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기우는 곳
열무는 거두었는가? 나는 밭은커녕 광에도 못 들어
가보고 밤차 타고 광주 왔어야 긍께 지난번 그 대학병원
여기 인연이 징해 시아버지 시어머니 여기서 보내드렸
지 애들 아버지도 보름 입원했다가 여기서 갔지 재작년
에 큰애기 암 수술 여서 했지 민옥이? 민옥이가 원무과
그만둔 지가 언젠디 민옥이 타령이여 지 엄마까지 데리
고 이민 갔다니까 이제 병원비도 안 깎아주지 근다고 어
떻게 사람이 신세만 지고 나 몰라라 하는가 몸 아프고 병
들 적마다 쪼르르 와서 앓다 가던 곳인데 좋은 일로도 한
번 와야 쓰지 나무도 처음 기운 쪽으로 자라는 법인게 그
려 딸, 요즘 애들은 딸이 더 좋다 하대 아니 예정일은 며
칠 남았는디 어젯밤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야야 시
방 전화 끊어야 수술 끝난 듯싶소 아침저녁으로 달구새
끼 모이 좀 주고 응응 욕보소잉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박준,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