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말
그렇게 들면 허리 다 나가 짐은 하체로 드는 거야 등갓
잘 보고 모서리 먼저 바닥에 놓아 아니 왼쪽으로 조금 더
왼쪽으로,
가는 말들 지나
외롭지? 그런데 그건 외로운 게 아니야 가만 보면 너
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도 외로운 거야* 혼자
가 둘이지 그러면 외로운 게 아니다,
하는 말들 지나
왜 자면서 주먹을 쥐고 자 피 안 통해 손 펴고 자 신기
하네 자면서도 다 알아,
듣는 말 지나
큰비 지나, 물길과 흙길 지나, 자라난 풀과 떨어진 돌
우산과 오토바이 지나, 오늘은 노인 셋에 아이 둘 어젯밤
에는 웬 젊은 사람 하나 지나, 여름보다 이르게 가는 것
들 지나, 저녁보다 늦게 오는 마음 지나, 노래 몇 자락 지
나, 과원果園 지나, 넘어짐과 일어섬 그마저도 지나서 한
이틀 후에 오는 반가운 것들
* 이문재 시인의 취한 말.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박준,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