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대법원 가면 트럼프 유리”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대선 개표가 다 끝나기도 전에 연방대법원을 거론하며 소송전을 시사한 것을 두고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선 직전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대법원에 ‘투입’하는 데 성공한 만큼 보수 대 진보가 6대3으로 개편돼 보수 우위 구도가 확고해진 대법원이 자기 편을 들 거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 20분쯤 갑자기 백악관에서 연설을 했다. 그는 “우리는 이길 것”이라며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이미 이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를 “국민에 대한 사기 선거”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다. 우리는 모든 투표를 중단하기를 원한다”고 소송전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부분을 문제 삼을 것인지에 대해선 제대로 언급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 소송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취지가 전체적인 개표 중단인지, 아니면 우편투표 추가 개표 중지인지 아직은 모른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까지 후보들 표에 합산하는 것은 잘못이란 입장을 견지해왔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조지아 등의 주(州)들은 합법적으로 투표일이 지난 후에도 투표 수를 집계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지적하며 ‘위헌’ 주장을 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을 제기하면 이를 다룰 연방대법원은 현재 9명의 대법관 중 성향별로 보수 6명, 진보 3명의 ‘보수 절대 우위’ 구조다. 원래 보수 5명, 진보 4명의 팽팽한 구도였는데 지난 9월 강성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타계하고 그 빈 자리를 강성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채웠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은 “법적 논란이 일고 대법원이 이를 다루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배럿 대법관 임명에 그토록 공을 들인 것이란 분석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 내년 1월 임기가 끝나고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인 미 상원도 이번 선거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자연히 새 대법원 인선을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배럿 대법관 인준 절차 진행을 강력히 밀어붙였고, 결국 공화당 우위의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원대로 찬성 52표 대 반대 48표로 배럿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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