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회귀이자 리부트, 프로듀서 겸 디렉터가 말하는 ‘발키리 엘리시움’
1998년 트라이에이스가 개발하고 에닉스가 발매한 PS1용 JRPG ‘발키리 프로파일’은,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한 흥미진진한 모험담과 개성 강한 등장인물로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주인공 레나스 발큐리아가 옆얼굴을 살짝 숙인 채 한 손으로 검을 늘어뜨리며 서있는 일러스트는 당시 콘솔 게이머라면 모르는 이가 없었을 정도. 그처럼 매력적인 캐릭터 외에도 RPG로서 완성도가 준수하였기에 PS1 황혼기를 장식한 명작으로 평가 받았고, 팬덤의 성원으로 2편 ‘실메리아’와 3편 ‘죄를 짊어진 자’까지 콘솔 타이틀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었다.
다만 제아무리 명작이라도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긴 쉽지 않은 일이고, 2000년대 초중반에 걸친 JRPG 침체기에는 더욱이나 힘들었다. 2008년 NDS로 발매된 ‘죄를 짊어진 자’를 끝으로 ‘발키리’ 시리즈는 점차 잊혀지는 듯했다. 그런데 마지막 콘솔 타이틀로부터 14년, 모바일 게임인 ‘발키리 아나토미아’를 쳐도 6년이 흐른 시점에서 갑자스레 부활이 기치를 올린 ‘발키리 엘리시움’이 공개된 것. 개발사는 솔레이유, 장르는 실시간 액션 RPG로 격변한데다 크고 작은 요소가 ‘발키리 프로파일’과 닮은 듯 다르다. 과연 ‘발키리 엘리시움’은 옛 명작의 계승자다운 완성도를 갖췄을까? 이에 본작의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콘토 타카히로 프로듀서 겸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눴다.
※ ‘발키리 엘리시움’의 보다 상세한 게임 플레이는 체험기(링크)서 확인하자.
●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콘도 타카히로 프로듀서의 소개를 부탁한다
: 앞서 반다이남코서 여러 PC, 온라인,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며 프로듀서로서 약 17년간 경험을 쌓았다. 당시에 주로 다뤘던 IP는 ‘기동전사 건담’, ‘드래곤볼’, ‘원피스’ 등이었다. 이후 2019년 스퀘어에닉스에 입사하여 현재는 ‘발키리 엘리시움’ 프로듀서 겸 디렉터를 맡고 있다.
● ‘죄를 짊어진 자’ 이후 14년 만에 ‘발키리’ 신작이다. 그 기획 배경이 궁금하다
: 2016년 선보인 모바일 게임 ‘발키리 아나토미아’의 반향이 컸던 게 주효했다. 아울러 최근 사내에서 과거 유명 IP를 부활시키자는 흐름이 강해져 ‘발키리 엘리시움’을 기획할 수 있었다.
● 기존 ‘발키리’ 시리즈와 매우 다른 스타일이다. 새로운 방향성을 택한 이유는
: 옛 방식의 JRPG도 검토하긴 했으나, 콘솔로 14년 만에 출시되는 신작인 만큼 시장의 변화를 고려하여 실시간 액션 RPG로 결정했다. 현재 프로듀서와 디렉터를 겸직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프로듀서로서 판단한 사항이다.
● 실시간 액션 RPG로 선회한 만큼, 전투 시스템에서 강조한 부분이 있다면
: 핵심은 발키리와 에인헤랴르의 공투, 그리고 속성 배틀 시스템이다. 기존 ‘발키리’ 시리즈에서도 존재하던 요소들을 적절히 계승하여 새로운 시스템에 녹아들도록 신경을 썼다. 또한 콤보를 쌓아 필살기로 마무리하는 방식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본작의 테마가 ‘원점 회귀’인 만큼 이런 부분에서 팬 여러분이 익숙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 전투 외적인 부분에서 기존 ‘발키리’ 시리즈를 계승한 부분은 없나. 서사가 궁금한데
: 기존과 세계관이 다른지라 앞선 ‘발키리’ 시리즈와 서사적인 관계는 일단 없다. 따라서 전작을 경험하지 못했더라도 플레이하는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미 눈치를 채신 분들도 있을 텐데, 전작의 특정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적이 등장하거나 익숙한 마법이 등장하거나 한다.
● 레나스 자매를 다시금 볼 수 없다니 아쉽다. 왜 기존 세계관을 이어가지 않는 건가
: IP 확장을 위한 결정이다. 기존 ‘발키리’ 시리즈는 시간 흐름에 따라 한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 이제 ‘발키리 엘리시움’을 통해 역방향으로도 뻗어가야 한다. 여타 IP를 보더라도 한방향으로 진행되는 작품은 그 자체의 가능성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본작을 통해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길 바란다. 이러한 고민들 끝에 레나스 자매는 등장하지 않는 세계관을 만들게 됐다.
● 그렇다면 ‘발키리 엘리시움’을 통해 들려주고픈 서사의 메인 테마가 무엇인지
: 이 세계가 지닌 부조리함,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버릴지 고민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왕도적인 판타지가 아니라 인간의 죽음이나 불우한 인생사를 직시하는 게 ‘발키리’ 시리즈의 특징이라 생각한다. 본편을 플레이하면 에인헤랴르의 과거가 밝혀지는 지점에서 이러한 매력이 더 진하게 느껴질 것이다.
● ‘발키리’ 시리즈하면 사쿠라바 모토이의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곡이 쓰이기도 했나
: 사쿠라바씨에게 ‘발키리 엘리시움’의 음악을 맡아달라고 직접 부탁했다. 사실 혼자 작업하기에 너무 많은 양이라 분업을 제안했는데, 꼭 직접 하고 싶다면서 전곡을 다 만들어줬다. 시리즈를 일신하는 작품인 만큼 기존 곡을 어레인지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사쿠라바씨 특유의 멜로디는 그대로라 ‘발키리’다운 정체성은 충분히 표현되었다.
● 워낙 오래되고 팬덤이 강했던 시리즈라, 이제와 신작을 만드는데 부담도 컸을 텐데
: ‘발키리’ IP를 어떻게 실시간 액션 RPG라는 새로운 장르로 재해석할지 고민이 정말 많았다. 기존처럼 파티원 여럿이 나왔다간 화면이 복잡해지고 조작도 엄청나게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 명의 발키리가 에인헤랴르를 소환하는 식으로 풀어냈다.
● 최초 발표부터 발매까지 상당히 빠른 일정이다. 그만큼 완성도에 자신이 있다는 건가
: 완성이 가까운 상황에서 발표한 게 맞다. 사내 QA팀이 버그 발생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중이므로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게임이란 근간을 잘 다져야 한다. ‘발키리 엘리시움’은 알파 버전부터 안정성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다.
● 주인공 발키리의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포함하여 물리엔진이 살짝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 머리카락을 포함한 물리엔진은 마지막까지 신경 써서 조정하는 중이다.
● 메인 스토리를 끝낸 후 스테이지에 재진입하여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라 번거롭다
: 의도된 사항이다. 메인 스토리 도중에 서브 퀘스트까지 완수할 순 없고, 다시금 해당 스테이지에 진입하여 진행해야 한다. 메인 스토리에 집중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설정했다.
● ‘발키리 엘리시움’의 전체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 대력적인 플레이 타임이 궁금하다
: 아마도 기존 ‘발키리’ 시리즈를 즐겼다면 예상했을 텐데, 이번 작품도 멀티 엔딩을 채택했다. 그 모든 엔딩을 다 보려면 20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다.
● 끝으로 ‘발키리 엘리시움’을 기대하는 뭇 한국 게이머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 “‘발키리 엘리시움’은 14년 만에 콘솔로 출시되는 시리즈 최신작이자 실시간 액션 RPG로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입니다. ‘원점 회귀’를 테마로 삼으면서도 리부트에 가까운 기획으로, 기존 시리즈 팬덤과 새롭게 접하는 게이머들 모두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모쪼록 많이 즐겨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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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