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많은 소년들의 가슴을 불타게 해주었던 만화가 있었습니다. 그 만화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모험을 겪으면서 성장해갔고, 어느새 어엿한 청년이 되더니 그의 모험은 한 소년의 자그마한 모험이 아니라 지구를 위기에서 구하는 치열하기 그지없는 전투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환호했습니다. 그 시절의 수많은 모험과 전투의 막은 내려졌지만 수많은 소년들을 불타게 했던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는 만화가 아닌 게임에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은 이렇게 주절주절 설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길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만화이며, 게이머들에게도 만화가 아닌 게임으로도 크게 어필을 했던 작품입니다.
또 드래곤볼이냐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현재까지 드래곤볼 관련 게임은 수없이 발매되었습니다. 카드 배틀부터 롤플레잉, 대전 격투, 진행형 액션은 물론 바코드형(…) 게임까지 장르와 기종을 가리지 않고 게이머들은 드래곤볼을 플레이할 수 있었고, 그 완성도에 상관없이 인기도 많이 끌었습니다. 타이틀 화면에 나오는 \'ⓒ1989 BIRD STUDIO/SHUEISHA\'에서 알 수 있듯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세월이 지나도 드래곤볼의 인기는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인기를 반증하듯 아직도 드래곤볼은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미 원작은 완결된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로 드래곤볼을 만나볼 수 있었으며, 2005년 12월 9일에 발매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드래곤볼 Z 스파킹!]도 그 중 하나입니다.
과거 무수히 많은 드래곤볼 관련 게임이 나왔지만 SFC용 [초무투전] 시리즈 이후에 PS, SS으로 발매되었던 드래곤볼 게임은 솔직히 평균 이하의 타이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캐릭터 게임은 원작의 인기를 이용해서 대충 팬들의 눈먼 돈이나 훑어 먹고 보자는 식의 부실한 타이틀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며, 실제로 나오는 결과물 대부분이 전형적인 부실공사형 타이틀이었습니다. 물론 간혹 가다 제작사에서 실수로 괜찮은 게임을 만들어내서 유저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었지만 그런 타이틀은 그야말로 극히 일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캐릭터 게임도 엄연한 하나의 제대로 된 타이틀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릴 정도로 상황은 바뀌었고, 드래곤볼 관련 게임도 그 완성도가 여느 게임 못지않은 정도로 끌어올려졌습니다.
이번에 발매된 [스파킹] 역시 드래곤볼의 세계를 그려낸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과거 발매되었던 [드래곤볼 Z] 시리즈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가 바뀐 탓인지 [드래곤볼 Z] 시리즈와 타이틀부터 다르며, 게임 내적인 요소 또한 어느 정도 비슷한 모습을 따라가고 있지만 단순한 후속작이라기보다는 별개의 타이틀에 가까울 정도로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드래곤볼의 세계관이라는 점은 같지만 그 세계관을 그려내는 관점도 기존의 [드래곤볼 Z] 시리즈와 다릅니다.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물론 전투 도중 펼쳐지는 시점도 달라졌으며, 전작까지의 단순한 이동 방식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이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플레이 감각도 보다 3D에 맞게 바뀌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서 시점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서 또 다른 문제점이 생기기도 했지만 원작의 시원시원한 전투를 더욱 멋지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꽤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드래곤볼 Z]시리즈와 [스파킹]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변신 시스템의 폐지입니다. 플레이 도중 변신할 수 있었던 예전 시리즈와 달리 [스파킹]은 게임 도중 변신을 할 수 없고 대신 캐릭터를 고를 때 여러 타입 중에서 하나의 타입을 고르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변신 시스템의 폐지에 따라 찬반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솔직히 그리 길지 않은 전투 도중 게이지를 사용해서 변신을 했다고 하더라도 제한이 걸려 있어서 다시 변신이 풀리기도 하기 때문에 변신 후의 캐릭터를 좀 더 여유 있게 플레이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예 독립된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 물론 변신 시스템만의 게이지 관리나 전법 운용도 재미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변신 시스템을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눠서 게임 도중 변신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요.
시스템 외에도 그래픽적인 부분도 더욱 진화해서, 소박한 텍스쳐로 캐릭터를 제작한 [드래곤볼 Z]와 카툰 렌더링 기법을 통해 좀 더 만화스러운 느낌을 잘 살려낸 [드래곤볼 Z 2], 그리고 [드래곤볼 Z 3]를 거치면서 [스파킹]에서는 단순히 손으로 그린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한 세이딩 기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야말로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이 정도 되면 거의 PS2라는 머신의 한계치에 가까워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픽적인 완성도는 높아졌습니다. 그래픽적인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연출 또한 더욱 화려해지고 박력 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공 계열의 필살기를 사용할 때 나오는 특수 효과도 멋지게 변했고 공격하는 순간순간 일정 공격이 들어가면 화면이 느려지면서 파괴력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파킹] 발매 이전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멋진 그래픽이었으며, 실제 모습도 그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픽과 함께 [스파킹]에서 플레이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역시 전투일 것입니다. 전투의 기본적인 흐름은 근접 공격을 통해서 모은 기력으로 상대방에게 필살기를 구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접전에서 스매쉬, 가드 크러쉬, 기공탄, 헤비 피니쉬의 사지선다는 다른 대전 액션 게임 못지않은 심리전을 구사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심리전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원작에도 등장했던 태양권이나 잔상권 등의 고유기는 상성에 관계없이 상대방의 공격의 흐름을 끊어서 일방적인 방향으로 대전이 흘러가는 것을 막아줍니다. 묵직한 근접 공격과 적절한 심리전, 개성 넘치는 드래곤볼만의 고유기로 인해 [스파킹]은 단순한 캐릭터 게임에서 나아가 대전 액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도 극히 제한된 기술만 가지고 있으며, 게임의 패턴이 거기서 거기인 전투가 반복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더군다나 콤비네이션 공격마저 전작보다 못한 모습이기에 캐릭터가 아무리 많아도 플레이는 기본적인 운용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아무리 화려한 연출과 호쾌한 기술을 보여준다고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한 게임 진행이 극히 선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화려할수록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그런 장면이 몇 번 반복되다보면 상대적으로 수수한 다른 게임보다 같은 장면만 연속되는 거처럼 느껴지고, 결과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스파킹]이 캐릭터 게임이니만큼 원작의 요소를 재현하면서 그 요소를 극대화한 것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드래곤볼 Z] 시리즈와 차별화를 보여주는 시스템인 \'Z 에볼루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파킹]에서는 전투에서 승리하거나 클리어하면 \'Z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에 장착해서 여러 가지 추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부터 캐릭터를 추가하거나 새로운 배틀 게이트까지 [스파킹]의 모든 요소는 Z 아이템으로 표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Z 아이템은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조건이 맞는 아이템끼리 퓨전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템을 생성해 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배틀 게이트를 클리어할 때 주어지는 퓨전용 아이템은 조합 여부에 따라 새로운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Z 아이템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 도감을 전부 채우는 것을 노리는 유저라면 Z 에볼루션에 대한 연구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드래곤본 Z] 시리즈는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피콜로로 프리저를 쓰러트리는 등의 원작과는 다른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파킹]에서는 그 와는 정반대로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손을 대게 될 Z 배틀 게이트는 원작에서의 주요 전투를 플레이할 수 있게 정리해놓은 모드입니다. 사이야인의 지구 침공부터 마인 부우와의 전투까지 드래곤볼의 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겨주었던 원작의 주요 전투를 총 망라했습니다. 하나의 큰 전투 안에서 벌어졌던 모든 자잘한 전투까지 재현했기 때문에 \'원작 재현도\'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모드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전투를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배틀 게이트를 클리어 할 때마다 다른 하나가 순서대로 개방되는 형식이기 때문에 기나긴 시간을 투자해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Z 배틀 게이트 모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원작의 충실한 재현을 이루어냈다는 것입니다. Z 배틀 게이트 모드는 단순히 적을 쓰러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손으로 직접 원작을 재현해 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예를 들어 손오공의 형인 라데츠는 원작에서 피콜로의 마광관살포에 맞고 사망하시는데, Z 배틀 게이트 모드에서 피콜로와 라데츠로 전투를 벌인다면 플레이어는 피콜로가 되어서 피니쉬를 마광관살포로 해야만 클리어 한 것으로 인정이 됩니다. 이렇듯 특정 기술로 마무리를 짓는 것 외에도 일정시간 동안 살아남거나 제한시간 내에 적을 물리치는 등 원작의 상황에 맞추어진 다양한 클리어 조건에 맞게 게임을 플레이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단순한 이벤트 동영상으로 처리가 되곤 했던 원작의 명장면을 직접 플레이를 해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은 원작의 팬이라면 그 몰입도가 상당할 겁니다.
Z 배틀 게이트 모드에서의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원작의 재현이지만, 또 하나의 재미가 기다리고 있기도 합니다. 손오공의 아버지 버독을 사용해서 프리저를 물리친다거나 드래곤볼의 악역들이 모두 뭉쳐 Z 전사들을 물리치고 우주를 정복하는 등, 애니메이션에서만 등장하거나 아예 나올 수 없는 부분을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Z 배틀 게이트 모드에서 전투 도중 건물이나 지형 등이 파괴되면 등장하는 드래곤 볼을 모으는 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드래곤 볼을 7개 모두 모으게 되면 전작인 [드래곤볼 Z 3]의 육성 데이터를 불러오거나 새로운 배틀 게이트와 캐릭터를 추가시키는 등, 여러 특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드래곤볼의 팬을 자처하는 플레이어라면 드래곤볼을 모으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할 듯합니다.
배틀 게이트 다음으로 플레이어를 반겨주는 것은 일종의 아레나라고 할 수 있는 \'얼티메이트 배틀\'입니다. 랭킹 최하위인 지구 최강의 사나이 미스터 사탄을 쓰러트리는 것부터 시작되는 얼티메이트 배틀의 목적은 랭킹 1위에 오르는 것으로, 그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어 보입니다. 물론 [스파킹]의 모든 것을 마스터하려는 플레이어라면 필히 클리어를 해야겠지만요. 드래곤볼에서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항목 중 하나인 천하제일 무도회도 당연히 등장합니다. 일종의 토너먼트 배틀인 천하제일 무도회는 클리어하면 상급 무도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다른 대전 액션 게임의 토너먼트 배틀과 그리 다른 부분은 없습니다.
국내에 정식발매되는 [스파킹]은 발매 전부터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반다이 코리아에서 공식적으로 해명하긴 했지만 일본판과 다른 BGM과 오프닝 보컬의 삭제는 드래곤볼의 팬이라면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미 국내에 발매되었던 [드래곤볼 Z] 시리즈에서는 보컬과 BGM이 일본판과 동일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드래곤볼 Z] 시리즈를 구매해왔던 팬일수록 더욱 실망스러울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오프닝에 보컬이 없다는 것에 허전함을 느끼고는 있지만 게임 도중 흘러나오는 BGM은솔직히 게임성을 떨어뜨릴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원작에서 흘러나오던 오리지널 BGM은 아니지만 이미 전작에서 쓰였던 것들이기에 드래곤볼의 분위기에 제법 잘 어울리기도 하니까요. 현재 대한민국 게임 시장을 보면 보컬곡을 무리하게 넣어 달라고 마냥 부탁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지만 솔직히 유저 입장에선 조금 더 원작에 가까운 로컬라이징을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드래곤볼 Z 스파킹!]은 여느 드래곤볼 게임과 마찬가지로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일 것입니다. 드래곤볼의 팬이라면 친구와 나란히 패드를 잡고 기를 모으며 에네르기파만 해도 나름대로 즐거울 것입니다. 게임성 등 이모저모 꼼꼼히 따지는 유저라도 대전액션 게임으로서 갖추어야 할 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구 최강의 사나이 미스터 사탄과 같은 캐릭터로 슈퍼 사이야인 집단을 이기는 것은 죽었다가 깨어나는 것만큼이나 어렵지만 이런 점이야말로 참으로 드래곤볼답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인 [스파킹] 발매 전에 약간의 삐걱임이 있었고, 그로 인해 국내의 팬들을 위한 충실한 한글화마저 평가절하되는 듯한 모습은 한국의 비디오 게이머로서 안타깝습니다. 다음에 나올 [스파킹]의 후속작에서는 이런 삐걱거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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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 뷰] 드래곤볼 Z 스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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