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언제부터 한쪽이 결린다던 누나는
얼마 안 가 해만 지면 몸져누웠다
이웃들도 의사들도 점집에나 보내보라 했지만
싫다고 싫다고 악을 썼는데
이번에는 내가 앓아눕자
누나는 조용히 내림굿을 받았다
누나가 늘 바라던 방이 그때 생겼다
차림이고 낯이고 전부 다 어두운
인간처의 낮에는 방울 소리 지나서
마음이 열리거나 닫히는 소리
닳도록 손 비비는 소리는 저녁상 치우면 들렸다
문득 잠에서 깨 오줌 누러 가는 한밤
초에 켠 불이 많아 아늑하게 깊숙하게
밝은 그 방으로 모르는 할머니가 들어갔고
일요일엔 모처럼 티셔츠를 입고 나와
누나는 시고 단 귤 먹고 싶다 했다
요 앞 청과에 좀 다녀오라 어머니가 심부름을 시키시면
나는 싫다고 싫다고 버팅기다 내쫓기듯
집을 나와 내리막길 걸으면 푸른청과 보이고
오르막길 걸으면 끝에 영광교회 나와서
낑낑 오르는 신자들 매번 저기 마귀 동생 간다 그랬다
전욱진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창비시선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