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한 브룩스 켑카(32·미국)의 별명은 ‘메이저 사냥꾼’이다. 2019년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2연패하는 등 통산 8승중 4승을 메이저에서 쌓은 덕분이다. 하지만 그해 10월 켑카는 고질적이던 왼쪽 무릎 슬개골 부상이 악화돼 수술을 받으면서 질주를 멈췄다. 재활에 전념한 그는 지난해 2월 피닉스오픈 우승으로 완벽한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한달 뒤 다시 부상의 악령이 그를 덮쳤다. 이번엔 오른쪽 무릎이 문제였다. 슬개골 탈구와 인대 손상 진단을 받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고 말았다.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긴 부진에 빠진 켑카가 탈출구로 선택한 것은 사우디아리비아 국부펀드 자본으로 출범한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다. 지난 7월 2차 대회때부터 LIV 시리즈에 합류한 켑카가 6번째 출전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며 화려한 부활에 성공, 상금 475만달러(약 68억원)의 ‘잭폿’을 터뜨렸다.
켑카는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로열 그린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LIV 시리즈 7차 대회(총상금 2500만달러) 최종3라운드에서 한 타를 더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 198타를 기록했다. 켑카는 피터 율라인(미국)과 동타를 이뤄 3차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버디를 낚아 승리를 확정하며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개인전 우승 상금은 400만달러(약 57억6000만원). 켑카는 지난주 태국에서 열린 6차 대회에서 처음으로 개인전 톱10(9위)에 진입하더니 기세를 몰아 첫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켑카는 단체전에서도 친동생인 체이스 켑카, 율라인, 제이슨 코크랙(이상 미국)과 팀을 이뤄 우승을 합작, 75만달러를 추가로 챙겼다. 켑카는 경기 뒤 “지난 2년은 즐겁지 않았고 긴 여정이었다”며 “다시 뛸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는데 이렇게 돌아와 우승하니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호아킨 니만(칠레)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최종합계 11언더파, 더스틴 존슨과 매슈 울프(이상 미국), 폴 케이시(잉글랜드)가 10언더파로 공동 상위권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로 개인전 경쟁은 마무리됐다. LIV 시리즈는 개인전 시즌 성적을 합산해 1∼3위 선수에게 보너스를 주는데, 존슨이 이미 1위를 확정해 1800만달러를 확보했다. 2위 브렌던 그레이스(남아공)이 800만달러, 3위 율라인이 400만달러를 벌었다. 이달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개막하는 시즌 최종전은 단체전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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