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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설정 및 스토리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전화]
프롤로그 /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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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안의 지하시설은 깊고깊은 계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소니언과 루빅스, 호드 부대, 그리고 김지석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확인하고픈 라비아타는 어두컴컴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라비아타, 정말 괜찮겠어? 김지석이라는 자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진실을 목도하고 오히려 더 고통에 빠질 수도 있어.”
“괜찮습니다 주인님. 이미 100여년 전부터 각오하며 이 순간만을 기다렸어요.”
라비아타는 소니언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굳은 심지를 보이며 오히려 일행들 앞으로 나섰다. 사실 그녀가 김지석을 다시 목격하고 고통에 빠진다 해도 그녀가 지난 100여년간 느낀 고통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간 끝에 계단이 끝났다. 하지만 일행들 앞을 맞이한 건 굳게 닫혀있는 철문이었다.
“김지석 답네요. 겁쟁이녀석. 겉으로만 당당한 척, 강한 척 하더니 이곳에서 쥐새끼마냥 숨어있었네...”
라비아타는 아까 전 일행에 합류하기 전부터 미간을 잔뜩 찌부리고 있었다. 그 미간이 두 번째 문을 보자 조소라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괜찮아? 라비아타?”
소니언은 라비아타의 상태를 한 번 더 체크하며 물었다.
“괜찮습니다...아니, 괜찮지 않네요. 그놈이 어떤 몰골로 쓰러져 있을지 볼 생각을 하니 흥분되는거 있죠.”
복수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광기인지 모를 표정을 짓는 라비아타였다.
“그런데 사령관. 이 문, 열 수는 있는건가?”
칸이 문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말했다.
“보안장치 같은게 있으면 스카디도 부를 걸 그랬어요. 해킹해서 열게요.”
탈론페더가 무전기를 들어보이며 스카디를 호출할 것을 제의했다.
“아니야. 스카디는 어차피 물리력으로 해킹할 게 뻔해서 그냥 내가 열게. 같은 물리력이라면 내쪽이 더 효과적이지. 음... 여기가 잠금장치 틈인가... 좋아... 라이트블레이드.”
소니언은 문 앞에 서서 허리춤에 수납되어있던 라이트블레이드를 꺼내 전원을 켰다. 붉은 빛깔의 빛의 입자(광자)를 고체형태로 만든 후 그것을 다시 칼날모양으로 형성한 무기인 라이트블레이드는 철문 틈속으로 파고들어 잠금장치의 걸쇠를 두부 썰 듯이 잘라내었다.
“오오 사령관, 그런 무기가 있었는데도 지금까지 그냥 육탄전만을 했던 거야?”
퀵 카멜이 라이트블레이드가 신기한 듯 말했다.
“벌레들한테 쓰기엔 너무 아까워서. 보통 이 무기는 같은 하드라이트 계열 무기를 상대할 때 쓰는 거라서 여기선 딱히 쓸 일이 없었지. 후훗.”
소니언은 절단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퀵 카멜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바꿔 말하면, 사량관의 그 칼을 당해낼 존재는 이 세계에 없다는 뜻이군. 사령관이 살던 세계의 전사들을 대체 어디까지 강한 것인지...”
역시 지휘관다운 통찰력은 보이는 칸이었다.
이윽고 철문의 잠금장치가 모두 절단되자 소니언은 양 쪽 문을 힘껏 밀어젖혔다. 오랜 세월동안 움직이지 않아 가동부위가 고착된 철문이 철끼리 마찰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김지석...어디 있는것이냐...”
라비아타는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김지석을 찾아내 도륙낼 기세로 달려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녀를 제지하는 손이 그녀를 막아세웠다.
“라비아타. 진정해. 안에 뭐가 있는지 아무도 몰라. 혼자 앞서나가다가 무슨 일을 당하려고 그래. 조금만 냉정해지면 안될까?”
소니언이 성급히 행동해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의미로 라비아타에게 한 소리를 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하지만 오늘만은 제가 좀 흥분하거나 분노해도 부디 이해와 용서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가 분노해서 그러는게 아니야. 자칫하다가 너를 잃을까봐 그러는거야. 말했잖아. 내가 저항군에 있는 동안에는 죽는 자매들 없을거라고. 난 그 약속 지키고 싶어. 너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히려 당사자인 너는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
“주인님......”
“그리고 너가 만약 김지석 그인간 시체를 꺼내서 다시 패죽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돼. 충분히 그렇게 하게끔 상황 정리해줄테니까.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내 옆에 딱 붙어서 스스로를 지켜.”
“......감사합니다... 주인님...”
라비아타는 비로소 진정이 되었는지 소니언의 말대로 옆에 바짝 붙어 서있었다. 확실히 소니언은 자신이 잇는 한 저항군 자매들이 죽게 두질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자신의 능력을 믿어서라기 보다는 그의 타고난 성향 상 자매들로 하여금 무의미한 죽음에 내몰리는 것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매들의 입장에서 지금 소니언이 한 발언은 바이오로이드인 자신들이 인간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가장 최상급의 대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주인이라는 인간이 바이오로이드인 자신들을 인간과 동급으로 여기고 게다가 목숨을 잃지 않도록 보호해준다는 생각을 어느 바이오로이드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이미 감동의 한계치를 넘어버린 자매들이 소니언 옆에 있었다.
“사령관...진짜 이렇게 매일 우리 마음을 흔들어 놓기야? 이거 보여? 감동의 눈물이야.”
“진짜 사령관님은 어떤 세계에서 사셨던 것인가요? 어떻게 하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죠? 멸망한 인간님들은 이런 모습 절대 안보여주셨는데...”
“사령관. 그대의 말에 나 또한 감동했다. 라비아타 뿐만 아니라 저항군 자매들 모두 같은 느낌 일 것이다. 그대는 역시 우리에겐 과분한 사람이다. 그래서 항상 고맙다.”
앵거 오브 호드 인원들은 칸부터 시작해서 가슴속에서 일렁이는 뭔가를 느끼며 사령관에 대한 무한한 신뢰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
“감동은 이따가 오르카에 돌아가서 찐하게 하고 지금은 임무에 집중해. 바이저 온. 모션센서 작동.”
소니언의 말이 끝나자 전투복 목부분 부터 그의 머리를 감싸며 바이저가 장착되고 이어서 일행을 포함한 모든 움직임을 감지하는 화면이 바이저에 표시되었다.
문 너머에는 여러개의 방들이 거대한 복도를 사이에 두고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곳곳에는...
“으악!!!! 저거 설마?!”
샐러맨더가 어느 뒹굴러져 있는 유골을 보며 소리쳤다.
“유골이 옷을 입은 채 쓰러져 있군... 죽은 인간이야. 입고 있는 옷을 보아 김지석의 비서진 혹은 측근들 일수도.”
칸이 나름의 추측을 하며 말했다.
일행은 이번엔 조금 더 걷다 흰색 가운을 입은 유골을 발견했다.
“연구원들? 김지석이 무슨 이유로 연구원들까지 지하시설에 데려온 걸까요?”
라비아타가 물었다.
“만약을 대비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 만약이 뭔지는 더 가보면 알겠지.”
소니언이 덤덤히 말했다.
이윽고 일행은 복도 끝에 위치한 방까지 도착했다. 이 방은 기존에 본 방들보다 더 크고 화려한 장식이 많았다. 누가 봐도 가장 우두머리가 사용할 법한 방이었다.
“어? 저쪽 침대에도 유골이 있어요!”
탈론페더가 가리킨 침대에는 취침용 가운을 입은 어느 유골이 눞혀져 있었다.
“루빅스. 시간열람기 작동시켜. 저 유골이 진짜 김지석인지 보자고.”
“네 대장.”
루빅스는 소니언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코어를 개방하고 어떤 빛의 입자를 방 전체에 흩뿌렸다.
“대장. 시간은 언제까지 돌릴까요?”
“한 100년 전까지 되돌려봐.”
루빅스이 곧바로 약간의 파장을 퍼뜨리더니 방안의 모든 사물들에 입자가 뒤덮었다. 그리고 그 입자들이 마치 영상을 거꾸로 돌리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령관, 이게 대체 무엇인가?”
칸이 굉장히 신기한 표정으로 물었다.
“시간열람기야. 시간의 흐름을 공책으로 비유하자면, 과거는 글씨가 쓰여진 페이지, 미래는 아직 백지상태인 페이지. 백지상태인 페이지는 어떤 내용이 써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미 내용이 쓰여진 페이지는 누구나 열람 가능하지. 내가 사는 세계의 인류는 시간을 이런 식으로 이해했고 그 원리로 나온게 바로 시간열람기야. 이름 그대로 과거만을 볼 수 있지만 과거당시의 모습, 소리까지 모두 알 수 있지.”
소니언은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걸 보니 전에 사령관이 했던 얘기가 생각나네. 사령관 인류의 기술에는 철학도 섞여있다고.”
칸은 뭔가 감을 잡은 듯이 말했다.
그런 와중 침대의 유골 위에 입자들은 처음엔 똑같이 유골의 모습이었으나 이내 점점 썩은 장기와 조직이 묘사되고 다시 썩기 이전의 모습으로 묘사되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온전한 신체의 모습이 묘사되었는데...
“김지석!!!”
유골의 원래 모습을 확인한 러비아타는 이 시체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마음의 주인이었던 애덤을 죽게 만든 인간의 탈을 쓴 악마 김지석.
“김지석이 이곳에 도착했던 시간까지 되돌려봐.”
“네 대장.”
루빅스는 입자들의 시간을 더 되돌렸다. 임자들이 사람형체를 띄고 거꾸로 움직이고 이윽고 이곳에 삼안 사람들이 처음 당도하는 모습이 묘사되었다.
“정지. 여기서부터 재생해.”
소니언의 명령에 따라 입자들은 원래의 시간흐름대로 장면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소니언의 그 일행은 숨죽여 장면을 보기 시작했다.
[김지석: “대체 저것들은 뭐란 말야! 우리쪽 군은 대비가 안되었나?!”]
[측근: “회장님. 일단 회장님께서 온전히 살아남으시는게 우선입니다.”]
[김지석: “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 내 이번 일이 끝나면 세계의 진짜 지배자가 누군지 똑똑히 보여주겠어.”]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인데도 정신을 못차렸군요.”
라비아타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간을 좀더 진행시켜봐. 한 6개월 뒤로.”
루빅스는 소니언의 명에 따라 시간을 6개윌 후로 가속시켰다.
[김지석: “으....으......으헉!! 헉헉헉....”]
[측근: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김지석: “대체 이 꿈은 뭐지? 태어나서 듣도 보도 못한 끔찍한 악몽이었어. 꿈임에도 정신이 망가질 것 같았어.”]
[측근: “회장님 저희도 같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김지석: “설마 블랙리버나 펙스 이새끼들이 또 일을 꾸미는 건 아니겠지?”]
[측근: “단단히 보안체계를 구축한 이곳에서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김지석: “그래...바깥세상은 어떤가.”]
[측근: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만 몇몇 시민들과 바이오로이드가 함께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김지석: “그래...하하하. 그래야지. 그렇게 싸우다 그 철충이라는 것들과 함께 죽어야 내가 새로운 세상의 왕이 되는거지. 시간은 나의 편이다....하하! 그래 나를 위해 싸우다 죽어라. 내가 그놈들과 다른 점이 뭔줄 아나?”]
[측근: “무엇입니까 회장님?”]
[김지석: “난 그놈들처럼 바이오로이드 따위에 애정을 가지지 않아. 바깥에 있는 미천한 것들 좀 보라구. 자신들이 애정을 쏟는 바이오로이드와 함께 싸우면 이길 줄 알았던가? 세상에 물건에 애정을 쏟는 놈들이라니. 인생 실패자들이나 할 법한 생각이군.”]
“저 김지석이란 자는 저런 머리로 어떻게 삼안의 우두머리가 된것인가? 새로운 세상이라봤자 다 죽은 세상인데 무슨 왕을 해서 뭘 하겠다고. 그리고 뭐? 우리가 물건?!”
칸은 매우 심한 불쾌감과 분노를 느끼며 소리치며 말했다. 사실 칸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던 모든 자매들이 느끼는 바였다. 특히 라비아타는...
“김지석 당신이 그런 생각만 안했어도 최소한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어! 미천한 인생 실패자는 당신이야!! 철충이 오기 이전에 이미 당신이 인류의 모든 것을 파괴했어!!!!”
더 이상 참지 못한 분노를 토해내며 비록 입자들이 과거를 재현한 장면임에도 삿대질을 하고 욕을 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라비아타였다.
“계속 보도록 하자. 1년 뒤로 돌려봐.”
소니언의 명령에 루빅스는 시간을 1년 뒤로 가속했다.
[김지석: “으........으...어.....모두 어디 있는...거야....”]
[김지석: “...”]
[김지석: “얼마...동안 자고... 있던...거야...”]
[김지석: “이봐... 거기... 없나...”]
[김지석: “졸려... 자면... 악..몽...”]
[김지석: “안돼... 내가... 세...상..의....왕....”]
[김지석: 내...회사...내...재산...내.....권력...나의 세상.....]
[김지석: “........................................................................”]
“이 이후로 현재까지 저 사람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대장.”
루빅스가 확인을 위해 시간을 더 가속해봤지만 김지석은 마지막으로 잠든 모습 그대로 미동도 없이 신체가 썩어가면서 유골이 되어 현재상태가 되었다.
“김지석 그는 바이오로이드에게 애정을 가진 사람을 보고 물건에 애정을 가진 자라며 조소했지만 김지석 그 또한 물건에 애정을 쏟은 사람임은 매한가지였어. 그게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돈과 권력이었을 뿐. 그리고 돈과 권력은 사회적 약속 없이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지. 모든 인간이 사라진 세상에서 돈은 한낱 종이쪼가리이고 권력은 그저 메아리일 뿐이야. 어리석은 인간 같으니.”
소니언은 유골이 된 김지석을 향해 차가운 눈빛으로 일갈했다.
“......이놈의 최후를 보면 기쁠 줄 알았는데.....”
라비아타는 슬픈 눈으로 말했다.
“말했잖아. 진실은 오히려 고통을 줄 수도 있다고.”
“그래도 주인님, 최소한 속이 후련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더 답답하고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고 더 분노하게 되지.”
“저런 놈 때문에 인류가 지옥처럼 변하고 결국엔 멸망했다는 사실이 저를 더 분노하게 만드네요.”
“허나 그렇게 답도 없는 심연으로 빠질 바에 고통스런 진실을 자양분 삼아 앞으로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동기로서 삼는다면?”
“......과거를 고칠 순 없는거지요?”
“지나간 과거는 과거야. 오히려 앞으로의 미래를 올바르게 이어나가는게 좋겠지.”
“미래인가요...”
“과거의 사람들은 이제 없지만 지금 너에겐 미래를 함께할 수많은 자매들이 있어. 그들과 함께 만들 미래를 올바르게 생각하고 설계하면 자연히 과거의 상처 또한 아물어질 거야. 내가 사는 세계의 인류도 그래왔으니까. 어떻게 살다 죽었든 간에 과거의 원죄를 저지를 인간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어. 이제 너와 너희 자매들의 시대야.”
“주인님...”
“오르카에 돌아가서 잘 생각해봐. 진정 원하는게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네......”
소니언과 라비아타는 그렇게 과거의 어느 인간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이 칸과 호드 부대는 혹시나 유용한 자원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하시설 이곳저곳을 마저 조사하고 있었다. 이윽고 어느 방에서 호드 부대원 하나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령관! 여기 뭔가가 있어! 꽤 큰 장치 같은데 한번 와보는게 좋을거같아!”
스카라비아가 뭔가를 발견하고 소니언에게 알렸다.
소니언과 나머지 일행은 모두 스카라비아가 있는 방안데 들어왔다.
방 안에는 거대한 기계장치 위에 원통형 투명 관이 올려져 있는 모양의 기계가 있었다.
“이게... 뭘까요 주인님...?”
“글세... 켜보면 알겠지.”
소니언은 기계 한쪽에 있는 전원버튼 같은 스위치를 눌러봤다. 그리고...
[장치: 삼안 산업 생체 재건 설비를 이용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본 설비는 VIP의 새로운 육체의 재건을 위해 가동됩니다. 본 설비에는 뇌를 포함한 중추 신경의 재건은 불가능함을 알려 드립니다.]
기계장치에서 나오는 안내문구. 소니언은 이것의 의미를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오호라... 김지석 이 어리석은 쓰레기 같으니.”
“왜 그러세요 주인님?”
“이 생체 재건 설비로 어떤 육체를 만들 수 있는지 잘 생각해봐.”
“.......!!!!!!!! 김지석의 새로운 몸?!”
“정답. 김지석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만약을 위해 새로운 몸으로 갈아탈 생각이었던 거야. 새로운 시대의 왕이 되겠다며. 다 부질없는 짓이지만.”
“정말 죽을때까지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거군요...”
“어떻게 할 꺼야? 김지석 유골을 가루로 빻을 시간도 충분하고 이 신체 재건 장치도 때려부술 시간도 충분하고.”
소니언이 처음에 말한 대로 라비아타는 이제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할 권한이 주어졌다.
“........................”
라비아타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이내 생각을 정했다.
“제가 여기서 전부 때려부순들 달라지는게 뭐가 있겠어요.”
“그럼 그냥 둘까?”
“아니요. 그렇다고 멀쩡히 두는 것도 원치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야?”
“모든 문을 다 열고 철충들이 드나들도록 할꺼에요. 그놈들이 이 시설과 김지석의 유골을 깨부수든 뭐든 하겠죠. 김지석은 죽어서도 철충들에게 유린당하는 거에요.”
“좋아. 너의 뜻대로 해. 그 전에 지금까지 본 정보를 공화국 정보부에 보내고. 루빅스, 오늘 철충들과의 교전기록과 이곳 지하시설에서 입수한 정보들 전부 정보부에 전송해줘.”
“네 대장.”
“자, 오르카로 돌아가자.”
소니언은 자매들에게 복귀하자고 말하며 출구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지하시설이 흔들리고 뭔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저...저건? 주인님 위험해요!!”
“트릭스터다! 모두 교전 준비! 사령관을 보호하라!”
호드 부대와 라비아타는 바로 소니언을 보호하는 대형을 갖추며 전투대세에 들어갔다.
“@@%%@!(*(#^&%^”
트릭스터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다가왔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소니언은 분명 언어같은데 이해할 수 없는 언어임을 감지하고 오히려 트릭스터 가까이 다가갔다.
“주인님!! 다가가시면 안되요!!”
라비아타가 소니언을 말리며 외쳤다.
하지만 소니언은 덤덤히 루빅스에게 명령했다.
“루빅스, 저녀석이 하는 말 번역 할 수 있어?”
“대장님이 교전을 벌이실 때마다 철충들끼리 대화로 추정되는 뭔가를 주고받은 흔적과 지금 저 철충개체가 하는 말을 종합분석하여 제한적이지만 어느정도 원어에 근접한 번역을 할 수 있습니다.”
“번역해봐.”
루빅스는 트릭스터가 내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분석해 동시에 인간의 언어로 바꿔 송출했다.
[“하찮은 살덩이... 고귀한 우리 동족을... 너는 죄를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벌레놈들을 많이 때려잡아서 화가 났나본데?”
[너가 아무리 날뛰어도 우리는 너 같은 살덩이들을 수없이 죽여봤다.]
“흠... 나 같은 놈은 처음일걸?”
[“너를 심판한다. 회개하라. 죽어라!”]
트릭스터는 주 무기인 거대한 손톱으로 소니언을 찍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투팡!!!!!]]
소니언의 왼손 잽을 얼굴에 맞고 반대편 복도 벽까지 날아가버린 트릭스터.
“왜 이놈들은 다짜고짜 싸움질부터 하는걸까?”
“그러게요 대장. 입으로 싸우는게 더 재밌는데.”
"넌 입 없잖아."
"거 참 유감입니다~"
소니언과 루빅스의 별 뜻없는 대화가 오가는 와중 간신히 정신을 차린 트릭스터는 괴성을 지르며 소니언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파티클 피스트.”
소니언의 언어명령을 통해 전투복 오른쪽 주먹의 장갑에 황금색과 푸른색이 섞인 오묘한 빛이 감싸졌고 소니언은 이걸 펀치와 함께 트릭스터의 왼쪽 어깨를 정확히 가격했다.
이번엔 충격파도 충격파지만 펀치를 맞은 부위가 입자로 변하면서 분해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깨관절이 완전히 분해되면서 트릭스터의 왼쪽 팔이 완전히 떨어져나갔다.
또 다시 괴성인지 비명을 지르는 트릭스터. 소니언은 이에 그치치 않고 로우킥으로 다리를 분지른 다음 앞으로 엎어진 트릭스터 위에 올라타 등쪽에 난 작은 팔을 잡아 뜯어버렸다.
트릭스터는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출구를 향해 겨우겨우 기어가기 시작했다.
“루빅스, 내가 하는 말 번역해서 저녀석한테 전해줘.”
“네 대장. 준비되었습니다.”
루빅스의 준비사인과 함께 소니언은 처절하게 기어가는 트릭스터를 항해 말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너희들 모두 즉시 이곳 지구에서 떠나라. 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오늘 안에 모두 떠나면 그냥 살려주겠다. 그렇지 않고 남아있는 놈들은 사형집행서에 싸인 할 것으로 치고 나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아, 오해할까봐 일러두는건데, 나 같은 [살덩이]들이 최소 수십만은 더 있으니까 허튼 짓 하지 말고 알아서 살길 찾길 바란다. 나중에 가서 대화를 하자네 마네 그러지 말고 오늘 안에 떠나면 된다. 알았나. 자, 이걸 너희 동료들에게 잘 전해라. 빨리 전해지도록 내가 도와주마.”
일장연설을 끝낸 소니언은 힘겹게 출구에 거의 다 도착한 트릭스터를 붙잡아서 그대로 지평선 멀리 던져버렸다. 트릭스터는 소닉붐을 일으키며 저 멀리 작은 점이 되어 날아갔다.
“사령관, 안죽이고 그냥 보낸것인가?”
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최소한 나를 적으로 두면 어떻게 되는지 직접 보여줘야 놈들이 최소 생각이란 걸 하겠지. 가장 긍정적인 반응은 나를 두려워하는 것과 지구를 떠나는 것이고.”
확실히 소니언의 생각은 일리가 있었다. 상대측 입장에선 반죽음이 되어 돌아온 아군 상태에 한번 놀라고 또 아군은 사력을 다해 싸웠지만 적은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았단 것에 또 한번 놀라는 것이다. 소니언이 노리는 것이 그것이었다.
“주인님. 항상 보는 거지만 주인님은 얼마나 강하신 분인가요? 저 강력한 트릭스터를 가지고 노시다니...”
라비아타는 방금 전 벙러진 상황에 적응이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살던 세계에선 저것보다 더 한 놈들도 상대해봤어. 별거 아니야. 이제 돌아가자.”
소니언은 미소와 함께 별 다른 내색 없이 말했다.
이윽고 일행은 보트를 타고 오르카로 향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라비아타는 오르카로 돌아가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거의 갑갑한 굴레를 벗어던지고 이제는 저항군과 새로운 인류를 위한 원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 터. 비록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달리 시원시원한 감정은 없었고 오히려 쓰라린 고통만 있던 진실이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뒤안길로 묻어야 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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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뭔가 내용이 원작에 비해 상당히 압축된 느낌을 받으셨다면 정답입니다.
코로나가 거의 풀려가고 현생직업에서 다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ㅠㅠ
아마 앞으로 계획보다 급전개가 될 수 도 있는점 죄송합니다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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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측 인류는 신체재건 관련으로 차원이 다른 기술이 있긴 한데 본작 스토리 마지막 부분에 이것을 잠깐 거론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루빅스가 정보부에 정보를 전달할 때 이 장치에 관해서도 스캔을 통해 해석을 했다고 합니다. 공식 스토리는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팬소설로서 완결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노선변경이 있었음을 양해부탁드립니다 ㄷㄷㄷ | 22.04.28 09: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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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신체재건 기술이라... 인간에게 제약이 걸린 바이오로이드의 정신적 해방에 도움이 되지않을까싶군요. 팬픽인만큼 설정은 어느정도 벗어날수있죠ㅎ 늘 기대하고있습니다. | 22.04.28 10: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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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해지고 꿈꿔온 것을 이루는 스토리를 고심해보겠습니다 ㅎㅎ | 22.04.28 22:44 | |