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돌아오는 금요일이
아버지 기일
올해로 스물일곱번째
그러고 보니 돌아가시고 나서도
매년 꼬박꼬박 나이를 드신다
살아서 여든 돌아가시고 나서 스물일곱
그러고 보니 죽은 사람에겐
죽은 그날이 두번째 생일이다
죽음이 새로 살기 시작한 첫날이다
살아 있는 우리가 기억한다면
기일은 엄연한 생일이다
아버지가 꼭 그렇다
돌아가시고 나서 더 자주 오신다
당신 제삿날은 물론이고
어머니와 큰형님 큰형수 제삿날
설과 추석에는 며칠 전부터 안방 차지
내 생일 아침에도 큰기침을 하신다
아이들 졸업식에는 물론
친척들 장례식과 결혼식
명퇴 전날에는 회사 앞 단골 술집
어젯밤에는 사나운 꿈자리에까지
아버지 안 가시고 자주 오신다
올해로 백 하고도 일곱 참 오래 사신다
그러고 보니 우리 네 식구
한달에 한번 밥 한끼 같이 먹기 힘든
우리 집은 여전한 대가족이다
혼자의 넓이
이문재, 창비시선 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