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현 국무총리에 이은 임기 중 두 번째 총리 후보자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지명하면서 원자력발전(원전)에 대한 정부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정 후보자는 과거 산자부 장관 시절 원전에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이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 등 검증 과정에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산자부 장관을 역임했다. 산자부는 오늘날 산업통산자원부의 전신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국내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다.
정 후보자는 당시 청문회를 앞두고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견해가 무엇이냐”는 의원들의 서면 질의에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13년 전에 채택된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를 보면 그는 “원자력발전은 공급 안정성, 친환경성, 경제성 측면에서 그 어느 에너지보다 설득력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기후변화 협약 발효 등으로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원전 가동으로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목표 달성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 후보자는 원전 신규 건설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원전 신규 건설은) 안전성과 국민 이해도를 제고하면서 적정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로 운을 뗀 그는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시민·환경단체에서 사회적 공론화를 요구하는 등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원전 건설 시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되 기존에 잡힌 원전 건설 계획은 차질 없이 이행하는 게 맞는다는 철학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자는 1975년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 18년 넘게 재직하며 상무까지 오른 기업인 출신이다.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5년 정계에 입문해 국회의원 6선을 기록했고 현 20대 국회 들어선 전반부(2016∼2018) 국회의장도 지냈다.
그를 산자부 장관에 임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풍부한 기업 활동 경험으로 실물경제에 밝고 경제 전반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이 직접 정 후보자 지명 소식을 발표하며 든 이유와 비슷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을 지낸 분이 대통령 밑 행정부 ‘2인자’로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부정적 입장이어서 총리로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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