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 어스블러드 | 출시일 | 2021년 02월 05일 |
개발사 | 시아니드 스튜디오 | 장르 | 액션 |
기종 | PC, PS4, PS5, XBO, XSX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한국어 지원 | 작성자 | PforP |
나름 어반 판타지류에서는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월드 오브 다크니스WoD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성공 후 관련 룰북이 발매되었는데,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도 그 중 하나다
룰의 성향을 설명하자면 호전적이면서도 자연과 교감하는 걸 중요시한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폭력적이기만 한 룰은 아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 (이하 WoD)는 1990년대에 등장해 인기를 얻은 TRPG다. 도시 판타지를 기반으로,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를 기반으로 기존 흡혈귀를 비롯한 고딕 계열 괴물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이 룰북은, 발매 이후 큰 인기를 얻었다. 1990년대는 기존 고딕 문화를 쿨한 이미지로 재발굴하는게 활발했던 시절이었는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큘라'나 닐 조단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그런 분위기를 잘 파악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저작권 난립 및 NWoD로 대표되는 룰북의 실패 등 굴곡이 많긴 했지만, WoD의 간판스타는 당연히 첫 작품인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일 것이다. 흡혈귀 사회의 권력 다툼과 정체성 고뇌를 다룬 이 룰북은 발매 후 큰 인기를 끌었고, 2004년에 나온 불운의 CRPG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은 CRPG 게임 팬덤에서도 확고한 인기를 자랑한다.
하지만 WoD 세계관은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룰북이 성공하면서, 시리즈를 확장했는데 WoD 시리즈의 메이저 작품 세 개를 꼽자면,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마법사를 주인공으로 한 메이지 디 어센션, 그리고 본작의 주인공인, 늑대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 (이하 WtA)가 있다.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의 설정은 어머니 가이아를 중심으로 만물의 안정을 담당하는 위버와 파괴를 담당하는 웜, 그 사이를 오가며 혼돈을 담당하는 와일드라는 정령으로 이뤄진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느 날 위버와 웜의 충돌 끝에 웜이 미쳐 재앙으로 타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본작의 동물 계열 변신족들은 혈통으로 이어지는 종족이며, 특히 늑대인간 종족은 가이아를 섬기는 전사로써 자신들을 가루우라고 지칭한다. 플레이어는 이런 가루우로써 가이아를 지키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과 (특히 엔드론 같은 악덕 기업), 재앙으로 타락한 웜과 싸움에 나서게 된다.
기본적으로 흡혈귀 사회 내 정치극에 가까웠던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랑 달리,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는 드루이드적 성향에 기반한 환경파괴를 비판하는 액션물에 가깝다. 확실히 다른 룰에 비하면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경향이 크다. 기본 스탯도 WoD 내에서 상위권인데다 파워 레벨도 상당히 높아서, 전투 플레이가 화끈하기 그지없다. 특히 본 리뷰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질 분노 시스템은, 원작에서는 다회 공격은 기본이며, 게이지가 다 떨어졌더라도 분노로 각성하는 롤플레이를 하면 채워지는 무지막지한 호전성을 자랑한다. 늑대인간은 전반적으로 흡혈귀에 비해 거친 이미지가 강한데 그걸 반영하고 할 수 있겠다. 대신 가루우들은 마냥 먼치킨은 아닌데다, 전투 플레이와 더불어 가이아를 병들게 하는 인간 및 기업의 행태를 비판하고,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롤플레이도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호전적인 모양새랑 달리, 내용은 상당히 암담한 편인데 설정상 가이아를 지키기 위한 가루우가 벌이는 전쟁은 패배/멸망이 예언된 상황이라 일방적인 호쾌함하고는 거리가 멀다. 어찌 보면 WoD다운 설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WoD는 비디오 게임 쪽에서는 그렇게까지 대박을 터트리진 못했다. 심지어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도 후속작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술 더 떠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는 비디오 게임 자체가 없었다. 이 게임이 그나마 나올 뻔했지만 취소
사실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도 비디오 게임 복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는 비디오 게임이 없다고 봐도 좋다. 일단 룰북이 발행된 이후 캡콤과 (어둠의 장막이라는 RPG 어드벤처 하이브리드 게임으로 유명한) 드림포지 인터랙티브와 ASC 게임즈가 게임화에 나섰다가 금세 손을 떼버렸다. 당시 두 회사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캡콤 쪽은 횡 스크롤 액션 게임이 나올 가능성이 컸으며, 드림포지 쪽은 TRPG 양식을 중시하는 RPG 게임이 나올 가능성이 컸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그렇기에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 룰북 기반 게임은 2020년에 나온 본작과 '하트 오브 더 포레스트'가 최초라 할 수 있다. '하트 오브 더 포레스트'는 TRPG 플레이를 구현한 게임이라 (평은 나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 어스블러드 (이하 어스블러드)는 룰북을 비디오 게임의 형식으로 번역 해석한 첫 게임이라 할 수 있다. WtA 팬들이라면 설레는 소식이었을 거다. 멋지고 고독한 WoD 늑대인간들을 비디오 게임에서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이니깐 말이다.
문제는 기념비적인 WtA 게임을 만든 회사가 대형 회사가 아닌 시아니드 SA라는 회사라는 프랑스 중소 게임 개발사였다는 것이다. 사실 시아니드 SA는 역사로 따지면 20년이 되는 중견급이긴 하지만 막상 게임 유저들에게 회사 이름을 듣고 대표작을 꼽으라 하면 당황할 가능성이 크다. 고만고만한 B급 게임과 하청 이미지가 강한 회사기 때문이다. 차라리 폴 버호벤 감독의 '엘르'에 나오는 게임 제작사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대표작이라면 고블린을 주인공으로 한 잠입 게임 '스틱스: 마스터 오브 섀도우'나 '콜 오브 크툴루' 공식 게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게임들은 대체로 미묘한 평을 받았다. 몇몇 지점은 매혹적이지만, 그걸 온전히 구현하기엔 기술적으로 덜컹거리며 어딘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게임을 만들어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본 리뷰작인 '어스블러드'도 그런 시아니드 SA의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임이다.
"Like a true nature's child. We were born, born to be wild. We can climb so high."
놀랍게도 RPG 게임은 아니다. 아케이드풍 액션 게임이라고 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그래도 공식 딱지가 붙어서인지, 원작 룰을 활용해 디자인하려는 시도는 보이긴 한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과 묘하게 닮지 않았나 싶은 부분이 있다
일단 '어스블러드'는 RPG 게임이 아니다. RPG 게임의 핵심이라 한다면 캐릭터 스탯과 레벨업, 역할 수행, 대화 및 퀘스트 진행을 꼽을 것인데 '어스블러드'에서는 RPG 요소는 상당히 미미한 편이다.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블러드라인 같은 정교한 RPG 게임을 생각하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어스블러드'에 가까운 게임은, PS3 시절 레이븐 소프트웨어가 만들었던 타이업 게임인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다. 버튼 조합으로 구성된 기술로 진행하는 화끈한 액션 (분노를 사용해 공격력을 올리는 시스템도 유사하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간략화된 스킬/레벨 시스템, 아케이드 게임 풍 평면적인 스테이지 디자인 등에서 공통점이 많다. 좀 더 근본적으로 '갓 오브 워'나 '데빌 메이 크라이' 영향력이 느껴진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캐주얼하지만 깔끔하게 원하는 성과를 거뒀던 '엑스맨 탄생: 울버린'과 달리, '어스블러드'는 갈팡질팡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되었다.
어느 정도 변화가 가해졌지만, 게임 디자인에서 '어스블러드'는 그래도 원작 TRPG 룰을 반영하려고 한 티는 난다. 원작 요소를 가져와 액션 게임에 맞게 변형하려는 시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늑대인간 변신을 살펴보자. 원작에서 가루우는 총 다섯 가지 형태로 변신할 수 있었지만, 본 게임에서는 총 세 가지 형태로 압축되었다: 인간 형태인 호미드, 늑대인간 크리노스, 늑대 루푸스. 전투는 크리노스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되고, 호미드와 루푸스는 기기 조작 및 스토리 진행 (호미드), 잠입 플레이 (루푸스)에 맞춰져 있다. 체력 상태 역시 크리노스에만 있고 호미드와 루푸스는 들키기 전까지는 체력 관리 없이 분노 게이지만 충전할 수 있다. 크리노스로 변신하는 법은 분노 버튼을 누르거나 공격 받았을 때 버튼 연타를 하면 진행되며, 이때부터는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하게 된다.
대신 호미드/루푸스 상태에서는 스테이지 내 아이템이나 상호작용 포인트, 나아가 정령들을 확인할 수 있는 펜움브라 시야를 쓸 수 있다. 이 펜움브라 시야는 원작에서 등장하는 개념인데, 원작에서 펜움브라는 정령들의 세계인 움브라 계에 반영된 인간계의 이면 같은 느낌으로, 다소 복잡한 설정의 세계였다. 간단히 말해 일반적인 인간계에서는 볼 수 없는 정령들의 고유한 세계가 서로 겹쳐 보이는 세계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어스블러드'에서는 어쌔신 크리드의 이글 비전이나 히트맨 시리즈의 육감 시스템과 비슷하게 변형했다고 보면 좋다. 다만 펜움브라 비전은 이글 비전이나 육감과 달리 이동하면서 쓸 수 없고 멈춘 채로만 쓸 수 있다. 원작에서는 인간계와 움브라 계의 경계엔 건틀릿이라는 세계 간의 장벽이 있으며, 장벽을 뚫는 것은 물론이며 잠시 훔쳐보는 수준도 유체 이탈 급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를 반영하려는 시도로 추정된다.
일직선 진행이긴 한데, 케언이 있는 오버월드와 던전격인 엔드론 사 기지로 스테이지가 나눠진다
호미드/루푸스 상태에서는 잠입 위주로 진행된다
이런 장르에서는 보기 드문 의외로 자유도와 선택지 개념이 있었던 대화 시스템
우선은 인간과 늑대 형태인 호미드/루푸스를 중심으로 스테이지 및 잠입 디자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어스블러드' 스테이지 구성은 마지막 장을 제외하면 유사 오버월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전체 스테이지는 가루우의 소굴인 케언과 악덕 기업 엔드론 사 기지로 나눠진다. 오버월드인 케언과 주변 지역에서는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스토리를 진행하거나 아이템 보급을 할 수 있다. 또한 케언에 상주하는 정령이 주는 사이드 퀘스트를 케언 주변에서 진행할 수 있다. 주 퀘스트가 진행되면 플레이어는 엔드론 사로 잠입하게 되고, 본격적인 게임이 진행된다. 엔드론 사는 일종의 던전 같다고 생각하면 좋은데, 기본적으로 엔드론 사에서 플레이어는 잠입 상태로, 순찰하는 적들이 플레이어를 발견하면 경계-적대 상태로 올라간다. 스테이지 디자인 자체는 상술했듯이 평면적이다. 복층 구조도 단순한 형태인데다 얼마 등장하지 않는 데다, 스테이지 내 동선과 상호작용 장치 역시 정형화되어 있어서 초반부만 진행하면 어떻게 진행할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디자인으로 풀 프라이스로 팔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옛날 아케이드 액션 게임 느낌이 많이 난다.
시아니드 SA가 차별화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잠입 요소다. 기본적으로 '어스블러드'의 스테이지는 일부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적에게 들키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 호미드와 루푸스 상태 역시 이런 잠입 플레이에 맞춰져 있는데, 특히 루푸스 상태일 경우 은신 및 이동 속도에 보정을 받기 때문에 루푸스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잠입 디자인 자체는 시프 (혹은 같은 회사에 만들었던 스틱스: 마스터 오브 섀도우)보다는 스테이지 디자인에 맞춰 아케이드 게임 (예를 들어 메탈 기어 솔리드) 스타일에 가깝다. 구역마다 루푸스 상태로 다닐 수 있는 환기구가 있고, 펜움브라 시야를 통해 카메라나 감시 포탑 같은 전자 기기가 어느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해, 컴퓨터를 조작해 끌 수 있다. 잠입 상태 시 무기는 맨손으로 기절시키기와 장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석궁 정도만 주어진다. 이중 석궁은 스킬 업그레이드를 하면 감시 카메라 부수기라던가 3인 지정 사격을 할 수 있다.
잠입 요소와 관련된 흥미로운 시도라면, 휴미드 상태로 진행하는 대화 시스템이 있다. 본작에서 대화는 정보를 얻어내는 도구기도 하지만 분노 게이지를 충전할 수 있는 도구기도 하다. 엔드론 사에서 숨지 않고 휴미드 상태에서 돌아다닐 수 있는데, 이때 대화를 하면서 인간인 척 속이며 대화를 이어갈 수도 있고, 분노 게이지를 충전한 뒤 분노 버튼을 눌러 빠른 전투태세를 돌입할 수 있다. 심지어 몇몇 대화 선택지는 실패하면 상대방 측에서 의심하고 되려 선제공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런 시도가 흥미로울 정도로 구체화되어 있냐고 하면, 부정적이다. 단점과 연계되는 부분이지만, 일단 이런 대화할 상황 자체가 자주 나오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적다. 퀘스트 진행이나 아이템 획득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사실상 '어스블러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크리노스
분노 게이지를 관리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체력 회복도 분노 게이지를 소모하기 때문
??: 와 역시 카한 선배님 완전히 엔드론 사를 뒤집어 놓으셨다 와 상태가 달라진 것 같아 진짜 광분 상태…
스킬 트리 같은 경우, RPG 게임보다는 액션 게임에 가깝다. 상당히 단순한 편
전투 같은 경우, 잠입보다는 공들인 편이다. 크리노스 상태에서 진행하는 전투는, 공격과 강력 공격, 점프 공격으로 나뉜다. 이중 일반 공격과 강력 공격은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콤보 스킬이 발동된다. 콤보 마무리는 강력 공격을 사용하는 것으로 종료된다. 크리노스에겐 태세라고 전투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개념이 있다. 민첩 태세와 강인 태세로 나뉘어 있는데, 이 태세에 따라 공격 양태부터 콤보 시스템, 쓸 수 있는 특수 스킬, 패시브 스킬을 통해 차오르는 게이지가 (민첩에서는 분노와 격노가, 강인에서는 체력이 차오른다) 달라진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민첩 태세는 속도로 밀어붙인다면 강인 태세는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보면 좋다. 이 민첩 태세와 강인 태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어스블러드' 전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전투 도중 L2와 버튼을 같이 누르면 왼쪽 아래에 있는 회복이나 돌격 같은 특수 스킬을 쓸 수 있다. 이 특수 스킬은 분노 게이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분노 게이지는 잠입 상태에서 적을 은신 처치하거나 플라스크를 마시거나, 상술한 대화 이벤트에서 분노 게이지를 획득하는 쪽으로 진행하면 얻을 수 있다. 전투 중에 획득하려면 붙잡은 적을 처형해야 획득할 수 있다. 전투 시스템은 높은 완성도라 보기 힘들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편이다. 적이 다양하진 않지만, 공격이 매서운 편이고, 최대 체력을 깎아 먹는 은 공격 같은 요소들 때문에 긴장감도 유지되는 편이다. 이 은 공격은 은 정화라는 상태 회복 스킬이 있긴 한데 관련 스킬 트리를 3단계까지 찍어야 한다. 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길티 플레저 타입의 재미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전투를 하다 보면 격노 게이지가 쌓이게 되는데, 게이지가 끝까지 차오르면 버튼을 눌러 광분 상태로 돌입할 수 있게 된다. 광분 상태에 돌입하면 최대 공격력과 모든 태세의 장점을 얻지만, 특수 기술이나 회복을 사용할 수 없게 되기에 게이지를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는 게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을 해금하면 광분 상태에서 공격하면 분노 게이지나 체력 회복을 할 수 있긴 하다) 스킬은 스킬 트리를 해금하는 방식으로, 특수 기술과 패시브 기술로 이뤄져 있다. 스킬 점수는 펜움브라 시야로 스테이지 주변에 있는 정령들과 상호작용하면 정령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으며, 다 모으면 스킬 점수로 변환되어 스킬 트리를 찍을 수 있다. 스킬 트리 자체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서, 액션 게임의 스킬 트리를 수준이라 보면 좋다. 이렇게 찍은 스킬 트리는 케언에 있는 정령에게 말을 걸어 초기화할 수도 있다.
잠입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거의 없다. 잠입 게임 개발했던 회사 맞나 싶을 정도
전투 이외 진행은 끝날 때까지 크게 변하는데 없어서 나중엔 좀 지루해진다
사실 상이한 콘셉트의 디자인이 절충적으로 결합한 게임은 흔하다. 당장 '어스블러드'처럼 잠입과 액션과의 조합한 게임이 뭐가 있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 시아니드 SA도 다소 다른 양태긴 했지만 '스틱스: 마스터 오브 섀도'라는 잠입 게임을 만든 전력이 있으니, 그래도 기본을 할 거라 믿었다. 실망스럽게도 '어스블러드'는 잠입과 액션의 조합에 있어서 실패한 게임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크리노스로 대표되는 액션 플레이만 그럭저럭 구현되었고, 호미드/루푸스로 대표되는 잠입 플레이는 설익었거나 실패한 디자인이 많다. 잠입 게임 제작 경력이 있는 회사가 이렇게 실망스러울 정도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지 못했나 싶을 정도로 의아하다.
우선 전반적인 구성에 있어서 잠입 플레이를 고려 하지 않았다는 티가 팍팍 난다. 그나마 디자인 같은 경우, 어느 정도 다양하게 만들려고 한 티가 난다. 나름 복잡하게 경로를 설계하고, '전투' 혹은 '잠입' 진행을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게 만든 비리디안 주립 교도소 스테이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런 시도가 천편일률적인 진행 방식 때문에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어스블러드의 잠입 플레이는 '스테이지 진입-적 및 증원 알람 제거-환풍구 찾아 들어가기-컴퓨터 찾아서 관련 스위치 작동-다음 스테이지로 이동'의 반복이라 보면 좋다. 아케이드 액션 게임이야 이런 반복적인 진행이 어느 정도 용납되긴 하지만, 경로와 방법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잠입 게임으로써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실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진행 때문에 대화를 통해 잠입/공격 롤 플레이를 구현하려는 시도도 유명무실해졌다.
적의 행동 패턴이나 반응이 대충인데 감지력은 지나치게 기계적이다
특히 적을 쓰러트리고 시체를 운반하거나 숨길 수 없다는 점은 문화 충격이었다
루푸스 형태로 잠입 게임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만 하고 구현화는 대충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신경 썼다 수준이지 스테이지 내 적 배치나 구성을 뜯어보면 결함투성이다. 특정 스테이지 적 배치 및 순찰 루트는 잠입 플레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개별 적 설계 역시 평균에 미달한다. 감지 능력 및 행동 패턴은 장르 평균에도 못 미칠 정도로 상당히 멍청한데 반대로 시야각 및 감지 속도는 상당히 빡빡한 편이라 유연하게 잠입 상황을 꾸려나갈 수가 없다. 들켜서 경계 상태에 들어가면 잘 안 떨어지는 데다 다른 대안도 없어서, 그냥 전투로 나가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할 정도다. 여기다 중장갑/파워로더 계열은 은신 습격 자체가 막혀있어서 처음부터 전투로 쓸어버리거나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잠입 관련 편의성도 나쁜 편이다. '어스블러드'는 기절시킨 적을 치울 수 없는 잠입 게임이다. 적을 기절시키면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데, 적을 이동하거나 숨길 수 없다. 당연하겠지만 숨길 장소도 없고 칸막이에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 그 결과 기절시킨 적이 순찰하는 적의 시야각에 쓰러지면 잠입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여러모로 나쁜 의미로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잠입 게임에서 기절/사살한 적을 치워서 들키지 않게 하는 건 장르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적 유인이 쉬우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라서 제법 가까운 곳에서 짖어야 올까 말까 한 수준이다. 상술한 문제점과 겹쳐 '적을 유인해 몰래 처리하고 진행하기'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러다 보니 잠입 관련 스킬이나 도구도 상당 부분 피해를 보고 있다. 일례로 본작의 석궁 저격은 무조건 선 자세에서 겨냥해야 되기에 자칫하면 들키게 된다. 여기다 카메라 부수기나 저격 대상 표시 같은 필수 요소도 별도의 스킬 해금이 필요한지라, 상당히 효율이 떨어진다. 이런 문제가 겹치다 보니, 잠입을 왜 해야 하지? 싶을 정도로 비중이 얕아져 버렸다. 대다수 플레이어는 잠입 시도하다가 짜증 내면서 크리노스 상태로 분노하게 될 것이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어설픈 잠입 요소는 빼버리고 고전적인 아케이드 액션 게임으로 밀어붙이던가 해야 했다.
갑자기 낙사가 등장하는 최후반부 스테이지 디자인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이브 시스템은 개중 최악이다. 일반 PS4 기준 느린 로딩까지 겹쳐 스트레스받기 딱 좋다
콘텐츠 분량이 적어서 1회차 하고 땡인 게임이다. 타임 어택 같은 모드도 없다
예정해뒀던 부가 미션을 부자연스럽게 잘라낸 부분도 보인다
액션 디자인도 자세히 뜯어보면 문제점이 많다. 우선 움직임이 무게감이 없어 붕붕 날아다니는 느낌이 강하다. 늑대인간이 육중한 이미지라는 걸 생각해보면 몰입을 저해할 정도인데, 특히 루푸스 점프 모션은 지나칠 정도로 가볍고 엉성하다. 여기다 후반부 스테이지 같은 경우, 이전까지 없었던 낙사 개념이 등장하기 때문에 돌진 공격을 하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사망하는 정도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후술할 다른 문제점과 겹쳐서 때문에 좀 심각한 편이다. 또한, Z 주목 기능이 있음에도 전투 시 카메라 시점이 자주 엉키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적 하나를 잡고 집중 공격을 하다 보면 카메라 시점이 자주 꼬이는 편이다. 그래픽 같은 경우에도 모델링 질이 그지 좋지 못하고, 어딘가 지저분한 티가 난다.
가장 최악은 세이브 시스템이다. '어스블러드'는 수동 세이브 없는 체크포인트 시스템을 택하고 있는데, 누가 고안했는지 몰라도 사죄문을 써야 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 체크포인트 배치 간격이 넓어서 다양한 상황 대응이 불가능하며, 재로드하면 한창 전으로 돌아가기 일쑤기 때문이다. 여기다 진행 경로가 아닌 체크포인트를 지나다니면 별다른 제제 없이 무한 세이브가 되는 경우가 생겨 골탕먹기 좋다. 여기다 기술적인 마감이 엉성한 부분이 많고 최적화가 심각하게 별로다. 특히 로딩이 심각할 정도로 느려서, 일반 PS4 기준으로 1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일반적인 플레이에도 방해가 되는 단점이지만 잠입 게임로써는 확인사살급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종종 출몰하는 잔버그 및 충돌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정 구역에 진입했더니, 별 설명 없이 부가 미션이 막혀버리는 기초적인 실수도 보인다.
콘텐츠 부족도 눈에 거슬리는데, 본작의 부가 미션은 스테이지별로 2~3개 정도다. 이 정도면 메인 미션 하는 도중에 짬 내서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이고 부가 미션 디자인도 단순하기 그지없다. 대다수가 스테이지 내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달라라던가, 말 걸어달라 정도고 미션 보상도 정령 포인트가 전부다. 심지어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예정된 콘텐츠를 잘라낸 모습을 보인다. 먼저 비리디안 주립 교도소 부가 미션 중에 세스라는 죄수와 대화를 해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미션이 있다. 대화가 끝날 때쯤 세스는 불화가 있는 사람을 처리해줄 수 있냐고 말한다. 하지만 교도소 메인 미션이 끝날 때까지 세스가 주는 부가 미션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사는 녹음해뒀지만 모종의 이유로 구현하지 못한 채 출시한 거 아닌지 추정된다.
두 번째로 최종 보스 직전 스테이지가 있다. 이 스테이지를 확인한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지나치게 넓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다. 그냥 지나가는 구간이라고 보기엔 칸막이 같은 시야 가림막이나 환풍구 같은 잠입 관련 구조물이 만들어져 있기에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다. 제작진이 마감 기한에 쫓겨 스테이지만 남기고 구상하고 있던 콘텐츠를 삭제해버렸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너무 티 나게 삭제해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지만 말이다. 당연하겠지만 다회차 요소 역시 없어서 더 어려운 난이도 도전밖에 없다고 보면 좋다. 챕터 선택도 당연히 없다. 이런 아케이드풍 액션 게임엔 적이 떼거리로 몰려나오는 타임 어택이라도 있는 걸 생각해보면 뭘 믿고 1회차 메인 스토리 위주로 게임을 설계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실패를 제작사의 역량 부족도 있었겠지만, 배급 쪽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다. '어스블러드'의 배급은 나콘이라는 프랑스 회사에서 담당했다. 원래 빅벤 인터랙티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배급 회사지만 송고 시점에서 나콘으로 변경했다. 문제는 이 나콘은 (루리웹에서도 리뷰한) 자사 배급작이었던 '싱킹 시티'의 제작사 프로그웨어와 소송전에 들어간 상태다. '싱킹 시티' 제작사인 프로그웨어에서 폭로하길 나콘은 게임 소스 코드를 유출해 새로운 RPG 게임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지급해야 할 로열티를 미지급했다고 한다. 심지어 공방 와중에 스팀에 게임을 멋대로 재출시하는 만행을 벌여 비판받고 있다. 본작 역시 '싱킹 시티'가 그랬던 것처럼 부족한 콘텐츠에 엉성한 마감질로 허덕이고 있어서, 나콘 측의 프로듀싱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 라는 추측을 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에코 테러리즘을 옹호하는 게임은 보기 드물어서 나름 신선하긴 했다. (원작에서는 이 엔드론은 펜텍스라는 세계 최대 민간 기업 집단의 일부다.)
정령 비주얼 같은 부분은 그럭저럭 매력적인 편이다
문제는 그런 매력이 일부 비주얼에만 그친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본작에서 움브라계 묘사는 이 장면이 전부다
그래도 서사는 괜찮겠죠? 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유명 TRPG 룰북이니 설정이나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틀렸다. '어스블러드'는 WoD 세계관을 빌린 게임 맞나? 싶을 정도로 서사가 별로다. 장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정령 비주얼이라던가, 정령과 가루우 관계 묘사 같은건 흥미롭다. 솔직히 전투보다는 이런 묘사를 보고 싶었기도 했다. 알리바이를 대긴 했지만, 비디오 게임에서는 보기 드물게 에코 테러리즘에 대해 옹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주 배경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배경이기도 했던 자연 친화적이고 히피 문화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미국 북서부 지방이라서 이런 접근이 잘 어울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스블러드'의 서사는 고만고만한 B급 액션 게임의 전형성에 괜찮은 재료가 휩쓸려 가버린다. 먼저 전반적인 원작 반영이 별로다. 그나마 좋은 부분도, 원작이나 비주얼 아티스트의 공이지, 작가진의 공은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필자보다 원작에 정통한 팬덤이 훨씬 할 말이 많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봐도 감이 잡힐 수준이다. 정령과 가루우로 대표되는 자연 세계, 자연 파괴라는 주제에 대해서 너무 피상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잘 보여주는 예시로 정령 세계인 움브라계가 있다. 이 움브라계는 원작 룰인 WtD 특유의 드루이드 풍 미학을 잘 보여주는 세계다. 원작은 상당히 세세하게 이 움브라계에 대한 설정과 더불어 두려우면서도 매혹적인 모습을 세세히 풀어놓고 있다. 그러나 '어스블러드'에서 움브라계는 딱 한 번 전투 스테이지로 보여주고 그냥 넘어가 버린다. 움브라계뿐만이 아니라 가루우 부족에 대한 묘사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가루우 부족의 전통이나 문화가 서사로 제시되지 않고 게임 내 텍스트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WtD 원작에 강박적으로 매달릴 필요까지 없었지만 '어스블러드'는 원작의 매력이나 설정을 잘 소화하지 못하거나, 단편적인 성취를 내놓는 데 그치고 있다.
세력이나 주제 묘사 역시 많이 부족하다. 본작의 악당 기업인 엔드론은 나름 지능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친환경 에너지로 위장해 음모를 꾸미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원작이 추구했던 입체적인 악의를 느끼기엔 부족하다. 일차원적인 나쁜 놈으로 나온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람다 인류로 대표되는 인간 측 환경 보호 단체와 가루우 부족 간의 관계 역시 '탐탁치 않았으나 어쩌다 보니 도와주게 되었다' 식으로 흘러가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람다 인류가 아무리 착한 환경 단체라고 가정해도 이렇게까지 평면적인 단체는 아니었을 것이다. 원작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던 위버, 와일드, 웜 간의 대립도 작중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 데다 게임 내 텍스트를 읽어봐야 감이 잡힐 정도다. 이러다 보니 원작이 추구했던 자연과의 공감과 보호라는 주제도 '물론 지구를 파괴하는 나쁜 놈 때려잡아야지! 하지만 딸 구하는 게 가장 중요해!'라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만다. 거창하게 실사 영상과 나레이션까지 동원해 인간의 자연 파괴를 비판한 오프닝은 뭐였나 싶을 정도다.
디자인은 나쁘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매력이 없는 주인공 카할
특히 이 캐릭터의 최후는 정말 황당할 정도로 시시하다
도입부의 거창한 영상과 나레이션은 뭐였나, 싶을 정도로 얄팍하고 형편없는 서사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캐릭터 조형과 캐릭터 활용에 있다. 주인공 카할은 멋진 늑대인간 주인공이 될 수 있었으나, 캐릭터 조형에 있어서 실패했다. 행동 동기부터 시작해 사상, 심리 묘사 (자신이 속한 울프 팩에 대한 감정, 가이아의 전사로써 숙명과 책임감, 내면의 분노와 슬픔에 대한 태도)까지 모든 게 전형적이고 빈약하기 그지없다. 오랫동안 가루우 사회를 누비며 자식까지 있는 연륜있는 가이아의 전사인데 이렇게까지 얄팍한 캐릭터여도 되나? 싶을 정도다. 중심이 되는 딸 아에다나와의 관계 묘사도 실망스럽다. 설정상 부족의 전통과 관련된 흥미로운 애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둘의 관계는 별다른 충돌 없이 대충 정리되고 만다. 딸 구하려는 아빠 캐릭터는 정말 흔하디흔한 캐릭터고, 차별화가 필요했는데 차별화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그 결과 카할은 때려 부수기만 잘하는 바이커 풍 아빠 늑대인간이라는 인상 밖에 남는 게 없다. WtA 이름도 다 떼고 늑대인간이 주인공인 오리지널 게임으로 내세워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그런 와중에 WtD 특유의 숙명론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겠다고, 캐릭터를 마구잡이로 소모해버리는 바람에 그나마 좋았던 부분도 망쳐버렸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나 존중도 없이 엉성하게 죽여버리는 경우가 많다. 도입부는 그 점에서 '어스블러드'의 서사가 가진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캐릭터에 정 줄 새 없이 바로 한 명 죽이고 시작하는데, 이 죽음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죽음이 캐릭터에게 미친 영향을 잘 다뤘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카할의 귀환으로 생겨야 할 구성원 간의 갈등도 건성으로 처리돼서, '솔직히 이럴 거면 왜 떠난건지 모르겠다.'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장면 연출이 엉망인 것은 덤이다.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 이후 오래간만에 만나는 실패한 게임 도입부라 할 수 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지는데, 본작의 악당인 그레이너 소령이 이 문제를 집약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도입부 소개로만 보면 마치 아치 에너미처럼 보이지만 이 캐릭터의 활용과 최후는 정말 황당할 정도로 시시하다. 하도 믿기지 않아서 다른 반전이 있겠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결말에 이르면 참담하다. 상황 고조용으로 기계적으로 캐릭터를 희생하는 게 극에 달한 데다 의미 없는 멀티 엔딩에 (심지어 다른 엔딩을 보려면 처음부터 다시 깨야 한다) 후속작 떡밥까지 등장해서 뭘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뭘 하고 싶었는지 묻고 싶어질 정도였다. 잘못된 연기 지도로 지나치게 담담해져 버린 성우 연기는 덤이다. 전반적으로 '어스블러드'의 서사는 하급 히어로 코믹스를 보는듯한 쓸데없는 잔혹함과 매력 없음으로 재료를 망치고 있다.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 어스블러드'에 대해서 좋은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원작을 완전히 무시한, 안정적으로 뇌를 비우고 때려 부술 수 있는 재미 정도로 나왔더라도 나쁜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늑대인간이 펼치는 구식 액션 게임의 호쾌한 맛이라는 장점 하나만으로 추천하기엔 너무나 많은 단점이 걸린다. 어정쩡한 장르 간 결합, 엉성한 스테이지 디자인, 빈한하기 그지 없는데다 심지어 허겁지겁 잘라낸 듯한 게임 콘텐츠, 버그를 비롯한 기술적인 문제, 캐릭터나 세계관에 대한 존중이나 고민도 없는 게으르고 엉성한 서사…. 원작 TRPG 팬이라면 불만점은 더 늘어날 것이다. '어스블러드'는 장점마저 없는 최악의 게임은 아니지만, 문제가 많은 게임임으로 추천하기 힘들다.
프랜차이즈 비디오 게임 데뷔작이 이런 실패로 끝나서 좀 슬펐다. 제대로 된 게임이 나왔으면 한다
작성 PforP / 편집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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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미지 캐릭터가 레인오브파이어 매튜 맥커너히가 생각나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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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수왕기 생각나네 그때 변신장면 참 강렬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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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처음 봤을 때에도 확 끌리는 느낌이 없었는데..리뷰가 못을 박아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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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미지 캐릭터가 레인오브파이어 매튜 맥커너히가 생각나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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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캐릭 죽는 장면이 내 영화 시청 역사상 가장 어이없는 베스트에 꼽히지 ㅋㅋㅋ '우와아아아아악~!!!!' (장엄) 그리고 '낼름~' (와 개 꿀맛) ㅋㅋㅋㅋㅋㅋ | 21.03.12 18: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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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번째 베스트 역시 이 영화에 있는데 보스 막타치는것도 쥰내 어이없음 ㅋㅋㅋㅋ 개뜬금 보스 입벌리니까 미사일 화살이었나? 그거 그냥 입에 퓩! 쏘고 시밤쾅!! 마지막에 주인공이 '나도 드래곤 슬레이어 라구!'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 | 21.03.12 18: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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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처음 봤을 때에도 확 끌리는 느낌이 없었는데..리뷰가 못을 박아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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