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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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전설 궤적 스토리 총정리 1부 - <지난편 링크>
- 세계관 및 역사
■ 영웅전설 궤적 스토리 총정리 2부 - <지난편 링크>
- 영웅전설 : 공(空)의 궤적 FC (or 천공/하늘의 궤적)
- 영웅전설 : 공(空)의 궤적 SC (or 천공/하늘의 궤적)
- 영웅전설 : 공(空)의 궤적 TC (or 천공/하늘의 궤적)
■ 영웅전설 궤적 스토리 총정리 3부 - 현재 페이지 ●
- 영웅전설 : 영(零)의 궤적 (or 제로의 궤적)
- 영웅전설 : 벽(碧)의 궤적 (or 푸른 궤적)
- 영웅전설 : 효(曉)의 궤적 (or 새벽의 궤적)
■ 영웅전설 궤적 스토리 총정리 4부
- 영웅전설 : 섬(閃)의 궤적 1 (or 섬광/빛의 궤적)
- 영웅전설 : 섬(閃)의 궤적 2 (or 섬광/빛의 궤적)
- 영웅전설 : 섬(閃)의 궤적 3 (예정)
칠요력 12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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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에 로이드의 '특무지원과' 배속이 결정되었다.
경찰 학교에 입학한지 3년 만의 일이었다.
친형 가이 바닝스가 죽고 난 이후, 로이드는 숙부가 있는 캘버드 공화국으로 떠나있었다. 그가 수사관 시험에 합격하고 첫 근무를 발령받은 곳은 그의 고향 크로스벨이었다. 덕분에 기차에 몸을 싣고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로이드는 차창 너머로 점점 가까워지는 크로스벨을 바라보며 새삼 감회에 젖어들었다.
제무리아 서부 중심에 위치한 크로스벨 자치주
크로스벨에 도착한 로이드는 우선 배속 신고를 위해 크로스벨 경찰 인사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제부터 함께 하게 된 특무지원과의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특무지원과의 멤버들은 하나같이 로이드와 같은 젊은 초짜들뿐이었다.
특무지원과 과장 세르게이 로우는 특무지원과 자체가 자신이 만든 신설 부서라며 특무지원과 설립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크로스벨 경찰은 여러모로 부패한 탓에 시민들로부터 별로 평판이 좋지 않고, 대신 유격사 협회의 인기가 매우 좋은 상황이라 했다. 특무지원과는 이렇게 떨어진 시민들의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 시민들이 요청하는 크고 작은 민간 의뢰를 맡기로 한 부서였다. 다만 경찰 상부에선 유격사 흉내나 낸다며 세르게이의 결정을 별로 탐탁지 않아 했고, 따라서 출세와는 거리가 먼 미움을 받는 부서이기도 했다.
야근은 기본이네. 가'족'같이 일하자구.
과장을 제외하고 로이드가 만난 특무지원과 동료들은 총 3명이었다. 로이드가 먼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그들 역시 자신의 소개를 해왔다.
내가 여기 토박이라고 짜식들아.
먼저 에리 맥도웰. 크로스벨 시장 '헨리 맥도웰'의 외손녀인 그녀는 항상 제국파와 공화국파로 나뉘어 정쟁을 계속하는 크로스벨의 정치 상황에 의문을 가지고 제무리아 대륙 곳곳에 유학을 다니며 공부에 몰두해왔다. 그러다 할아버지로부터 '보다 많은 사람과 만나 현실을 경험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크로스벨 경찰에 지원하게 된 상황이었다.
다음은 티오 플라토. 이제 14살에 불과한 그녀는 사실 경찰 소속은 아니고, 신형 무장 마도 지팡이(오벌 스태프)의 실전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레만 자치주에서 파견된 <엡스타인 재단>의 테스트 요원이었다. 물론 그녀는 오래전 과거인 D∴G교단 실험의 생존자라던가, 도력 기기를 다루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 재단에 스카웃되었었다던가 하는 사실들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됐고, 언니 오빠들은 그저 입 닫고 지갑이나 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랜디 올랜도. 과거 엽병 생활을 청산하고 크로스벨 경비대에 몸담았던 그는 무능력한 사령관에게 보인 반항적인 태도 때문에 짤린 후로 세르게이에게 직접 스카웃된 케이스였다. 그의 소개는 간단했다.
원하면 언제든 빌려줄게.
세르게이는 수사관 정식 자격을 가진 자가 로이드뿐이라며 그에게 다짜고짜 리더 역할을 맡겼다. 이후 로이드를 위시한 특무지원과는 간단한 실기 면접을 거친 후 크로스벨에서 지원한 숙소에 함께 거주하며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했다.
경찰 오퍼레이터 프란 시커도 본청에서 특무지원과 지원을 맡았다. 다만 수사 1과의 알렉스 더들리는 특무지원과의 존재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태도였다.
경찰청 사~람들~♬
특무지원과는 우연히 만난 차이트라는 이름의 개 한 마리도 동료로 맞이한다. 차이트는 매우 영리했고, 심지어 티아는 차이트의 의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사실 차이트는 프라이드가 매우 높은 늑대였지만 티오라던가 동네 어린아이들에게 귀여운 강아지 취급당하는 것은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듯했다. 세르게이 과장은 아예 차이트를 경찰견으로 등록해버린다.
나.. 나는 개예요.. 히히.. 나는 개다...
세르게이 과장은 특무지원과 멤버들의 정보 수집을 위해 이안 그림우드라는 변호사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는 발이 매우 넓은 자였다. 크로스벨의 유력자들은 곤란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에게 자문을 구해왔다. 뒷세계에 대한 정보에도 밝았기 때문에 크로스벨의 수사관이었던 가이 바닝스 역시 생전에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이안은 가이의 동생인 로이드와 특무지원과에게도 크로스벨의 범죄 조직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며 협력자로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일명 곰변.
이후 특무지원과는 각종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 크로스벨 곳곳을 뛰어다니며 크로스벨시가 처한 정치적 상황, 치안 상태, 문화 수준, 언론 자유도, 의료 시설, 지리 등등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크로스벨 지역 전경
도시 외곽에는 경찰 대신 <크로스벨 경비대>가 치안을 담당했다. 경비대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라 탕그람 관문 부사령관 소냐 벨츠는 종종 특무지원과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세르게이의 전 부인이기도 한 그녀는 부패한 사령관과 달리 유능하고 정의로운 면모로 부하들에게 존경을 받는 여성이었다.
또한 일행은 탕그람 관문에서 프란 시커의 친언니인 경비대원 노엘 시커도 만날 수 있었다. 높은 전투 능력과 통솔력으로 소냐에게 발탁 받아 젊은 나이에 상사 계급까지 올라간 그녀는 특무지원과와도 성향이 잘 맞아 종종 임무를 함께 했다. 랜디의 썸녀 밀레이유 준위는 제국으로 통하는 벨가드 관문의 지휘를 맡고 있었다.
크로스벨 국경을 책임지고 있는 우먼파워
특무지원과의 협력자이자 일종의 라이벌이기도 한 <크로스벨 유격사 협회>는 전원 B랭크 이상의 멤버로 구성된 상당한 수준의 실력자들이었다. 과거 경찰에서 유격사로 전향한 후 전설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A급 유격사 아리오스 맥클레인(실질적 랭크 S)은 물론이고, 벤첼, 스코트, 린, 에오리아, 접수원 미셸 등등. 게다가 유랑 중 크로스벨 지부에 파견을 온 에스텔과 요슈아까지. 모두가 치안이 불안정한 크로스벨에서 의뢰를 해나가기 위해 상당한 실력을 갖춘 베테랑들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크로스벨 지부 유격사들. 그래도 일러스트는 좀 만들어주지 ㅠㅠ
렌을 찾을 겸 크로스벨 지부 일을 돕는 에스텔과 요슈아
사실 크로스벨 치안이 이렇게 어지러운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에레보니아 제국과 캘버드 공화국 두 강대국 사이에 낀 크로스벨은 탄생부터 제대로 된 독립 국가를 세울 수 없었다. 70년 전 자치주 탄생과 함께 만들어진 자치주 법을 양국의 법률가가 만들었는데 그 당시 양국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법을 허술하게 만들어 놓은 탓이었다. 때문에 크로스벨은 경제적인 발전만 했을 뿐, 군대도 만들 수 없고 범죄 규제 법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크로스벨 경비대는 자경단 성격이 강하다.) 정치인들은 두 양대국의 눈치를 보며 파벌 싸움만을 계속했고, 그 틈을 타 많은 범죄 조직들이 기승을 부렸다. 그 대표적인 범죄 조직이 바로 <르바체 상회>와 <헤이위에 무역공사>였다.
크로스벨 시티 조감도. 실제로는 훨씬 큰 도시라고 상상하자.
<르바체 상회>는 밀수나 돈세탁 등을 통해 자금을 벌어들이는 일종의 마피아 조직이었다. 각종 정계 인물들과도 커넥션이 닿아있는 그들은 민간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유격사 협회조차도 체포 권한이 없었다. 르바체 상회의 우두머리는 회장 마르코니와 부회장 가르시아 롯시였다. '킬링베어'라는 이명을 가진 가르시아는 과거 전설의 엽병단 <서풍의 여단> 출신으로 다른 많은 엽병 출신의 마피아들을 끌어들여 세를 과시했다.
르바체와 경쟁 관계에 있는 <헤이위에 무역공사>는 캘버드 공화국 동방에 본거지를 두고 동방의 뒷세계를 주름잡는 거대범죄조직 헤이위에의 계열사였다. (삼합회 모티브) 그들을 이끄는 지부장 차오 리는 뛰어난 두뇌와 수완으로 헤이위에 크로스벨 지부를 르바체를 위협하는 경쟁 세력으로 만들어냈다.
크로스벨의 치안을 위협하는 두 범죄조직 <르바체>와 <헤이위에>의 수장들
구시가지에는 두 무리의 불량서클이 대립하며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한 무리는 와지 헤미스피어와 부두목 압바스가 이끄는 <푸른 테스타먼츠>, 한 무리는 발드 바레스가 이끄는 <붉은 사벨바이퍼>.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습격을 받았다며 복수라는 명분으로 크로스벨 뒷골목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곤 했다. 하지만 와지와 압바스는 내심 다른 목적으로 크로스벨에 상주하고 있는 눈치였다.
쌩양아취 쉑이들
4개월 후, 크로스벨 북동쪽 태양의 요새에서 특무지원과 멤버들이 붉은 마인과 전투를 벌인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마인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로이드, 에리, 티오, 랜디.
4명은 결국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칠요력 12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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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벨 경제의 중심인 'IBC은행'은 세계적 그룹 IBC(International Bank of Crossbell)의 본점이었다. 제무리아 전토를 무대로 국제적인 금융·경제시장에 영향을 끼치며 대륙 최대의 자산규모를 가진 기업체로 성장한 IBC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각종 투자활동, 금융상품 개발, 테마파크 운영뿐만 아니라 엡스타인 재단의 도력 네트워크 계획에도 적극적으로 자금 제공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다만 IBC 총재 디터 크로이스는 대륙 전반을 돌아다니며 바쁜 탓에 크로스벨의 본점은 대부분 그의 딸 마리아벨 크로이스가 대신 운영을 해야 했다. 마리아벨은 크로스벨 시장의 손녀인 에리와 어릴 적부터 친구이기도 했다.
한편 IBC 은행이 공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지자 특무지원과의 천재소녀 티오는 해커를 역추적해 잡아낸다. 해커는 과거 티오와 함께 엡스타인 재단에 있다가 사고 치고 도망 나온 요나 세이크리드라는 소년이었다.
거대그룹 IBC를 운영하는 크로이스 부녀와 해커 요나
크로스벨에 유명한 랜드마크로는 IBC뿐만 아니라 <아르캉시엘 극단>도 있었다. 제무리아 전토에서 아르캉시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스타는 단연 극단의 프리마돈나 이리아 플라티에였다. 크로스벨 시민이라면 그녀의 팬이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 그 외에도 새내기 아티스트로 주목을 받는 리샤 마오는 이리아의 눈에 들어버린 탓에 억지로 극단에 들어왔었지만 이후로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여 공연의 준 주역으로 활동했다.
특무지원과는 임무 도중 크로스벨의 시장 헨리 맥도웰, 시장 비서 어니스트, 의장 할트만 등의 공직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부패한 의장 할트만과 달리 시장 헨리 맥도웰은 크로스벨의 개혁을 추구하는 인물이었다. 로이드 일행은 이때 비로소 에리가 크로스벨 시장의 외손녀란 사실을 알게 된다.
제국파와 공화국파, 개혁파로 나뉜 크로스벨의 공직자들
그러나 어니스트는 전설의 암살자 인의 이름을 사칭해 헨리 맥도웰의 암살을 기도한다. 사실 제국파 의원들과 손을 잡았던 것. 특무지원과는 인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진짜 인을 만났고, 그의 도움으로 진범 어니스트를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상부의 압력으로 인해 그의 배후에 있는 할트만 의장과 같은 제국파 의원들의 이름은 언론에 실리지 못했다.
실제로는 헤이위에와 협력 중인 동방의 암살자 '인'
크로스벨의 언론을 책임지는 대표적 언론사는 <크로스벨 타임즈>였다. 크로스벨 타임즈의 기자 그레이스 린은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유격사 아리오스 맥클레인을 주로 열심히 취재해왔으나 최근 결성된 신생 부서 특무지원과의 멤버에게도 관심을 보이며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준다.
<리벨 통신>에 이어 등장한 <크로스벨 타임즈>의 기자 '그레이스'
크로스벨 남부에 위치한 <성 우르슬라 의과대학>은 의료선진국 레미페리아 공국의 지원을 받아 제법 대규모 의료 시설을 갖춘 병원이었다. 가이 바닝스의 약혼자였던 세실 노이에스는 이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의사 요아힘 귄터는 자신의 의학 지식으로 특무지원과에게 약물 성분 분석과 같은 도움을 주었다. 아리오스 맥클레인의 딸 시즈쿠 맥클레인 역시 오래전 사고로 시력을 잃은 탓에 우르슬라 의과대학에서 오랜 병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 캐릭터 더럽게 많아
크로스벨 서쪽의 주택가에서는 무역상을 하는 '헤이워즈 가족'이 특무지원과와 인연을 맺었다. 계기는 헤이워즈가의 하나뿐인 아들 콜린이 실종되었던 것을 특무지원과가 찾아주면서였다. 사실 특무지원과가 미아 구조를 하기 전에 이미 콜린은 마수의 습격을 받았었다. 다행히도 한 소녀의 도움으로 콜린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그 소녀는 콜린의 아버지 해롤드 헤이워즈와 같은 붓꽃 머리색을 하고 있었다. 붓꽃 색의 머리는 흔하지 않은 유전적 특징이었기에 해롤드와 그의 아내 소피아는 콜린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낯빛이 변한다.
어두운 낯빛으로 '우리는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는 헤이워즈 가족
"구해줄 생각 따위 없었는데... 정말 바보 같아... 보고 있기만 하자고 정했는데... 절대로 관여하지 않기로 정했는데...! 왜 나는..."
콜린을 구한 소녀는 사실 콜린의 친누나 렌이었다.
렌의 등장
오래전, 부모에게 버림받고 D∴G교단이 운영하는 아동 성매매 업소 '낙원'으로 팔려나갔던 그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인격들을 창조해냈었다. 즉 다중인격화되어 손님을 받을 때마다 다른 인격을 내보냈던 것. 하지만 견딜 수 없는 고통에 그 인격들은 차례차례 소멸해버렸고, 결국 자신의 인격으로 '일'을 하러 나가게 된 렌은 이후 수없이 자해를 해왔다. 요슈아와 레베가 낙원에 침입해 포주와 손님들을 모두 죽여버린 날, 렌은 결사에 들어가 뛰어난 재능으로 집행자가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길에서 자신의 부모도 만났다. 하지만 자신을 팔아버린 부모가 다른 아기를 안고 행복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또다시 상처를 받았고, 리벨에서 에스텔을 만나 마음의 병을 어느 정도 치유한 이후로는 크로스벨에 건너가 헤이워즈 가족을 먼 발치에서 지켜만 봐왔다. 렌은 자신을 지워내고 잘 살고 있는 가족의 앞에 나설 용기가 도저히 없었다.
콜린을 구출하여 근처 민가에 재우고 나자 곧 연락을 받은 헤이워즈 부부가 찾아왔다. 엉겁결에 부모를 만나버릴 상황에 처한 렌은 급한 대로 옆의 옷장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침내 부모가 로이드 일행에게 털어놓는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두운 과거를 회상하는 헤이워즈 부부
사실 그들은 렌을 버린 게 아니었다. 8년 전 사업 실패로 빚이 많았던 해롤드는 빚을 갚을 때까지 렌을 캘버드 공화국에 있는 친구에게 잠시 맡겼다. 그 후 무역업으로 재기에 성공한 그는 다시 렌을 찾으러 왔으나 이미 친구의 집은 당시 유명했던 조직적 방화사건에 흽쓸려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부부는 반실성한 상태로 딸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경찰은 일가족 전원 사망이라는 검사 결과만을 발표했을 뿐이었다. 사실 딸은 유아납치 사건에 휘말렸던 것이나 헤이워즈 부부는 화재로 렌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절망에 빠져 자살까지 하려 했었다. 하지만 소피아가 둘째 콜린을 임신한 것을 알게 되자 자살을 포기했다. 죽은 렌을 위해서라도 남은 가족들만이라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이워즈 부부는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서 딸을 잊지 못해 '그때 아무리 힘들고 괴로웠어도, 딸의 작은 손을 놓지 말고 함께 있었어야 했다'는 후회에 사무친 말을 내뱉으며 오열했다. 좁은 옷장 속에서 부모의 이야기를 듣던 렌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 가족의 비극
렌이 크로스벨에 찾아온 것은 단지 부모를 보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파텔=마텔을 수리하기 위해 크로스벨 북쪽에 위치한 <요르그 인형 공방>을 찾아온 김에 가족 주변을 배회했던 것이다.
공방의 인형 장인 요르그 로젠베르크는 파텔=마텔을 포함한 골디아스급 인형을 개발한 자였다. 다만 그는 그가 속한 <13공방>의 총책임자이자 결사의 사도 F.노바르티스와는 사이가 매우 나빴다. 결사의 계획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고, 뭣보다 노바르티스 박사가 요르그의 골디아스급 인형 개발 기술을 멋대로 가져가 자기 목적을 위해 이용했기 때문이다.
아르캉시엘 극단에서 사용하는 공연용 기계 장치 등을 제공하며 크로스벨 북쪽 지역에서 조용히 지내던 요르그는 자신을 찾아온 로이드 일행에게 결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말라며 경고하면서도 결사에 관련된 정보를 말해주며 은근한 도움을 준다.
고지식한 인형 장인 '요르그'
한편 칠요력 1204년 3월 31일. 제국에 위치한 <토르즈 사관학교>에서 특과클래스 7반이 발족한다. 창설자는 올리발트 황자였다.
칠요력 12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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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벨에 '제 70주년 크로스벨 자치주 창립기념제'가 개최된다. 시민 모두가 축제를 즐기는 와중에 특무지원과는 크로스벨에서 '검은 경매회'라는 이름의 비밀 사교 모임이 열린다는 정보를 접한다.
렌의 도움으로 구한 '검은 경매회' 초대장
검은 경매회란 매년 창립기념제 마지막 날, 마피아 르바체가 휴양지 미슈람에 있는 할트만 의장의 대저택을 빌려 개최하는 모임이었다. 주로 출품되는 물건은 도난품, 세탁용 뇌물, 탈세용 미술품, 귀금속 등이었으며 크로스벨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귀족이나 자산가가 다수 초대되는 뒷세계 사교 파티의 기능도 함께 했다.
경찰 상부는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해왔기에 특무지원과는 비밀리에 조사에 착수해야 했다. 이때 로이드 일행이 미슈람에 도착하여 빈 방을 구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와지가 나타나 방을 구해주며 자연스럽게 파티에 참가한다. 그는 밤이 고독한 귀족 부인들의 에스코트(호스트)를 위해 경매회에 참여한 것이라 했다.
그 외에도 로이드 일행은 낯익은 얼굴들을 많이 만난다. 크로스벨 의장 할트만, 르바체 회장 마르코니, 부회장 가르시아, 로이드 일행의 수사에 은근히 도움을 주는 IBC 이사 마리아벨 등등. 또한 저 멀리 캘버드에서 건너왔다는 키리카 로우란과 제국 철혈재상의 대리로 왔다며 한껏 여행 기분을 내는 렉터 아란돌이란 남자도 만날 수 있었다. 양국의 첩보원답게 둘은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여전히 엉뚱한 행태로 여기저기 모습을 보이는 렉터
키리카와 렉터의 은밀한 만남
특무지원과에게 가장 의외의 만남은 일전에 크로스벨 시장 암살 미수 사건 때 만났던 암살자 인과의 만남이었다. 그는 마피아들을 쓰러뜨리며 경매회에 무단 침입했다. 그리고 '헤이위에의 정보에 따르면 자신이 있는 곳 안쪽 방에 경매 후반에 출품될 재미있는 폭탄이 있는 것 같다'는 사실을 로이드 일행에게 알려주며 사라졌다.
로이드 일행은 인의 말대로 안쪽 방을 조사했다. 그곳엔 원래대로라면 로젠베르크 공방의 인형이 들어가 있어야 할 트렁크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로이드는 그 가방 안에서 자신을 찾아달라는 환청이 들려오는 듯했다. 그 환청대로, 로이드는 가방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뜻밖의 광경을 목격한다.
트렁크 안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여자아이
자신의 이름을 키아라고 소개한 소녀는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로이드 일행은 일단 소녀를 데리고 저택을 탈출하려 했으나 르바체 부두목 가르시아가 나타나 일행을 가로막는다. 가르시아의 말에 따르면 르바체 역시 경매회에 인간의 아이가 출품된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듯했다. 그리고 이때 엽병단 출신의 가르시아 때문에 특무지원과 랜디의 과거(투신의 아들)가 드러난다.
잠시 후 세르게이 과장이 보트를 타고 나타나 로이드 일행을 미슈람에서 탈출시키면서 사건은 일단락된다. 이후 르바체는 민간인 납치는 자신들의 짓이 아니라며 헤이위에의 음모로 둘러댔고, 헤이위에 역시 그럴 이유가 없다며 발뺌했기 때문에 경찰은 사건을 그냥 종결했다.
신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해 갈 곳이 없어진 키아는 일단 특무지원과 숙소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 이후 로이드 일행은 키아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크로스벨 곳곳을 돌아다녔다. 또한 그녀의 기억상실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도 데려가보았다. 하지만 키아는 기억 따위 찾지 않아도 상관없다며 로이드와 떨어지는 것을 거부했다.
주인 만난 강아지마냥 로이드만 보면 안겨드는 키아
한 달 후, 노엘이 특무지원과에 찾아와 최근 시공환의 속성이 이상 작용을 하고 있다며 크로스벨 인근의 유적지를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로이드 일행은 조사 끝에 유적지 종탑에 있는 종이 일으키는 공명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이를 중단시켰다.
이게 갑자기 왜...?
하지만 크로스벨의 이상 현상은 중단되지 않았다. 일부 마을 사람들이 평범한 인간이 가지기 힘든 이상한 능력을 발휘하고, 르바체의 마피아들이 통제 불능이 되어 설치는 등 심상찮은 기류가 크로스벨을 계속 뒤덮었다. 로이드 일행은 수사 끝에 그들이 왠 정체불명의 '푸른 약'을 복용하면서 생긴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우르슬라 병원의 의사 요아힘에게 약물 성분 분석 의뢰를 맡겼다.
그러자 요아힘은 수년 전 자신이 들었던 어떤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오래전 여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악마를 숭배하는 어떤 광신적인 종교집단이 불가사의한 약을 만들었는데, 약의 효능이 악마의 힘을 빌려 인간의 잠재 능력을 개화하고 운조차도 끌어모은다는 것이었다. 그 약의 이름은 '그노시스(진실된 예지)'. 로이드 일행이 발견한 약과 같은 것이었다.
'그노시스'에 얽힌 괴담을 이야기해주는 요아힘 귄터
이때 티오는 과거 D∴G 교단에게 납치되어 실험체로 쓰였던 과거를 떠올리고 괴로워했다. 이 일을 계기로 로이드 일행은 세르게이 과장으로부터 6년 전 있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당시 수사 1과의 수사관 가이 바닝스와 파트너 아리오스, 세르게이 과장은 국제적 수사체와 함께 D∴G교단의 거점을 습격하여 조직을 와해시키고 생존자 티오를 구출했었다.
카시우스, 진, 가이, 아리오스, 세르게이 등이 함께 움직였던 당시 사건
이때 티오가 투여받았던 약물 성분이 그노시스의 일종이었다. 이후 레미페리아의 집으로 돌아갔던 티오는 자신을 구출해주었던 가이 바닝스를 다시 찾아왔으나 이미 그는 의문의 피살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특무지원과는 가이의 아이디어를 세르게이가 받아 만든 부서였기에 티오는 특무지원과 입사를 희망했던 것.
오래전에 있었던 티오와 가이의 인연
렌 역시 교단의 희생자였다.
이후 특무지원과는 르바체 상회의 마피아가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는 더들리 수사관의 연락을 받고 그들의 본거지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마피아와 크로스벨의 정치인들이 결탁한 증거 자료들을 다수 발견한다. 그 시각 마피아들은 왜인지 우르슬라 병원을 점거하고 있었다. 일행은 즉각 병원으로 달려가 그들을 쓰러뜨리고 병원을 탈환했다. 그리고 사라진 요아힘 귄터의 책상에서 키아에 대한 정보를 발견한다. 렌의 말에 따르면, 요아힘 귄터가 바로 그노시스의 개발자이며, 궤멸한 D∴G교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마지막 간부 사제였다.
요아힘 그 쉑히가!?
병원을 점거한 붉은 눈빛의 마피아들은 그노시스에 중독된 자들이었다. 얼마 전 시장 암살 미수로 체포되었던 비서 어니스트 역시 그노시스 중독자였고, 심지어 이제는 크로스벨 경비대원들까지 눈빛이 변한 채로 로이드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일행은 마침 지나가던 IBC 총재 디터와 마리아벨의 도움으로 간신히 그들에게서 탈출했다. 하지만 곧 일행이 도망친 IBC 빌딩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고립되고 만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로이드 일행이 데리고 있는 키아를 내놓는 것이었다.
그간의 일을 전해 듣고 도움을 약속하는 마리아벨과 디터
아리오스를 비롯한 유격사 멤버들과 불량서클들의 도움으로 중독된 경비대원들을 제압하고 상황을 간신히 타개한 일행은 아리오스로부터 한 가지를 정보를 전해 듣는다. 요아힘이 있는 D∴G의 마지막 거점이 크로스벨 북쪽 고대 전장터에 있는 <태양의 요새>에 있다는 것이었다. 아리오스와 더들리가 크로스벨에 남아 상황을 수습하고 키아를 지키는 동안 로이드 일행은 에스텔 일행과 합류하여 요새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마침내 요아힘과 조우한다.
졸라 짱 쎈 아리오스가 탑으로 가면 될텐데 거참...
요아힘에 말에 따르면, 그동안 자신들 D∴G교단이 행해왔던 많은 일들(유아 납치 및 실험 등등)은 그노시스의 완성도를 높여 여신의 힘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으며, 에스텔이 질문한 '낙원'의 존재는 교단의 다른 간부가 '각지의 높으신 분들'의 약점을 잡기 위해 만든 일이라 했다.
또한 500년 전 이 땅에 있었던 어떤 '연금술사 집단'이 남긴 소녀 키아는 교단이 숭배하는 무녀로써 500년간 요람에서 잠들어 있다가 이제 비로소 깨어나 '인간에 의해 태어난 진정한 신'이 될 운명이라 말했다. 그것이 교단의 마지막 남은 사제 요아힘의 숙원이었다.
악당답게 설명충이 강림한 요아힘. 자기 과시?
로이드는 요아힘에게 자신의 형 가이 바닝스를 죽인 것이 당신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요아힘은 모르는 일이라 답했다. 게다가 키아가 검은 경매회에 출품된 경위 역시 요아힘은 모르는 듯했다.
모든 설명을 마친 요아힘은 준비한 '붉은 약'을 꺼내들었다. 그노시스의 완성형 '홍의 예지'였다. 곧 약물을 흡수한 요아힘이 거대한 마인으로 변화한다.
와 이 새끼 약 빨았네?!
붉은 약의 힘은 강력했다. 그러나 일행이 위기에 빠진 순간, 렌의 파텔=마텔이 나타나 일행을 위기에서 구했고, 덕분에 일행은 요아힘을 물리치는데 성공한다. 요아힘은 '지켜보는 일은 불가능해졌지만 우리들의 숙원은 이루어졌다'는 말을 남기고 소멸한다.
그리고 마침내, 렌과 에스텔과 요슈아가 재회한다. 렌은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며 재빨리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렌을 다시 에스텔의 옆에 놓아준 것은 다름 아닌 파텔=마텔이었다.
뒤에서 렌을 꽉 끌어안는 에스텔
렌은 에스텔이 결국은 자신을 찾는 것을 포기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에스텔은 로이드 일행으로부터 이미 그녀의 부모에 대한 진실과, 그럼에도 부모를 만나지 않은 렌에 대해서 모두 들어 알고 있었다. 에스텔은 렌을 끌어안으며 함께 리벨로 돌아가자 말했다. 결국 렌은 에스텔의 품에 안긴 채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요슈아 코쓱...
얼마 후 <크로스벨 타임즈> 최신호에 이번 사건이 대서특필된다. 크로스벨에 혼란을 야기한 D∴G교단의 존재, 그들에게 이용당한 마피아와 약물에 조종당한 경비대, 할트만 의장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의 비리 등등. 이는 제무리아 대륙 전체에 전대미문의 스캔들로 퍼져나갔다.
크로스벨이 한동안 정치적 공황 상태가 되자 헨리 맥도웰은 차기 의장으로 추대되었고, IBC의 총재 디터는 차기 시장에 출마했다. 해임된 경비대 사령관의 공석은 부사령관 소냐가 대신 채운다.
크로스벨 차기 시장에 당선된 디터 크로이스
헤이위에는 르바체에게 습격 받아 큰 손실을 입었고 르바체 역시 이번 사건으로 완전히 와해되었다. 특무지원과는 시장으로부터 사건 해결의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장을 수여받았다. 에스텔, 요슈아, 렌은 리벨로 돌아갔으며 키아는 계속 특무지원과에 머물며 주일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 로이드는 비록 형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지는 못했지만, 모든 것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해했다.
특무지원과 기념샷!
칠요력 1204년 7월. 제국에서 테러리스트 <제국 해방 전선>이 자신들의 존재를 공식 선언한다. 그들은 제국과 공화국의 군사시설을 습격하고 갈레리아 요새를 점거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의 배후에는 철혈재상을 적대하는 제국 귀족파가 있었고, 결사 역시 그들을 돕는 협력자 중 하나였다. 크로스벨에서 벌어진 일, 제국에서 벌어지는 일. 모든 것은 <환염계획>의 일환이었다.
칠요력 12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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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벨의 새로운 시장으로 취임한 디터 크로이스가 '서 제무리아 통상회의'를 주최한다. 이는 크로스벨 자치주, 에레보니아 제국, 캘버드 공화국, 리벨 왕국, 레미페리아 공국 5개국의 수뇌부들이 모여 각 국가 간의 경제·안보의 미래를 논의할 자리로써 마련되었다.
IBC 총재이자 크로스벨 시장 디터가 주최한 '서 제무리아 통상 회의'
통상 회의를 한달 앞두고 특무지원과에는 새로운 신입이 두 명 증원되었다. 경비대에서 파견 나온 노엘과 스스로 지원 요청을 해온 불량서클의 리더 와지였다. 와지의 라이벌 발드는 뜬금없는 와지의 행동에 열을 냈지만 좁힐 수 없는 그와의 실력 차를 절감하고 무력감에 빠져 한동안 술로 세월을 보낸다.
이후 특무지원과는 평소와 같이 크로스벨의 곳곳의 의뢰를 해결하던 중 심상찮은 움직임을 포착한다. 지금은 궤멸한 옛 르바체의 땅과 건물을 '크림슨 상회'라는 곳에서 사들이고 있다는 것. 그들은 다름 아닌 최강의 엽병단 <붉은 성좌>가 자금조달용으로 만든 위장회사였다. 붉은 성좌를 이끄는 리더 지그문트 올랜도와 부대장 셜리 올랜도는 과거 함께 엽병단 생활을 했던 사촌 랜디 올랜도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권유했으나 랜디는 단칼에 거절한다.
보기와 다르게 잔혹한 성격을 가진 '피로 물든 셜리'
크로스벨에 새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결사의 집행자 캄파넬라와 사도 노바르티스 박사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타나 조용히 크로스벨을 지켜보고 있었다.
13공방의 책임자 'F.노바르티스'
'지금부터 맹주의 대리로써, 환염계획의 감시를 시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특무지원과와 그 지인들은 한동안 마리아벨의 초대로 휴양지 미슈람에 휴가를 간다. 지인들이란 아르캉시엘 극단의 리샤 마오, 이리아, 프란, 노엘, 세실, 키아 등 대부분 여성이었다. 도중 작은 마수의 습격으로 여성들의 옷이 모두 찢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로이드는 그녀들의 등에 오일을 발라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 새끼 마수 아닐지도 몰라 (by 신동엽)
이 새끼도 제정신은...
8월 30일. 통상 회의를 하루 앞두고 각지의 유력자들이 하나둘 크로스벨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리벨 왕국의 왕태녀 클로디아와 그녀를 호위하는 기사 유리아.
제국 철혈재상 길리아스와 재상 직속 첩보원 렉터.
황제 대리 올리발트 황자와 충신(?) 뮐러.
캘버드 공화국 대통령 록스미스와 정보요원 키리카.
레미페리아 공국 알버트 폰 발트로메우스 대공.
크로스벨 자치주 공동대표 헨리 맥도웰 의장.
참관인 이안 그림우드 변호사와 유격사 협회 대표 아리오스.
각국 정상과 유력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디터는 마침내 완공된 대륙 최초 초고층 빌딩 <오르키스 타워>를 공개하며 통상 회의의 개최를 선언했다.
통상회의 역시 오르키스 타워에서 진행된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여전히 고생 중인 뮐러
통상 회의에 앞서 테러리스트의 습격이 예고되자 특무지원과와 크로스벨 경찰은 경호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다음날, 예정대로 통상 회의가 시작되었다. 경제와 관련된 전반 회의는 큰 충돌 없이 진행됐지만 후반에 예정된 외교 문제와 크로스벨 안전 보장에 관한 의제는 격렬한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크로스벨 자치주에 대한 두 강대국의 이권다툼은 2년 전 리벨 여왕 주도 하에 체결된 부전조약으로는 부족한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회의 후반부 철혈재상은 종교집단 하나에 도시가 유린당했던 D∴G 교단 사건을 근거로 크로스벨의 경비대를 해체하고 타국의 치안 부대를 크로스벨에 상주시키자는 주장을 한다. 캘버드 공화국의 록스미스 대통령 역시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크로스벨 치안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철혈재상
이럴 때만큼은 제국과 죽이 잘 맞는 록스미스 대통령
이때, 회의실 창밖으로 거대한 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제국의 테러리스트 <제국 해방 전선>과 공화국 테러리스트 <반 이민 정책주의>의 비행정이었다.
예고되었던 테러리스트의 습격
경찰과 호위대가 주요 인사를 호위하고 상황을 수습하는 사이 특무지원과는 테러리스트를 추격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미리 대기 중이던 엽병단 붉은 성좌가 테러리스트를 남김없이 모두 사살해버린 것이다. 그들은 마치 테러범들의 습격 타이밍과 이동 경로를 모두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일사불란한 모습이었다. 붉은 성좌가 말하길, 본래 자신들이 크로스벨에 들어온 이유는 '황족을 노리는 테러리스트를 처단하라'는 제국의 의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군가 미리 정보를 흘려 테러리스트의 습격을 유도했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 6시, 디터 크로이스는 더 이상 타국의 의도에 놀아날 수 없다며 갑자기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선언을 한다. '크로스벨 국가 독립' 제청이었다.
칠요력 12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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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공화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크로스벨 국가 독립 의향을 묻는 주민 투표 날짜가 정해졌다. 디터에겐 IBC의 경제력이라는 무기가 있었지만 크로스벨의 국방력은 더없이 약했기에 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그동안 이안 변호사는 독립이 됐을 때를 대비해 당장 필요한 헌법 초안 작성에 착수했고, 특무지원과는 최근 크로스벨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 현상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유적지에 또다시 시작된 공간의 뒤틀림, 불가사의한 대형의 환수 출몰 등등이 일어난 것이다. 환수 출몰지에는 공통적인 환경적 특징이 있었다. '플레로마 초'라는 희귀한 푸른 꽃이 주변에 피어있었다는 것. 플레로마 초는 칠요맥의 힘을 머금은 그노시스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었다.
칠요맥 위에서만 피어나는 꽃 '플레로마'
이 와중에 유격사 협회로부터 긴급한 연락이 온다. 이상 현상을 조사하던 유격사 에오리아와 린이 연락 두절되었다는 것. 다른 유격사들이 그들의 행방을 찾고 있었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황에서 티오는 도력파를 이용해 그들의 위치를 추적해내는데 성공했다. 그곳은 크로스벨 동남쪽 플레로마 초가 가득 피어있는 엘름 호수 습지대였다.
로이드 일행은 습지대에서 어렵지 않게 쓰러져 있는 에오리아와 린을 찾을 수 있었다. A급에 필적하는 두 유격사가 누군가에게 당해 모두 쓰러진 상황이었기에 로이드 일행은 도중에 만난 암살자 인과도 협력하기로 한다. 곧 일행은 습지대 안쪽에서 마침내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는 세 명의 결사와 조우했다.
도화사 캄파넬라와 F.노바르티스.
그리고 결사 최강의 사도 아리안로드였다.
우로보로스 제 7 기둥, 강철의 성녀 '아리안로드'의 등장
문답무용.
서로 무기를 꺼내 든 이상, 전력으로 임하도록 하세요.
아리안로드가 창을 꺼내들자, 로이드 일행은 생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무시무시한 투기를 체험한다. 곧 전투가 시작되었고, 결과는 순식간에 맺어졌다. 실로 압도적이었다. 인과 로이드 일행은 6명이 한꺼번에 덤벼들었음에도 그녀의 창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경지를 목도한 일행은 그저 무력감에 망연했다. 그리고 이때, 인의 가면이 벗겨지면서 그의 정체가 드러난다. 아르캉시엘의 무희 리샤 마오였다.
목소리까지 변조해 정체를 숨겨왔던 리샤 마오
아리안로드는 리샤 마오의 아버지인 선대 <인>을 알고 있었다. 유일하게 아리안로드의 첫 합을 어느 정도 견뎌낸 후대 인 리샤 마오의 기량에 아리안로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리샤는 그동안 크로스벨에서 우연히 시작하게 된 아르캉시엘의 극단 활동을 진심으로 애정하여 열정을 바쳐왔다. 하지만 동시에 가문 대대로 내려온 업을 지키는 것에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으로써 활동하며 익힌 체술과 이중생활이 그녀의 연기력에 서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기도 했다.
에리를 제치고 진 히로인급의 인기를 꿰찬 리샤
잠시 후 뒤늦게 연락을 받고 달려온 유격사 일행 아리오스와 스콧, 벤첼이 나타나 로이드 일행에게 가세한다. 하지만 아리오스는 S급(전투력)인 자신조차도 아리안로드에겐 대적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상황의 불리함을 직감했다. 아리안로드는 그것을 알아본 것만으로도 훌륭하다는 말을 남긴 후 곧 현장에서 사라졌다. 습지대에서 그들이 확인할 일은 이미 모두 마친 듯했다.
무려 9명이 모여서도 어쩌지 못하는 아리안로드의 위압감.
이후 특무지원과는 불타오르는 크로스벨시를 목격하고 서둘러 도시로 귀환한다. 엽병단 붉은 성좌가 크로스벨을 습격해 도시를 무참히 파괴하고 있었던 것. 급작스러운 상황에 관문에 있는 경비대는 손을 쓰지 못했고, 경찰들은 거점을 막아내기도 급급해했다.
구시가지에도 주민들을 도륙하는 거대한 형체가 있었다. 결사로부터 그노시스를 건네받고 마인화한 발드였다. 그는 그노시스의 힘을 통해 와지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했다.
그노시스와의 상성이 무척 좋은 발드
붉은 성좌의 단장 지그문트는 IBC 은행 앞에 있었다. 특무지원과는 그를 제압해보려 했으나 그 역시 S급에 필적하는 강자였기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그러는 도중 지그문트가 시간이 됐다며 미소를 짓자 곧 IBC 은행이 폭발한다.
다짜고짜 나타나 크로스벨을 작살을 내는 붉은 전귀 지그문트
그 시각 캄파넬라와 아리안로드는 불타오르는 크로스벨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리안로드는 비록 이것이 자신과는 반대되는 방식이지만,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 비정한 각오로 전장에 임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불타오르는 크로스벨을 조용히 지켜보는 아리안로드
수시간 후, 목적을 모두 달성한 붉은 성좌 엽병단이 크로스벨에서 일제히 사라진다.
칠요력 12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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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예정되었던 '크로스벨 국가 독립 찬반 투표'가 실시되었다. 이전 통상회의 테러리스트 습격 당시 붉은 성좌가 제국의 의뢰로 활동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던 시민들은 이번 크로스벨 습격 역시 제국이 배후에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독립 찬성에 압도적인 표심을 보여주었다. 투표 결과를 확인한 디터 시장은 곧 크로스벨의 국가 독립을 선언했고, 동시에 자신은 독립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 국방 장관으로는 아리오스를 임명한다.
디터의 의지에 찬동하여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아리오스
또한 디터는 제국과 공화국의 영향을 벗어나 강력한 국방력을 갖춘다는 명분으로 경비대와 경찰을 통합. <크로스벨 국방군>을 창설한다. 이어서 이웃 국가에게는 크로스벨 독립 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IBC가 맡고 있는 각 국가의 자산을 동결할 것이란 발표를 했다. 제국과 공화국은 당연히 즉각 반발하며 동결을 해제하지 않으면 군사 개입도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해왔다. 사실상 전쟁을 목전에 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동안 로이드는 렉터에게 얻은 정보를 통해 붉은 성좌가 통상회의 종료와 함께 제국과의 계약도 완전히 끝났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테러리스트 사건을 통해 제국 정부가 흑막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크로스벨 시가 습격을 받고 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세력. 붉은 성좌와 같은 최고 등급의 엽병단과 장기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세력. 그들이 이번 사건의 진짜 흑막일 것이란 추론에 생각이 미치자 로이드는 붉은 성좌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를 직감한다.
얼마 후 키아가 갑자기 스스로 숙소에서 사라졌고, 그녀를 찾는 과정에서 로이드는 자신의 추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범인은 디터와 마리아벨. 즉 크로이스 가문이었다.
본 모습을 드러낸 마리아벨 크로이스
1200년 전, 크로이스 가문은 환의 지보 데미우르고스를 보좌하던 <연금술사 일족>이었다. 그들은 가문 대대로 연금술과 마도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데미우르고스가 스스로를 지워버린 이후, 연금술사 일족은 환의 지보를 대신할 영(零)의 지보를 만들어내고자 500년 전부터 크로스벨에 '의식의 땅'을 준비해왔다. 크로스벨 인근에 세워진 별맞이 탑과 달의 신전, 태양의 요새 모두 그들이 만든 것이었다. 이어서 일족은 사이비 종교단체 D∴G교단을 만들어 그들에게서 비밀리에 실험체를 공급받아왔다. 영의 지보의 매개체가 될 '호문클루스'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 호문클루스가 바로 키아였다.
연금술사 일족에 의해 만들어진 호문클루스 '키아'
연금술사 일족은 키아를 D∴G교단에게 신앙의 대상으로 주어 은밀히 지키게 하였다. 그리고 500년이 지나서 비로소 지보의 힘이 완성되자 일족의 후예 마리아벨은 검은 경매회에 출품 예정이었던 로젠베르크 공방 인형을 키아와 바꿔치기했다. 가방 안에서 키아가 공개되어 르바체의 면이 실추되면 IBC의 이름으로 그녀의 신변을 사들인 후 훗날 공개적으로 키아의 힘을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다만 의도치 않게 도중 로이드 일행이 끼어들자 마리아벨은 계획을 수정하여 키아가 한동안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방치했다. 그것 역시 키아의 힘을 각성시키는데 도움이 될 흥미로운 실험이라 생각한 것이다.
돈과 신앙, 필요한 모든 것을 이용해온 연금술사 일족
마리아벨의 계획을 돕는 아리오스
마리아벨과 다르게 그녀의 아버지 디터는 일족의 과업을 잇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만 크로스벨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고픈 마음만이 강했고, 그것은 일족과 관계없는 아리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래전 제국과 공화국 사이의 다툼에서 아내의 목숨과 딸의 시력을 잃은 후로 '강한 크로스벨'을 만들고자 하는 디터의 야망에 공감했다. 그 야망을 이루어줄 힘을 가진 것이 바로 마리아벨이 제시한 호문클루스 키아, 즉 <영의 지보>의 힘이었다.
영(零)의 무녀 키아가 가진 지보의 힘
그 시각, 크로이스 가문이 유도한 대로 크로스벨에 제국과 공화국의 군대가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본래대로라면 크로스벨은 그들의 군사력을 버텨낼 힘이 없었다. 특히 제국이 자랑하는 강력한 열차포의 포구가 크로스벨을 향하자 시민들은 공포감에 떨었다.
엄청난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제국의 열차포
이때 로이드 일행 앞으로 디터의 모습이 홀로그램을 통해 나타난다. 디터는 때가 되었다며 키아에게 약속된 어떤 행동을 하도록 촉구했다. 왜인지 키아는 거부하지 않고 디터의 말에 따랐다. 잠시 후 크로스벨 시 중심에 위치한 오르키스 타워에 도력 에너지가 모이며 크로스벨 전역에 거대한 구축식이 펼쳐진다.
크로스벨 인근 유적지의 종탑을 공명하며 펼쳐지는 구축식
구축식은 키아가 가진 지보의 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곧 키아와 크로이스 일가가 오르키스 타워 정상으로 이동하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F.노바르티스 박사가 영의 무녀를 위한 헌상품이라며 무언가를 소개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3개의 기체, 신기 아이온이었다.
사상 최강의 인형병기 '아이온'
각각 다른 색상을 가진 세 아이온은 F.노바르티스 박사가 인형 장인 요르그 노인으로부터 골디아스급 인형을 만드는 방법을 얻어내어 직접 완성한 기체였다. 3대 모두 같은 골디아스급인 파텔=마텔을 뛰어넘는 스펙을 가졌지만 지보의 힘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미완성 기체이기도 했다.
키아는 자신이 가진 지보의 힘으로 세 아이온을 동시에 가동했다. 곧 하늘로 다시 날아오른 아이온들은 제국과 공화국의 병력을 압도적인 힘으로 파괴해나갔다. 공화국의 전투 비행정도, 제국의 기갑부대도 아이온 앞에선 한낱 장난감에 불과했다.
상황이 예상치 않게 돌아가자 제국은 위협용으로 포문을 열어두었던 열차포를 즉각 발사했다. 하지만 미사일은 목표한 곳에 닿지 못했다. 하얀 아이온이 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해버린 것이다. 아니, 미사일은 공중에서 그대로 소멸했다. 이어서 열차포가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한 하얀 아이온은 열차포가 있는 갈레리아 요새 자체를 아예 소멸시켜버린다. 그것은 아이온 자체의 힘이 아닌, 지보가 가진 '공간을 지배하는 힘' 덕분이었다.
신기에 가까운 힘으로 제국과 공화국의 병력을 괴멸시키는 아이온
키아가 가진 '영의 지보'의 힘은 이미 지각과 인식을 관장하는 '환의 지보'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환속성 뿐만 아니라 상위 3속성인 시(時), 공(空), 환(幻)의 힘을 모두 가졌기 때문이다. 다만 그 힘의 범위가 아직 크로스벨을 중심으로 수십 킬로 밖을 벗어나지 못할 뿐, 키아는 적어도 그 영역 안에선 모든 인과율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그야말로 '인간이 만든 신'이었다.
지보의 힘을 업은 하얀 아이온은 그야말로 공포
그동안 아리오스에 의해 무력화된 로이드 일행은 국방군과 함께 나타난 노엘에 의해 체포되어 C.P.S (크로스벨 경찰 학교)에 구금되었다. 물론 노엘은 동료로써 함께 했던 로이드 일행을 체포하는 것을 내키지 않아 했으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군인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제국과 공화국이 정말로 침공해오고, 열차포까지 발사한 상황에서 노엘은 디터 대통령의 대응에 강한 명분을 느꼈다.
곧 디터가 제무리아 전체를 향해 선포했다.
"지금 이후로, 크로스벨은 '성지'가 되었다. 제국과 공화국이라는 열강을 물리치고 대륙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기 위한 거점으로! 우리 크로이스 가의 이상과 정의를 세계로 넓히기 위한 중심으로!"
크로스벨이 약소국이 벗어나는 수준이 아닌, 제무리아 대륙 전체의 지배자가 될 것을 선언한 것이다.
칠요력 12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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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벨 독립국은 절대적인 힘을 배경으로 크로스벨을 맹주로 삼은 '제무리아 대륙 국가 연합'을 제청했다. 모든 전쟁을 부정하고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한다는 이 제안은 강대국의 압력에 시달리던 소국이나 자치주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크로스벨을 중심으로 한 제무리아 국가 연합
그러나 캘버드 공화국은 상기 사건을 발단으로 경제 공황이 발생하고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이 격화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었고, 제국 역시 내전 발발과 동시에 철혈재상이 흉탄에 맞아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따라서 사실상 크로스벨의 독주를 제지할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르키스 타워 정상에서 크로스벨의 전경을 바라보던 캄파넬라는 이러한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독백했다.
'환염계획'은 제국 쪽으로 무대를 옮겨갔고, 당분간 사태를 지켜보면 되려나?
그동안 키아는 자신의 가진 힘으로 그녀가 소망하던 작은 일들을 이루고 있었다. 예를 들면 오래전 친구가 되었던 시즈쿠(아리오스의 딸)의 시력을 되찾아주는 일들 같은 것이었다. 국방군에 의해 체포된 특무지원과 역시 키아의 입김으로 심한 처사는 받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 키아가 디터를 따르는지는 몰라도, 디터는 그녀의 비위를 어느 정도 맞추고 있었다.
전지전능한 지보의 힘으로 시즈쿠의 눈을 뜨게 해준 키아
한편 C.P.S에 구금되어 있던 로이드는 감방 동기였던 가르시아의 도움으로 구금 시설을 탈출한다. 도중 국방군이 추격해왔지만 로이드는 예상치 못한 아군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신수(神獸)로써 모습을 각성한 차이트였다.
개... 개가 말을 해!!
차이트는 로이드에게 차근히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오래전 여신이 칠지보를 지켜보도록 함께 내려보낸 신수 중 하나였던 차이트는 사명대로 크로스벨에 존재했던 <환의 지보>를 지켜봐왔다. 리벨에서 <공의 지보>를 지켜보는 역할을 맡았던 고룡 레그나트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환의 지보가 사라진 후 차이트는 사명을 잃고 1200년간 조용히 모습을 감추고 지내왔고, 크로스벨에 이변의 조짐이 나타난 것을 느낀 후로는 산에서 내려와 한동안 특무지원과와 키아 곁에 있었던 것이다.
로이드는 다시금 키아를 찾아가 정말 이 모든 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어 했다. 그러자 차이트는 그를 도움이 될 만한 협력자들에게 데려다주었다. 그동안 불량서클의 일원이라고만 생각했던 압바스와 와지, 그리고 새로 크로스벨에 파견 온 성당의 수녀로 알고 있었던 리스와 그녀의 파트너 케빈. 즉 '성배기사단'들이었다.
오래전부터 크로스벨에 잠복해있었던 와지와 압바스, 리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케빈
그동안 크로스벨 시티는 지보의 힘과 일체화하여 거대한 반구 형태의 결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안으로 침투시 곧바로 낌새를 눈치챈 아이온이 날아오는 데다가 디터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여 크로스벨 시민들에게도 외출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에 누구도 크로스벨을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로이드는 우선 특무지원과 일행을 다시 모은 후 유적지에 있는 종탑의 공명음을 차단하여 결계를 와해시켰다. 그리고 성배기사단 소속의 소형 비공정 <메르카바> 5호기와 9호기 두 대를 이용해 크로스벨 시티 내부로 침투. 이른바 '크로스벨 해방 작전'을 개시했다.
성배기사단 작전정 <메르카바>
메르카바 5호기에 탑승한 케빈과 리사는 먼저 붉은색 아이온 베타를 유인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케빈은 목숨을 걸고 공중에서 성흔포를 발사하여 베타를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동시에 케빈의 연락을 받고 다시 크로스벨로 돌아온 에스텔, 요슈아, 렌은 푸른 아이온 감마를 유인하여 상대했다. 파텔=마텔은 아이온 감마를 상대하기에 스펙이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전투 도중에 렌이 위험에 처하자, 파텔=마텔은 감마를 끌어안고 공중에서 자폭을 함으로써 렌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하얀 아이온은 공명음이 차단된 된 탓에 지보의 능력을 쓰지 못하고 오르키스 타워 정상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 사이 해커 요나는 국방군의 도력 네트워크를 해킹하여 헨리 맥도웰 의장이 독립국 무효 선언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동시에 밀레이유 준위 휘하의 저항군들이 도시로 들어가 붉은 성좌 엽병단을 상대했고, 유격사와 크로스벨 경찰들은 합동하여 오르키스 타워 근처의 마도병들을 밀어붙였다. 그 틈에 특무지원과 일행과 리샤는 오르키스 타워 내부로 돌입하는데 성공한다.
오르키스 타워의 비공개 구획은 중심층이 통째로 칠요맥의 에너지를 받아들여 순환시키는 시설로 채워져 있었다. 로이드 일행은 타워의 정상에서 무한정 에너지를 공급받는 하얀 아이온에 탑승한 디터를 만났다. 하지만 갑자기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디터는 무력하게 체포되고 만다. 디터가 어찌 된 일인지 혼란스러워하자 곧 F.노바르티스 박사가 나타나 계약이 변경되었다며 하얀 아이온을 다시 가져가버린다. 결사와의 계약을 변경해준 것은 다름 아닌 디터의 딸 마리아벨이었다.
그러고 보면 마리아벨과 나머지 적들은 오르키스 타워 내부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로이드 일행은 곧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왜 이전에 결사의 멤버들이 플레로마 초가 가득 피어있는 습지대에 시찰을 다녀갔던 것인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크로스벨 남쪽 습지대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수많은 플레로마 초에서 발산된 빛은 곧 줄기로 모여 거대한 나무의 형상을 취해가기 시작했다. 이른바 <벽의 대수>였다.
형상을 취하는 벽(碧)의 대수(大樹)
"참으로 훌륭하군. 그 옛날 '소금 말뚝'을 웃도는 기적이라 불러도 마땅하겠어."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 F.노바르티스 박사의 뒤로 이번 일의 관련자들이 홀로그램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마리아벨, 지그문트, 셜리, 아리오스, 발드. 모두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로이드 일행은 그 중심에서 생각지 못한 얼굴을 한 명 더 확인한다. 그동안 크로스벨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계획하고, 주도해온 설계자.
이안 그림우드 변호사였다.
로이드의 수사 과정을 유심히 봐온 유저들이라면 그의 정체를 예상했을 것.
오래전 제국과 공화국의 알력 사이에서 가족을 잃었던 이안은 그때부터 이번 <푸른 영의 계획>을 설계해왔다. 칠요맥을 통해 세계 그 자체와 연결할 수 있는 벽의 대수가 있으면 키아는 힘을 무한대로 증폭할 수 있었고, 이안은 그 힘으로 항상 과오를 반복하는 인류의 역사를 완벽하게 재조정하고자 했다. 정치, 경제, 역사, 국제 정세, 크로이스 가문, 교단, 지보, 결사의 존재까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보력과 식견을 가진 이안이었기에 가능한 설계였다.
결사와 마리아벨은 그의 계획 실현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디터는 자신의 정치·경제 스승이었던 이안의 말에 따랐을 뿐이었고, 이안과 비슷한 경험(가족을 잃은)을 한 아리오스 역시 이안의 계획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수년 전 놀라운 끈기력과 수사력으로 이안이 그리는 그림의 윤곽을 스스로 파악해낸 자가 단 한 명이 있었다. 바로 가이 바닝스였다. 이안은 가이의 성향상 자신의 계획에 절대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그의 추적을 따돌리려 했으나 가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이를 아끼는 동료 아리오스도 그에게 이 이상 다가가지 말 것을 충고했다. 가이가 의문의 피살을 당했던 날, 가이와 아리오스는 남자 대 남자로 결투를 벌였고 결국 먼저 두 손을 든 것은 아리오스였다. 전투력은 아리오스가 훨씬 위에 있었지만 가이의 강한 의지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포기하지 않았던 가이 바닝스
하지만 그러한 양상을 지켜볼 수 없었던 이안은 그날, 가이의 등 뒤에서 그의 심장에 총을 쏜다.
그가 바로 가이를 죽인 진범
로이드는 그동안 자신의 추리력을 발휘해 이안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이안은 그런 로이드를 대견해하면서 한편으로 자신을 이해해줄 것을 바랐다. 로이드는 분노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형과 마찬가지로 의지를 굽히지도 않았다. 로이드는 여전히 키아를 감당하기 힘든 숙명으로부터 구하고 모두를 설득해 엇나간 일들을 바로잡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곧 오르키스 타워 정상에서 그들의 홀로그램이 사라지자 로이드 일행은 메르카바 9호기를 타고 벽의 대수로 향한다.
모든 결착점은 그곳에 있었다.
칠요력 12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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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시작의 땅'과 똑같아...
현실 개변마저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힘을 가진 벽의 대수를 바라보던 성배기사 와지는 혼자 낮게 중얼거렸다. 벽의 대수 내부는 키아의 내면 그 자체가 형상화된 모습이었다. 로이드 일행은 그곳에서 셜리와 발드, 지그문트, 아리오스를 차례로 만난다.
벽의 대수 내부로 진입한 로이드 일행
셜리는 누구보다 리샤와의 결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리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붉은 성좌가 크로스벨을 습격했던 날, 셜리가 아르캉시엘 극단을 직접 습격해 이리아에게 큰 부상을 입혔던 것이다. 셜리는 리샤의 전투능력에 큰 호기심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그녀에게 패배했고, 이후 셜리는 결사의 스카웃 제의를 받아들여 새로운 집행자가 된다.
집행자 No.17이 되는 셜리
발드는 당연히 와지와의 결전을 기다렸다. 그러나 또다시 패배하자 깔끔하게 와지의 제안대로 함께 알테리아 법국으로 떠나기로 한다. 지그문트는 랜디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에 로이드 일행 모두가 함께 달려들어 간신히 쓰러뜨려야 했다. 다음으로 일행이 만난 자는 아리오스였다.
아리오스는 가이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여겼다. 이안의 계획을 알고 있고, 가이의 죽음을 묵인한 데에서 이미 그는 자신의 행동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는 시즈쿠를 위해, 이안의 계획에 계속 협조했다. 그리고 지금 벽의 대수에서 가이의 동생인 로이드와 다시 한 번 의지의 싸움을 벌였고, 결국 로이드의 입발림(?)에 넘어가 마음을 굽힌다. 포기하거나 복수심에 흽쓸릴 만한 상황에서도 결코 구부러지지 않는 바닝스 형제의 올곧은 의지는 아리오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아오 징글징글한 바닝스 녀석들... 내가 졌다.
벽의 대수 최정상. 로이드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마리아벨과 이안은 키아가 왜 자신들의 말을 스스로 따랐는지 비로소 진실을 알려준다. 이미 키아는 한 번의 힘의 폭주를 일으켜 인과율에 간섭한 바가 있었다.
그 원인은 바로 특무지원과의 죽음이었다.
수개월 전 '로이드, 에리, 티오, 랜디'가 맞이했던 죽음
본래 특무지원과는 렌이나 에스텔, 요슈아와 별로 친분이 없었다. 따라서 그들이 요아힘 귄터를 만나기 위해 태양의 요새로 돌입했을 당시, 로이드 일행은 4명뿐이었다. 그들은 붉은 약의 힘으로 그노시스의 힘을 완전히 해방한 요아힘에게 살해당하고 말았고, 그 순간 숙소에 있었던 키아는 자신의 자아를 각성하고 힘의 폭주를 일으켰었다. 시간을 되돌려 인과율을 재조정한 것이다.
다시 재조정된 세계에서 특무지원과는 본래 없었던 작은 인연을 하나 더 맺게 된다. 헤이워즈 가족과의 만남이었다. 그들과의 연은 필연적으로 렌과의 인연으로 이어졌고, 계속해서 에스텔, 요슈아와 이어졌다. 때문에 태양의 요새 돌입에는 에스텔, 요슈아라는 협력자가 추가되었으며 더불어 렌의 도움까지 이어져 특무지원과는 붉은 마인에게 승리할 수 있었다. 진실을 들은 로이드 일행은 충격에 흽싸였다.
니들 목숨도 한 번 되살린거거든?
키아는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의 지보로써 각성하여 벽의 대수로 뿌리박히는 일을 자처했다. 하지만 로이드는 바로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키아가 희생되는 것. 로이드는 차이트로부터 1200년 전 환의 지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인간을 위해 인과율을 끊임없이 재조정하는 것에 마음이 버텨내질 못해 결국 스스로를 지워버렸던 이야기를. 언젠가 그와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질 것을 로이드는 그동안 키아의 표정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로이드는 이안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정말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사람, 사회, 역사는 때로 과오를 저지르고 비극을 낳지만 그것을 한 사람의 독단으로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짓이라 로이드는 생각했다. 그러한 과정이 없다면 인간은 영원히 스스로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어느 누군가가 오롯이 생각할 수 있는 절대적인 올바른 방향, 완벽한 세계는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제아무리 똑똑한 이안이라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리석은 자라면 자신의 판단력을 자신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안이라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으리라 로이드는 생각했다.
"마치 가이 군에게 훈계 당하는 기분이 드는군."
한참을 말없이 서있던 이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결국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기만을 인정했다.
하여간 바닝스 녀석들 입발림은...
오래전 이안이 가이를 멀리하고, 또 죽음까지 몰았던 것은 아마도 자신 역시 그의 올곧은 의지에 흔들릴까봐였을지도 모른다. 그 역시 끊임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정말 옳은 것인지 고민해왔던 것이다. 이안은 고개를 돌려 키아에게 사과를 한 후 마리아벨에게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 말했다. 그러자 마리아벨은 그동안 이안이 해온 일에 감사를 표한 후, 그를 실신시킨다. 그리고 로이드 일행에게 한 가지 사실을 더 알려주었다.
사실 이렇게 로이드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키아를 아끼고 사랑한 것 역시
키아가 인과율을 간섭하여 만들어낸 '조작된 현실'이라는 것을.
키아는 마리아벨의 이야기를 강하게 부정했다. 키아에게 있어 그것은 가장 밝히고 싶지 않은 치부였다. 때문에 키아는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그녀는 거대한 형체의 '벽의 데미우르고스'로 변모한다.
최종보스전~
로이드 일행은 마지막 사력을 다해 키아의 폭주를 잠재운 후 그녀의 마음이 숨어버린 무의 세계로 들어갔다. 키아는 그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로이드는 가만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말해주었다. 그녀 덕분에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키아는 그것조차 자신이 거짓으로 꾸며낸 일일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로이드는 정말 그랬다 하더라도 그것이 별게 아니라 생각했다. 함께 요리를 연습하거나 설거지를 하고, 에리와 함께 빨래를 옥상에 널고, 티오와 인형을 사러 다니고, 랜디에게 포커를 배우고, 차이트와 낮잠을 자고, 함께했던 시간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키아의 힘이 끼친 영향은 고작 별것도 아닐 것이라 로이드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러한 진심은 결국 키아의 마음을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하여간에 오빠 입발림은...
키아가 지보의 힘을 잃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자 마리아벨은 시시한 결말에 열을 내며 앞으로 더한 고난이 크로스벨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겁박했다. 이제와서 지보를 잃은 이상, 제국과 공화국이 크로스벨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로이드가 상관없다며 함께 그 고난을 이겨낼 것이란 입발림을 계속해서 쏟아내자 마리아벨은 진저리를 치며 사라진다.
키아의 힘이 사라지자 곧 벽의 대수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로이드 일행은 쓰러져 있는 이안을 데리고 서둘러 그곳을 탈출했다.
벽의 대수도 로이드의 입발림은 버티지 못했던 것일까...
한편 내전이 계속되던 제국은 철혈재상이 귀족파를 몰아내고 승리하면서 분란이 종결되었다. 내부의 문제를 해결한 제국의 포구는 곧 크로스벨로 치달았고, 그들이 크로스벨을 점령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크로스벨은 제국의 속주가 되었다. 칠요력 1205년 1월의 일이었다.
이후 크로스벨 시민들은 2년 여간 기나긴 독립 투쟁을 시작한다.
크로스벨 해방을 위해!
그동안 마리아벨은 사망한 결사 제3기둥 와이스만의 공석을 채우며 새로운 사도가 되었다.
환염계획은 제국으로 무대를 옮겨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칠요력 12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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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벨이 독립 투쟁을 시작하기 4개월 전, <서 제무리아 통상 회의>가 이제 막 끝난 시점에 유격사를 희망하는 두 남녀가 크로스벨 시티에 발을 디딘다.
크로스벨을 배경으로 한 신참 유격사 이야기
나하트 바이스는 엽병단 <니즈헤그>의 분대장 출신 소년이었다. 동료들이 매일 죽어나가는 살벌한 생활에 지친 나하트는 도시에 정착하여 유격사로의 전향을 희망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보신(保身)의 생활을 원했지만 배워먹은 게 몸을 쓰는 일이었기에 그나마 유격사 직업이 제격이라 생각했던 것.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소년 '나하트'
나하트는 준유격사 시험 당일, 자신의 성향과 완전히 반대되는 흑발의 소녀를 파트너로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클로에 바넷. 리벨 왕국의 루안 지방 출신인 그녀는 제니스 왕립학교 사회과에 다녔던 학력 덕분에 시사 상식이 매우 풍부했다. 다만 실전 경험은 없고 밑도 끝도 없는 저돌적인 성격과 정의감 때문에 나하트와는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1년 전 <리벨의 이변>을 해결한 두 영웅 에스텔과 요슈아를 엄청나게 동경했다. 본래 몸이 약해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하다가 부유도시 리벨=아크가 붕괴되던 날 '눈부신 빛'을 본 후로 몸이 완치된 기적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병이 완치된 정확한 경위는 의사도, 클로에 본인도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동경하는 두 영웅을 따라 유격사가 되기를 희망했다.
동경하는 에스텔 뺨치는 덜렁이 '클로에'
나하트와 클로에는 신참 유격사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유격사 동료들은 물론 크로스벨 경찰들, 특무지원과 멤버들, 크로스벨 경비대 사람들, 르바체 잔당을 끌어들이는 악덕 기업가 등등. 두 신참은 그들과 함께 크로스벨의 문제를 해결하며 점차 성장해나간다.
네버 엔딩 온라인 게임. (비정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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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봤던거지만 이렇게 소설처럼 읽으니 더 좋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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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오만 믿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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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의궤적을 못해본 상태에서 이걸보고 어느정도 정리가 된것 같습니다 섬의궤적과 영벽궤가 시간대가 맞물려 있어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것 같습니다 섬궤2에서 크로스벨 상황이 나왓을때도 영궤만 해본 저는 좀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어느정도 해소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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