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정 전 의장 지역구인 서울 종로에 누가 출마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낙연 총리와 정 후보자가 바통터치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 총리가 당으로 돌아오면 총선 출마 의사가 있는지 먼저 확인을 해야 한다”며 “직접 출마가 아니더라도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이기 때문에 선거 유세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총선 때 함께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이 총리가 지역구 출마를 원하는지, 원한다면 어느 지역을 염두에 두는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호남 지역구에서 내리 4선(16∼19대)을 지냈기 때문에 다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수도권에 기반을 잡는 것이 대권으로 가는 데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과 지난 2년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생활하며 터를 잡았던 이 총리의 종로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종로는 부촌이 많아 보수색이 짙은데 이 총리는 민주당에서도 상대적으로 중도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총리가 종로에 걸맞은 인물이라는 얘기다.
이 총리가 종로에 출마하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빅매치’가 성사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황 대표는 당 내에서 영남보다는 수도권에 출마하라는 요구를 강하게 받고 있다.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전 여의도연구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총리와 황 대표 모두 전국 유세에 집중하려면 종로 출마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종로에 기반이 확실한 후보군이 아니어서 남은 유세 기간 ‘올인’해야 하는데 종로를 벗어나 다른 지역 유세를 도우면 되레 본인이 떨어져 대권으로 가는 길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서다.
이 총리가 지역구 대신 비례대표에 출마하는 쪽에 무게를 싣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총리가 비례대표를 선택하면 민주당에서는 최근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복귀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한국당에서는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접을 경우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대구를 포기하고 험지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종로구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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