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선캠프 초기 좌장 맡아
사상 최대 실적 낸 손병환 회장
금융당국 부정적 기류에 연임 좌절
신한금융회장 이어 정부 입김설
금융권 “낙하산 인사 신호탄” 평가
금융노조 반발… “저지투쟁 전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석준(사진)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 정권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잇따라 예정된 다른 금융사에도 전직 관료 등 ‘올드보이’들이 낙하산 인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12일 이 전 실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의 첫 관료 출신 금융지주 CEO가 된 이 전 실장은 손병환 현 회장의 뒤를 이어 내년 1월1일부터 향후 2년간 농협금융을 이끌게 된다.
1959년 부산 출생인 이 전 실장은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이명박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박근혜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 작업에 관여했으며,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초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낸 손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고 봤다. 2020년 3월 NH농협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9개월 만에 지주 회장에 오른 손 회장은 2012년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래 사실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다. 농협 출신인 초대 신충식 회장은 3개월 만에 물러났고, 이후 신동규·임종룡·김용환·김광수 전 회장까지 모두 옛 재무부 관료 출신들이 수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최근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면서 전직 관료 출신인 이 전 실장이 최종 낙점됐다. 이에 농협금융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의 의중 변화가 있었다는 후문이 나온다.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허용하는 법 개정 등 여러 현안을 앞둔 상황에서 정권에 가까운 관료 출신의 인사를 선호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 사례를 낙하산 인사의 신호탄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미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정부 입김이 커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신한금융 차기 회장에는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현 회장 대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낙점됐다. 조 회장은 ‘세대 교체’ 등을 강조하며 스스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와의 교감설 등 눈치 보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도 불투명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펀드를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한 우리은행에 대해 업무 일부 정지 3개월,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하마평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 윤석열정부 들어 금융 당국은 연일 금융지주 및 은행권 인사와 관련해 관치금융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이 소송을 통해 연임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관치금융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아 CEO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금융권에서 관치·낙하산 인사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자녀 관련 특혜 의혹을 받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임기 만료를 5개월 앞두고 지난달 사퇴했는데, 차기 회장으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등 외부 출신 인사가 거론된다. 내년 1월2일 임기가 만료되는 기업은행장 자리에도 관료 출신 외부 인사인 정은보 전 금감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자주 거론된다.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 내부 인사의 이름도 나오지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선임된다.
노조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10만 조합원 단결 대오로 낙하산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의 최종 후보는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등 3명으로 압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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