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1차전서 결승 적시타
팀 8-4 승리 견인… MVP 선정
2차전 선발 요키시vs벤자민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쌀쌀한 가을바람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유독 가을이 되면 실력 발휘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선수들은 팀이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야구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2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에 나선 키움 내야수 송성문(26)도 가을이 반갑다. 지난해까지 PS 통산 타율이 4할이 넘을 만큼 가을이 되면 방망이에 불꽃이 튀는 덕분이다.
다만 송성문의 올해 정규리그 타율은 0.247에 그쳤다. 그래서 송성문은 16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KT와의 준PO 1차전에서는 하위타순에서도 제일 아래인 9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스스로 “시즌 성적을 볼 때 9번 타순에 배치된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정도다.
하지만 송성문은 이날 4-4로 팽팽하던 8회말 1사 1, 2루 기회에서 KT가 자랑하는 불펜 투수 김민수를 상대로 좌중간 결승 적시타를 뽑아내며 5-4 리드를 가져오는 데 앞장섰다. 송성문의 안타로 물꼬가 트인 키움은 김준완의 희생플라이, 임지열의 쐐기 2점 홈런이 이어지면서 8-4로 1차전을 승리했다. 1989년부터 시작된 준PO가 5전3승제로 열린 사례는 13번인데 이 중 1차전 승리 팀이 PO에 오른 경우는 9번으로, 키움은 69.2%의 시리즈 승리 확률을 확보했다. 이날 결승타 포함 2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린 송성문은 1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송성문의 활약이 있기 전까지 키움의 일등공신은 선발 투수 안우진이었다. 올 시즌 15승(8패), 평균자책점 2.11, 224탈삼진을 기록하며 KBO리그 최고 투수로 거듭난 안우진은 최고시속 157㎞의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 커브를 앞세워 6회까지 탈삼진 9개를 뽑고 3피안타 무실점으로 KT 타선을 봉쇄했다. 이 사이 키움 타선도 4-0으로 달아나며 1차전을 손쉽게 이기는 듯했다.
하지만 안우진이 손가락 물집으로 마운드를 내려온 뒤 키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병호에게 내준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불펜진이 난조를 보이며 4-4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가을 남자’ 송성문의 활약을 예고하는 한 편의 시나리오 같았다. 결국 송성문이 동점 상황에서 찾아온 기회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로 송성문의 PS 통산 성적은 타율 0.429(63타수 27안타), 2홈런, 19타점이 됐다. 포스트시즌에 10경기 이상 출전한 팀 내 선수 가운데 타율과 타점 모두 1위다.
한편 키움과 KT의 준PO 2차전은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키움은 선발 투수로 에릭 요키시를, KT는 웨스 벤자민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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