우 에리히 반란 후 랜담이 탈출하는 상황에서 모험모드가 3번이나 있는데 사실 원작에서는 전투맵 하나로 묘사했었고 본작에서도 하나의 모험맵으로만 구성했어도 괜찮았을 거 같습니다.
모험모드에서는 주로 돌아다니면서 아이템을 줏어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이템이란게 거의 대부분은 쓸모가 없습니다. 회복약이나 오일같은 경우에는 전 거의 써보지를 않았구요.... 무기나 방어구 같은 경우에도 몇몇을 제외하곤 현재 장비 중인 템보다 나은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도 맵 전체에 걸쳐 상자가 하나도 안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처음 플레이할 때에는 당연히 모르니까 맵 전체를 구석구석 찾아보게 됩니다. 앞서 말한 부분과 시너지를 일으켜 굉장히 플레이를 루즈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더군다나 모험모드에서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다음 맵으로 넘어갈 시 이전 맵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몇몇 시나리오에서 맵을 돌아다닐 수 있긴 한데 그래봐야 적이 리젠되진 않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모험모드와 비슷한 단점은 해상모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추적 챕터(원작에서는 없던 시나리오였죠)는 카림이 베라딘의 위험성을 알아채고 이를 외부에 알리려다 실패하는 시나리오인데 이 카림을 쫒아 알시온 일행이 바다 위를 이리 저리 돌아다닙니다. 문제는 그렇게 급하다는데 해적잡이나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해적 잡는 해상 모드가 끝도 없이 나옵니다. 얘네들이 해적잡으로 나온 건지, 카림 찾아 나온 건지 알수가 없는데.... 이 시나리오가 전체 스토리 전개에 끼치는 영향이 거의 없음을 생각하면(결국 카림이 알시온과 접촉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에 굳이 이만한 시간을 쏟아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알시온 팀에서 꼭 키워야 하는 애들이 있는 거도 아니고......
또다른 단점은 느린 템포입니다. 묘하게 인풋렉이 있는 거도 그렇고 스피디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은 아니죠.
다음 단점은 협공 및 반격의 랜덤성입니다. 이게 생각보다 짜증나는게.... 육성의 요소가 있지도 않지만 그나마 막타는 A로 치고 싶다 하는 경우에.... B를 이용해 적군을 실피로 만든 후 A로 막타를 치려고 빌드업을 하는데 B의 공격 후 난데없이 C가 협공을 걸어 막타를 친 후 경험치를 가져가버립니다. 슈퍼로봇대전에도 비슷한 원호 시스템이 있긴 한데 이 원호 시스템은 확률이 아니라 확정이고 대신 설정을 해줄 수가 있지요. 원호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반격도 마찬가지구요. 개인적으론 협공의 경우에는 공격 시 발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면 보다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단점이라기보단..... 원작을 답습한 단점으로는 동맹군의 존재입니다. 이건 그나마 원작보다는 완회된 거긴 한데... 여전히 막타 치고 경험치를 뻇어가는 동맹군을 보면 왜 흑태자가 동맹 따위 만들지 않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최대의 단점은..... 일러스트도 흑태자 투구도 뭣도 아닌..... 흑태자가 아수라를 오른손으로 들고 있더군요.... 갑옷 모양이나 투구 모양(혹자는 유니콘 건담이냐고 욕하긴 하더라만....)은 아무래도 좋지만..... 아수라를 오른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신경이 쓰이더군요.
한편 원작보다 확실하게 퇴보되었다고 보는 부분은 전투 스케일입니다. 1부 하이라이트인 임페리얼 요새전은 적군은 한 100명 정도 나오고 아군도 한 30~40명 정도 꺼낼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시에 이틀에 걸쳐 플레이했던 기억이 나네요.... 폭풍도에서 이루스나 칼스와 대적하는 전투에서는 실버애로우와 다크아머의 모든 아군을 다 꺼낼 수 있고 적군 역시 지금껏 나왔던 네임드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진짜 전쟁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면 이번 작은 한번에 10명 이상 꺼낼 일도 잘 없고 적군 역시 한 전투 당 30명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전투 맵도 좁죠. 떄문에 설정 상 대회전인데도 불구하고 전투의 규모는 게릴라전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전투 규모를 보완하기 위해 모험모드를 만들고 곳곳에 적군 심볼 인카운트를 배치한 거 같긴 한데.... 아무래도 원작의 스케일에 비할 부분은 아닐 뿐더러 앞서 말한 모험모드 자체의 루즈함과 시너지를 일으켜 굉장히 게임을 루즈하게 만들게 합니다.
플레이상 팁을 말씀드리자면..... 앞서 모험모드의 단점 부분에서 말씀드린 거와 상충하긴 하는데.... 그래도 모험모드에 들어가시면 맵을 구석구석 찾아보시고 적군도 가급적 다 잡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이 게임은 적을 잡아봐야 푼돈밖에 못버는데 아이템은 많이 비쌉니다. 제일 비싼 발뭉이 220,000 엘드 정도 하니까요..... 결국 에딜륨을 많이 찾아서 팔아먹는 방법 외에는 돈벌이 방법이 전무합니다. 에딜륨은 모험모드에서 줍줍하는 거 외엔 구할 방법이 없으므로 루즈함을 이겨내고 맵을 탐험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이거 외엔 별 팁도 없습니다. 워낙 전략성이란게 없는 게임이라.....)
플레이 소감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원작의 상당 부분을 보강한 부분에서는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원작에서는 이올린이 흑태자를 찔렀지만(도트 그래픽이라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리메이크에서는 흑태자가 이올린을 끌어안듯 이올린의 칼에 몸을 던지더군요. 세상을 위한 흑태자의 희생과 이올린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재해석도 괜찮은 묘사인거 같습니다.
원작의 텍스트나 워딩은 그 당시 기준으로도 중세 판타지보다는 무협지에 가까운 인상이었는데 이러한 부분들도 싹 다 변경이 되었더군요.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주 내에서의 재해석이라 괜찮았던 거 같습니다.
또 마지막에 음모의 여신 베라모드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2에서 냉혈한 재상 베라딘과 파트2의 베라모드 간의 괴라가 있었는데(특히 이도경님 소설에서는 베라딘과 아이린이 동침을 했다는 듯한 묘사도 있었어서......) 이걸 이렇게 연결시킬 줄은 몰랐네요....
GS, 사라, 스트라이더 3명의 우정에 대한 묘사도 좋았습니다. 원작에서는 회색의 레인저 챕터에서는 서로 존대하는 등 별로 안친해보였는데 리메이크에서는 세명의 우정에 대해 보다 세밀하게 묘사해서 흑태자도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점.... 까진 아니지만 흑태자의 먼치킨성은 원작보다 심해진 거 같습니다. 분명 카탈로그 스펙은 다른 강캐들보다 월등하다고 보기는 어렵죠.... 가령 2회이동은 흑태자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후반 주력무장인 흑도(아수라는 거의 최후반에야 꺼내드는지라.....)보다 강력한 무장을 가진 애들도 몇몇 있고.... 체력 역시 원작에서는 아론다이트(체력1000)의 1.5배에 육박했으나 리메이크에서는 그 정도 까진 아니고..... 기술도 연, 살, 혼 밖에 없고.....
그런데도 희한하게 다른 캐릭으로는 절대 안되는 1인 무쌍 플레이가 흑태자로는 가능하더군요. 거의 후반에는 아토믹 블래스트 2연타로 모든 전투를 클리어한 거 같은데.... 원작에서도 아수라파천무 무쌍이 가능하긴 했지만 원작 자체가 다들 몸빵이 약했고 흑태자도 예외는 아니었던지라 자칫 잘못하면 집중포화맞고 골로 가는 경우가 없었던 건 아닌데 리메이크에서는 그럴일 자체가 없네요....
쓰다보니 단점은 게임성에 대한 부분이고 장점은 스토리에 대한 부분이네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창세기전이 지향하는 인간 찬가적인 요소는 확실히 챙긴 거 같습니다. 원작을 안해보신 분이나 창세기전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 권해드릴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원작을 재밌게 하신 분들이라면 추억에 빠지게 할 만한 게임인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디 이번 게임이 잘 되서 서풍의 광시곡까진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회잔 시스템을 잘만 다듬으면 오히려 서풍이나 3에 잘 어울릴 거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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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나비평원 말씀하시는 거지요??? 저는 훈장질해서 진무대지파열을 미리 얻어놓고 기력템으로 빨리 기력 채워서 때웠습니다. 후반에 전부 렙40 통일되어 있는 거 보고 초반에 죠엘 키울려고 막타 몰아줬던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더군요. | 24.01.08 15: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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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작에서는 왼손으로 칼을 잡죠. 원작 자체가 당시로서는 드물게 왼쪽 오른쪽 도트를 따로 찍어서 확인 가능한 부분이지요 | 24.01.08 17: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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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원작 도트말이군요 그 번스타인 칼스 머리색 바뀌어 있듯이 대애충 넘어가는게.. | 24.01.08 17:5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