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그래픽 디지털 셀럽 등장, 유니티 코리아 홍보 모델 ‘수아’ 인터뷰
일본의 유니티짱(좌), 한국의 수아(우)
유니티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꼽으라고 한다면 '유니티짱'이 있다. 금발 머리, 커다란 연두색 눈, 주황색과 파란색이 강조되는 개성 넘치는 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유니티테크놀로지스 재팬 공식 홍보 모델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게임 엔진 개발 연습용 모델로 무료 제공되며, '유니티짱 셰이더'라는 전용 셰이더가 있을 정도로 오랜 세월 유니티을 홍보해 왔다.
최근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에도 ‘유니티짱’과 같은 유니티를 홍보하는 대표 캐릭터가 생긴다는 것이다. 캐릭터 이름은 ‘수아(SUA)’로, 마치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할 법한 외형을 하고 있는 ‘유니티짱’과 다르게 실제 인간과 다를 바 없는 현실적인 외모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수아’는 유니티 엔진 실시간 렌더링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휴먼’이다. 미리 녹화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특정 동작을 취할 수 있음은 물론, 모션 캡처를 통해 현실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따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아’가 가진 의미는 무엇이고, 앞으로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홍보 캐릭터로서 보여줄 활동은 무엇일까? 수아를 탄생시킨 수아 디지털 김형일 대표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봤다.
수아 디지털 김형일 대표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김형일: 안녕하세요. 수아 디지털 대표를 맡고 있는 김형일입니다. 디지털 휴먼 ‘수아’를 만들고 있습니다. 과거 게임업계에서 3D 캐릭터 아티스트로 활동한 적이 있는데, 그 경험을 살려 수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수아가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를 대표하는 홍보 모델이 됐다. 소감은?
김형일: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유니티 엔진으로 움직이는 실사 그래픽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3D 모델링을 맡고 있는 이규택님과 함께한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였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아는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만든 캐릭터인지?
김형일: 최초 콘셉트는 수아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K-POP 아이돌 스타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캐릭터 연기해줄 연기자도 구해 춤과 노래도 시도해 봤죠. 그런데 어느정도 캐릭터가 완성되고 나니 콘셉트와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민하던 찰나 수아가 유니티 코리아 홍보 캐릭터로 활동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유니티 홍보대사로 활동이 ‘수아’라는 캐릭터가 완성돼 가는 과정이 될 것 같네요.
수아는 K-POP 아이돌 스타를 콘셉트로 만들어 졌다.
● 일본의 ‘키즈나 아이’, 한국의 ‘세아’ 등 유명 버츄얼 셀럽은 대부분 애니메이션 풍 외모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반면 수아는 실제 인간과 다름없는 현실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모델인 만큼 생소한 느낌을 줄 것 같은데, 수아만이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이 있을까?
김형일: 미소녀 캐릭터, 저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키즈나 아이’ 같은 미소녀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미소녀’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이미 시장에 많이 나와 있었고,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비주류에 속합니다. 그래서 반대로 리얼한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제작하게 된 것이 수아입니다.
수아는 실제 존재할 법한 디자인의 옷을 입기도 하고, 이쁘게 꾸미기 위해 화장을 하기도 합니다. 일반인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수아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는 게임업계 3D 캐릭터 아티스트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새로운 형태의 개발에 발을 들이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 지, 또 개발 과정에서 유니티 엔진의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김형일: 유니티 엔진은 3D 아티스트로 활동할 때부터 개인적으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특히 아티스트도 C#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춘다면 스크립트를 이용해 간단하게 개발을 해볼 수 있기 때문에 작업 효율성이 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루기 쉽고 손에 익숙한 엔진을 선택한 거죠. 점점 캐릭터 퀄리티가 올라가고, HDRP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전문적인 기반 지식이 요구돼 고생하긴 했습니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수아, 실제 살아 숨쉬는 듯한 리얼함을 보여준다.
● ‘디지털 휴먼’이란 무엇이고,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김형일: 말 그대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사람과 흡사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매력이 있다면 진부하지만 아프거나, 지치거나, 나이를 먹거나 하지 않으면서 사람이 할 수 없는 것들이 가능한 점이려나요. 옷을 순식간에 갈아 입거나, 스튜디오에서 사막으로 순간이동 한다거나, 손에서 불이나 레이저가 나가거나 말이죠.
특히 수아 같은 실시간 렌더링 기반 디지털 휴먼은 개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렌더링으로 제작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수정사항을 반영하기도 힘듭니다. 반면 수아는 리얼타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정사항이 나오면 바로 반영할 수 있고, 유지보수에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죠. 실제로 수아는 유니티 엔진을 통해 실시간 렌더링 되고 있습니다.
● 수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김형일: 실시간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고가의 캡처장비가 필요합니다. 프로젝트 시작 당시 저렴한 장비로만 구성했는데, 캐릭터 퀄리티를 올릴수록 장비 성능이 따라오질 못하더군요. 그렇다고 고가의 장비를 선뜻 구매하기엔 수천만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니 고민이 많았습니다. 굳이 어려움을 따지자면 역시 ‘돈’일 것 같네요.
● 반대로 재미있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김형일: 프로젝트 초반에 기획을 몇 번이나 뒤엎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커졌습니다. 어느 날 SNS에서 수아를 본 한 포르투갈인이 ‘수아’는 포르투갈 언어로 ‘너희’라는 뜻이고, 현지인에게는 굉장히 친근한 말이라고 말해 주더군요. 그때부터 ‘여러분들의 수아’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유니티 엔진을 통해 실시간 렌더링 되고 있는 수아
SNS 등 커뮤니티 반응을 통해 힘을 얻었다고
● 실제 인간을 닮은 가상의 캐릭터를 논할 때 항상 거론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불쾌한 골짜기’다. 수아는 그런 ‘불쾌한 골짜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각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김형일: ‘불쾌한 골짜기’ 극복에 대한 내용은 방대하고, 전문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어 이 자리에서 전부 말씀드리긴 힘들 것 같네요. 이론 자체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잘 만들면 됩니다. 사람은 사람답지 않은 부분을 굉장히 잘 찾아냅니다. 분야에 정통하지 않은 일반인도 잘 캐치해 내죠.
각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사람과 똑같이 보이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점이겠네요. ‘불쾌한 골짜기’가 발생하는 것은 ‘잘 못 만들었기 때문’이니까요. 불쾌한 골짜기 극복보다 어려웠던 것은 현실적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어색하지 않아도 사랑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 수아는 3D 스캔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조각해서 만들었다고 들었다. 그만큼 제작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 같은데
김형일: 우선 3D 스캔은 자금 문제가 발생합니다. 돈도 많이 들지만 완벽한 황금 비율을 가진 모델을 섭외하는 것이 아닌 이상 큰 의미가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지금부터 새로 모델을 작업한다고 한다면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한 2달 정도?
● 모델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추적해서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점도 대단하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사용된 것인지?
김형일: 이미 널리 사용 중인 플러그인들을 활용한 것입니다. 물론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캐릭터에 맞는 추가 스크립트를 짜 넣어 만들었습니다. 현재 추적 장치는 얼굴과 표정은 ‘아이폰 X’로, 몸은 ‘퍼셉션 뉴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션 캡처를 통해 움직이는 수아
완성도 높은 모델링, 표정과 행동을 통해 마치 살아 있는 인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수아 같은 디지털 휴먼을 실시간으로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PC 및 카메라 성능은 얼마나 되는지?
김형일: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되는 카메라와 게이밍 PC로도 무리 없이 시뮬레이션 할 수 있습니다. 각종 충돌 설정을 제외한다면 모바일 기기로도 충분합니다.
● 그렇다면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 수아 같은 디지털 휴먼을 연기할 수 있을까?
김형일: 디지털 휴먼이라는 자체가 일반인이 손을 대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적용은 아무나 가능한 데, 제대로 사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거든요. 구동이 쉽다고 해도, 모델에 맞는 별도 코딩이 필요하고, 촬영을 위한 전용 장비 및 스튜디오도 필요합니다.
현재 수아의 모션 캡처에 사용 중인 ‘퍼셉션 뉴런’조차 전문 영역으로 들어가면 테스트 수준 장치에 불과합니다.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면 할리우드 영화 특수 촬영에나 쓸 법한 고가의 쓰이는 장치를 써야하죠. 그런 장비는 정말 깔끔하게 잘 나오는데, 대신 필요 자금이 억 단위로 갑니다. 그만큼 일반인은 커녕 기업조차 덜컥 시도하기에 부담이 큰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앞서 언급한 것처럼 ‘퍼셉션 뉴런’ 같은 모션캡처 장비는 일반인이 덜컥 구매하기 쉽지 않다. 비교적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오큘러스, 바이브 등 VR HMD 장비도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김형일: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그런 장비는 머리, 손, 발 등 대략적인 부위의 위치는 추적해도 정작 세밀한 동작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관절'을 추적할 수 없습니다. 팔꿈치 같은 부분이 제대로 따라오질 않거든요. 결국 캐릭터와 연기자가 다른 포즈를 취하게 되고, 원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힘듭니다. ‘디지털 휴먼’을 연기하려면 ‘퍼셉션 뉴런’ 이상의 전문 모션캡처 장비가 필요한 이유죠.
● 수아 프로젝트가 실제 산업에 활용된다면 어떤 모습이 기대되는지?
김형일: 수아의 최종 목표는 K-POP 스타가 되는 것입니다만, ‘디지털 휴먼’인 만큼 한계가 없기에 다른 영역에서도 활약할 수 있겠죠. 사실 중국에서는 이미 디지털 휴먼이 잘 쓰이고 있습니다. 디지털 아나운서, 아이돌, 홈쇼핑 같은 것이 있죠.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결합한 디지털 비서 같은 것도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가상 홍보 모델로 활동하거나, 최근 화제인 버츄얼 유튜버 정도가 있겠습니다. 국내에서는 그런 방면에서 아직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은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야 콘텐츠에 대한 관심 자체가 굉장히 낮은 편이죠.
● 수아가 앞으로 유니티 코리아 대표 캐릭터로 어떤 활동을 이어 나가게 될지 궁금하다.
김형일: 수아는 유니티를 널리 알리는 디지털 셀럽으로 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유니티 엔진이 타 게임 엔진과 비교해 렌더링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오해가 있는데, 이번 수아 프로젝트를 통해서 유니티 엔진의 뛰어난 렌더링 성능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고, 동시에 수아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니티 코리아 채널과 SNS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